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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들]신정원 감독의 유쾌한 코믹 공포스릴러... 그가 아니면 누가 이런 영화를 만들지?

송씨네 2012. 10. 4. 19:53

 

 

 

 

한우물만 지독하게 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좋은 평가를 받는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는 식상한데 좀 바꿀때도 된거 아닌가?'라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한우물만 판다는 것은 장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희안하게도 캐이블에서 겨우 전작들을 감상한 작품과 감독이 있는데 바로 신정원 감독의 작품들입니다.

<시실리 2Km>나 <차우>는 스릴러와 공포, 그리고 절대로 코미디를 빼놓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코미디와 스릴러는 마치 물과 기름 같지만 그것을 잘 이용하는 감독들은 매우 많습니다.

문제는 스릴러나 공포물에 코미디를 넣으면 B급 무비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신정원 감독의 작품들도 그런 평가에서 자유롭지는 못헸죠. 이번에 개봉을 앞둔 이 작품에서도 아마 이런 논란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한우물만 파는 사나이라는 것입니다. 신정원 감독의 신작 영화 <점쟁이들>입니다.

 

 

 

 

 

매년 수 십년의 사람이 죽는 마을 울진리... 역술인들에게는 관심이 많은 곳이지만 함부로 다가가기도 힘들죠.

QR코드나 온갖 기계를 이용하는 공학박사 출신의 퇴마사 석현(이제훈 분), 물건 하나로 과거의 행적을 맞추는 타로술사 승희(김윤혜 분), 탑골공원에서 점이나 봐주지만 알고보면 절에서 하산한 귀신보는 역술인 심인(곽도원 분), 스타급 역술인이지만 아직도 돈의 맛에 사는 박선생(김수로 분)... 그리고 학교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미래가 너무 자주 보여 고민인 초딩 역술인 월광(양경모 분)까지 이들이 향한 곳은 바로 이 곳 울진리입니다.

많은 역술인들이 찾아와 대규모 굿판을 벌이던 와중 너무 기가 센 정체모를 악령에 동료 역술인들은 모두 혼비백산 달아나고 앞에 열거한 이들만 남았습니다.

개발을 해야하는데 악령들 때문에 개발도 못해 울상인 김회장(고서희 분)은 박선생을 비롯한 역술인을 동원해 정체모를 약령을 쫓아보려고 굿판을 벌인 것인데 실패하고 만 것이죠.

한편 거대 기업의 비밀을 밝히려던 기자 찬영(강예원 분)은 그 기업이 언론사를 역공하면서 사실상 찬영은 피신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울진리에 도착해 굿판을 취재하던 도중 웬지모를 낯설지 않음을 느낍니다. 역시 기자였던 그녀의 아버지도 이 곳에서 행적을 취재하던 도중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지요.

뭔가 비밀을 숨기는 듯한 마을 주민들... 그리고 눈가에 다크서클이 가득한 정체불명의 청년까지...

뒤숭숭한 사건들이 이어지며 이들 역술인들은 이 마을에 대해 더 파해치기 시작합니다.

 

 

 

 

태국에 갔던 어느 장소에서 역술인들이 단체로 접신(몸에 신(神)이 들어오는 현상)이 되었고 그 장소가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난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실화를 국내 이야기에 맞게 각색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출발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방송되지 않지만 과거 유행병저럼 돌았던 심령을 소재로 한 TV 다큐멘터리(tvN의 '액소시스트' 같은...)의 영향도 이 작품에 반영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석현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역술인으로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점이 있지요. 왜 하필이면 귀신과 코미디인가라는 점입니다.

신정원 감독은 앞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조폭과 귀신이 등장하는 독특한 코미디인 <시실리 2Km>를 통해 범상치 않은 신고식을 마쳤으며 이 작품 외에도 코미디와 귀신이 등장하는 소재의 영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졌습니다. 김상진 감독의 <귀신이 산다>나 윤제균 감독의 <낭만자객>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하지만 코미디와 공포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냐의 고민이 컸고 이들 이들 영화중에는 흥행에 실패한 경우도 생겨났지요.

 

 

<차우> 이후 신정원 감독은 다시한번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세번째 이야기(<차우>의 경우 대형 멧돼지는 있을 수가 없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이지요.)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자칫 B급 무비로 비웃음을 당할 수 있는 코미디와 스릴러(공포)라는 소재의 재도전... 하지만 재미있게도 신정원 감독은 모두 이것이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B급의 향기가 남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죠. 그의 전작 <차우>의 경우를 보더라도 당초 공포 스릴러로 생각했던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낚였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 대해 크게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면서 개그도 적절히 활용을 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이 작품 <점쟁이들>은 어떠했을까요? 그는 영리하게도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끌고 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앞의 두 편만으로는 신정원 감독의 스타일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점쟁이들>을 통해 확실히 그의 스타일을 알게되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는 분명 공포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많은 유령들이 등장하고 액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시기에 슬랩스틱이 등장하여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그런데에는 아무래도 김수로 씨를 비롯해 코미디에도 능한 배우들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혼자의 독무대는 아닌 배우들이 골고루 코믹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유령>에서 성깔있는 형사로 등장했던 곽도원 씨의 경우도 송하윤 씨와의 러브씬을 기대했겠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았죠. 이 작품에서는 곽도원 씨가 나름 그 소원을 원없이(?) 푸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성인 배우둘 뿐만 아닙니다. 초딩 역술인으로 등장하는 아역배우 양경모 군까지도 자신의 몫을 다해주고 있으니 이 정도면 괜찮죠. 이외에도 악령(김태훈 씨로 시작해서 영화 말미에는 이준혁 씨로 넘어갑니다.)이 자신의 정체를 밝혔음에도 찬영의 수다로 말할 기회조차 잃는 황당한 설정도 이 영화가 공포와 코믹을 적당히 버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죠.  그밖에 성깔있는 여자 회장(복부인 포스)으로 등장하는 고서희 씨나 낯가림이 심한 해경으로 등장하는 김민교 씨(사실 이 분의 진가는 최근 다시 방송을 시작한 SNL 코리아에서 발휘됩니다.)도 인상적입니다. 잠시 등장한 이병준 씨의 모습도 보이고요.

 

 

이 작품은 아시다시피 이제훈 씨의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합니다. <건축학개론>의 풋풋한 이미지와는 또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물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물티슈로 샤워아닌 샤워를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긴 하지만 물에 대한 트라우마는 고현정 씨가 주연했던 <미스 GO>에서 써먹었던지라 그렇게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이 영화에서 고생한 것은 강예원 씨... <해운대>, <퀵>에 이어 그녀의 고난 퍼레이드는 이 작품에서도 이어집니다. 더구나 <해운대>에서도 그렇게 물을 많이 먹었을 그녀가 이번 작품에서 수중장면이 많이 등장한 것은 인상적입니다. 산소통이 아닌 머구리라 불리우는 잠수도구를 쓰고 촬영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죠. (김지윤 감독의 <놈놈놈>에서 송강호 씨가 쓰던 쇠로된 헬멧 같은 것... 기억하시죠? 그게 머구리입니다.)

 

 

 

 

 

공포물과 코미디를 모두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이 작품 <점쟁이들>은 안성맞춤입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신정원 감독 작품에는 욕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아쉬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미스테리 스릴러(공포)가 많이 실종되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차우>에서도 받았고 제 생각에는 신정원 감독은 오히려 그 부분을 즐기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장르 비틀기가 맘에 들거든요.

아무렴 B급이면 어떻습니까? 치밀한 시놉시스로 무장한 영화가 아니라면 이런 영화는 재미있으면 그만이거든요!

앞으로도 신정원 감독의 발칙한 코믹 공포물을 계속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