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간첩]생계형 간첩의 눈물겨운 사투기... 풍자가 더 있었더라면 좋을 아쉬움.

송씨네 2012. 9. 21. 15:29

 

 

 

남한 내에 고장간첩 5만 명이 암약하고 있으며 특히 권력 핵심부에도 침투해있다. 우연히 김정일의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보았더니 여권 핵심기관의 회의 내용과 참석자들의 발언내용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1997년 남한으로 망명을 한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는 이런 충격적인 고백을 통해 남한에 알게 모르게 간첩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간첩 혹은 스파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은 이렇게 몰래 잠입해 정보를 빼내는 사람들인데 우리가 경계 해야할 것이 빨갱이라고 부르면서 비하하는 사회주의 예찬론자들과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에게 간첩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대부분이 앞에 이야기한 '빨갱이', '변절자'의 느낌이 더 강한 것은 실제적으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간첩들보다 눈에 보이는 사회주의 예찬론자들이 더 간첩처럼 보이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간첩>입니다.

 

 

 

 

 

 

 

한강... 한 남자가 차 안에서 접선을 하고 있습니다. 한 사내가 건내주는 물건은 다름아닌 중국에서 밀반입된 짝퉁 비아그라...

김과장(김명민 분)이라 불리우는 이 사나이는 중국에서 밀반입된 물건들을 판매하는 판매상입니다.

하지만 진짜 그의 직업은 남한에 들어와 남한의 주요 기밀정보를 빼내오거나 변절자들을 암살하는 간첩입니다.

그러나 먹고 살기도 바쁘고 위에서 내려온다던 공작금은 구경도 해본지 오래입니다. 비아그라 팔아서 남는 돈으로 전세값도 내야하고 네 가족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이지요.

그런데 그런 그에게 지령이 내려옵니다. '목련꽃이 피었다'라는 지령을 받은 김과장은 과거 자신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40 여년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윤고문(변희봉 분), 부동산 가게를 운영하면서 억척스럽게 앞못보는 아들을 홀로 키우는 강대리(염정아 분),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라면 개거품을 무는 귀농청년 우대리(정겨운 분)까지... 이들은 북한 최고의 암살자인 최부장(유해진 븐)의 지시로 다시 모였습니다.

모인 이유는 남한으로 귀순한 리용성 전 외무성 부상(이승호 분)을 암살해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리부상이 남한에 귀순하는 조건으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가 살고 있는 저택에 침입해 거액이 들었을지 모르는 금고를 털기로 마음먹은 것이지요.

그러나 국정원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과장의 동태를 살펴보던 국정원 한팀장(정만식 분)은 김과장의 아들이 속해있는 초등학교 야구단에 자신의 아들도 선수로 입단시킬만큼 치밀했기 때문이지요.

시간이 되었고 암살하려는자와 암살보다는 어딘가의 거액의 돈에 관심있는자로 나뉘어진 상황... 김과장에게는 처자식과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강대리 역시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소중합니다. 우대리는 FTA 개방으로 더이상 주저 앉을 곳도 없기에 모두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과연 그들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 작품 <간첩>은 고인이 된 황장엽 씨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한 작년에 류승완 감독이 만들었던 MBC 다큐 <타임-간첩>편에서 힌트를 얻은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간첩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이 간첩은 아니라는 것에 생각을 해봐야겠지요. 완전히 사회주의 예찬론자들이 있는 반면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두 가지를 적절히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는 것인데 이들까지 간첩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류승완 감독의 <간첩>이라는 다큐는 어쩌면 이념이 다른 사람을 무조건 간첩이나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는 이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효과를 보여주었지요, 영화 <간첩>도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되어집니다.

 

간첩을 다루는 영화는 사실 많았습니다. 더 수십년전으로 가보면 신상옥 감독의 1990년 작품 <마유미>는 김현희 씨의 KAL(지금의 대한항공)기 폭발, 납치사건을 다루면서 김현희 씨의 당시 범죄의 가담과정을 다룬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영화들은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허당 간첩의 이야기를 다룬 장진 감독의 <간첩 리철진>이나 강제규 감독의 스펙타클한 간첩 <쉬리>, 간첩의 잘못된 예를 보여주는 <효자동 이발사>, 간첩이 절친이 되고 의형제가 되는 장훈 감독의 <의형제>도 있었지요. 

간첩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최종훈 작가의 원작 만화인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곧 영화화를 준비하는 작품들도 있으니깐요.

총과 무술로 무장한 간첩이라는 이야기는 여전하지만 '알고보니 이웃집 사람이 간첩이었네'라는 친근함을 무기로 한 영화들이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 영화는 생활 속에서의 친근한 소재들을 집어넣고 있습니다.

부동산 복비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악착같이 일하는 부동산 주인, 싸구려 비아그라를 팔지만 자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고생하는 가장, 한미 FTA로 인해 소값이 개값이 되어버린 젊은 농민, 그리고 거리에 앉아 쓸쓸히 노후를 보내는 독거노인... 이들이 알고보니 간첩이었다라는 점은 그래서 상당히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간첩이 모이는 과정입니다. 암호가 들은 지령을 전달받고 암호 해독 후에 그 지령에 임한다는 것이죠. 더구나 이들은 이름대신 회사의 직책(과장, 대리...)으로 닉네임이 붙어진 상태에서 활동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조직이자 하나의 회사라는 것이죠.

 

 

 

 

 

 

근데 좀 아쉬운 부분도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초반에 이 시사적인 부분을 그대로 끌고 나오면 상당히 재미있는 코믹 액션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코믹했던 이야기가 갑자기 비장하게 총질을 하는 영화로 바뀌니깐요. 리웅성의 암살을 시도하려는 1 차시기 장면은 상당히 코믹함과 긴장감을 주는 재미있는 대목인데 리웅성의 암살이 실패하면서 2 차시기로 넘어오면서는 영화의 장르가 갑자기 바뀌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롯데 호텔에 투숙하는 것도 모자라 부산에서 총격전을 한다는 발상도 그렇게 납득가는 대목은 아닙니다.

물론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 영화의 배급은 롯데엔터테인먼트라 세븐 일레븐을 비롯한 롯데 자회사의 장소제공이나 PPL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포장마차에서 굳이 엔젤리너스커피를 마시는 장면도 나올 정도니깐요.) 이는 CJ엔터테인먼트의 영화들에 CJ 제품이 등장하는 이치나 같은 것이죠. 또 하나 부산을 배경으로 총격전을 한 이유에는 서울은 도심에 차량 통제를 하면서 촬영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부산은 그나마 부산영상위원회나 부산광역시의 협조가 컸던 점에서 촬영하기 쉬운 장소가 된것도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과거 최고의 자리에 있던 사람을 굳이 부산으로 내려 보내 경호하고 호텔에 투숙시키는 것은 관련성이 떨어지지요. 당연히 마지막 김부장과 최과장의 대결 장면도 '꼭 부산이어야 했는가?'라는 의문이 남는 것이죠.

 

 

배우들의 구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김명민 씨(그는 <연가시>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약을 팝니다. 이런 우연이...)와 염정아 씨의 활약도 컸고 사실상 이 조직의 막내인 정겨운 씨 까지도 제 몫을 다했지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큰 활약상을 보여준 것은 유해진 씨 입니다. <미스 GO>에서 개성있는 모습과 더불어 터프함을 보여주었던 그는 <간첩>에서 그 이미지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과거 추남(?)의 이미지로 웃기기만 했던 유해진 씨의 연기들과는 확연히 다른 것입니다. 저는 이게 좋았거든요.

또한 이 작품에서 최고령자라고 할 수 있는 변희봉 씨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지막 등장 장면은 영회 <괴물>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과도 겹처지는 듯 싶었습니다. 그들은 분명 선한 사람들은 아님에도 측은지심의 느낌이 드는 것은 변희봉 씨의 쓸쓸한 퇴장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이 영화에 별 넷을 주려고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점수가 좀 낮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생각과 네티즌들의 의견이 비슷했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차이가 너무 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셋 반(★★★☆)을 주고 나오는 순간 이 영화에 대한 평점 조작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부 보수단체에서 이 영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별점 알바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부 양심없는 홍보사에서 알바를 이용해 점수를 높이거나 반대로 상대편 영화의 점수를 깎게 만드는 역할을 했던 점에서는 조금 특이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죠.

저는 다시 별점을 넷으로 바꾸었습니다. 이 영화는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조건 흠집내고 별점을 내리는 조작은 그게 보수단체의 소행이건 일부 양심없는 영화사와 홍보사의 알바가 풀어놓은 것 모두 좋지 않은 행위라는 것입니다. <두 개의 문>역시 일부 보수단체로 인해 별점이 깎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행위는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조작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올바른 평점을 올린 이들을 비하하고 심지어는 빨갱이 타령을 하는 것이 더 치졸한 모습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류승완 감독의 <간첩> 다큐의 결론은 결국 그들은 간첩을 만나지 못했다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들은 간첩을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간첩이 아닌 다만 어딘가에 숨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간첩이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하는 사람들을 그냥 빨갱이로 몰아붙인 결과라고도 볼 수 있지요.

여전히 정치와 이념의 이데올로기는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우민호 감독의 <간첩>도 그런점에서 유쾌하게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죠.

 

 

영화에서 인상적인 컷이 있습니다. 다섯명의 간첩이 아지트에서 빠져 나와 명동의 거리에서 일반 사람들과 뒤섞여 있는 모습이 첫번째이고, 마지막 컷에서는 김과장이 또다른 지령을 받고 광화문 거리를 일반인과 뒤섞여 다니는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쩌면 그게 진짜 간첩일지도 모르겠네요. 일반인과 부대끼어 절대 알아볼 수 없는 모습들이 그것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무튼 콩사탕(?) 싫어하시는 분들... 간첩신고는 111 입니다. 발견즉시 주저하지 마시고 즉시 신고하시길... ^^;

 

 

 

PS. 아참, <피에타>랑 <간첩>에 등장했던 장소 중 동일한 장소가 있다는 것 아시나요? <피에타>는 강도(이정진 분)가 나무도 심고 사람을 괴롭히던 곳으로 사용되던 폐가 건물이 <간첩>에서는 김과장이 난처한 상황을 당하던 장면과 동일하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흉가나 폐가 건출 촬영지도 촬영섭외 팀이 선호하는 장소가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