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26년]광주의 눈물... 어렵게 돌아온 만큼 많이 생각해야 할 이야기!

송씨네 2012. 12. 2. 17:57

 

 

 

 

1980년 5월... 광주 사람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지요. 민주화를 주장했던 많은 광주시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지요.

수십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건을 지휘하던 사람은 아직도 살아있고 광주의 상처는 봉합된 것 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봉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도 29 만원으로 버티고 계시는 그 분... 그 분을 처단하러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만화가 강풀의 원작들이 많이 영화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작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26년>입니다.

영화사에서 판권도 사들였고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문제는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기뻤던 것 같습니다.

긴 말이 필요없습니다. 그 사람을 처단하라... 영화 <26년>입니다.

 

 

 

 

 

 

1960년 5월의 어느 가정집... TV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고 한 여인이 아이를 업고 있습니다.

아이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고민하던 사이 미진이라는 이름을 짓기로 합니다.

그 사이 창문틈으로 총알 하나가 유리를 뚫고 옵니다. 쓰러지는 여인... 남편은 오열합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의 광주시청 앞... 수많은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으며 꼬마 아이와 그 아이의 누나가 서 있습니다.

미친듯이 날라오는 총알세례... 누나의 배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고 내장이 튀어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곧 뒤따라 간다는 누나는 그렇게 소년에게서 멀어지고 있고 있고 소년은 그렇게 다른 시민군에 이끌려 자리를 피하고 있습니다.

시체더미... 한 여인이 미친듯 이 곳을 뒤덕입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에 흙과 피, 구더기로 범벅이 되어버린 사체들...

여자는 오열하고 그 옆에 있는 소년은 어머니를 달랩니다.

수 십년이 지났습니다. 갖난 아기였던 미진(한혜진 분)은 사격선수가 되었고 당시 사고로 인해 충격을 받은 그녀의 아버지(이상훈 분)은 술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소년 진배(진구 분)도 성장하여 군에서 전역을 하였습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어머니를 반갑게 맞이했건만 TV 속 5.18을 주도했던 그 사람이 아무렇지 않듯 잘 살고 있으니 그의 어머니(이미도 분)은 분노만 쌓입니다. 그 때 생긴 진배의 상처... 그리고 몇 년 뒤 그는 건달이 되었습니다.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누나를 잃은 정혁(임슬옹 분)은 경찰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이 나타나면 교통신호를 조절해 그 사람이 지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슬픈 과거를 지닌 세 사람에게 두 남자가 나타납니다. 당시 계엄령에 사람들을 죽여야 했던 갑세(이경영 분)과 그의 아들이자 비서인 주안(배수빈 분)이 나타나 그들에게 그 사람(장광 분)을 처단하려는 계획을 이야기합니다.

26년... 5. 18의 악몽이 지나가고 26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그 사람을 처단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경호팀인 탁실장(민복희 분)과 마실장(조덕재 분)이 경계의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정혁 뒤에는 최계장(김의성 분)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감시합니다.

보안요원이 부족했던 탁실장은 마실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간업체를 통해 이들을 구하려 하고 마침 주안이 운영하는 업체와 거래를 통해 이들업체를 체용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갑세와 주안의 계획된 부분 중 하나...

거사의 날이 밝아오고 이제 이들의 계획이 실행으로 옮겨지는 상황... 과연 그 사람을 그들은 처단할 수 있을까요?

이 날을 놓치면 앞으로 시간이 없습니다. 최후의 그 날... 이 날이 아니면 기회도 없습니다.

 

 

 

 

 

강풀이 연재하는 만화들은 대부분이 Daum 만화속세상에 공개되고 있지만 모두 연재가 완료된 작품이라서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된 경우입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여전히 무료로 볼 수 있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26년>입니다.

광주사태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강풀 작가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이 작품만 무료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6년>은 이렇게 많은 이들이 생각해야할 5. 18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더구나 지금도 생존하는 전직 대통령을 암살한다는 내용해서는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소재인 것이지요. 그럼에도 대부분이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그가 과거 일으킨 만행일 것입니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 영화는 당초 김아중 씨와 류승범 씨로 케스팅을 완료하고 이해영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긴 상태였지만 제작비 조달에 실패하여 여러번 영화의 제작이 엎어진 경우였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라면 제작사는 완전히 제작 계획을 철회하거나 전면 백지화를 시키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이 영화의 제작사인 청어람은 정면승부를 걸기로 합니다. 소셜펀딩이라는 방식으로 영화 제작비를 모금하기로 하지요. 1차에는 많이 모였습니다만 목표금액에 약간 모자란 부분으로 인해 실패를 했습니다. 다시한번 좌절이 되는 순간인데 두레회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한번 도전을 하게 되고 목표치에 가까운 금액을 모으는데 성공합니다. 거기에 가수 이승환 씨나 방송인 김제동 씨가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제작은 신속하게 벌여집니다. 이외에도 이 영화에 출연한 2AM의 임슬옹 씨의 팬클럽을 비롯해 많은 단체가 십시일반으로 모금을 했다는 것입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지요. 작품의 서두는 상당히 강렬하게 시작합니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오돌또기의 오성윤 감독은 전반부 강렬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광주 사건의 심각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앞에 언급한 머리를 관통한 총알, 내장이 튀어나오고, 피와 구더기로 범벅이 된 사체더미 등등 상당히 입으로 열거하기 힘든 장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아마 이 앞부분 장면으로만 생각해도 융통성 없으신(!) 영등위에서는 18금을 때리고도 남을 장면이지만 이 영화는 다행스럽게도 15세 관람가를 받게 됩니다. 

충격적인 오프닝은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데 충분했었습니다.

전반부에 충격요법이 가해진 뒤 실제적으로 실사로 등장하는 화면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주인공들의 그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주인공들의 부모들은 한 쪽만 살아남았고 반은 미친사람처럼 살아갑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대체적으로 원작 만화를 그대로 이용했지만 흉상을 만드는 부부의 이야기는 과감하게 생략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주차장 옥상을 이용해 그 사람을 처단하려던 계획은 영화에서는 폐가 건물을 활용, 크레인을 이용해 암살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그 수정된 장면들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거나 영화의 의도를 전혀 훼손시키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입니다. 모 블로거가 상영관이 적다고 자세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을 이야기하여 영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그 블로거에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나친 설레발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예매사이트의 공개는 보통 2~3일 전에 공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조금은 기다려봤다가 논평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영화는 나름 많은 상영관과 높은 예매율로 그 불안을 잠재우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의의는 확실히 전달되었지만 생각보다 작품의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부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약간 이 영화에서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원작만큼의 디테일은 살렸는가라는 의문도 들었고 등장인물들이 일부 빠진 가운데 이야기가 잘 진행되었는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약간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부분에서 이 영화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촉박하게 제공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 이상 이 영화는 제작과정에 엎어졌고 감독과 제작진들도 많은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유일하게 그나마 케스팅에 변화가 없던 것은 진구 씨 였으니깐요. (그나마 이 경우도 그는 배역이 바뀐 상황에서 변화가 되었지요.) 제작두레가 빨리 이루어졌고 제작비를 구할 시간이 많이 앞당겨졌다면 이 영화의 제작여건은 더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일부 컷을 생략할 수 없었던 것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을 완성도를 지적하기 보다는 시간배분의 아쉬움으로 지적을 해야한다는 것이죠.

 

 

이 작품은 최근 개봉된 <남영동 1985>와 더불어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부추기는 것은 일부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문제였고, 엉뚱하고 말도 안되는 생각을 지닌 이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방해공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개봉이 못되거나 주저앉아 넋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일이죠. 어쩌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관객과 함께하는 영화라는 것이죠. 앞의 제작두레 참여자들에게 VIP 시사회를 개최하거나 이승환 씨가 주최가 되는 이른바 '26년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 바로 좋은 예라고 보여집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 명의 주인공 이외에도 인상적인 인물들이 많은데요. 오히려 조연 혹은 카메오에 가까운 인물들의 활약이 더 대단했다는 것입니다.

진배의 어머니로 등장한 이미도 씨나, 미진의 아버지로 등장한 이상훈 씨가 대표적이죠. 이외에도 진배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조폭 두목으로 등장한 안석환 씨도 짧은 등장이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마실장으로 등장한 조덕재 씨 처럼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된 배우분들도 있으니 이 작품은 주연, 주연 모두 살펴보면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작품은 다시한번 말하지만 어려운 제작여건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의 조근현 감독의 경우도 얼떨결에 감독이 된 특이한 케이스지만 다음번 작품에도 이런 부족함이 또 발견된다면 그 때는 관객도 냉정한 판단을 하게됨을 명심해야 할 것 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제작두레의 긴 분량의 엔딩크레딧까지 보고 돌아가시길 권합니다. 어쩌면 이 영화의 진정한 기적은 이들 덕분이기 때문이니깐요.

아울러 이승환 씨의 '꽃'이 그 사람을 처단하기 위해 웅장한 각오로 부른 노래라기 보다는 5. 18로 인해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는 진혼곡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것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것입니다. 그 분께서 그 지겨운 '29 만원 타령'을 중단하고 광주시민과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영화처럼 그가 암살시도 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반성의 기미가 없다면 그에게 가해지는 분노는 더 커질 것입니다.

그 분도 그걸 알고 있겠지요. 아니면 알고 있을까요? 안다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게 우선일 것입니다.

이런 가슴아픈 과거가 영화로 나오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