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아워 이디엇 브라더]어느 한 남자의 바보선언... 그러나 그 바보에 우리가 공감가는 이유?

송씨네 2012. 11. 30. 02:10

 

 

 

저는 제가 어리석은 바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주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남들이 보기에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 유턴이나 우회를 하는 방식이죠.

남들이 직진으로 가라고 해도 저는 용기내어 직진을 하지 못하는 그런 성격이라고 해야할까요?

사실 바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두 가지 의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상당히 지능이 낮아서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도 바보이고, 분명 사회생활에는 지장은 없지만 어리석은 생각을 많이하여 놀림받는 사람도 바보인 것이지요.

여기 어느 순박한 바보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앞에 이야기한 두 종류의 방법 중 후자에 속한 것 같네요.

어느 착한 바보의 솔직한 바보 선언... 영화 <아위 이디엇 브라더>입니다.

 

 

 

 

네드(폴 러드 분)은 여자친구와 동거하며 집안의 농장에서 야체를 키우고 그 야체를 키워 시장에 내다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네드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순수하다 못해 좀 바보 같다고 해야할까요?

동네 경찰에게 순수한 목적으로(?) 약을 팔다가 구치소에 수감되어 버린 것이죠.

모범수로 출소해 여친집에 갔건만 여자친구인 자넷(저스틴 한 분)은 그 사이 빌리(T. J. 밀러 분)과 동거하고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며 아끼던 강아지 윌리 넬슨까지 빼앗긴 상황에서 그는 어머니 아일린(셜리 나이트 분)의 집으로 피신을 왔지만 이 생활도 지속할 수 없는 법.

그는 그의 누나와 여동생들을 찾아나섭니다. 다행히도 빌리가 자넷이 헛간을 다른 이에게 세를 주기로 했는데 네드도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죠.

조금만 돈을 모으면 될 수 있을 것 같아 여동생과 누나들의 일을 돕기 시작합니다.

첫째 누나 리즈(에밀리 모티머 분)의 집에서는 그녀의 아들인 리버(매튜 민들러 분)을 돌보기도 하고 리즈의 남편이자 다큐맨터리 감독인 딜런(스티브 쿠건 분)을 돕고 있는데 딜런이 찍고 있는 다큐가 좀 이상하다고 여기지만 그게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지요.
둘째 누나 미란다(엘리자베스 뱅크스 분)는 잡지사 기자인데 특종에 목말라 있는 상황에서 거대한 금액의 상속녀로 알려진 아라벨라(자넷 몽고메리 분)를 취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기자라는 신분 때문인지 그녀와 관련된 특종을 잡아내기 쉽지가 않네요.

막내 여동생 나탈리(조이 데이셔넬 분)은 좀 독특한데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뮤지션입니다만 남자도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하는 특이한 친구죠. 그녀는 화가인 남자친구 크리스천(휴 댄시 분)과 변호사인 여자친구 신디(리시다 존스 분)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상황이고요.

이렇게 평범한 세 여동생과 누나를 지니고 있는 네드는 너무 솔직게 비밀을 다 털어버리는 바람에 세 누나와 여동생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의 무시를 당하는 상황입니다. 보호 감찰 경찰관인 오마르(스털링 K. 브라운 분)의 경고를 무시한 상태에서 또 한번 약에 빠지게 되고 다시 네드는 재수감 되는 상황...

순박하다 못해 멍청한 우리의 네드... 과연 가족들과 친하게 지낼 수는 있을까요?

 

 

 

 

참으로 묘한 느낌의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는 네드를 이해가게 되더군요.

저 역시도 영화속의 네드와 비슷한 성격이거든요. 바보는 분명 아닌데 너무 솔직해서 탈이라는 것이죠.

제가 말은 어찌나 많은지... 누군가는 저를 보고 말이 많고 말대꾸가 심하다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네드는 바보라고 놀림받고 비아냥 받으며 무시당하지만 결코 네드가 바보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채소를 팔다가 경찰에게 얼떨결에 잡힌 경우는 어떻게 보면 네드가 경찰관의 유도심문에 걸린 상황일테고요, 그가 사랑하는 강아지 윌리 넬슨을 찾는 부분에 있어서도 그의 전 애인인 자넷보다도 윌리 넬슨을 더 아끼는 것은 네드인 것 같은데 자넷은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강아지를 데려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억지이니 이보다 더 어리석고 바보같은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 여기서 제가 말한 바보의 또 다른 의미인 어리석은 사람이 바로 이런 것이지요.

결코 우리의 주인공 네드는 어리석지 않았습니다. 단지 융통성이 없었던 것 뿐이고 솔직한 것이 탈이었다는 얘깁니다.

 

 

사실 네드에게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은 그의 가족들이죠. 바보이다 못해 순박한 네드를 이용한 것은 바로 그의 가족들이었으니깐요. (어머니 아일린과 막내 나탈리는 빼고요.)

큰 누나 리즈의 경우 아이를 보살핀다는 조건으로 네드를 받아들였지만 누나의 남편이 바람을 핀다는 사실도 모른체 그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했고, 주정차 금지 구역에서 법규를 지키려고 나름 노력했던 모습도 보이니깐요. 둘째 누나 미란다는 거의 네드를 필요한 때만 골라빼먹은 그야말로 이기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팀이 아니라고 부정했다가 아라벨라와의 대화에서 상당히 많은 그녀의 비밀을 알아넨 네드를 다시 팀이라고 치켜세우는 것은 상당히 비열한 부분이었기 때문이지요.

막내 나탈리는 어떨까요? 나탈리는 얼떨결에 제레미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신디 쪽이 더 끌린 상태에서 고민을 하게 되지요. 남자도 사랑하고 여자도 사랑하는 양성애자로써의 고민인데 그 고민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네드를 멀리하고 있으니 그것도 옮지 않아 보입니다.

편리할 때 이용하다가 가치가 없어지면 악담을 퍼붓고 무시를 하는 네드의 가족들을 보면서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가족들을 대하는, 그리고 친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살펴보면 재미있는 이력의 배우들이 많습니다.

우선 주인공 네드를 맡은 폴 러드는 시트콤 <프렌즈>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입니다. 참으로 알고보면 훈남 배우지만 못난이 네드를 연기하기 위해 외모나 행동 등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폴 러드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시면 얼마나 훈남인지 아실 겁니다.) 

첫째 누나로 등장한 엘리자베스 뱅크스의 경우 <스파이더맨 3>를 비롯해 메디컬 시트콤인 <스크럽스>를 통해 활약을 보인 배우이며, 둘째 리즈를 연기한 에밀리 모티머는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는 미드 <뉴스룸>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입니다. (조이 데이셔넬은 너무나 익숙한 배우니깐 통과...)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또 하나를 뽑으라면 윌리 넬슨이라는 이름의 강아지일 것입니다.

영화 속 네드가 그렇게 사랑하던 이 강아지의 이름은 사실 미국의 유명한 뮤지션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컨츄리 음악의 대부로 알려진 그는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영화에서는 실제로 윌리 넬슨의 음악들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마치 윌리 넬슨을 위한 헌정 영화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에게는 토니 올란도 앤 던(Tony Orlando & Dawn)의 음악으로 알려진 명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인데요. 그야말로 영화 장면에 딱 맞게 음악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기발한 부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가사가 원래 이런 내용이었나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마치 노래방용 화면 같다고 해야할까요?)

 

 

 

 

 

이번에는 이 영화의 외적인 요소를 살펴보면...

이 영화의 수입은 홍보사이자 메니지먼트사로 알려진 프레인에서 맡았습니다. (트위터나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언급했지만 저는 프레인과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영화가 독특한데에는 홍보방식 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친절한 해설일 것입니다. 여준영 대표가 직접 번역에 참여하고 영화에서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양초를 유료시사회에 나눠주는 모습도 보입니다. 영화에 등장한 음악들은 하나하나 일일히 부른 사람과 가사를 영화 속에 자막으로 공지하고 있으며 영화와 관련된 가십이나 뒷이야기는 <아위 이디엇 브라더>의 한글 공식사이트(http://www.prainmovie.com/)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화도 있었나 하실 정도로 상당히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많이 소개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프레인의 대표인 여준영 씨의 자신이 수입한 영화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깊은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에서 진심이 많이 보였습니다. 또한 흔히 홍보용 이메일로 보내지는 뉴스레터의 경우도 여 대표가 직접 메일을 보내는 성의를 보이고 있어서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료시사회에서 여준영 대표가 관객들에게 보낸 유인물로 이 영화에 대한 결론을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세상을 바꾸는 건 히어로가 아니라 보통사람들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겁니다.

그리고 선한 사람을 바보 같다고 말해 온 우리 스스로가 바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제목에서  Idiot이란 단어에 빨간 줄을 그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영화를 보고나서 제 생각도 여 대표의 생각과 같았고 영화를 보신 분들도 아마 그 생각에 동감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세상 살기 힘든 요즘... 우리에게는 착한 바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