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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곽경택 감독의 군대 이야기... 응답하라 1987!

송씨네 2012. 9. 3. 14:34

 

 

 

 

 

저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라면 군대를 만기전역한 것이지만 챙피한 것을 뽑으라면 역시 군대에 갔다 온 것입니다.

얼마전 <아르마딜로> 리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 같은 인간은 군대로 보낸 이 나라를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회 생활에서 어리버리한 제가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군대를 갔다왔다는 것이죠.

저는 보직면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근데 저 같은 사람이 여기 또 있네요. 바로 곽경택 감독입니다.

그는 6개월 방위... 그러니깐 '육방'이라 불리우는 사나이였습니다. 신체 급수에 따라 군생활 일수가 줄어들기도 하는데 이들 중에는 동사무소나 관공서 혹은 헌병대 등의 잡일을 맡는 경우가 있습니다. 곽경택 감독은 젊었을 때 바로 이 18개월 방위(영화에서는 6개월이지만...)를 맡았고 여러 보직을 겸하기도 했지요.

그의 이런 이야기는 단편 <영창 이야기>를 통해 보여지기도 했고 그가 <억수탕>으로 장편영화를 데뷔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단편 <영창 이야기>가 장편으로 그려집니다. 영화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낭만이 아닌 낙만... 낙만(김준구 분)은 6개월 방위, 즉 육방입니다.

때는 1987년... 그는 아버지(오달수 분)가 고문 후유증으로 부양 가족이 없는 것이 참작되어 6개월 방위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김성령 분)과는 아버지의 고문 이후 이혼했으며 미국에서 잘나가는 사업가가 되어있지요.

낙만은 헌병대로 착출되어 군 생활을 하게 됩니다. 기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바둑을 둘 줄 알아 바둑병이 되었고, 사진 작가이던 아버지 덕분에 사진을 찍을 줄 알아 사진병이 되었으며, 이발병 사수가 공백이 생기면서 후임으로 이발병 부사수가 됩니다. 이렇게 그의 보직은 세 개... 인사계 담당 간부(양중경 분) 덕분에 그래도 남은 6개월은 편하게 보내는 편입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중대장(조지환 분)의 미움을 사게 되고 결국 이발 도중 실수로 그는 보직이 하나 더 늘어 납니다. 영창에서 보초를 서는 일이 추가가 된 것이지요.

군생활 도중 다양한 방법으로 군입대를 거부하거나, 혹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수감되는 곳... 그들을 여기서는 (수)'감자'라고 부르지요.

그리고 새로운 수감자가 들어옵니다. 덩치가 큰 이 사내는 절에서 행자로 살아왔다고 해서 그냥 행자(문원주 분)로 불리우지요.

한편 퇴근 후 낙만은 영어 학원에 등록해 미국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권하사(박혜선 분)을 만나게 되지요. 낮에는 여군으로, 밤에는 낙만처럼 영어를 배우러 다니는 동갑내기입니다. 오해도 있었지만 친구가 되기로 하지만 어딘가 모를 낙만에게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날 행자와 작업을 같이 하던 낙만은 그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또 다른 면을 발견하면서 그가 억울하게 영창에 오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측은함을 보이기 시작하지요. 그러나 행자가 휴가 도중 민간인을 성폭행 했다는 죄목이 추가 되며 그에게 믿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낙만은 분노에 가득차게 됩니다. 기원을 어슬렁 거리며 다니던 여인 혜림(정예진 분)이 광녀가 된 것도 같은 이유였으니 그의 분노가 극에 다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죠.

거기에 낙만은 박일병(서혁 분)으로 인해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남은 군생활에 최대의 위기에 부딪치게 됩니다.

과연 미운 오리 새끼 낙만은 화려하게 부활하여 백조가 될 수 있을까요?

 

 

 

 

 

리뷰를 몇 줄 쓰기 이전 검색하여 곽경택 감독의 단편 <영창 이야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영창 이야기>에서 담겨진 부분이 <미운 오리 새끼>의 확장판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헌병대 병장 강헌(박용찬 분)과 부녀자를 강간한 죄로 영창에 온 석호(서태화 분/우라가 알고 있는 그 서태화 씨 맞습니다. 이후 곽경태 감독 작품에 많이 얼굴을 비추었지요.)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요. 단편에 비해 장편으로 넘어오면서는 석호(혹은 행자)가 죄(혹은 누명)를 짓게 된 과정과 강헌(혹은 낙만)이 영창의 범법자들에게 측은지심의 감정을 갖게된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1987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 것이죠. 당시는 전두환 대통령이 정권을 받던 시절이며 수많은 이들이 고문을 받았고 사회주의 이념 관련 서적들만 가지고 있어도 남한산성(영화에서 그렇게 표현이 되었지요.)이라 불리우는 육군교도소로 끌려가는 무서운 시대였으니깐요.

여기서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지요. 바로 노무현 변호사입니다. (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분입니다. 봉하마을 그 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연설 장면을 어렵게 구해 영화에 사용된 것처럼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인권으로 탄압받던 암울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의 주인공인 낙만도 얼떨결에 끼어 있는 것이고요.

어떻게 보면 낙만은 영화에서처럼 아버지만 아니었다면 평범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라고 자책하지 않았을테고요.

 

군대를 소재로 한 영화는 남성들에게는 추억을 생각하게 만들고 공감을 하게 만드는 소재이지만 여성들까지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독특한 그 무언가가 필요했겠지요. 이 영화는 그동안 군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 달리 무게를 잡거나 참전용사니,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지옥의 전사 등의 따위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현역의 이야기가 아닌 방위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깐요. 방위가 사라진 대신 현재는 공익근무 요원 등으로 그 방식이 변경되었지만 관공서나 행정기관의 잡일을 맡는다는 점에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요. 여전히 그들은 오후 6시가 되면 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휴무를 즐기니깐요. 하지만 앞에 영창이라는 소재와 고문으로 피해를 입은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이 영화는 단순히 웃고 떠드는 영화가 아님을 보여주게 됩니다.

 

 

 

 

 

 

 

 

 

또 하나... 이 영화는 곽경택 감독의 초심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창 이야기>로 1995년 서울 단편영화제 우수상을 수상한 곽 감독은 이후 <억수탕>이라는 작품으로 또 다른 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영화들은 이후 더 거대해진 제작비와 출연진들로 상업영화 감독 반열에 오릅니다. <친구>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는 확실히 눈에 띄는 작품들이 없었지요. 더구나 그는 부산 출신이라는 점을 너무 강조해 그의 영화들에서는 부산이라는 지역적인 색깔을 너무 자주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어쩌면 그에게 그것이 독이 되었는지도 모르죠. 물론 <똥개>, <챔피언>, <통증> 등의 작품을 통해 부산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났지만 '곽경택 영화=부산'이라는 이미지는 쉽게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영창 이야기> 시절로 돌아갔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한 그것이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곽경택 감독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요.

 

<미운 오리 새끼>가 갖는 의미는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신인 위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단편 <영창 이야기>의 초심으로 돌아간 것과 마찬가지로 그는 SBS의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인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입상한 배우들을 중심으로 배역을 집어넣었다는 것입니다. 오달수 씨나 곽경택 감독 영화에는 항상 단골로 등장하는 양중경 씨(전 진인사 필름 대표/현 오션드라이브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기적의 오디션' 출신의 배우들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신인들로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위험부담 요소가 많습니다. 비록 그가 캐스팅한 배우들이지만 검증이 된 배우들이 아니라는점에서 (물론 이들 중에는 연극이나 다른 무대를 통해 검증된 분들도 있지만요.) 어려움이 크지만 주연을 한 김준구 씨를 비롯해 문원주 씨, 조지환 씨, 고영일 씨, 정예진 씨, 박혜선 씨 등 모두 어긋남이 없는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곽경택 감독의 선택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곽경택 감독과 같은 짧은 복무를 하지 않았지만 보직이 많았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낙만의 모습이 저와 닮아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PX병, 취사병에 결국은 마지막 60미리 박격포를 맡게 되었지만 어쩌면 이런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말로만 듣던 '보호관심 사병'이었습니다만 선임과 후임, 간부들의 보살핌이 아니었다면 제가 군생활을 완벽히 마쳤을까라는 의문도 듭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우리들의 군생활은 악몽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죠.

 

 

 

PS. 이 영화에는 까메오가 은근히 많습니다. 앞에 김성령 씨를 비롯해 '미수다'의 브로닌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극과 극의 카메오도 있습니다. 정극의 연기를 보여주는 조혜련 씨(동생 조지환 씨를 응원하기 위해 출연하셨다고 하죠. 멋집니다.)가 있다면 실제 간호사 출신의 신신애 씨는 '세상은 요지경'의 탄생과정을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앞에 이야기했던 단편 <영창 이야기>를 다행히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네비버 영화 섹션에서 공개되었는데 <미운 오리 새끼>의 개봉시기에 맞춰 공개를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다만 이 단편은 내년(2013년) 3월까지 서비스된다니 곽경택 감독의 풋풋했던 연출시절이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http://today.movie.naver.com/today/today.nhn?sectionCode=MOVIE_SAT§ionId=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