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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위니]쫄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팀 버튼의 재해석...

송씨네 2012. 10. 14. 22:23

 

 

 

 

 

육교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두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가지 못했지.

어느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 하더니 새벽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1994 년에 발표된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는 신해철 씨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든 가사라고 합니다.

이런 경험담은 어쩌면 어릴 적에 동물들을 길러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경험하실만한 얘기라고 봅니다.

저도 어렸을 적 시골에서 살았을 때 토끼를 길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부주의로 토끼를 죽게 만들었지요.

그 때는 솔직히 별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토끼에게 미안해지더군요.

 

 

그렇다면 오늘 소개할 작품의 주인공인 팀 버튼은 어떠했을까요?

어릴 적에 강아지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어린 팀 버튼은 강아지가 오래 살지 못하자 매우 안타까워 했고 그에 대한 이야기는 1984년 실사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장편 3D로 만들어지는데 흑백입니다.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재해석... 애니메이션 <프랑켄위니> 입니다.

 

 

 

 

 

평화로운 마을 뉴 홀렌드... 하지만 이 마을은 뒤숭숭한 일만 가득합니다.

번개에 맞아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공동묘지 위에 지어진 마을이라고 해서 유쾌하지만은 않는 곳이죠.

이 곳에서 사는 빅터(찰리 타헨 분/목소리)는 과학과 탐구에 많은 그런 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아빠 에드워드(마틴 숏 분/목소리)와 엄마 수잔(캐서린 오하라 분/목소리), 그리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스파키가 있습니다.

과학소년이지만 너무나도 집에 틀어박혀 사는 빅터를 보며 부모님은 두 사람에게 야구를 가르치기로 하죠.

야구에서 홈런을 날리던 날... 스파키는 공을 주우러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세상과 작별하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전 빅터는 문득 얼마전 새로 부임한 과학선생님 라즈크루스키(마틴 랜도 분/목소리)의 말이 문득 떠올렸던 것이죠.

번개나 전기등의 충격으로 죽어있던 개구리를 살려내던 모습을 말이죠. 결국 실행에 옮긴 빅터는 성공합니다.

하지만 괴상한 몰골로 돌아온 스파키를 발견한 애드거(아티커스 샤퍼 분/목소리)는 빅터에게 그것을 빌미로 빅터가 행한 실험의 비밀을 알아냅니다.

문제는 애드거의 깨방정으로 인해 학교친구들이 하나둘 빅터의 방식대로 죽은 동물들을 살려내기에 이릅니다.

에드가는 학교에 있는 죽은 쥐로, 토시아키(제임스 히로유키 리아오 분/목소리)는 거북이, 나소르(마틴 숏 분/목소리)는 햄스터, 위어드 걸(캐서린 오하라 분/목소리)은 고양이와 박쥐의 변종... 그리고 밥(로버트 가프론 분/목소리)은 자신의 애완용 새우를 되살리게 됩니다.

그러나 재앙은 결국 문제를 일으키게 만드지요. 빅터와 그의 친구들은 졸지에 이들을 물리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빅터의 이웃이자 여자친구인 엘사(위노나 라이더 분/목소리)도 구해야 하는 상황...

과연 이들의 모험의 끝은 어디일까요?

 

 

 

 

얼마전 개봉된 <다크 섀도우>를 기억하실껍니다. 원작 TV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팀 버튼스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래도 여전한 팀 버튼 스타일이라고 느껴졌는데 팀 버튼의 팬들에게서는 이 미묘한 차이가 쉽게 발견이 되었나 봅니다.

분명한 것은 괴기와 엽기스러움을 지닌 과거의 팀 버튼의 스타일과는 약간 달랐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 작품 <프랑켄위니>에 대한 기대가 크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팀 버튼은 그 기대에 맞게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디즈니와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팀 버튼은 디즈니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큰 견해차이 때문에 디즈니를 나왔고 그만의 독자적인 스타일로 작품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화해의 악수를 하고 디즈니와 같이 작업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디즈니와 팀 버튼 스타일의 결합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분명한 건 이 작품은 디즈니 스타일보다는 팀 버튼 스타일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죠. 단지 디즈니는 팀 버튼에게 자본을 제공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팀 버튼이 디즈니에게 한 발 양보를 했다고 보여지면 반대로 이 작품 <프랑켄위니>는 디즈니가 팀 버튼에게 한 발 양보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죠,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작품 <프랑켄위니>의 출발지점은 1984 년의 단편입니다. 당초에는 이 작품이 공개되길 팀 버튼은 원했지만 음습하다는 디즈니의 판단에 따라 이 작품은 그냥 기억속으로 사라지는가 싶었습니다. 디즈니와 팀 버튼의 관계가 나빠진 것도 아마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나 디즈니는 <베트맨>이 성공하자 끼워팔기 식으로 이 단편을 공개하기에 이릅니다. 골칫 덩어리가 복 덩어리고 바뀌는 순간이죠.

<프랑켄위니>는 장편으로 만들어지길 원했고 기술을 총동원하여 만들기 희망했지만 그 꿈은 무려 28년 후 이루어지니 이루어지지 못한 것 보다는 그나마 나은 편이죠.

정교한 스톱모션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는 것은 팀 버튼의 방식이었지요. <유령신부>,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의 작품을 통해 팀 버튼의 괴기, 엽기 스타일을 이미 느꼈던터라 이 작품도 그렇게 낯설지는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죽음과 부활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요.

아시다시피 팀 버튼의 영화에는 의외로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 많지만 어두운 분위가 아닌 오히려 죽음(저승)의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비틀쥬스>(국내에서는 <유령수업>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죠.)라던가 <유령신부>가 그 대표적인 예이죠.

사후세계에 대한 독특한 설정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끌고 나온 것 같지만 사후세계가 등장하지 않는 대신 부활이라는 만만치 않은 소재를 가지고 있지요,

 

 

죽음이라는 소재를 평범한 방식으로 풀지 않고 공포물로 이어나가게 되는데 모티브가 된 작품은 고전 '프랑켄슈타인' 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여러버전으로 리메이크 되었고 많은 이들이 패러디를 할 정도로 고전 중에 고전이죠.

특히나 이 작품은 1931 년 작인 <프랑켄슈타인>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를 납치하는 부분이라던가 풍차가 등장한다는 면에서 비슷한 점이 보이니깐요. 하지만 괴물, 괴수 같이 그리던 원작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역으로 부활한 강아지 스파키는 오히려 선한 역할로 등장하니 그 점은 안심해도 좋을 것 같네요.

대신 이 작품은 엉뚱하게 재탄생된 괴물들을 보여주기에 이르는데 그것이 동물들이라는 점이 재미있지요.

그러나 너무 괴기스럽게 변한지라 거북이는 마치 티라노 사우르스 같고 새우들은 마치 영화 <그렘린>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오히려 큰 무덤에서 튀어나와 가장 큰 공포감을 줄 것 같던 햄스터가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니 이것도 아이러니하죠.

 

 

이 작품이 올드하게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흑백으로 등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포물을 스톱모션으로 만든 방식도 특이했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을 흑백으로 만들고 3D로 볼 수 있도록 만든 것도 특이하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의외로 3D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양한 동물 괴수들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공포감은 엄청나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팀 버튼 영화를 만만하게 보고 아이들을 데려가는 부모님들이 당황하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요즘 애니메이션은 결코 아이들의 눈높이에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요즘 부모님들이나 어른들은 자꾸 잊어먹는 것 같네요.

 

 

목소리 출연진들은 그다지 특별한 분들은 없습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위노나 라이더가 소녀 엘사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죠. 그녀의 나이가 마흔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젊은 발레리나 역을 맡은 <블랙스완>을 생각해보면 동안의 이미지는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영화에서도 그녀는 시장인 삼촌인 버거마이스터 시장(톰 케니 분/목소리 애니메이션 <스폰지 밥>의 스폰지 밥 목소리로 유명한 성우죠.) 등쌀에 떠밀려 뉴 홀랜드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아이가 부른 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노래도 잘 부릅니다.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죠.

 

이 영화는 음악이 참으로 알차게 꾸며져 있습니다. 두가지 버전의 OST가 발매되었는데요.

팀 버튼과는 자주 작업을 하는 데니 앨프만 스코어 OST와 다양한 뮤지션들이 참여한 팝으로 가득한 컴필레이션 앨범 버전으로 나뉘고 있는데요.

앞에 이야기한 위노나 라이더의 짧막한 노래도 좋지만 특히나 저는 엔딩에 나오는 이 곡이 너무 좋네요.

 

 

 

 

 

 

 

 

이 영화에는 인상적인 대사가 등장합니다.

빅터는 스파키가 죽자 괴로움에 쌓이는데 엄마 수잔은 스파키를 되살릴 수만 있다면 되살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지킬 수 없는 약속임을 아이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죠. 쉽게 내뱉는 말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라즈쿠르스키 선생이 말하는 이야기입니다. 빅터는 스파키를 살리는 실험은 성공하지만 두번째 물고기를 살리는 실험은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것에 대해 빅터는 약간 빙빙돌려 라즈쿠르스키에게 이에 대해 묻죠. 그것에 대해 그는 진실함이 없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다른 것에 대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간절히 기도하느냐 혹은 악의적으로 그 사람이 잘못되길 바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애견을 비롯한 반려동물의 인구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세상을 떠나거나 거리를 방황하는 동물들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애정이 식어서 버려지는 경우도 있고, 무관심으로 인해 거리에서 방황하는 녀석들도 있겠지요.

사랑받아 사는 동물들은 행복합니다. 그리고 그 동물들은 죽어서도 행복하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건 사랑받을 권리는 있다는 것입니다.

빅터와 스파키의 경우를 보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얼마만큼 사람과 동물을 아끼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죠.

팀 버튼은 어쩌면 이런 우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애정과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