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이웃사람]원작을 그대로 살린다는 것... 강풀 원작에 득일까 실일까?

송씨네 2012. 8. 24. 07:59

 

 

 

※원작이 웹툰입니다. 원작을 보신 분에게는 스포일러가 아니지만 원작을 보지 못하신 분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강풀 혹은 강도영... 후덕한 몸을 자랑하지만 이야기에 있어서는 정말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작가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들이 대부분 영화화 되었으며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영화화를 기다리거나 제작중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이번주 개봉한 <이웃사람>과 연말에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26년>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이웃사람>이 우선 공개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미스테리 심리썰렁물 시리즈의 시즌 3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공포 스릴러가 주된 이야기인 강풀의 장르 시리즈 중의 하나이지요. 제작발표회와 별개로 관객들을 상대로한 쇼케이스에서 짧은 예고편을 봤지만 그 짧은 내용만으로도 기대가 될 수 밖에 없었지요.

여러분을 사건 현장인 강산 맨션으로 안내합니다. 영화 <이웃사람>입니다.

 

 

 

 

까치가 날아오는 강산 맨션... 까치가 자주 출몰하는 얼마전까지는 살기 좋았던 곳이지만 이 곳에는 악제가 겹친 상황입니다.

재개발로 이 곳이 언제 헐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며, 친딸은 아니지만 가슴으로 키운 딸과 마찬가지였던 여선(김새론 분)을 잃은 경희(김윤진 분)의 마음은 힘들기만 합니다. 더구나 밤마다 죽은 딸이 그녀에게 찾아오니 그 공포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습니다.

밑에 층의 승혁(김성균 분)은 짧은 기간동안 살다가 금방 이사를 하는 이상한 사내입니다. 원양어선을 타고 다니는 것 같지만 그 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보입니다.

동네 가방가게 주인 상영(임하룡 분)은 늘 가방을 사러 다니는 승혁이 수상해 보이며, 군입대를 앞둔 피자 배달원 청년인 상윤(도지한 분)은 10일 간격으로 피자를 시켜먹는 승혁에 이상함을 느끼지요. 동네 건달인 혁모(마동석 분)은 자신의 주차구역에 자꾸 주차를 하는 승혁이 기분이 나쁩니다.

종록(천호진 분)은 사라진 동료 경비 황 씨(김재천 분)가 사라짐에 이상함을 느끼고 승혁의 비밀을 파해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쉽게 다다를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지요.

맨션 부녀 회장인 태선(장영남 분)은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온동네를 휘젓고 다니는데요. 사랑스러운 딸 수연(김새론 분)을 걱정하는 엄마이기도 하지요.

여선과 흡사하게 닮은 수연을 보고 기절한 경희는 이후 인연을 이어가지만 승혁의 주위에 사람들이 그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하게 이릅니다.

 

 

 

 

강풀 님은 늘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가 될 때마다 제작과정에 관한 후기를 늘 작성하는데요.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며 그 기대감이 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가 주말 전야제나 다름 없는 번개 시사회를 트위터를 통해 공지하였으나 아이돌의 콘서트를 능가하는 참여율을 보여 선착순 마감이 거의 2분 안에 끝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이 강풀의 힘이죠.

 

시사회를 놓친 저로써는 저주 섞인 글(?)을 남기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영화 블로거로써 뚜껑을 열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극장을 찾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웃사람>은 30 부작의 원작을 아예 영화로 그대로 끌고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부러 보태거나 차감한 것도 아닌 그대로 옮겼다는 것이죠.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해 약간의 비속어가 들어가고 약간의 상황이 첨가되었지만 영화의 내용은 원작을 그대로 옮겼다는 것입니다. 감독과 각색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첫 감독으로 데뷔하는 김휘 감독입니다. <해운대>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이지요. (<해운대>에서 박중훈 씨가 박사로 등장한 배역 이름도 바로 김휘 박사라는 것은 아주 유명한 일화입니다.) 김휘 감독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것이죠. 기존의 강풀의 원작들이 영화화가 되었음에도 실패한 요인을 어쩌면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네요.

 

다만 이 영화에서 단점이라면 원작을 이미 읽은 이들에게는 영화로 옮겨오면서 또 다른 반전을 기대했을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반전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 반전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제 생각에는 원작에 없던 반전을 일부러 넣었다면 이 영화는 원작자인 강풀을 모독하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웃사람>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충분히 요약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부제는 '강산 맨션 까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가 어울리겠지요. ^^; ) 연쇄 살인범이 한 마을의 맨션(아파트)에 거주하고 그것을 전혀 모르는 각계 각층의 입주자들이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고 소탕한다는 이야기죠. 심지어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미 살인범도 공개가 되어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줄거리만 보더라도 상당히 유쾌하고 통쾌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특히나 영화에서 조폭으로 등장한 마동석 씨가 김성균 씨를 때리는 장면이 유달리 많은 것도 한편으로는 악의 축을 소탕한다는 면에서 지금 시기와는 적절한 내용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는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라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로스트>로 미국 안방을 접수한 김윤진 씨나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인 천호진 씨와 장영남 씨 등을 배치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지요. 앞에도 이야기했듯 원작과 영화화의 싱크로율은 거의 일치합니다. 배우들의 배역도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요. 특히나 가방가게 주인 상영과 임하룡 씨의 싱크로율이 높다고 평가를 내린 강풀의 의견을 보더라도 이 작품에 대한 믿음감은 크다는 것입니다.

 

김새론 양의 1인 2역도 멋졌는데요. 1인 2역은 상당히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소심한 여선과 너무나도 적극적인 수연의 두가지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김새론 양은 <아저씨> 이후 줄곧 출연한 영화가 18금 영화였다는 것이죠. 이번에도 김새론 양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지요.

(스포일러가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정말 충격적인, 의외의 인물이 있지요. 바로 김정태 씨가 연기한 종국이라고 불리우는 의문의 사내입니다. 종록이 고민할 때마다 나타나 그에게 말을 거는, 어떻게 보면 환영(幻影)과 같은 인물인데요. 이것을 관객들이 어떻게 이해하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원작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 충격적인 인물의 등장이 전혀 놀랍지는 않겠지만요.)

 

 

 

 

이 리뷰를 쓰고 있을 때 쯤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시기였습니다.

죄없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운명을 달리하는 모습에서 <이웃사람>에서 보여지는 주민들의 모습은 어쩌면 두 가지 모습일 것입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이들의 응징이거나 자신이 억울하게 누명을 씌워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 진실을 파해치는 것이죠.

<이웃사람>의 사람들의 모습이 좋은 의도이건 나쁜 의도이건 간에 분명한 것은 악의 축과 무리들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근데 참 웃기죠. '묻지마 살인'을 벌이는 사람들도,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의외로 원인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렇게 만드는 사람들은 누굴까요?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PS. 영화 속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한 안타까운 점... 이 영화는 분명 강풀 원작인데 그가 오프닝 크레딧에서 차지한 순서는 너무나도 늦네요.

엔딩 크레딧에서 투자자들의 이름이 먼저 올라가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오프닝 크레딧에서도 꼭 그래야 할까라는 의문이 드네요.

또 하나... 일부 극장의 대형 입간판식 포스터에는 살짝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오리지널 티저 포스터에는 '감독 김휘'라는 이름만 올라오고 '강풀 원작'이라는 부분이 빠진 상태로 극장에 포스터가 배포가 되었나 봅니다. 그 때문에 추가된 부분에 김휘 감독과 원작자 강풀의 이름이 표기된 스티커로 임시방편을 한 것 같네요.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제작자나 홍보사들은 원작자에 대한 이름을 꼭 명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당연한 것 아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