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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차칸남자, 착한늑대가 되다! 판타지이지만 공감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송씨네 2012. 11. 4. 21:25

 

 

 

 

영국작가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은 얼떨결에 늑대의 소굴로 오게 된 어린 모글리가 늑대의 습성을 지닌 소년으로 성장하며 정글과 마을의 평화를 구해낸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야생으로 버려지거나 혹은 야생에서 길을 잃어 이른바 '늑대 소년', '늑대 소녀'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지요. (뭐... '야생 소년', '야생 소녀'라는 이름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늑대 소년이라는 내용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이렇고 실제로도 소년 혹은 소녀들이 야생에서 발견되어 인간생활에 적응하게 되는데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요.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시각장애를 가진 남자가 우여곡절 끝에 수술에 성공해 세상을 보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아름답지 못한 세상에 고통스러웠던 사내는 결국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듯 세상으로의 적응은 쉽지 않은 것이죠.

 

이번에 소개할 작품 <늑대소년>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편으로는 공포물에 등장하는 달이 떠오르면 늑대로 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약간 합쳐져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하지만 공포물이 아닌 사랑스러운 이야기의 러브스토리라면 어떨까요? 영화 <늑대소년>입니다.

 

 

 

 

미국 어딘가의 마을... 중산층의 한국인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며느리로 보이는 여성이 전화를 받고 전화기에서는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한 여성을 찾는 군요. 노년의 한 여성이 전화를 받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순이(이영란 분)...

그리고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손녀도 볼겸 한국을 찾은 것이죠.

어딘가 낡아빠진 한 저택... 순이는 손녀에게 이 곳의 추억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시절... 한 가족이 이사를 왔습니다. 폐병을 앓아 어딘가 빈약해보이는 젊은 순이(박보영 분)과 그녀의 여동생 순자(김향기 분)과 그들의 어머니(장영남 분)이 보입니다.

몇 가구 안 사는 마을이라 이삿짐을 나르는 사람들의 숫자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염소를 키우는 정씨(우정국 분)과 그의 부인(구본임 분), 순자 또래의 사내아이 동석(안도규 분), 그의 할머니(남정희 분) 등의 고작 몇 가구 안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한편 이 집의 실질적인 주인인 지태(유연석 분)은 기세가 기울어진 순이 가족을 들먹이며 자신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고 거들먹거립니다.

그리고 이사를 온 날 버려진 창고에서 순이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됩니다. 다음날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를 괴상한 그림자를 발견합니다.

한 소년이 떨고 있습니다. 순이와 그녀의 식구들은 그를 철수(송중기 분)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철수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던 식구들... 식성도 대단하고 힘도 좋습니다.

순이는 동물을 조련하듯 철수를 길들이는데 성공하지만 지태는 철수와 순이의 사이를 질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주 상태에서 지태는 차를 몰다가 정씨의 염소 울타리를 치는 사고를 냅니다. 죽거나 다친 염소들도 보이고 도망간 염소들도 보입니다.

지태는 순이네 가족들이 예전 주인의 짐들을 정리하던 와중 철수의 비밀을 알게 되고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강박사(유승목 분)과 대령(서동수 분)을 이끌고 순이네 집으로 향합니다.

당시 군에서는 인간의 외모에 강력한 힘을 지닌 군인을 양성하려는 실험을 하고 있었지만 알려지는 날에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에 쉬쉬하는 상황이었지요.

생각보다 철수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내지 않자 지태는 음모를 꾸며 정씨네 염소를 죽인 사람이 철수라고 뒤집어 씌우고, 갇힌 철수에게는 순이가 애지중지 하던 기타는 정씨네 집에 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사실 기타는 지태가 부셔버렸거든요.

졸지에 탈출을 해버린 철수와 그를 사살해야 하는 상황... 과연 철수는 무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순이를 위해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을까요?

 

 

 

<남매의 집>, <짐승의 끝> 등을 통해 작품을 보여준 조성희 감독의 실질적으로 첫 상업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영화 아카데미(KAFA)출신의 조성희 감독은 이곳에서 배출한 인물답게 인상적인 작품들 만들었지요.

<짐승의 끝>은 사실상 장편데뷔작이었는데 박해일 씨를 캐스팅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요.

CJ 엔터테인먼트(CJ E&M 영화사업부)가 최근 이들 KAFA를 돕는 배급을 자청함으로써 한국영화의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짐승의 끝>도 그런 작품들 중의 하나이며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도 덕분에 독립영화였음에도 CJ의 배급망을 타고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죠.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 작품 역시 CJ의 배급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늑대소년>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한 드라마라는 것입니다.

같이 어우러지길 희망하지만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의 이야기인데요.

이런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으실 겁니다. 바로 팀 버튼의 영화 <가위손>이죠.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기계적으로 홀로 살아가던 가위손 에드워드가 인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고전분투를 하는 모습을 다루었는데요.

끝내 에드워드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다시 그가 있던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성으로 다시 들어가지요.

분위기는 <늑대소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가위손>에 비하면 상당히 아기자기 하죠.

대규모 중산층 마을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위손>과 달리 <늑대소년>은 아주 작은 마을에서 벌어집니다.

인물들도 간소화 되기 때문에 영화를 이해하기도 쉽고 흡입력도 빠르죠. 애피소드도 간결하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코믹함이 주를 이루는 것 같지만 드라마적인 부분과 스릴러적인 부분을 숨겨놓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과속 스캔들> 이후 박보영 씨에게 다시 기타를 쥐어준 것은 인상적이죠. 영화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로멘틱한 장면인데요.

주로 남성들이 여성을 리드하는 방식으로 이런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면 반대로 여성이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장면은 또 다른 느낌을 주기 충분합니다.

 

송중기 씨의 연기도 인상적인데 여심을 사로잡는 모습은 여성관객을 불러 모으기 충분했습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치명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드라마 <착한남자>에서 남성다움을 보여준 그는 다시한번 남자다움을 보여줍니다.

다만 여러 관객들이 지적했듯이 CG가 약간 빈약했다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CJ 배급영화들의 두드러진 특징이죠.

<해운대>는 좋았지만 <7광구>가 비약한 CG로 문제를 받은 점은 아쉬움이 남죠. 송중기 씨의 빛나는 연기임에도 오점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나쁜남자로 다시 등장한 유연석 씨도 인상적인데요. <건축학개론> 이야기를 많이 하시지만 <두결한장>, <혜화,동>, <열여덞, 열아홉> 등의 독립영화에서 인정한 배우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에서의 역할도 좋았다고 봅니다. 2:8의 가르마라던가 1960년대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죽 자켓이나 캐쥬얼한 정장 등을 입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는 <올드보이>에서 극중 유지태 씨가 맡았던 우진의 소년시절 역할을 맡았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서는 지태라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 특이한 점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판타지적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늙지 않은 소년과 이제는 너무 노쇠해버린 노년의 여인이 맞닿아 있는데요.

결말을 보면서 로멘틱하고 아름답게 끝을 맺는 것이 좋긴 했지만 보면서 서글퍼 졌습니다.

영화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처럼 누군가는 늙어가고 누군가는 젊어진 모습으로 만나는 연인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거든요.

세월의 무상함이 슬픔으로 다가올 때, 인간의 수명으로 누군가의 삶은 길어지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먼저 세상을 뜬다는 것을 생각할 때 <늑대소년>의 결말은 상당히 판타지적인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슬프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늑대소년>을 단순한 로멘틱한 드라마라고 생각하기에는 현실에 좌절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