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이라는 말이 있지만 반대 개념의 '비운의 명곡'이란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운이 없더라도 그것이 의외 재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것도 하나의 행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엉뚱하게 한류바람을 타고 전세계로 확장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몰랐을테니깐요.
LMFAO의 'Party Rock Anthem'가 셔플댄스 열풍을 몰고 올것이라는 예상과 Los Del Rio(로스 델 리오)의 'Macarena'가 이렇게 뜰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테니깐요.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한 남자가 있습니다. 막노동을 하다가 멋진 목소리에 매료되어 음반을 취입한 한 사내...
그러나 두 장의 앨범으로 만족하고 평범한 삶을 다시 살고 있는 이 사내에게 행운의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거짓말 같은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어떨까요?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일명 '슈가맨'이라 불리우던 이 남자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입니다.
1968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작은 선술집... 한 남자가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담배연기로 가득한 선술집에서 그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그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던 음반 프로듀서들은 그의 음반을 취입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그의 음반은 예상과 달리 미국에서는 잘 팔리지가 않았습니다. 1집이 나오고 2집도 나왔지만 그의 음반은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묘하게 이 음반이 남아공에서 히트를 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슈가맨'이라 불리우는 이 남자의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스티븐과 크렉이라는 두 남성은 바로 이 사람이 궁금해졌던 것이지요.
슈가맨이라 불리우는 이 남자의 이름은 시스토 로드리게즈...
디트로이트에서 흔히 말하는 막노동을 하며 살아가던 그에게 음반 취입 제의는 행운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음반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는지 2집 ‘COMING FROM REALITY’에 'Cause'라는 곡에서는 이런 묘한 가사의 노래를 남기지요.
Cause I lost my job two weeks before Christmas
And I talked to Jesus at the sewer
And the Pope said it was none of his God-damned business
While the rain drank champagne
크리스마스 2주전 일자리를 잃고 예수에게 말하니
교황은 그의 알 바 아니라고 하네
에스토니아의 대천사가 나를 취하게 했지
내 생애 가장 달콤한 입맞춤은 내가 맛본 적 없는 것이니
(이하 중략)
공교롭게도 이 음악이 히트를 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넘어오는 과도기의 시기였으며 이와중에 직설적인 로드리게즈의 음악처럼 세상의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느낌이 오히려 사랑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후 남아공의 많은 뮤지션들은 로드리게즈의 음악들을 하나의 롤모델로 삼기시작하지요.
하지만 정작 남아공에서는 그의 사생활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콘서트 도중 분신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총기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으니깐요. 여러 이야기만 돌고 있을 뿐이지 로드리게즈에 관한 알려진 바는 하나도 없던 상황이죠. 로드리게즈의 팬인 스티븐과 크렉은 자신의 예명을 '슈가맨'이라고 지을 정도로 그에 대한 애정이 많았고 그에 대해 수소문 하지만 단서는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가 쓰던 노래 가사로 그가 있을만한 곳을 추측했을 뿐이니깐요.
재미있는 것은 그의 음반이 히트를 친 계기입니다. 그의 음반은 남아공에서는 세 곳의 레코드사(음반사)가 발매를 했는데 그 중에는 흑인 음악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모타운 계열의 음반사를 운영했던 클라리스 아반트라는 인물을 통해서입니다. 그는 다름아닌 로드리게즈의 친구였고 그의 음반 여섯장을 구입하기도 한 장본인이죠. 겨우 미국에서는 여섯장 밖에 팔리지 않았던 이 음반이 남아공에서는 날개돋힌 듯이 팔리게 된 계기를 마련한 장본인이죠.
자, 이 음반이 어디서 남아공으로 흘러나왔는지 확인해봤으니 이제는 로드리게즈를 찾아봐야겠지요.
인터넷 홈페이지나 신문광고, 우유팩 광고등을 통해 로드리게즈에 대해 수소문을 하던 와중 한 여성에게 전화가 옵니다.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전화... 그 전화의 주인공은 로드리게즈의 첫째 딸인 에바 로드리게즈의 전화였습니다.
그는 여전히 디트로이트에서 살고 있었고, 죽지 않았으며 음악활동만 하고 있지 않을 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그 이후의 상황이 재미있습니다. 로드리게즈는 자신이 남아공에서 유명인사가 된 것을 뒤늦게 알았던 것이죠.
그리고 남아공으로 건너가 여섯번의 콘서트를 엽니다. 1998년 3월 6일 역사적인 공연이 시작되었고 콘서트는 모두 전회 매진이 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미친듯 몰려드는 취재진에 놀라고 아직도 자신을 기억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는 놀라게 되지요.
그런데 로드리게즈의 인터뷰가 더 놀랍습니다. 2장의 앨범 발매후 실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냥 담담하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지요.
담담하게 실패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이었던 막노동 일을 계속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그 와중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이나 선거출마도 하는 등 세상살이 일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등장합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자신의 실패에 반발하거나 술로 나날을 지세우다가 일찍 요절을 했을지도 모를 입니다. 하지만 로드리게즈는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이어나갔던 것이죠. 힘든 환경에서도 둘째 딸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남미 계열의 사람들은 과거 적대감이나 사회진출이 어려웠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것에 대한 고정관념(반전)을 깨기위해 더 열심히 사회 진출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로드리게즈는 전설이 되었고 여전히 남아공을 포함한 세계를 돌며 음악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여전히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여전하지만요. 다큐는 그가 걷는 길을 그냥 비춰줍니다. 울퉁불퉁한 도로나 눈쌓인 길을 그냥 걷는 로드리게즈의 모습만 비춰주는 장면이 계속 등장하지요. 심지어는 그는 발을 살짝 헛딛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인생의 굴곡이 완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하지만 인생만큼은 열심히 살았던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서칭 포 슈가맨>은 올해 제천국제영화음악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매우 큰 반항을 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실제 로드리게즈는 최근에는 우리나라 록음악의 대부인 신중현 씨와도 미국의 공연장에서 한 무대에 설 예정이라 더 뜻깊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전설과 전설의 만남이라는 것이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실패하면 우리는 너무나 금방 좌절합니다. 세상의 인연을 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한 노년의 뮤지션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운의 명곡'이 '불후의 명곡'이 되는 순간 우리는 그 음악과 그 뮤지션을 전설이라고 이야기하겠지요.
어쩌면 시스토 로드리게즈의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남아공에서는 로드리게즈의 음반들이 초창기 금지곡으로 괄시 받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특정 곡은 아예 레코드판을 스크레치 해버려 아예 못듣게 하는 경우도 있었네요.
우리나라도 과거 말도 안되는 이유로 금지를 시킨 음반이나 곡들이 많았죠. 남아공에서 금지곡을 못틀게 하는 방식이나 우리나라의 과거 금지곡을 못틀게 하는 방식이나 크게 다를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요즘 이런 저런 이유로 금지곡을 만드는 것을 보면 과거로의 귀환이라는 불편한 생각도 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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