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더 레이디]민주주의의 후퇴... 아웅산 수치를 통해 보는 민주주의 필요성!

송씨네 2012. 9. 10. 13:58

 

 

※리뷰를 읽으시기 전에 미리 알려드립니다.

원래 표기대로라면 '아웅 산 수 치'(Daw Aung San Suu Kyi)가 정확한 표기방식이지만 이 리뷰에서는 비교적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한글 표기법인 '아웅산 수치'로 표기되었음을 미리 알립니다.

 

 

그 어느때 보다도 요즘 민주주의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정부는 침묵하고 인권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불법 감찰이 이어짐에도 왜 모두들 바로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좀 빨리 개봉이 되었어야 했을텐데 약간 늦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랑블루>, <제 5 원소>의 뤽 베송 감독이 들고 온 신작 이야기인데요.

그와 함께 할 파트너도 의외의 인물입니다. <예스 마담> 시리즈로 사랑받았으며 헐리웃 진출에도 성공한 얼마되지 않는 홍콩 스타 중 한 명... 바로 양자경입니다.

그녀가 총과 무기 대신 펜을 들었습니다. 펜이나 말(言)이 오히려 여기서는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싶어요.

미얀마의 민주화에 앞장선 '철의 난초'로 불리우는 아웅산 수치 여사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 <더 레이디>입니다.

 

 

 

1947년, 미얀마의 넓은 저택... 부녀지간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평화롭던 한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 남자는 저택을 떠나 나라의 독립과 민주주의에 대해 의논을 하러 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곧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립니다. 이것이 그녀가 아버지를 잃게 된 이야기입니다. 몇 년 후 그녀는 영국에서 한 남자를 만났고 결혼도 하였습니다.

그녀 아웅산 수치(양자경 분)의 행복한 나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나라 미얀마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말이죠.

혈혈단신 그렇게 찾아온 그 곳은 총소리와 피범벅으로 부상당한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었습니다.

그녀는 과거 부모님이 살았던 저택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당분간 미얀마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하지만 아웅 산 장군의 딸이었던 그녀에게 많은 이들이 민주화를 위해서는 그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8888 항쟁 (1988년 8월 8일 오전 8시)으로 위기에 빠진 미얀마를 위해 그녀가 나서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미신 따위를 아직도 믿는 미얀마 정부의 장군들은 그녀가 있게 되면 자신들의 쿠테타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그녀를 얽메이기 시작합니다.

아웅산 수치의 남편인 마이클(데이빗 튤리스 분)을 비자가 무효되었다고 쫓아냄은 물론 그들의 자녀들도 이중국적을 무효화 시키기 시작하지요.

1989년 결국 그녀는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가택연금을 받게 되는 신세가 됩니다.

남편 마이클의 눈물겨운 노력도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한 전세계에 대한 호소는 물론 노벨 평화상 후보로 그녀를 넣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합니다.

1990년 그녀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은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지만 이것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효화가 되었으며 1991년 노벨 평화상을 받지만 수상자인 그녀는 시상식장에 나타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감옥이 아닐 뿐 마치 창살없는 감옥에 살고 있는 아웅산 수치... 그녀에게 희망은 찾아올까요?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복잡한 미얀마에 대한 역사를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요.

1937년 미얀마는 인도에서 분리되어 나라가 세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일본과 영국이 간섭이 더해지면서 온전한 나라가 될 수가 없었지요.

바로 아웅산 수치 여사의 아버지인 아웅 산 장군이 미얀마의 독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1947년 7월 완전한 독립국가를 꿈꿔보지도 못하고 정체 불명의 암살단들에게 살해당하게 됩니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나설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였지요. 사회주의를 표방한 미얀마 정권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였고 있것이 앞에 잠시 이야기한 '8888 항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8이란 숫자가 무려 4번이나 겹쳐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항쟁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머니의 병간호로 시작된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미얀마 생활은 결국 그녀를 정치계에 입문하는 기회를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쿠테타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국가를 만들려던 세력들에게는 이런 아웅산 수치의 등장이 반가울리가 없지요.

그들은 아웅산 수치에게 폭력을 사용하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그녀를 괴롭히게 됩니다. 그녀의 가족과 친했던 사람들을 가두거나 미얀마에 오지 못하도록 막아버린 것이죠. 남편 마이클이 암선고를 받았을 때, 그리고 그녀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음에도 자유롭게 나갈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나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었지요. 돌아오지 못하게 될 경우 사실상 미얀마는 이들 쿠테타를 일으킨 인물들이 나라를 통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 뻔하니깐요. 그녀가 창살없는 감옥에서 가택연금을 받게 된 이유도 이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잠시나마 그녀의 가택연금이 풀리긴 하였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여전히 만날 수 없고 출국은 가능해도 돌아올 수는 없는 억지스러운 조건으로 인해 사실상 여전한 가택연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가택연금은 무려 15년이라는 기간동안 이루어졌고 2010년 11월이 되어서야 그 가택연금이 완전히 풀리게 됩니다.

 

이렇게 미얀마 역사와 아웅산 수치의 이야기만 풀어놓아도 이렇게 한 문단이 완성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 바로 <더 레이디>입니다.

어떻게 보면 얼마전 개봉한 메릴 스트립 주연의 <철의 여인>과 비교해 봐도 좋을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민주화를 이끌어 냈으며 많은 고난과 위기를 겪었음에도 다시 날개짓을 통해 성공한 위대한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느낄 수 있으니깐요.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감독은 뤽 베송이며 양자경은 바로 아웅산 수치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시나리오를 먼저 읽은 것은 양자경이었고 이 시나리오를 뤽 베송에게 건내면서 이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뤽 베송은 <그랑블루> 같은 드라마도 만들었고, <잔다르크> 같이 영웅의 일대기도 만들어봤지만 총과 칼을 쓰지 않고 평화적으로 민주화를 이끌어낸 아웅산 수치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드라마(전기 영화)는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외의 모습은 양자경과 아웅산 수치의 싱크로율입니다. 양자경은 홍콩에서 영화배우로의 활동을 했지만 말레이시아 출신입니다.

아무래도 서구적인 스타일보다는 동양적인 외모가 더 가까운 배우이고 그런 그녀에게 미얀마의 민주화를 앞당긴 아웅산 수치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리뷰에서 남기셨듯이 이 영화는 아웅산 수치 만큼이나 그의 남편 마이클 아리스의 이야기에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제목이 <더 레이디>로 만들어진 것은 잘못된 것 같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남편이 부인의 독립의 의지를 이해하고 그녀를 살리기 위한 운동을 끊임없이 벌였다는 점에서는 아웅산 수치의 수많은 일화 만큼이나 중요한 이야기였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깐요.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양자경 만큼이나 데이빗 툴리스의 연기에도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좀 묘한 구석이 있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를 배급한 곳은 CJ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큰 반응을 일으켰지만 언제 개봉이 될지는 매우 궁금한 작품이었습니다. CJ의 미디어 계열사인 tvN의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는 뤽 베송 감독을 두 번 초대하였을만큼 이 영화에 나름 공을 들여 수입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가 개봉된 곳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차상영이 많습니다. 이는 자회사인 CGV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렇다면 뤽 베송을 그렇게 인터뷰한 '피플 인사이드' 팀은 뭐가 되는 것일까요? CJ 엔터테인먼트(CJ E&M 영화사업부)가 영화의 수입과 배급, 심지어는 제작 등을 관여하다보니 정신이 없다는 것을 물론 잘 압니다. 하지만 마음먹고 영화를 수입했더라면 그 영화에 대해 적어도 책임을 지는게 우선이 아닐까 싶네요. 이는 과거 <제 5원소>로 인해 굴욕을 주었던 뤽 베송에게 또 다시 굴욕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제 5원소>는 국내에 상영될 당시 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수입사 멋대로 편집해 문제가 되었고 이로 인해 한국을 내한한 뤽 베송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었던 일이 있습니다. 이후 영화 <택시>에서는 한국인을 비하시키는 내용을 넣어 의도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죠.)

 

 

 

 

<더 레이디>를 보며 우리나라의 민주화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인권 탄압을 받으며 폭력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용산 참사, 쌍용 노조 등등 수많은 비윤리적인 사건이 벌어짐에도 인권위는 침묵하고 있고 심지어 용역이 나타난 시위현장에는 경찰은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이며 정당히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탄압이 지속된다면 미얀마... 아니, 북한과도 다를바가 없지요.

<더 레이디>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할 이유가 그것입니다. <두 개의 문>이 어두운 대한민국의 인권의 현주소라면 <더 레이디>은 미얀마와 아웅산 수치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지는 민주주의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한 모범답안처럼 보이기 때문이지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