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복숭아나무]하나보다 둘이 좋은 아주 특별한 형제들! 연기자 구혜선에서 감독 구혜선으로...

송씨네 2012. 11. 9. 07:05

 

 

 

인터넷 얼짱 출신, 시트콤 출연 경력 있음, <꽃보다 남자>로 구준표의 남자가 된 여자, 단편 3편과 장편 2편의 연출 경험 있음, 거대 기획사 YG의 유일한 연기자...

화가? 가수? 작곡가? 배우? 영화감독? 구혜선 씨를 말하는 몇 가지 프로필입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것이야 말로 팔방미인이죠. 얼굴도 고운데 못하는 것이 없는...

그래서 안티도 많은 묘한 이력를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녀를 인터넷 얼짱 출신으로만 생각하거나, 너무 다재다능하여 그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야기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녀의 장편 두 번째 작품... 영화 <복숭아나무>입니다.

 

 

 

 

 

사진관... 한 아름다운 여성이 복숭아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녀의 친구이자 사진관 주인인 정애(전미라 분)은 예쁜 아이가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지금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복숭아 나무 밑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었던 철민(이준혁 분)과 시연(서현진 분)...

그리고 얼마 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도 한 몸에 두 명의 아이가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죠. 상현(정윤석 분)과 동현(김영훈 분)은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어머니를 볼 수 없었습니다.

충격과 슬픔에 세상을 등진 정애를 뒤로 하고 두 형제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중년의 철민(최일화 분)은 이제 두 아들이 걱정입니다.

외출 한 번 할 수 없는 상현(조승우 분)과 동현(류덕환 분)은 동현이 자신의 후드티로 상현의 얼굴을 가리고서야 일과를 시작할 정도입니다.

한편 놀이공원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하는 승아(남상미 분)는 시간이 나면 친구 지현(김혜나 분)이 운영하는 옷가게에 들려 장사를 돕지요.

그러던 어느 날 철민이 찾아왔고 옷가게 자리가 예전 사진관 자리임을 이야기하며 사진관을 찾아달라고 이야기합니다. 혹시나 정애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였지요. 

마음씨 착한 승아는 철민을 돕기로 합니다. 동현이 쓰고 있는 동화 작업에 일러스트(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었지요.

그렇게 동현과 승아는 만났지만 뒤집어진 후드티 사이로 승아를 볼 수 없는 상현의 마음은 속상하기만 합니다.

늘상 퇴짜만 받던 출판사에서도 웬일로 승아와 동현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출판사 팀장(신혜정 분)은 동현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는 와중 승아가 잃어버린 신분증을 건내주러 힘든 외출을 결심한 상현과 동현...

하지만 절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것은 모든 이들을 슬프게 만듭니다.

복숭아 나무 위의 두 형제... 과연 그들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우리의 삶이 언제부터인가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도 절망적인 삶이 올해들어 특히 길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상현과 동현의 모습은 절망의 끝에서 더 이상 낭떨어지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형 상현의 모습은 어쩌면 마치 어두운 제 모습 같았습니다.

그나마 적극적인 동현과 달리 동전의 양면처럼 뒷면에 해당되는 상현의 모습은 어딘가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 같았거든요.

이 영화는 좀처럼 다루기 힘든 샴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얼굴이 둘인 사람들이죠.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 서커스에서 돌연변이 인간으로 비하시키는 대목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습들이기도 하죠.

괴물이거나 마치 서커스의 신기한 구경거리, 아니면 <세상에 이런일이> 같은 일에 나와야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사람들로 비춰지는 슬픈 현실이지요.

 

 

하지만 의외로 구혜선 감독은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여자 주인공인 승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근데 재미있는 것은 덜렁대는 승아의 캐릭터입니다.

특이한 말투나 부끄럼을 타는 모습들은 마치 구헤선 감독 자신을 배우 남상미 씨에게 이입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일부 관객들은 주인공 승아의 모습에서 구혜선 씨의 모습을 봤다고 하는데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닐겁니다.

근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 굳이 감독 자신의 모습을 배우에게 이입시키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죠.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이런 종류의 영화감독들은 많습니다. 우디 엘런이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윤성호 감독 등이 자신의 캐릭터를 배우에 대입시키는 것을 자주 애용하는 감독들도 있습니다. 그것을 이상할게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감독의 의견을 주인공이 대신 이야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것이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분명히 지니고 있으니깐요.

 

이 영화에서 샴 쌍둥이의 운명은 너무나도 가혹하게 보입니다.

그들은 서로 한 몸이었지만 마주 볼 수 없기에 서로 외로웠고 늘 부재중인 아버지를 제외한다면 말이 두 명이지 마치 한 명처럼 살아가는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형제였습니다. 하나보다는 둘이 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상현이 자신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도 상현만 떼어낸다면(그러니깐 죽는다면) 동현은 살 수 있기에 한 몸뚱아리의 동현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이 들었던 것이지요. 후드티 속에 자신의 몸을 순순히 감춘것도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지현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얼굴없는(정확히는 얼굴 사이즈가 맞지 않는) 마네킹을 두고 지현과 승아가 살짝 대립하는 부분도 같은 맥락일겁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도 이 마네킹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외로움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집안 구석의 아무도 드나들지 않을 것 같은 창고에 어머니의 사진으로 가득한 액자의 모습은 남편 철민의 그리움이었지만 두 형제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뒷통수에 해당되는 상현은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음에도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꿈 이야기를 하지요. 꿈에서 보았다는 것을 현실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그렇게라도 믿고 싶은 어머니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꿈에서 본 것도 추억이 되어버린 것 말입니다. 서글픈 대목이죠.

 

 

 

 

 

 

이 영화는 작품의 소재도 그렇지만 배우들의 면면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구 감독의 전작 <요술>에 출연했던 서현진 씨라던가 <복숭아나무>에 출연한 남상미 씨의 경우 구혜선 감독의 절친으로 알려진 인물들입니다.

지인들이 출연하는 부분이기에 섭외의 어려움은 없었지만 조승우 씨나 류덕환 씨의 경우 본인 스스로를 그들과 작업한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한고 이야기할 정도로 배우들에 대한 애착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철민의 경우 젊은시절 파트와 중편파트로 나누어 배우가 나뉘어 연기했는데 젊은 시절 철민을 연기한 이준혁 씨는 고뇌하는 아버지의 모습의 모습을 맛배기로 보여주었다면 중년의 철민을 연기한 최일화 씨는 약간은 독특하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아버지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독립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혜나 씨나 연극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연극배우 신혜정 씨도 이 영화에 출연하여 작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각본, 연출, 음악, 심지어는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까지 구혜선 씨가 모두 맡았는데요. 그야말로 원더우먼이 따로 없죠.

특히나 영화에서 상현의 어린시절로 등장한 아역배우 정윤석 군이 부른 동명 제목의 '복숭아나무'는 영화를 보고나서도 여운이 크지요. 성인 역할의 상현으로 등장한 조승우 씨가 부른 버전도 영화에 등장하는데 같이 비교해볼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구 감독의 전작 <요술>에 비해 많은 영화음악이 등장했고 직접 구혜선 감독이 작사, 작곡을 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배우(혹은 감독) 구혜선이 비난을 받고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사실 의문이 드는 부분이었는데요.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지만 단지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너무 다양한 재능을 주었다는 것이지요.

드라마 활동이 끝나면 책을 출간하거나 전시회를 열고, 음악활동을 하는 등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구혜선 씨의 발목을 오히려 잡게 되는 것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만 잘하면 됐지 여러가지를 문어발식으로 하는 사람들을 좋게 볼리가 없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성급하게 한꺼번에 여러 재능을 보여주기 보다는 차근차근 자신의 재능을 하나씩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가지의 재능을 보여주는 것이 자칫 허세로 보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말이지요.

그 재능은 아깝지만 그 재능이 오히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많은 팬들을 거느릴 수 있지만 안티도 거느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복숭아나무>는 젊은 여감독의 패기를 볼 수 있는 감성 멜로이자 드라마입니다.

최근 배우들이 메가폰을 잡는 일이 이제는 흔해졌지요. 방은진 감독을 시작으로 구혜선 씨도 그렇고 류현경 씨나 유지태 씨도 장편과 단편을 틈틈히 준비하면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박중훈 씨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면서 배우들의 연출과 제작 붐은 늘어날 것 같네요.

저는 이것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연기에서 갈증을 느꼈던 배우들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관객과 팬들과의 만남을 갖으려는 시도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지요.

그냥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 그들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길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