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덥습니다. 폭염 기록은 매일매일 신기록이 갈아치워지고 있고 열대야 현상은 끝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모기는 줄었다지만 더위에 치친 사람들이 많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때 우리가 찾게 되는 것이 시원한 물과 얼음이 아닐까요?
저는 매일같이 시원한 물을 찾는 것은 물론이요, 매일같이 보리차를 끓이고 있습니다. 참으로 죽을 맛이죠.
그러고보면 조선시대의 선조들은 얼음을 저장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대단했다고 보여집니다.
바로 빙고(氷庫)라는 관청이 그것이죠. 영어로 이야기하는 Bingo(빙고)가 아니고요.
빙고(氷庫)는 조선시대 왕실 또는 관료들이 사용할 얼음의 관리를 맡던 관청이다. 이런 관청은 삼국시대부터 이미 나타난다. 신라에는 빙고전(氷庫典)이란 관청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조선은 언제 설치하였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으나 다만 태종 때부터 기록에 나올 뿐이다. 한성 이외의 지방에서도 별도로 빙고를 만들어 아전(衙前)이 운영하기도 하였다. 빙고는 얼음의 저장, 관리를 위해 인근 주민과 군사들 간에 빙부(氷夫)라는 노동자를 뽑았다. (자료 발췌: 위키백과 한글판)
오늘 소개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 빙고 중 하나인 서빙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빙고는 서빙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조선시대에는 외빙고와 내빙고로 나뉘었고 특히 외빙고는 다시 동빙고와 서빙고로 나뉘었지요. 지금부터 말할것이 바로 서빙고입니다. 귀빈이나 관료에게 얼음을 제공하는 곳이지요.
무더운 여름... 퓨전사극으로 무장한 차태현 씨를 만나보기로 하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양 선생(이문식 분)과 서양 잡서적들을 읽으며 일상을 보내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덕무(차태현 분)... 우의정의 서자이지만 학문에는 그리 관심이 있어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양 선생이 가져다주는 해괴하고 특이한 서적들을 읽던 와중에 좌의정 조명수(남경읍)의 모함으로 우의정인 아버지는 귀양살이를, 덕무는 구사일생으로 겨우 살아남습니다. 양 선생은 세상을 떠나게 되고요.
한편 서빙고를 관리하던 동수(오지호 분)는 청백리의 모범이 되는 인물이었지만 역시 조명수에게 모함을 당해 서빙고 관리직에서 파면 당하고 젊은 나이에 귀향도 갑니다.
몇 년 후 덕무는 동수를 만나 서빙고의 비리 커넥션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좌의정 일당들이 얼음을 독점으로 판매하면서 높은 폭리를 취하고 백성들의 삶이 어려워짐은 물론 좋은일에 써야 할 얼음들이 흥청망청 음주가무에 쓰여진 사실을 알리게 된 것이지요.
덕무와 동수는 서빙고를 털고 좌의정 일당의 비리를 고발하기로 마음 먹고 최고의 팀을 구상하기에 이릅니다. 우선 이들을 도울 자금책 수균(성동일 분)을 시작으로 괴상한 댕기머리의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분), 폭탄 제조에는 능하나 귀가 좋지 않은 대현(신정근 분), 늘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팀들도 헛갈리게 만드는 변장의 달인 재준(송종호 분), 섬뜻한 얼굴이지만 심성은 고운 총알 마차꾼 철주(김길동 분)을 섭외하게 됩니다.
여성 요원과 어린이들도 빼놓을 수 없지요. 설화(이채영 분)은 조선 최고의 기생이지만 첩보 수집과 남의 입모양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능력을 지녔고 덕무가 사모하는 수련(민효린 분)은 동수의 여동생이자 잠수에 능한 여인입니다. 난이(김향기 분)와 정군(천보근 분)은 각각 설화와 대현을 도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꼬마 요원들이고요.
이렇게 힙겹게 팀을 이루었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소리가 나지 않는 폭탄 제조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서빙고에 얼음만 있는게 아니라 금괴도 숨겨져 있다는 것이죠. 얼음만 훔칠 것이냐, 아니면 둘 다 훔칠 것이냐의 고민이 추가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좌의정 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명수의 조카인 조영철(김구택 분)도 악날하기는 마찬가지이니깐요.
과연 이들을 피해 덕무와 동수 일당은 안전하게 얼음과 금괴를 빼내 바람과 함께 사라질 수 있을까요?
음... 이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최근 개봉작 <도둑들>이 생각나실지도 모르겟습니다.
(제 리뷰를 열심히 읽으신 분은 복습 열심히 하셨겠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라는 것이죠. 범죄를 모의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범죄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필요하고 그들에 대한 소개가 잠깐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전반부에 모의 과정이 등장하고 후반부에 이들이 얼음과 금괴를 훔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최근 개봉작인 <도둑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도둑들>보다 부드럽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등급이 12세 관람가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거친 편집보다는 부드럽게 편집하고 거기에 아이들을 등장시켜 거칠지 않은 느낌을 주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그들이 얼음을 훔치는 이유도 생각보다 설득력이 있으며 서빙고라는 실제 존재하던 시설을 이야기함으로써 극적 재미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역사상으로도 서빙고는 세 개의 빙고 가운데 큰 시설을 자랑하고 있고 지금도 현존하고 있기에 충분히 이야기를 만들기 좋은 도구가 된 것이지요.
더구나 정조가 왕위를 계승받기 시작한 역사적 사실 안에 가상의 사건을 집어넣어 영화에 긴장감을 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세종의 즉위만큼은 긴장감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조가 왕위를 계승하는 부분은 이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그것과 상관없이 그들은 얼음을 훔치고 금괴를 훔쳐야 하니깐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의 완성도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약간 한 수 위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더불어 퓨전사극이지만 퓨전이라는 이미지를 너무 강조하지는 않았으니깐요.
대나무 토막을 스케이트 보드타듯 다니는 차태현 씨의 모습, 오케이(OK)이라는 제스츄어를 남발하는 모습 정도가 현대적인 장면이라고 해야할까요?
잘 살펴보면 현대적인 느낌이 있지만 이 영화는 퓨전사극임을 그렇게 강조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유행어나 트렌드를 남발하지 않고도 퓨전 사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다만 차태현 씨가 그동안 현대극에서만 활약했다는 점에서 그가 사극과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퓨전 사극이라는 틀은 차태현 씨를 쉽게 뛰어 놀도록 만들어준 계기가 됩니다. 여전히 그는 현대극스러운 개그를 펼치고 있지만 그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퓨전 사극이라는 틀을 적당이 가져왔기 때문이지요.
오지호 씨의 경우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요. 아무래도 드라마 <추노>를 통해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 였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케릭터와 살짝 겹쳐진다는 부분이 아마 그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오지호 씨는 <추노>는 코믹함이 없는 케릭터라면 <바람과 함꼐 사라지다는> 코믹함이 더해진 허당 무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관객들을 얼마나 설득시킬지는 미지수이네요.
제가 <도둑들>을 이야기하며 배우들의 분량이 잘 맞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이야기드렸는데 그에 비해 같은 케이퍼 무비의 형식을 도입한 이 영화는 그럭저럭 배우들의 분량을 잘 맞춰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는 아역으로 등장하는 김향기 양과 천보근 군의 분량도 조연급 배우들과 동등하게 이루어졌다는 부분이죠. 그러나 의외로 주연으로 알려진 민효린 씨의 분량은 생각보다 적은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후반부에 서빙고 얼음 도둑팀들과 함류하는 부분에서 분량이 살짝 늘어났지만 앞에 등장하고 나서는 중반에 하나도 등장하지 않아 그녀가 과연 주연급으로 등장한 인물이 맞나라는 의심을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잠깐 등장한 인물들도 의외인데요. 앞에 잠시 출연하여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이문식 씨나 영화 엔딩에 등장하여 단 몇 초 등장으로도 영화의 엔딩을 깔끔하게 보여준 송중기 씨의 활약도 돋보이지요. 정말로 의외의 출연은 뮤지컬 배우 남경읍 씨죠. 같은 뮤지컬 배우 남경주 씨의 형으로도 알려진지라 그의 스크린 진출은 의외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연기력이 검증된 인물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여름이라는 시기를 잘 만난 영화로 생각됩니다.
더구나 코믹 연기의 달인인 차태현 씨가 사극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기 충분하니깐요.
다만 지난주 소개한 <나는 왕이로소이다>와의 대결에서는 약간의 간반의 차이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편을 들어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사극이라는 점과 러닝타임이 120 분 내외로 동일하다는 것과 관람등급도 12세 관람가를 받았다는 것이 동일합니다. 세종과 정조가 등장하며 차태현 씨와 주지훈 씨의 대결로 주목이 되는 영화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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