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히스테리아]여자만 공감할 것 같다고? 남자도 공감하는 기묘한 기구 이야기!

송씨네 2012. 8. 26. 15:43

 

 

 

※본 리뷰는 영화의 소재상 청소년들에게는 읽기에는 민망한 단어(?)가 많습니다. 청소년들은 주의하시길...

 

서두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고민이 생겨버렸습니다. 처음은 아니더라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죠.

아무래도 소재가 남성들이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소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녀석의 이름은 여러가지입니다. 바이브레이터, 부르르, 여성 자위기구 등등...

그 이름을 부를 때 비로써 그 기구는 우리에게 다가왔고 꽃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죠.

차마 거시기해서 거시기할 수 없었던 이야기... 19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웃지못할 실화... 영화 <히스테리아>입니다.

 

 

 

 

19세기 영국... 그랜빌(휴 댄시 분)은 의사이지만 번번히 병원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꼰대 같은 폐쇄적인 일부 의사들로 인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죠. 세균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그냥 진통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던 시절입니다.

이력서를 여러 곳에 써보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던 그는 로버트(조나단 프라이스 분)가 운영하는 여성 전문병원으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이 곳에 온 여성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히스테리아라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병원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죠.

남편이나 남자들과의 관계를 맺고도 만족을 못하거나 짜증을 몸에 달고 다니는 여성들이 이들 증상의 대부분입니다.

로버트에게는 두 딸이 있습니다. 많은 학문을 공부하고 조신하게 살아가는 둘째 에밀리(펠리시티 존스 분)과 망나니처럼 보이지만 빈민 단체에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첫째 샬롯(매기 질렌할 분)이 있습니다. 로버트는 병원이 잘되면 그랜빌에게 에밀리와 약혼을 시키려고 생각 중입니다. 반대로 샬롯의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그녀에게는 절대 아무런 지원을 하고 있지 않지요.

여성들의 말못할 고민을 해결해준 그랜빌은 점차 많은 환자를 받게 되고 로버트의 병원은 더욱 유명세를 치룹니다.

하지만 손으로 그 말못할 곳을 해결해주다보니 그의 손은 거의 마비 지경입니다. 결국은 환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사태가지 벌어지지요.

이 때 친한 친구이자 갑부인 발명가 에드먼드(루퍼트 에버렛 분)의 도움으로 획기적인 기구를 발명하게 되지요. 그리고 로버트가 사는 집의 하녀로 일하는 몰리(셰리던 스미스 분)에게 시험을 하게 되고 이것이 성공하게 됩니다.

한편 로버트의 뜻대로 에밀리와 그랜빌은 약혼을 하게 되고 약혼식은 평화롭게 이어지나 싶지만 샬롯이 운영하던 봉사활동 단체 건물이 다른이의 소유로 넘어가면서 약혼식장은 쑥대밭의 분위기로 변하게 됩니다. 경찰을 폭행해 법정에 선 샬롯은 감옥으로 가거나 정신병원으로 가야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녀가 히스테리아에 걸렸다고 진술해야 그나마 형편이 나은(?) 정신병원으로 갈 수 있는 상황...

과연 법정에 증인으로 서 있는 그랜빌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나꼼수로 알려진 딴지일보는 과거 독특한 물건을 판 경력이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부르르'...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던 그 기구... 맞습니다. 여성 자위기구이지요.

딴지일보가 초창기 조선일보 패러디와 더불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 '부르르'라는 도구 덕분이었지요.

아이러니한 것은 이 영화 <히스테리아>가 개봉되면서 딴지일보와 나름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죠.

<히스테리아>는 여성 자위기구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독특한 소재의 영화입니다.

영화의 도입부에 실화임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어쩌면 19세기 영국에서 웃을 수 없는 현실이 실제 벌어졌다는 점에서 아마 강조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여성들의 모습은 두가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귀족 여성들이 많이 늘어나던 시기였지만 여전히 여성들에 대한 사회진출이 제한되었고 그것의 포문을 열던 일종의 과도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또 하나는 여성들의 불만족을 정신병으로 생각하는 히스테리아에 대한 인식부족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요즘도 신경이 날카로운 여성들을 히스테리에 걸렸다고 이야기하죠. 농담반 진담반으로 여성들의 그 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며, 노처녀라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보면 성에 대한 욕구 불만과 관계가 있음을 이 작품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접하게 되는 이런 여성 자위기구가 생겨나게 된 것이고, 지금은 여성들의 장난감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과거 이 기구는 의학용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그래서 상당히 특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경쾌한 느낌이 코미디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 작품은 코미디라고 장르를 규정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는 이 바이브레이터의 탄생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그 속에 19세기 여성들의 생활과 성생활에 대한 만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코믹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코믹영화라고 단정하기에는 로맨스도 있고 드라마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어쩌면 이 영화 <히스테리아>에 등장하는 바이브레이터는 그나마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엔 형제의 <번 애프터 리딩> 처럼 더 괴이한 도구가 등장한 경우도 있었으니깐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들 바이브레이터의 대부분은 남성의 성기 모양을 형상화한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괴아한 방식으로 만든 바이브레이터가 등장하기도 해 웃음을 주기도 했지요. 그것을 생각한다면 <히스테리아>에 등장하는 바이브레이터는 작은 기구이지만 기구의 품격마져도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영화는 흥미를 유발시키기에는 좋은 영화지만 의외로 개봉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영화에서는 흔히 말하는 선정적인 장면도 없었고 고작 선정적인 장면이라고 해봤자 그랜빌의 의료행위 이후 여성들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이유는 말 안해도 아실껍니다. 선정적인 소재라는 것이죠. 여성들의 자위기구를 소재로 한 점에서 이것부터가 불순하고 선정적이라는 것이죠. 이런 영등위의 황당한 등급기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만 어이가 없는 판정을 받기는 이 작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이 영화에서는 홍보에서 '바이브레이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바이브레이터'의 사전적 의미는 콘크리트를 부어 넣을 때, 콘크리트에 진동을 주어 골고루 잘 섞이고 다져지도록 하는 막대기 또는 가지 모양의 기계입니다. 물론 일부 포털에서는 19금으로 검색되는 단어이지만 선정적인 의미로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지요. 단지 소재 때문에 18금을 때리고 '바이브레이터'라는 단어를 영화 홍보에도 쓸 수 없다는 것은 영등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2005년에는 동명의 제목 <바이브레이터>가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제목에 민감하게 대응했더라면 당시 영등위는 이 제목에 제동을 걸어야 했을지도 모를일이죠. 이렇게 고무줄같은 영등위의 간섭이나 심의 과정등은 상당히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일관성이 없다면 차라리 영등위라는 단체를 없애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알려진 배우라고는 매기 질랜할이 고작입니다. 감독도 타니아 웩슬러라는 그리 알려진 감독도 아니지요.

 하지만 배우의 힘으로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의외의 소재와 의외의 작품성이 영화의 성패를 바꾸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히스테리아>는 여성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영화라고 봅니다. 더구나 여성의 눈으로 19세기의 영국을 이야기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죠.

남성들에게는 약간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겟지만 음지에 있던 성인용품의 세계를 양지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부담없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거시기해서 민망한 영화... 하지만 잠시 우리는 그 민망함을 내려놓는 것은 어떨런지요?

 

PS.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도 참 독특합니다. 바이브레이터의 역사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아주 특이한 앤딩 크레딧인데 민망함보다는 오히려 이런 도구가 남녀의 성생활에 혁신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상당히 주목할 장면이라고도 보여집니다.

엔딩크레딧에 흘러나오는 'Chopin - Grande Valse brillante in F Major Op.34 No.3 BI.118'가 마지막까지 이 영화의 품격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 영화는 절대 야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