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를 가보면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인데?'라는 의문을 들게 되실겁니다.
그럴만도 합니다. 최근 정말로 이런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나 최근의 트렌드처럼 되어버린 것은 바로 일본 문학작품의 영화화입니다.
몇 달전 개봉하여 큰 관심을 받았던 변영주 감독의 <화차>의 경우도 일본 소설이 원작이죠.
그외에도 제목만 바꾸었을 뿐 원작이 일본 소설인 것을 우리 스타일에 맞게 고친 영화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도 원작이 일본 소설입니다. 일본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이 된 작품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알려진 이 작품이 우리나라로 넘어와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어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용의자 X>입니다.
석고(류승범)은 평범한 수학교사입니다. 그런데 좀 소심하기 이르기 없지요.
아이들은 쉴세 없이 떠드는데 그의 목소리도, 움직임도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석고는 수학천제로 알려진 사내입니다. 그러나 무기력한 삶은 자기 자신을 위협하기만 합니다.
그는 그 날도 어김없이 도시락 가게로 갑니다. 옆집에 사는 여인 화선(이요원 분)은 도시락 가게에서 일합니다.
석호는 언제나 그녀의 도시락 가게에서 '좋은 아침'세트를 먹고 갑니다.
한편 철민(곽민호)은 화선의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갑니다.
그리고 얼떨결에 같이 살고 있는 조카 윤아(김보라 분)과 함께 철민을 목졸라 살해합니다.
불안한 징조를 직감한 석고는 자신이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합니다.
다음 날 한강에 정체불명에 온 몸이 타버린 시신이 발견되고 형사 상준(김윤성 분)과 민범(조진웅 분)은 이 사건이 석연치 않음을 느낍니다.
유력한 용의자를 화선이라고 생각한 민범은 화선의 집으로 찾아가는데 고교 동창이던 석고를 만나게 된 것이지요.
학창시절 석고의 별명이던 '뽕타고라스'라는 별명을 기억하고 있던 민범은 그가 반갑기만 합니다.
화선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시하고 심지어는 거짓말 탐지기에도 통과하지만 여전히 민범은 그녀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는 자신의 친구인 석고가 알게 모르게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 사이 화선과 과거 친하게 지냈던 남 사장(이석준 분)이 화선 주위를 맴돌면서 석고도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게 계산되어 있는 것이라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풀 수 없는 문제를 내는 사람과 풀 수 없는 문제를 푸는 사람...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요?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기억입니다. CJ 시나리오 모니터에서 읽었던 두꺼운 시나리오였거든요.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은 마지막 시나리오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다음 설문에서 알게 되었으니깐요.
더구나 남자 주인공에 류승범 씨를 기용하겠다는 부분에 설문이 있으니 놀라웠지요.
류승범 씨가 진지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저는 도무지 상상이 안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코믹만 고집하던 배우들이 진지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진지한 연기를 하던 배우들이 코미디에 도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석호 역은 류승범 씨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재 수학자 역할을 코믹한 그에게 시킨다는 것은 모험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의외로 류승범 씨의 도전은 괜찮았던 것 같더군요.
앞에서도 이야기드렸듯이 이 작품은 일본 소설이 원작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소설인 이 작품은 2008년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됩니다.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대결을 다루었던 이 작품은 한국으로 옮겨지면서 일부의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또 다른 일본 소설 <화차>가 등장인물을 늘리는 방식을 취했다면 이 작품은 형사가 천재 물리학자인 탐정에게 수사를 의뢰하는 부분이 아닌 똑똑하지는 않지만 단순히 동물적 감각으로 수사를 하는 형사와 수학 선생님이 있을 뿐이지요. 대결을 단순화 시켜서 몰입하기 쉽게 만들자는 것이죠.
그리고 의외로 화선과 윤아의 관계를 친딸이 아닌 조카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제 기억에도 (약간 가물가물 하지만) 리메이크 하게 될 시나리오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는 일본 원작처럼 모녀관계였기 때문이지요. 이 부분은 저도 약간 궁금한 대목이네요.
이런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원작에 가깝게 영화는 만들어졌는데요.
일본 원작을 읽으신 분들은 일본 원작과 한국 리메이크 작에서 다른 느낌을 발견하셨다고 하네요.
미스테리 추리물에 주안점을 둔 일본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 작에서는 석고의 애절한 노력들이 주측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일까? 정(情)일지는 의문이지만 석고의 모습은 이들 가족을 지켜주고 싶었던 노력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냐는게 많은 분들의 의견입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방은진 감독은 섬세함과 거친 모습을 동시에 지닌 많지 않은 여감독들 중 하나입니다.
또한 배우 출신의 흔치 않는 경력을 지닌 점에서도 기존의 감독과 차별화를 두고 있죠. 자신이 연기자 출신이기에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지도도 충분히 가능하니깐요. 장편 전작인 <오로라 공주>에서도 엄정화 씨의 섬뜩한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이 작품도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류승범 씨나 이요원 씨, 그리고 주연급 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진웅 씨만 생각하기 쉬운데 연기 경험이 풍부한 배우들을 대거 포진한 것이 특징입니다.
신인인 것 같지만 전혀 신인이 아닌 경력자들 위주로 배치를 한 것이지요. 형사 상준 역의 김윤성 씨나 윤아 역의 김보라 씨의 경우가 이런 경우입니다.
이외에도 잠깐이지만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들도 있는데 송영창 씨는 거짓말 탐지기 수사관으로, 명계남 씨는 여인숙 주인으로 등장하며, 권해효 씨는 까칠한 형사 반장으로, 아나운서 출신 배우 임성민 씨는 도시락 가게 주인으로 등장해 깨알 같은 웃음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특히나 저는 화선의 또 다른 조력자 역할로 등장한 남 사장으로 등장한 배우가 궁금했습니다. 아웃도어 용품을 파는 가게 주인으로 등장하며 석고와 대립관계로 등장하는 인물로 시나리오에서도 의외로 중요한 인물로 등장했는데요. 바로 뮤지컬 배우 이석준 씨로 추상미 씨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분이죠. 이 분의 적지 않은 분량의 등장에 많은 팬들이 열광했다는 이야기도 보이네요.
사실 이런 영화들은 저처럼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는게 편합니다.
일본 원작 소설이나 영화를 보신 분들이 비교를 위해서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원작을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 보신다면 실망할 부분이 많죠.
분명한 것은 멜로와 미스테리 스릴러를 적절히 활용했다는 점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장르의 조합입니다만 그것이 꼭 그렇게 나쁘지는 않거든요.
요즘은 선택형 질문이 숨겨져 있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페이스 메이커>에서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이 제 머릿속을 맴돌더니 <용의자 X>는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든 사람과 그 문제를 문제를 푸는 사람 중 누가 더 대단한가?'라는 질문이 등장합니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아버지가 좋냐, 어머니가 좋냐?' 식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같습니다.
참으로 꼴통인 저로써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쉽지 않네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수학과 담을 쌓은 저에겐 어려운 질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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