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투 올드 힙합 키드]늬들이 힙팝을 알어? 그들에게 쥐어진 MIC, 그들에게 쥐어진 세상!

송씨네 2012. 9. 14. 14:17

 

 

 

 

 

올해 여름... 저는 정동진으로 저만의 피서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멀고 먼 거리를 고속버스 타고, 시내버스 타고 와서 보니 너무나도 좋았지요.

정동 초등학교에 달이 뜨고 에어스크린 속에서 정동진 독립영화제 상영작들을 보았는데요.

장편, 단편 작품들 중에 개막식 첫날 보았던 독특한 다큐를 잊을 수가 없더군요.

힙합을 사랑하던 소년들이 청년이 되고 30대를 향해가는 그들에게 그들이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힙합... 여러분은 얼마나,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다큐멘터리 <투 올드 힙합 키드>입니다.

 

 

 

 

 

 

우선 이 영화의 감독부터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정대건 감독은 과거 힙합에 빠져 살던 힙합 키드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모여 하나의 그룹을 조직했고 무브먼트처럼 하나의 조직을 만들게 되지요. 이들의 이름은 'TRF'...

정대건 감독은 힙합 키드의 삶을 포기하는 대신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을 바꿉니다. 하지만 약사이자 그의 어머니는 이런 정대건 감독의 변화에 약간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 'TRF' 맴버들을 수소문 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이 다큐의 시발점이지요.

 

 

 

다큐는 그들의 현재의 모습을 비춰줍니다. 10대 후반에 음악을 시작한 그들은 이제는 20대 후반의 청년들이 되었고 3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중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은 '투게더 브라더스'라는 힙합그릅의 지조(민주홍 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가 완성되는 시기에 '투게더 브라더스'의 신곡이 나왔고 그들은 미친듯 포장을 하고 인쇄도중 빼먹은 바코드 스티커를 가내수공업처럼 직접 붙이는 광경도 보여주지요.

허클베리 피(박상혁 분)과 JJK(고정현 분)의 활약도 이 다큐에서는 두드러지지요.

 

 

 

하지만 세상일이 만만치 않은 것처럼 MIC를 잠시 놓은 이들도 있습니다.

정대건 감독이 소방관으로 활동하다가 영화감독이 된 것처럼 이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TRF' 전 맴버들 중 가장 잘나가는 류현우 씨는 M&A 컨설턴트 일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동료인 디리그(D-League) 앨범을 준비하며 여전히 힙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고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장지훈 씨나 공대 대학원생이 된 김기현의 경우는 의외의 결정을 내렸지만 그들이 그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힙합을 잊는 것도 아니지요. 마음에 드는 상대를 위해서는 자신의 장기를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고, 힘들고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는 멋지게 즉흥 라임을 보여주면 되니깐요.

 

 

 

 

 

 

 

 

 

힙합이라는 음악의 세계는 상당히 거칩니다. 상대방을 누를 수 있는 디스가 허락되며 이런 공격은 힙합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디스는 힙합에 공격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하죠. 상당히 불쾌한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힙합을 아는 분들은 이 디스라는 부분이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것이고요. 얼마전 힙합 뮤지션판 '나가수'를 표방했던 Mnet의 '쇼 미더 머니' 같은 프로그램들을 보더라도 힙합이라는 음악이 상당히 거칠지만 한번 느끼게 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음악이라는 것을 알게되지요.

 

 

이 영화는 몇 년전 상영한 <우린 액션배우다>와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자신이 하고픈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 있는 점에서 유사성을 띄고 있지요.

<우린 액션배우다>의 정병길 감독의 경우 스턴트맨에서 감독이 되었듯 이 영화의 정대건 감독은 힙합 뮤지션에서 감독이 된 것이니깐요.

또한 <우린 액션배우다>의 스턴트맨들이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잠시 포기하고 어린이 뮤지컬에 배우가 되거나 다른 일을 하는 모습처럼 <투 올드 힙합 키드>의 등장인물들 역시 많은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자신들이 원하던 음악을 할 것이냐, 아니면 생계를 위해 생활전선으로 뛰어드느냐의 고민일 것입니다.

정동진 독립영화제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은 정대건 감독에게 힙합 라임 한 소절을 부탁했지만 정중히 거절을 하시더군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가 힙합하는 특이한 감독으로 알려질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부 맴버가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TRF' 맴버들이 멋지게 합동공연을 펼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다큐의 파이널을 향해가는 장면이었지요.

정대건 감독이 MIC가 아닌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에 대해 JJK는 이런말을 했죠. "무대 위에 오른 사람만 힙합을 하는 것이냐? 그것은 아니다. 지금 촬영을 하는 정대건 감독도 영화로 힙합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 자리에 있는 관객도 힙합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젊음을 소비한 도구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에게 힙합은 아름다운 청춘을 지낼 수 있었던 멋진 일들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분에게 젊음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힙합은 어떤 존재인가요?

힙~합.... 히비히비 힙~합! 힙합 명곡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나저러나 군대에서 힙합 그렇게 좋아하던 군대 선임(저랑은 나이는 비슷하지만)은 뭐하고 있을려나 싶네요.

 

PS. 이 다큐는 비를 자주 부르는 작품이네요. 시사회나 특별 상영에는 항상 비가 내렸던 것 같습니다.

올해 열린 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야외 상영에서는 비가 내렸고, VIP 시사회에서도 비가 내렸다네요.

그리고 제가 관람했던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는 영사사고가 있었습니다.

근데 오히려 이런 징조가 영화가 대박이 날 것 같은 징조처럼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잘 될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