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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 프로젝트]독특, 유쾌, 황당 다큐가 온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다큐가 만난다면?

송씨네 2012. 9. 1. 17:55

 

 

리얼 버라이어티는 재미와 감동, 긴장감을 모두 주어야 한다는 과중한 임무를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일부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재미가 없고 다큐로 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버라이어티는 다큐여야 하는가, 예능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그래서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 그냥 '내키는대로' 말한 공약이 '♪말하는대로~'로 실현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정우와 공효진의 이상한 국토 대장정... 예능의 탈을 쓴 이상한 다큐멘터리 <577 프로젝트>입니다.

 

 

 

 

 

2011년 5월... 백상 예술대상 시상자로 등장한 하정우 씨는 만약 수상을 하게 된다면 어떤 공약을 하실 예정이냐는 공동 시상자인 하지원 씨의 물음에 트로피를 들고 전국을 돌며 국토대장정을 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수상자 명단이 적힌 봉투를 뜯는 순간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지요.

이 프로젝트는 이렇게 탄생하게 됩니다. 어쩌면 최근 배우들이 몇 만 관객을 동원하면, 시청률이 몇 퍼센트 이상 나오면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들은 이런 모습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르죠. 더 나아가면 월드컵 16강, 4강 진출 때도 이런 연예인들의 공약들은 시작된 것일지도...

 

하정우 씨는 홀로 떠나는 국토대장정이 아닌 다른 방식을 사용하게 됩니다.

<러브픽션>을 통해 같이 주연을 맡았던 공효진을 설득(한마디로 꼬!드!겨!서!) 이 이상한 국토대장정에 동참하기로 합니다.

오디션을 통해 열여섯명을 선발하였지만 하지만 오디션은 그냥 하나의 구실이고 실제는 하정우 씨의 친한 절친과 동료들 끌고가기에 이릅니다.

대부분이 조연이나 무명의 신인배우들이 대부분이며 미스 춘향 출신의 이수인 씨를 비롯해, 아침 연속극의 장동건으로 불리우는 이지훈 씨 등의 특이한 이력도 보입니다.

 

19박 20일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국토대장정 일정... 하지만 의외로 이 국토대장정은 여러가지 소소한 장치를 마련하여 다큐지만 나름대로의 규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선 그들은 자신의 출연료를 목표로 국토대장정에 참여합니다. 중도 포기하거나 의사나 관계자들의 판단에 따라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하차 시킬 수 있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날 경우에도 강제 하차를 시킬 수도 있는 상황... (여기서는 '낙오'라고 표현합니다.) 중도 포기할 경우 자신의 출연료도 다 받지 못하며 포기했다는 부분 때문에 자신에게 있어서는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하는 상황도 있다는 것이죠. 이래저래 이 국토대장정은 출연진들에게 부담이 큰 도전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기상시 가장 늦게 기상하는 맴버는 바로 가차없이 물벼락을 그들의 면전에 대고 쏘아 댄다는 것입니다. (물벼락 장면 하이라이트를 모아놓은 장면도 그래서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옆의 전기 콘센트가 있는 곳에서 물벼락은 좀 위험했죠.) 이렇게 독한 벌칙과 규칙이 여러군데 숨어 있다는 것이 이 재기발랄할 국토대장정이 기존의 국토대장정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재미있는 점은 기존의 리얼 버라이어티를 그대로 끌고 왔지만 소소한 코너 속의 코너들을 집어넣은 하나의 TV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가령 하정우 씨가 진행하는 미니 토크쇼인 '하숙쇼'나 공효진 씨가 후배 배우 이지훈 씨에게 고해성사를 받는 신부처럼 등장하는 장면은 마치 TV 프로그램의 버라이어티 쇼의 꼭지를 가져온 느낌이 강합니다. 아침 식사 후 졸고 있는 대원들을 남겨놓고 전대원들이 몰래 도망을 가는 장면들도 '1박 2일'이나 '무한도전' 식의 버라이어티 쇼에서 볼 수 있는 오락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범죄와의 전쟁>와 <이웃사람>으로 알려지기 전의 김성균 씨나 하정우 씨의 동생인 차현우 씨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인상적이지요.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인상적인 장면은 한성천 씨가 등장하는 몰래카메라 장면인데 무거운 돌덩어리가 가득한 짐을 들고 홀로 대장정 길에 올랐으나 심한 부상으로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장면이었지요. 관객들이나 대원들 모두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본 장면인데 이 장면이 알고 보니 역으로 이용한 몰래카메라였음이 밝혀지면서 모두의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지요.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노골적인 간접광고입니다. 노골적인 간접광고를 하고 있다는 자막은 이것이 PPL의 효과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장르 특성상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PPL이 등장할 수 없음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영리한 방법이지요. 이 영화의 제작사인 필라맨트 픽쳐스의 자회사인 CJ 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계열사(!)인 CJ 제품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한은 점은 노골적인 PPL의 진수를 보여주지요. 이외에도 맥주와 라면 등의 업체의 실명이 모두 공개가 됩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는 더 많은 PPL을 보여주는 에필로그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 하나... MBC 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장기파업으로 인해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결방이 되었는데 '무한도전'의 경우가 대표적이었지요. '무한도전'은 허용받은 범위의 PPL(간접광고)만 노출되기 때문에 실제 본방에서는 모자이크도 많았지요. 그런데 유튜브에 올린 특별판 '무한뉴스'에서 무한도전 맴버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와 사업을 대놓고 홍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제 공중파나 케이블 TV에서는 불가능했을 장면이죠. 하지만 영화나 인터넷 영상은 방송법의 심의예서 자유로운 점에서 이런 노골적인 PPL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상당히 코믹한 장면이면서도 우리나라의 간접광고의 실태를 보여주는 약간은 서글픈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동기도 분명하지만 열 여섯명의 모든 사연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심한 간접광고나 욕설 장면을 제외한다면 이 작품은 굳이 영화로 관객과 만나는 것보다는 TV에서 방송되는 것이 더 어울렸을 법한 작품입니다.

금은보화도 없고 바다만 가득한 해남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요?
그나저러나 하정우 씨는 다시한번 국토대장정에 대한 의지를 밝혔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인물들이 함께 할까요? 분명한 것은 시즌 2(혹은 2탄)이 된다면 더욱 더 많은 참가자와 스케일을 자랑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게 된다면 이 작품은 다큐가 아닌 그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되지 않을까요?

 

 

 

PS. Daum과 네이버가 사이좋게 등장하는 PPL도 인상적이죠. 경쟁사가 같이 PPL로 등장하는 경우 흔치 않으니깐요.

이 작품은 필라멘트 픽쳐스의 사실상 마지막 배급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CJ 엔터테인먼트의 독립영화 전용 배급사로 알려진 곳이지만 CJ가 배급한 작품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이 필라멘트 픽쳐스 팀은 해체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자칫 독립영화 발전에 위축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CJ의 CJ E&M 영화사업본부(CJ 엔터테인먼트)가 굳이 CJ 엔터테인먼트, 필라멘트 픽쳐스, CGV가 직접 배급에 참여하는 무비꼴라쥬 등등 많은 계열사 같은 영화 배급사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