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시스터]철없는 누나와 의젓한 남동생... 누가 이 남매를 누가 욕하는가?

송씨네 2012. 8. 15. 01:31

 

 

 

 

※개봉작이지만 리뷰 특성상 스포일러가 불가피 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가난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혹시나 해서 통계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역시나 이런 기사가 보이네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부모 중 1명과 18세 이하 자녀로 구성된 한부모가정은 2005년 137만6000가구(전체의 8.6%)에서 2010년 159만4000가구(9.2%)로 늘어났다. 통계청은 이런 상황은 지속돼 2015년 178만, 2035년엔 216만 가구로 한부모가정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 또 부모없이 할아버지나 할머니, 손자녀가 함께 사는 조손가정도 2005년 5만 8101가구에서 2010년 6만 8135가구로 증가했다. 이 중 5만 1159가구는 조부모와 미혼손자녀가 함께 사는 가정이다. (자료발췌:이투데이 인터넷판 2012년 5월 10일자 기사)

 

 

과거에는 더 심했지요. 가난과 부모 없는 외로움은 영화로 많이 그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저하늘에도 슬픔이>나 <엄마없는 하늘아래> 같은 결손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아닌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물건너온 <아무도 모른다> 역시 가난과 핵과족화 속에 버림받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 놈의 가난은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빌어먹을 가난에 고통받는 남매가 여기 또 있습니다. 새하얀 알프스 설원... 하지만 이 곳에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영화 <시스터>입니다.

 

 

 

 

 

알프스의 이름 모를 리조트... 한 남매의 모습이 보입니다.

누나 루이(레아 세이두 분)과 그녀의 남동생인 시몽(케이시 모텟 클레인 분)은 리조트에서 하루 하루 숙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인 두 사람에게 이 호화로운(?) 리조트 생활은 어딘가 이상하지요.

시몽은 스키장을 돌며 스키용품을 훔치고 있었고 그것을 되팔아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몽은 이를 위해 거금을 들여 겨울시즌 스키장 이용권까지 구입한 상태...

철모르는 루이는 그냥 시몽이 쥐어주는 돈으로 그렇게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기약없는 외출을 하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수시로 바뀌며 그녀는 일을 하다가 금방 때려치우는 그야말로 망나니나 다름 없었고요.

한편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스키 용품을 훔치던 시몽은 얼떨결에 스키장 식당 창고에 갖혀버리고 거기서 수많은 스키용품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마주친 마이크(마틴 콤스톤 분)이라는 사내를 만납니다. 그 역시도 몰래 스키 용품을 훔쳐다가 식당 창고에 몰래 보관을 하고 있던 것이죠.

그렇게 두 사람은 거래 아닌 거래를 하고 시몬은 얼마 후 마이크가 일하고 있는 식당에 다시  찾아와 거래를 요청하는 당돌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그만의 비지니스를 하고 있던 시몽은 작업도중 한 여인을 발견합니다. 영국 여자인 크리스틴(질리언 앤더슨 분)에게서 엄마의 따뜻함을 느낀 그는 그녀에게 접근해 부자인 척 호위를 배풀게 되지요.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약간 흘러 루이는 가정부로 일을 하게 되었고 그녀를 따라나선 시몽은 별장에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미묘한 관계의 남매인 시몽과 루이는 과연 화해를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여러분이 모르는 사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남매를 넘어선 관계입니다. 과연 이들의 관게는 무엇일까요?

 

 

 

무더위가 극성인 요즘에 영화 <시스터>에서 보여주는 하얀 설원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거기에 다른 곳도 아닌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상당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못난 한 남매의 스키장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라면 이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의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이 영화의 첫번째 포인트가 있습니다.

시몽과 루이의 관계는 결코 단순한 누나와 동생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죠. 의외로 그 비밀은 빨리 드러납니다.

루이의 두 번째 남자 친구를 만나는 장면에서 시몽은 폭탄선언을 합니다. 루이는 누나가 아니라 엄마라는 것을 말이지요.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은 시몽의 역할 입니다. 방탕한 루이와 그것을 그냥 꾹 참고 누나(혹은 엄마)를 위해 자신이 가장의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어린 미성년자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시몽이 스키용품을 훔치는 장면을 통해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동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루이는 왜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가라고 물으실 것입니다. 루이는 일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들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루이의 성격을 짐작해 봐서는 그녀가 한가지 일을 오래 하는 타입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왜 제가 찔릴까요? 저도 루이 같은지도... ㅠㅠ )

하필 왜 스키용품일까라는 질문도 바로 이어지기 쉽지요. 스키장은 사람이 많이 붐비고 겨울에 할 수 잇는 스포츠이자 중산층이 즐기기에는 그럭저럭 많이 돈이 필요한지라 이들의 물건을 훔쳐도 그 때만 당황할 뿐 그 이후는 아무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루이에게 훔친 파카를 선물하고는 별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그렇지요.

하지만 '안전하냐?'고 묻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루이가 시몽에게 묻기도 하고 시몽이 동네 꼬마를 조수로 키워 범행을 같이 모의하는 과정에서도 꼬마가 시몽에게 묻는 질문도 같은 내용이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 사내의 스키용품을 훔치다가 걸려서 두들겨 맞은 시몽의 모습을 보셨다면 절대 안전하지 않은 곳임을 알게 되지요.

 

세번째는 바로 엄마의 부제에 따른 시몽의 행동입니다. 분명 시몽에게는 엄마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많이 생략되었겠지만 방탕한 생활을 하던 루이는 누군가의 아이를 낳았고 그것이 시몽인 것이죠.

어쩌면 엄마로 인정하지 않는 시몽의 모습은 당연한 것입니다. 시몽은 엄마라기 보다는 자신의 돈을 뜯어가는 여자 사람에 불가하니깐요.

그런 상황에서 크리스틴을 통해 모성애를 느끼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어떨 수 없이 스키용품을 훔치는 못된 아이지만 그녀 앞에서는 그냥 순한 양이 되고 싶었던 것이죠. 갑부집 아들로 위장을 해서라도 그녀에게 잘보이고 싶었던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한 편으로는 공감이 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을 살펴봐야겠지요? 우선 매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시몽 역을 맡은 케이시 모텟 클레인이라는 이 똘망똘망한 모습을 지닌 이 친구는 이 영화 <시스터>의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과 <홈>이란 작품 이후 두번째로 그와 함께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전작에서 보여준 연기가 좋았기에 다시 재기용 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세상의 모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소년으로 등장한 케이시 모텟 클레인은 아무래도 복합적인 상황들을 연기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것을 무난하게 잘 이겨내고 연기를 펼친 것 같습니다.

 

또 한명... <시스터>를 보면서 인상적인 인물은 아무래도 루이 역할을 맡았던 레아 세이두 일 것입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을 통해 관능미 넘치는 킬러로 우리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그녀는 이후 우디 엘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를 통해 다시한번 눈도장을 찍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프로필을 보고 나면 우선 놀라게 됩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영화사 고몽(Gaumont)의 최고경영자 니콜라스 세이두의 증손녀이자, 프랑스 미디어 기업 파테(Pathé)의 최고경영자인 제롬 세이두의 손녀라는 것이죠. 그야말로 엄친딸의 좋은 예이죠.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좋은 스팩에도 불구하고 직접 모델과 연기를 병행하며 할아버지가 했던 영화사업에 같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죠. 앞으로도 정말 주목해야 할 배우입니다. (음... 스컬리... 질리언 앤더슨도 반가워요... 하지만 그렇게 비중은 크지 않으므로 패스!)

 

 

 

 

 

영화의 마지막... 알프스의 스키장은 시즌도 끝나면서 눈도 다 녹아버린 상태입니다.

하얀 벌판이 아닌 푸른 벌판만이 가득한 이 땅에 눈에 녹은 흙탕물만이 이 곳이 스키장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지요.

시몽이 마이크를 비롯해 스키장 식당 직원들에게 자신도 데려가달라고 외치는 부분은 어쩌면 더 이상 스키용품을 훔칠 수 없다는 절망감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운 것은 도둑질인데 이제 시즌이 지났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스키장 케이블 카를 타고 하산하려는 상황에서 저편 반대편 케이블 카에서 누나 루이의 모습이 보이면서 영화가 끝을 맺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평행을 이루던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면서 영화가 마무리 된다는 것이지요.

 

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된 한 어르신이 몇 푼 때문에 자살을 한 사건도 벌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앞에 보여드린 수치(통계)는 그저 숫자로 보여지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더 무섭기만 합니다.

가난이 죄가 되는 무서운 세상에 우리는 어떻게 이 어려움을 해처나가면 좋을까요? 그건 아마도 많은 것을 해봐서 안다고 이야기하시던 그 분도 해결 못하시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