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름다운 TV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셀프 카메라'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연예인이나 명사에게 카메라를 주고는 일상을 찍어보라고 요청하지요.
당시에는 상당히 신선한 코너였고 많은 스타들이 자신의 민낯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들어서 이 민낯은 이상하게 게임에서 진 사람이 벌칙용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죠. (특히 여성분들이 그렇죠.)
물론 요즘도 이 '셀프 카메라'는 버라이어티 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식입니다. 그것을 잘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많았고요.
그렇다면 그 일상을 하나의 옴니버스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식상할지도 모르는데 아마 이들이라면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 독립영화에서 사랑받고 있는 여배우 삼인방이 모였습니다. 김꽃비, 서영주, 양은용...
이들이 이야기하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 다큐맨터리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이하 <나나나>)입니다.
다큐는 세 명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 시작의 포문을 여는 배우는 김꽃비 씨 입니다.
<삼거리 극장>으로 얼굴을 알린 그녀는 많은 독립영화에서 모습을 보였고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로 세게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는 국내에서의 일상보다는 해외의 모습이 많습니다. 해외에서 맞이하는 일과가 촬영과 인터뷰 그리고 개인적인 여행들이 대부분이죠.
영국에서 <똥파리>에 대한 인터뷰를 마치고 영국친구들과 생일을 맞이합니다. 홍콩과 일본도 돌면서 그녀의 일상은 이어지게 되지요.
메니지먼트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녀 옆에는 될 수 있으면 메니저와 동행하지 않는 편입니다. 스케줄도 본인의 힘으로 결정하고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을 가하고 있으니깐요.
단편 <잘되가? 무엇이든>을 비롯해 많은 장편과 단편을 넘나드는 배우 서영주 씨는 독특한 배우입니다.
조용히, 평범하게 사는 것을 거부하는 그녀는 좋게 말하면 자유롭게, 나쁘게 말하면 내키는대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지루한 시간에는 춤을 추고 혼잣말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그녀는 여배우가 과연 환경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갖고 있고 필리핀 보라카이도 방문해 빈민가에 위치한 국제학교에서 아이들과 주민들과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그녀의 욕심은 연기로 끝나지 않고 연극 연출을 위해 자신의 몸집보다도 더 큰 소품용 꽃다발을 들고 연극 공연장에서 무대 조연출 역할도 합니다.
사차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말만 앞세우는 그런 사람이 아닌 행동과 실천을 할 줄 아는 그런 멋진 배우였던 것이죠.
장편과 단편 영화, 그리고 TV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양은용 씨의 일상은 어떨까요?
그녀는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발신표시제한으로 들어온 전화를 받기를 망설여하고 있습니다.
흐린 날씨의 광화문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랑을 카피하다>를 보고 그녀는 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다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순대국을 파는 식당에서 대사를 생각하고 있는 그녀는 우울함을 달래줄 친구는 순대국 옆에 있는 참이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줄리엣 비노쉬를 좋아하고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사랑하는 그녀는 멋진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합니다.
부모님의 반대 속에서 시작한 연기라는 점과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그녀가 연기를 해야한다는 부분에서 그녀는 아직도 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나나>는 작년(2011년) 서울 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인 작품인데요. 제가 본 영화는 이 영화의 사실상 최종 편집본이었다고 하는 군요.
여러 영화제를 통해 편집과 편집을 반복했고 8월 정식개봉을 앞두고 최종편집이 완료된 영화라고 합니다.
<나나나>는 배우들의 솔직한 모습들 만큼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더군요. 애초에는 이 영화는 남자 배우 한 명, 여자 배우 두 명으로 기획이 되었고 조영각 독립영화제 위원장의 의견도 그렇게 결정이 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남자 배우로 등장하려고 했던 (실명을 아예 공개하셨습니다. ^^: ) 박혁권 씨가 출연을 고사하시는 바람에 지금의 세 명의 여자 배우들로만 프로젝트가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개런티는 카메라로 대신했다는 일화나 마지막 엔딩에 세 명의 모습을 담은 바닷가 장면에서는 실제 단합을 위한 MT로 기획되었지만 티져 포스터 촬영과 엔딩 장면을 위한 연출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놀지 못했던 것 같다는 애교 섞인 푸념도 잊지 않으셨더군요.
<나나나>는 세 명의 여 배우가 감독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최종 편집은 부지영 감독이 맡았습니다.
사실상 이 세 배우의 이야기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는 이 분의 손에 달린 것이죠. 초반 길었던 러닝타임에서는 김꽃비 씨의 모습이 즐기는데만 집중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들었고 그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하시는 군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최종 편집본만 본 저에게는 세 배우 모두 각자의 인생관과 연기관을 가지고 사는 배우들이라는 모습 때문인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좌측부터 서영주 씨, 김꽃비 씨, 부지영 감독, 서울독립영화제 관계자 분 순으로...
이 다큐를 본 시기가 공교롭게도 여성주간이었습니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서울 마포 여성 영화제'의 상영작 중 하나였고요.
여성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는 시기에 아름다운 여베우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배우들의 삶이지만 알고보면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과거 사랑받았던 이런 '셀프 카메라' 방식의 다큐나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사랑받는 것은 시청자도 저명인사들 모두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런 셀프 카메라에서도 가식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가식적인 이미지는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들키기 쉽습니다.
SNS가 발달하고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라는 이름으로 솔직하지 못한 이들이 뭇매를 맞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과 진실함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 세 배우의 활약이 앞으로도 기대가 되네요. 그들에게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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