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내가 살인범이다]액션스쿨 출신 감독의 여유... 액션도 화려하지만 의외의 깔끔함!

송씨네 2012. 11. 12. 07:05

 

 

 

※개봉된 영화이지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 개봉된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는 좀 특별한 작품이었습니다.

스턴트맨들의 삶을 스턴트맨이 이야기한다는 것이었지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정병길 감독...

액션스쿨 8기, 하지만 영화학을 전공한 영화학도 입니다.

영화 속에 수많은 건물들을 오르내리고 차를 여러대 뒤집으며 차량에 탑승도 하지만 차량 위에서도 있어야 하는 스턴트맨들의 삶...

어쩌면 뭐든 해본사람이 잘 안다고 이런 분들이 만드는 영화라면 궁금하기도 하죠?

이런 영화 궁금해요?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은 아니고, 지금 이 영화를 이야해보기로 하죠.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입니다.

 

 

 

 

 

12년 전 연곡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범인은 잡히지 못하고 범인을 쫓던 형사 형구(정재영 분)은 조커처럼 입술주위에 끔찍한 상처만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TV를 보던 형구는 분노에 휩싸입니다. 연쇄살인마라고 주장하는 두석(박시후 분)이라는 사내가 자신의 살인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내가 살인범이다'를 발표하였기 때문이죠. 공소시효도 끝났으니 이런 책을 내놓아도 문제될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언론은 그를 주목하고 스타로 만들며 살인범임에도 불구하고 꽃미남의 외모는 많은 팬을 거느리는 이상한 현상을 거두게 됩니다.

두석은 사과를 하러 유가족을 찾고 형구를 찾아오지만 그들에게 찾아오는 것은 냉대 뿐...

그러던 와중 유일하게 실종으로 처리된 수연(민지아 분)의 가족이자 재벌그릅 회장인 지수(김영애 분)는 유가족들을 모아 두석을 납치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칼잡이 전과범 도혁(오용 분)을 비롯해 땅꾼 아버지(김종구 분)와 그의 딸이자 뛰어난 활 사격 솜씨를 지닌 강숙(조은지 분) 등의 팀이 꾸려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형구 역시 수연과의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수연은 형구의 옛 애인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수의 반대에 헤어져야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성공적인 납치... 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하고 형구는 이제는 두석을 구하러 가야 하는 상황까지 놓입니다.

어렵게 두석을 구한 형구... 더욱 더 두석의 인기는 높아가던 와중 자신이 진짜 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나게 됩니다.

책을 낸 범인과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사내, 그리고 형사... 이들의 삼자 토론 생방송이 제의됩니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요? 하지만 우리가 모르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치밀한 '합'(액션에서는 싸우는 장면을 찍기 위해 미리 계획된 방식을 이야기하는 경우를 말하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다른 얘기지만 스턴트맨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분을 한 명 더 이야기 하자면 정두홍 씨를 들 수 있는데요.

정두홍 씨가 출연하고 그의 절친 류승완 감독과 함께한 <짝패>의 경우 '합'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치밀한 액션 장면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욱 높이게 만들었으니깐요.

이런 점에서 이 작품 <내가 살인범이다> 역시 '합'이 얼마나 잘 이루어진 영화임을 알 수 있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이 영화가 유독 액션에 강한 장면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이 영화는 초반부터 달리기 시작합니다. 살인마를 쫓기 위해 형사 형구가 미친듯이 달리는 전반부 장면은 마치 관객들도 형구와 같이 뛰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마치 쉴세없이 달리는 폭주기관차라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이런 폭주기관차는 멈출 줄을 모릅니다. 초반부 장면만큼이나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 두석을 납치하는 지수와 그의 유가족들 장면에서 보여지는 장면인데요.

액션영화에서도 흔히 보기 힘든 자동차에서 사람을 주고 받는 이른바 '자동차 도킹'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인 액션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의외성을 보여주는 부분은 시나리오가 허술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시나리오에도 상당히 치밀한 면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 부분은 조금 이따 이야기하죠.) 영화가 단순히 공소시효가 지난 범인이 책을 내놓고 형사와 유가족들이 자포자기 하는 상황이었다면 이 영화는 상당히 지루한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물론 다른 방향으로 이들의 심리 상태를 가지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지만 드라마적으로 만들기에는 상당히 심심하죠. 그런점에서 유가족이 복수를 하러 납치를 하고 역으로 웬수같은 공소시효가 지난 살인범을 형사가 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 의외의 재미를 주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영화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범인이 있다고 후반에 알리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새로운 용의자 J의 등장은 세 사람의 심리게임을 하는 부분으로 바뀌지만 액션부분에서도 그것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말 치밀하게 완벽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약간의 허술한 부분도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실은 알고 봤더니 두석은 형구의 대필작가 역할을 했던 사람이었고 두석 역시 유가족의 한 명이었던 것이죠.

역시 유가족이자 형구와 친한 의사 김원장(박웅 분)은 교통사고로 수술이 불가피한 두석을 새 사람으로 만들고 이름도 새롭게 바뀌게 됩니다. 진짜 범인을 잡기 위한 미끼로 이용했던 것이고 그것이 두석의 이름으로 쓴 책이었던 것입니다.

진짜 유가족들도 속일만큼 아주 딴사람이 되어버렸죠. 그렇다면 이러한 의문이 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찰서에서 벌어진 자장면 투척 사건이나 서점에서 팬 싸인회에서 보여준 것은 두 사람이 합의하에 이루어진 일종의 쇼였다는 것인데 쇼라고 하기에는 너무 완벽했다는 것입니다. 약간의 허술함이나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힌트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너무 완벽했기에 관객들은 이 부분에서 반전을 주기 위해 억지로 짜맞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두석이 납치당한 것을 구해내고 여관에 그를 눕힌 뒤 남긴 쪽지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의심적인 부분이 나타나지도 않았으니깐요.

앞에서도 저는 '합'이라는 부분의 이야기 드렸지만 액션에서의 '합'은 성공적일지 몰라도 시나리오에서 보여지는 '합'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의심할 여지를 너무 남지지 못했다는 점은 이 영화의 아쉬운 점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은근히 미디어로 인해 부풀려진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돈이 되던 무조건 책으로 만드는 출판업자(장미자 분)나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자극적인 소재도 끌어와야 하는 방송국 국장(장광 분)의 모습을 보면서 미디어와 문화가 한 사람을 억지 스타로 만들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슷한 예로 신창원 씨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탈옥수 신창원이 붙잡히고 나서도 의외의 팬을 거느린 것은 그의 의외의 패션 감각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신출귀몰한 그의 모습에서 일부는 그런 그릇된 모습을 닮으려는 어리석은 사람들도 생겨난 것인데 <내가 살인범이다>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등장하죠. 이 영화에서 두석이 꽃미남의 외모를 지닌 살인범이라는 부분에서 '잘 생기면 그 사람이 살인자라도 모두 용서가 된다'라는 일부 잘못된 인식이 소녀팬을 만드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었고 그것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런점에서는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정재영 씨의 거친 형사 연기는 설경구 씨에 이어 괴팍한(?) 형사 캐릭터의 전통을 이어 나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점이라고 보여지며 의외로 첫 스크린 데뷔를 한 박시후 씨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조은지, 김영애 씨 등의 배우들 뿐만 아니라 배성우 씨(동생은 SBS 배성재 아나운서이죠.)나 손종학 씨(영화에서는 토론프로그램 사회자로 등장하지만 진짜 배우분입니다. 방송국에 계신 분으로 착각할 정도죠.) 등의 연극무대에서 맹활약을 했던 분들도 볼 수 있지요.

 

 

 

 

 

다큐에서 상업영화로 넘어가는 감독들은 사실 걱정스러운 부분이 완전히 다른 장르인데 이것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지요.

그런점에서는 정병길 감독의 이번 데뷔는 성공적이라고 보여집니다.

더구나 자신의 장기인 액션을 영화에서 잘 활용했다는 점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라고 보여집니다.

이 음식도 잘하고 저 음식도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음식점보다는 메뉴 수는 적더라도 제대로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전문 맛집이 사랑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봅니다.

정병길 감독의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가 되네요. 폭주기관차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달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