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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내 아들을, 내 주위 사람들을... 그리고 청계천을 구원하소서! 김기덕의 의미심장한 컴백!

송씨네 2012. 9. 6. 22:42

 

 

 

※리뷰 내용상 스포일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경고 드렸음에도 항의 하시는 분들이 없길 바랍니다.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을 들고 나와 자신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마음 속에 모든 것을 내뱉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을 보고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김예나 씨 일인극으로 도전한 <아멘>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다시한번 관객에게 못박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리랑>과 <아멘>은 일부 관객만 본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관람을 제한한 영화가 아니라 그 기간과 장소를 제한해버려서 많은 이들이 그의 영화를 공감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곧 재기를 할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복귀전이 시작됩니다. 구원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이 세상... 영화 <피에타> 입니다.

 

 

 

 

창 밖으로 세운 전자상가가 보입니다. 그는 청계천에 삽니다.

그의 이름은 강도(이정진 분)... 이름처럼 그는 떼인 돈을 받아내는 건달입니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폭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목적도 아닙니다.

그냥 몸 한군데가 망가지면 그것을 보험료 챙겨 돈을 받아내면 그만이니깐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찾아옵니다. 버려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조민수 분)은 자신을 강도의 어머니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친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방법으로 그녀를 보내려 했지만 그녀는 계속 그의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어머니... 30 여년이 넘은 지금까지 강도에게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강도에게 희생당하거나 다쳤던 이들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고 그녀 역시 위험했으니깐요.

어머니로 인정하고 첫 생일을 맞은 강도... 하지만 어머니가 최근들어 계속 종적을 감춥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뜨게질을 하고 있고요.

피에타... 자비를 배푸소서. 과연 이 악마같은 아들은 새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김기덕 감독이 예능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좀 갸우뚱 했습니다.

씨네 21이나 무비위크 같은 영화잡지나 언론에는 그렇게 인터뷰를 거절하며 은둔 생활을 하던 그인데 그는 왜 갑자기 180도 바뀐 전략을 추구했는지 말이지요.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말합니다. 그동안 언론들이 인터뷰를 거절하다보니 자신의 영화나 이야기들을 왜곡시키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지요. 그가 집단 토크쇼인 '강심장'에 나와 조크를 보여준 것도 어쩌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아예 작정하고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앞에 이야기했던 <아리랑>과 <아멘>을 통해 보여준 자신의 의지와도 약간은 닮아 있었던 대목이니깐요.

 

 

그는 <피에타>에 대해 청계천의 노동자들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청계천 근처에는 많은 전자, 조명상가 등도 있고 시장들도 있지만 철강이나 공업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이죠. 그들은 누군가의 하청이나 요청을 받고 일을 하였지만 청계천 개발로 인해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빌딩들이 들어서게 됩니다.

강도는 이들을 향해 돈을 뜯어내는 그야말로 '날강도'에 '양아치'이지요. 그는 그들의 사정을 잘 모릅니다.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마치 저승사자처럼 나타나 채무자들의 숨통을 조여내는 인물이니깐요.

 

 

그런데 그가 의외로 수금을 포기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만삭의 임신을 앞둔 산모를 둔 남자(권세인 분)에게 수금하러 왔을 때 인데요. 아이의 양육비를 위해서 자신의 몸을 희생하고 싶다는 이 남자는 젊었을 적 그와 함께한 기타를 들고 노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강도는 그의 손목을 기계에 넣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도가 가게를 나가자 마자 이 사내는 결국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게 되지요.

이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강도 앞에서 자살하는 남자(송문수 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시절 청계천에서 일하였을 때를 추억한 이 남자에게 남은 것은 빚더미죠. 강도는 의외로 이 남자에게는 존댓말을 쓰면서 자살하면 보험료 보상비 부분이 복잡해진다고 이야기하며 말리지만 그렇게 심하게 말리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강도는 이들의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하려고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냉혈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이죠.

 

 

 

 

 

(여기서부터 강력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또 다른 의문은 아마도 강도의 어머니라 자청한 여인일 것입니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은 종교적인 부분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피에타'라는 용어 자체가 '자비를 배푸소서'라는 뜻도 있지만 회화의 한 종류로 죽은 예수를 끌어안은 성모마리아의 형상을 한 작품들을 통틀어서 말한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도입부의 강모의 어머니로 주장하는 이 여인은 강도의 모든 죄를 다 짊어지겠다며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를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영화의 첫장면이 휠체어를 탄 한 남자가 목을 메달고 자살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 그녀가 와서 냉장고 앞에서 흐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그 여인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사실 그녀는 강도의 어머니가 아니었던 것이죠. 그녀는 상구(이원상 분)라는 사내의 어머니로 어떻게 보면 강도에게 복수를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바로 채무자의 유가족인 것이죠. 그러나 그녀는 완벽히 강도를 속이고 어머니로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매우 단순하지만 한 편으로는 치밀했습니다. 강도의 어머니가 되고 나서 강도가 모정을 느끼게 될 때 그 앞에서 자살하여 강도를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든다는 것이죠. 자살을 하기로 한 강가의 폐가 건물 앞에 나무를 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는 단순히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어쩌면 강도가 어머니의 희생에 충격을 받은 것도 모자라 그녀가 자살을 한 채무자의 가족이었다는 사실에 한번 더 충격을 받는 2단 콤보의 '멘탈 붕괴' 상태에 오게 만든 것이죠.

 

 

(사실상) 김기덕 감독의 복귀작은 이렇게 의외로 강력한 한 방도 모자라 여러번 관객을 향해 펀치를 날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한 작품에 여러 이야기를 잘못 담으면 오히려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그는 모성애와 돈의 노예, 청계천의 재개발 속에 감춰진 슬픔 등을 모두 담아내는데 성공합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학력이 낮다고 이야기하지만 공장에서 살아왔던 그의 과거가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많이 반영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기덕 감독을 만나기 전의 배우들은 솔직히 주목을 덜 받던 배우들이 많았지만 그와 함께 작업한 배우들 중에는 의외의 배우들이 많았지요.

장동건 씨, 이나영 씨, 오다기리 조 등의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을 했고 이번에는 이정진 씨와 조민수 씨라는 의외의 배우들과 작업을 하게 됩니다.

'비덩'(비주얼 덩어리)로 놀림만 받던 이정진 씨는 김기덕 감독과 작업함으로써 그에게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조민수 씨라는 중견 여배우의 재발견을 통해 김기덕 감독은 캐스팅의 다양성에 불을 지피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여배우 기근(부족)이라고 떠들던 충무로이지만 사실 신인배우들만 생각했지 중견배우들 중에서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를 찾지 않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무로의 판단 오류였다는 것이 이번 기회를 통해 보여준 것이 되지요.

 

 

 

 

영화는 마지막에 또 한번 강력한 한방을 관객에게 때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김기덕 영화다운 엔딩일지는 모르지만 기존의 영화에서 봤던 엔딩과는 허를 찌르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으니깐요. (이런 엔딩은 임상수 감독의 <하녀> 이후 오랜만인 듯 싶은지도...)

어쨌든 김기덕 감독의 귀환을 환영하며 그가 토크쇼에서 보여준 새로운 모습 만큼이나 이제는 자주 얼굴도 비춰주시고 관객과의 소통도 자주 하셨으면 좋겠네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청계천의 모습은 어두움 그자체입니다. 가게의 대부분이 문을 닫고 빚더미에 시달리며 영화 속 훈철 부부(우기홍 분/강은진 분)처럼 비닐하우스에 뻥튀기라도 팔아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차라리 속편하게 이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스님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명목 없는 재개발 그리고 거기에 희생당한 사람들... 영화 속 강도도 구원을 받고 자비가 필요한 순간이지만 어쩌면 그야말로 구원이 필요한 순간은 이들이지 않을까요? 푸른집의 그 분도, 도피 유학을 떠나신 또 다른 전 서울시장 분께도 책임을 묻고 싶지만 이래저래 책임을 물을 사람은 너무나도 많네요.

누굴 위한 돈이며, 누굴 위한 개발이고, 누굴 위한 철거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