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건 탐정사무소]시간을 지배하는자~! 시간여행과 SF 액션으로 돌아온 드림팀!

송씨네 2012. 9. 5. 18:17

 

 

 

작년 금호동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달동네 같은 길을 뚫고 뚤어 온 곳은 약간은 허름한 옥탑방입니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잘 아는 곳이기도 하죠. <이웃집 좀비>와 <에일리언 비키니>를 만든 제작팀 키노 망고스틴의 사무실이자 오영두&장윤정 부부의 집이기도 합니다.

오영두 감독은 위 두 영화의 감독이며 장윤정 씨는 의상과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그의 부인이죠.

그런데 참으로 마술같은 것은 이 좁아터진 옥탑방에서 두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내부구조를 약간씩 바꾸며 세트의 역할까지 충실히 해냈다는 것입니다.

치맥파티를 하면서 금호동 전경을 바라보았는데 이 곳도 내년(2012년)이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영화가 키노 망고스틴의 새 영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예산으로 마술과 같은 액션과 효과를 나타내는 이들의 새 작품... <영건 탐정사무소> 입니다.

 

 

 

 

6월 30일... 한 고고학자가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됩니다.

그 학자의 눈에는 작은 시게가 박혀있는 상태로 처참하게 살해된 상태입니다.

한편 서울 어딘가의 낡은 상가에는 대한민국 민간조사원 협회 자격인증을 받은(!) 사립탐정 영건(홍영근 분)과 실질적인 안방마님인 까칠한 하사장(하은정 분)이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가 있습니다.

파리만 날리는 상황에서 TV 광고도 시작하고 LED 전광판도 달아보았지만 손님은 늘어날 생각을 안합니다.

그리고 몇 일이 지나 한 여인이 찾아옵니다. 후드티에 선글라스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그녀는 고미술학 박사인 송현(최송현 분)으로 영건에게 사람을 죽여달라는 청탁을 합니다. 허가받은 일은 할 수 없다는 영건의 거절에 송현은 밖으로 향하고 괴한에게 납치된 것도 모자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뜹니다.

죄책감에 시달린 영건은 이 사건이 보통 사건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그런데 박물관에서 송현과 닮은 또 다른 여인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것이 타임머신으로 인해 3일 후 미래에서 온 송현이 영건에게 온 것임을 직감하지요.

그녀는 죽은 김승룡 박사(조승연 분)가 타임머신을 연구하고 있었고 정체모를 괴한에게 습격 당하여 세상을 떠났음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타임머신을 손에 넣으려고 다른 이들을 무참히 살해한 틱택토(배용근 분)의 짓이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사건을 탐문할 수록 많은 이들이 희생하게 되고 영건과 송현은 타임머신을 되찾아 원상복귀를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습니다. 송현 역시 3일 후면 먼지처럼 사라질테니깐요.

 

 

 

 

인디스페이스에서 오붓한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비가 온 날이라서 그런지 관객도 많지 않아 그냥 마이크 없이 쭈그려 않아 대화를 나누듯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오영두 감독은 이번에도 전작인 <에일리언 비키니>에 이어 시계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우연치 않게 시계, 시간에 대한 소재를 다시 다루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 다른 점이 몇 가지 보이는데 우선 일본 탐정영화의 대가인 하야시 카이죠 감독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고요, 금호동 옥탑방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화면을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 영화에서도 금호동 키노 망고스틴의 아지트가 빠지면 섭섭하겠지요. 그러나 앞에도 이야기드렸듯이 이 영화를 끝으로 더 이상 그들의 옥탑방 본부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쉽네요.)

 

 

또한 주목할 점은 액션과 CG의 비율이 많이 늘었다는 것인데 전작 <이웃집 좀비>와 <에일리언 비키니>가 특수분장이 많았다면 아무래도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CG를 비롯한 특수효과가 더 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특히나 영건의 팔에서 나오는 검이나 총 등의 장면에서 여전한 그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인상적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보통 길이를 즉정할 때 쓰는 건축용 줄자도 영화에서는 긴장감 넘치는 무기로 등장하여 인상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노 망고스틴의 전속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홍영근 씨, 하은정 씨 외에도 이번에는 비장의 카드가 등장했는데 바로 KBS 아나운서 출신의 최송현 씨 입니다.

물론 지금은 연기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저예산 영화에 과감하게 출연한 그녀의 등장은 의외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역시 배우답게 쾌활함과 진지함을 모두 지니고 있는 학자 송현 역을 맡아 열연을 했고요. 박혁권 씨는 의외의 장면에 등장하여 재미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아울러 악당 틱택토로 등장한 배용근 씨의 경우 실제로 뵈었는데 유머감각도 있으시고 참으로 멋진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배용근 씨가 윤성호 감독님 사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시라네요. 이건 뭐지? ^^; )

 

 

 

 

 

 

사실 좀 의문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렇게 자극적인 부분이 없음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요.

이에 대해 이 영화의 배급사인 인디스토리 측과 오영두 감독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으로써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영화에서 등장한 성인용품 가게 때문이 아니었는가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영화 속에서 닥터창(김의창 분)이 운영하는 가게는 일종의 위장을 하기 위하여 등장한 곳으로 평소에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성인용품점으로 등장하지만 영건이 위험에 처했을 때는 그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죠. 사실 영화에서 이런 장면들은 많이 나오죠. 대부분 이들은 헤커로 등장하는데 보통 어둠속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주인공을 돕는 역할과 달리 저는 오히려 성인용품점을 운영하면서 영건을 돕는 닥터창이라는 인물이 상당히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영둥위께서는(!) (영화 <히스테리아>사건 이후 2회 연속으로 등장하시죠.) 단지 성인샵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이런 등급을 준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우리나라가 여전히 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폐쇄적이라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바이브레이터'라는 단어도 못쓰게 만들었던 영화 <히스테리아>의 경우처럼 'SEX'라는 단어만 나와도, 비슷한 어감의 단어나 장소만 등장해도 19금을 때린다는 것이죠.

참으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최근 뮤직비디오 검열도 그렇고 영등위의 모습을 보면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여성가족부가 쓸대없는 참견으로 문화발전을 어지럽히더니 이제는 영상물 등급 위원회가 이런식이니 독립영화나 가요가 발전하는 계기를 그냥 막아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듭니다. 독립영화 발전, 한류 문화로의 성공을 위한다면 영등위의 고무줄 등급, 고무줄 심의 방식은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이 작품은 속편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건이 와팔이가 된 이유도 그렇고 영화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김 박사가 2편에서는 재등장 할 것이라는 귀띔도 해주시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이 영화는 많이 관람하시고 좋은 평가를 내린다면 속편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봅니다.

여기서 '영건 탐정사무소'의 슬로건을 다시 살펴봐야겠지요.

"셜록에게 맡기기 사소하고 코난에게 맡기기 남사스러운 이런저런 공사다망한 모든 것 영건에게 맡기세요.

VIP고객이든, 내부고객이든, 잠재고객이든 한 분 한 분 모두 소중한 영건 탐정사무소 고객님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