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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추억]누군가에게는 추억, 누군가에게는 고통... MB의 5년을 결산하다.

송씨네 2012. 10. 21. 04:12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정치적 이슈를 영화로 다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특히나 현직 대통령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지요. 과거였다면 아마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 고문을 당하거나 심하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미국은 마이클 무어를 비롯한 감독들이 끊임없이 미국의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사회의 모순을 비판합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나라에도 한국의 마이클 무어를 희망하거나 마이클 무어와는 선을 그어 거부한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다룬 영화에서 늘 대통령과 정권은 비판의 대상이며 지금도 현 정권을 결산하거나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들이 개봉되고 있고 개봉될 예정입니다.

 

 

 

<트루맛 쇼>를 통해 맛집의 비밀을 파해친 김재환 감독...

그는 결국 그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미각 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맛집의 비밀과 음식의 유통과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역지사지 프로젝트 1탄이었는데 그는 이번에 2탄을 준비했고 이번에는 그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치 볼드모트 처럼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는 그 사람...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입니다.

 

 

 

 

 

 

그 분이 연설을 합니다. 자신은 노동자 출신이며, 시장 상인 출신이며 등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장들을 주로 돌았던 그는 점포임대와 할인으로 가득찬 현수막들을 가르키며 저 곳들이 점포임대가 되고 세일을 연중으로 하는 이유는 경제 불황이 그 이유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 이 분 부천에도 오셨더군요. ^^; )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고 주장하시는 그 분은 국밥과 국수들을 드시기도 하고 풀빵 장사를 하는 분을 도와 일을 돕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인분 허락도 없이 불조절을 해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덤으로 주는 것도 모자라 반강제적으로 강매도 하시네요.

이외에도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 방문이나 군부대 방문 등에서 보여지는 이른바 쇼멘쉽에 가까운 모습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태안에서는 말로만 유감을 표명하기 보다는 적절한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고 군부대에서는 병사들이 눈을 치우는 작업는 물론 군가를 부르며 이명박 후보를 맞이했지만 그는 식사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경제 대통령이라고 생각했고 그가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전의 그 날... 2007년 12월 19일이 되었습니다. 방송사의 출구조사에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유력시 된다는 소식이 들렸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됩니다. 많은 이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5년을 정리하다가 그로 인해 나아졌다는 이야기보다는 힘들어졌다는 여론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물론 국수를 두 그릇이나 드시던 그 국수집 상인분도 아직은 그를 믿는다고 합니다.

 

 

 

<MB의 추억>은 독특하게도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이야기하듯 나레이션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다큐입니다. 마치 유권자(혹은 국민)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지요. 배우 안석환 씨가 이명박 대통령으로 빙의된 나레이션을 하는 선보이는데요. 그래서 나레이션과 화면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되는 상황이죠.

마치 <전국 노래자랑>의 송해 선생님처럼 전국의 특산물을 다드셨던 것처럼 후보자들도 그렇게 많이 드셨다지만 이회창 씨나 정동영 씨는 당선되지 못했죠.

이 때 마다 흘러나오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한숨만'(<개그콘서트>의 '감수성' 코너로 익숙하죠.)이 BGM으로 흘러나오면서 코믹한 상황은 더욱더 극대화 됩니다.

물론 이 작품에는 이회창, 정동영 씨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분이 단독 주연입니다만 이 외에도 공중부양과 더불어 자신의 눈을 바라보면 만병통치가 된다던 허경영 씨는 17대 대선에 절대 승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유인촌 씨는 이명박 후보 뒤에서 연설을 도우면서 결국 문화부 장관이라는 자리를 하나 차지하게 되지요. 현 한국관광공사 대표인 이참 씨도 보이네요.

 

 

 

이명박 대통령의 숙원사업들도 결국 그의 불도저 스타일로 밀어붙이게 되었습니다.

환경파괴하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것이 우선이 되어야 된다고 말했던 그는 말을 번복해 사대강 사업에 올인했고 결국 커피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녹차... 아니 녹조 라떼를 보게 되는 상황까지 보여집니다. 747 정책(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을 발표했던 이 대통령은 마치 반토막 난 비행기처럼 날개짓도 못해보고 무너지게 됩니다. 당연히 실업률은 여전히 늘고 특히 청년 실업자들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청계천 이후 새로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명박산성'이 광화문 한가운데 세워지는 불명예도 생겨나게 됩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사람들은 광화문으로 나섰고 그것에 대해 정부의 반응 대신 경찰이 더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방송인 김제동 씨가 반값 등록금에 동의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현 정권에 실망했기에 나왔던 것이 아닐까 생각도 됩니다.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 -괴벨스 (1897~1945)-

 

 

 

영화에는 유난히 터널이 많이 등장합니다. 어둠을 나타내는 그 터널은 밝은 부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건 예상했던 일이고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다큐의 막바지에는 쥐의 탈을 쓴 사람이 등장해 포크레인을 몰고 터널로 향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여전히 불도저인 그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자 앞날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예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다큐는 마지막에 들어서는 괴벨스의 말과 드라마 <프레지던트>의 최수종 씨의 대사를 보여주며 투표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재환 감독은 앞에서도 말씀 드렸다시피 다큐 <트루맛 쇼>를 통해 맛집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파해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상영관을 늘리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 <MB의 추억>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분을 건드렸다는 이유 때문일지는 몰라도 적은 상영관 숫자로 출발했습니다.

(참고로 같은 날 개봉한 맥쿼리의 문제점을 이야기한 <맥코리아>도 있는데요. 약간 많은 상영관을 보유하지만 이 작품도 대통령 친인척과 사업에 대한 민감한 이야기가 들어가서 그런지 악의적인 알바식 평점조작이나 비난이 이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렷죠.)

음식점의 비리만큼이나 어쩌면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다룬 점에서 공통점도 있고, 그 시작이 작았지만 크게 성공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MB의 추억>이 상영관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갖아봅니다. 실제로 제가 관람을 했던 주말 아침에 인디스페이스는 남녀노소의 다양한 연령층이 다큐를 감상하고 돌아갔습니다. (심지어는 일반 시사에서나 볼 수 있는 기립에 가까운 박수소리도 나올 정도였으니깐요.)

 

 

 

 

 

 

 

다큐의 완성도는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다큐가 재미있는 것은 현 정권과 정부의 문제점을 통쾌하게 풀어낸 사람들이 없다는 겁니다.

최근 장진 사단의 <SNL 코리아>가 그나마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시사풍자, 정치풍자는 故 김형곤 씨 이후 실종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이런 직간접적인 대통령에 대한 디스를 통해 억눌러 있던 감정과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느낌도 듭니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앞에 이야기한 드라마 <프레지던트>의 대사로 마무리를 하는게 옮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이 긴 대사에 우리가 느꼈던 것, 그리고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던 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정치인 입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에요. 대통령은 누가 만듭니까? 누가 대통령을 만듭니까? 지성인답게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세요.
정말 국민입니까? 틀렸어요!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들이 만드는겁니다. 정치인들은 표를먹고 삽니다.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도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뜁니까?
다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해댑니다. 여러분들도 귀가 닳도록 들었죠.
청년실업 해소, 청년일자리 몇십만개 창출. 그러나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왜 그럴까요? 여러분들이 정치를 혐오하기 때문입니다.
투표안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못배우고 나이든 어르신들이 지팡이짚고 버스타고 읍내에 나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때, 지성인을 자처하는 여러분들은 애인팔짱끼고 산으로 강으로 놀러가기 않았습니까?
영어사전은 종이째 찢어먹으면서 기껏해야 여덟쪽도 안되는 손바닥만한 선거공보에 눈길조차 주지않았습니다.
제 말 틀렸습니까? 권리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은 결코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하십시오. 여러분 청년실업자들의 분노와 설움을 표! 오로지 표로써 나같은 정치인에게 똑똑히 보여주십시오!

-드라마 <프레지던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