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아무르]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송씨네 2012. 12. 23. 01:44

 

 

 

곱고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막내 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중에서-

 

이번에 소개할 영화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가사를 좀 가져와 봤습니다.

나이 든다는 것, 늙는다는 것,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

어쩌면 이 영화 속의 노부부의 모습과 웬지 모르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글픈 노부부의 이야기... 영화 <아무르>입니다.

 

 

 

 

여든의 노부부가 있습니다.

남편 조르쥬(루이 트렝티냥 분)와 부인 안느(엠마누엘 리바 분)는 음악가 출신의 부부입니다.

얼마전에는 안느의 제자인 알렉상드르(알렉상드르 타로 분)의 피아노 연주회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어느 때 처럼 평온하게 아침을 먹던 부부... 그런데 대화도중 안느가 대답을 안하더니 마치 버벅거리는 컴퓨터처럼 응답이 늦어집니다.

불안함을 느낀 조르쥬는 안느에게 병원에 가자고 하지만 안느는 웬지 모를 두려움을 느낍니다.

병원에서는 동맥이 막혀서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수술후 오히려 안느의 상황은 더 악화가 되기만 합니다.

다리 한 쪽이 움직이지 않더니 다음은 팔이 움직여지지 않고 흥분을 했더니 말이 부자연스럽게 나오더니 이제는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도 못합니다.

딸 에바(이자벨 위페르 분)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이 괴롭기만 합니다.

이 정도인데 조르쥬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먹지 못하는 아내에게 억지로도 먹여보고 뺨도 때려봅니다.

간병 간호사를 2교대로 들여오기까지 하였지만 막대하는 간호사를 보며 조르쥬는 그녀를 내쫓고 간호사는 온갖 저주플 퍼붓고 돌아갑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생활에 괴로움을 느낀 조르쥬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별 생각없을지 몰라도 우리가 먼 훗날 배우자를 만나 살아간다면,  그리고 단 둘이 살아가게 된다면이라는 고민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런 고민을 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인생은 젊겠지요. 하지만 앞으로 닥쳐올 일이라면 생각해봐야 할 일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아무르>는 참으로 단순한 영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반의 제자의 공연을 보러가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영화의 대부분을 부부가 사는 집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최근들어 이런 연극무대나 볼 수 있을 법한 제한된 공간에서 얘기가 구성되는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작비 절감 효과도 있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지라 이야기를 몰입하는 효과도 볼 수 있지요. <아무르>는 최근 개봉된 영화 <대학살의 신>을 생각하게 되는 영화죠. 단순한 구성의 세트와 구조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기가 쉽지만 반대로 너무 단순한 세트나 구성 때문에 지루한 구석도 많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영화 참 묘합니다. <아무르>는 마치 우리나라의 사회면 뉴스에서 봄직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배우자 중 한명이 병에 걸리고 힘든 삶을 겪게 되고 배우자 중 한 명은 그 사람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는 것인데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는 가난으로 인해, 자식들이 등지고 혼자살면서, 그리고 앞에 이야기한 누군가 병들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니 서로 사랑하다가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가난에 치쳐 늙그막에 황혼이혼을 하려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이슈가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노년의 나이에서는 흔히 접하게 되는 고민들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르>와 비슷한 상황이 등장하는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만든 추창민 감독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생각나는데요. (강풀 님의 원작만화죠.)

치매에 걸린 아내를 극진하게 보살핀 남편이지만 자식들에게 눈치주는 것도 싫었던 남편은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왜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알게 모르게 많은 상징성을 보여주지만 그것을 티나게 보여주려고도 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셨을 것이 두 번이나 등장하는 비둘기의 모습일텐데요. 이에 대해 심리학을 전공한 심영섭 평론가는 서구권에서는 비둘기가 영혼의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둘기라는 것이 영혼이 사라져가는, 즉 아내의 죽음을 암시하는 부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관련내용- 영화블로거 '트리플 불안' 님 블로그 중에서)

영화에서 조르쥬는 처음 비둘기를 내쫓는데만 급급하지만 두번째로 나타나자 비둘기를 어떻게든 잡으려고 합니다.

몸통을 조여내고 죽이는 듯 하였으나 자식들에게 남기는 유서에서 조르쥬는 비둘기를 놓아주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이런 비슷한 행동을 실행으로 옮기지요.

사랑하지만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비둘기를 통해 보여준게 아닌가 싶어요.

 

 

또 하나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실제 80대 배우가 마치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듯한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조르쥬의 장 루이 트렝티냥의 경우 멜로 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남과 여>(1966)에서 장 역할을 맡았지요. 현재 나이가 여든 두살이니 영화에 등장하는 나이와 거의 동일하죠. 에바 역의 엠마누엘 리바의 경우도 나이가 여든 다섯이니 이 영화는 마치 그들의 삶을 대입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에 몰입하면서도 그들의 삶이 상당히 공감이 가면서도 앞으로 우리에게 벌어질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니 암담하기만 하더군요.

 

 

 

앞에 소개한 김광석 씨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노래를 아이유가 불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젊은 아이돌이 이 노래를 부르는게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감성을 실어 부르던 이 노래가 기억에 남는 것은 앞으로 우리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사실이 우울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계속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은 자식들이 독립을 하고 그들은 홀로 남아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 너무나도 서글프다는 것입니다.

<아무르>는 아마도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사랑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랑도 사랑이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이 사회를 만든게 누구인지를 생각해본다면 무조건 극단적이라고 말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우스겟소리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너도 한번 늙어보면 내맘 알게 될거다'라는 대목은 단순히 웃을 일이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