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마음의 구멍을 메꾸는 방법... 이것이 진짜 힐링이다!

송씨네 2012. 12. 25. 18:46

 

 

 

 

 

이제 확실히 자리 잡은 단어 '힐링'...

언제부터인가 가슴 아프거나 괴로운 일들을 겪는 우리에게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픈 생각이 드시리라 봅니다.

여기 고양이를 빌려주는 이상한 여인이 있습니다.

고양이를 빌려주는 여인...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입니다.

 

 

 

 

 

사요코(이치카와 미카코 분)는 길을 나섭니다. 수레에 여섯 마리 정도를 넣고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외로운 분들에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라고 외치고 다닙니다.

단돈 천엔(약 12,000 원)이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빌릴 수 있습니다.

그녀의 정확한 직업은 모르겠습니다. 주식 투자에 달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용한 점쟁이라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CF 작곡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도 있으니깐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사요코는 홀로 남아 많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고양이를 좋아했고 고양이를 잘 따랐던지라 자신에게도 고양이들이 몰려온게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손님은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사는 토시코 할머니(쿠사무라 레이코 분)입니다. 고양이를 맡기는 기간은 이 세상을 떠날때까지...

두번째 손님은 부끄러움이 많은 숙맥 아저씨 고로(미츠이시 켄 분)... 지방출장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다가 곧 가족과 만날 예정입니다. 기한은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세번째 손님은 사요코가 우연히 들른 렌터카 대리점에서 만난 아가씨 메구미(야마다 마호 분)... 유일하게 대여료는 받지 않은 그녀는 손님이 찾아와 외로움이 해소될때까지 고양이를 빌려주기로 합니다.

그렇게 고양이를 빌려주고 나름의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결혼과 사랑을 하고 싶던 사요코에게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중학교 시절 동창인 시게루(타나카 케이 분)가 그녀에게 나타나 무작정 고양이를 빌려달라고 했던 것이죠. 학창시절 뻥쟁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친구죠.

사요코는 중학교 시절 양호실에서의 시게루와의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그런데 구멍을 메꾸던 사람들처럼 정작 사요코 자신은 외로움의 구멍을 메꾸지 못했네요.

그녀에게도 구멍을 메꾸어 줄 수 있는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날까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복선 없음, 절정 없음, 위기 없음... 그리고 악당 없음....

그야말로 일본을 대표하는 착한 영화, 힐링 영화의 대표 여감독이죠.

<요시노 이발관>을 비롯해서 <안경>, <카모메 식당>, <토일렛> 등의 작품을 보더라도 이런 공식은 계속 성립됩니다.

저는 자극적인 영화보다 이런 편안한 영화가 좋더군요. 긴장하고 보는 것이 너무 싫다는 것입니다.

그런점에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들은 편안하게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음식과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던 과거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는 고양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고양이들이 어디서 들어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사요코 자신이 키우던 녀석도 있고 할머니가 키우던 녀석도 있을테니깐요.

그것도 아니면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온 길고양이들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고양이들과의 인연은 그것을 자신의 사업으로 발전시키는데요. 하지만 영화에서도 보시다시피 그녀의 주직업은 고양이 대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저렴한 가격으로 고양이를 대여해주는 대신 서로를 치유해주고 자신도 치유를 하게 되는 것이죠.

 

 

마치 이 이야기는 옴니버스 구조를 띄는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의뢰인이 나타나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생각이 되어지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어떤 분들은 패턴이 상당히 지겹다고 느껴지는 분도 계시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영화의 패턴이 비슷해지므로 쓸대없는 복선이나 위기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저는 편안하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에는 어김없이 고양이들이 뛰어노는 짧은 컷 하나와 구멍이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구멍은 참으로 중요한 소재입니다. 할머니가 만든 푸딩의 구멍, 기러기 아빠의 양말 구멍, 렌터카 센터 여직원이 먹는 도넛의 구멍까지...

그 구멍은 점차 자신의 방법으로 메꾸게 되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 치유는 방식을 배워갑니다. 그 과정이 너무 좋았던 것이죠.

 

 

그리고 네번째 이야기에서 이르러서는 마치 이 세 가지 이야기가 곧 이어질 네번째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방법들이지 않았나 싶더군요.

뻥쟁이 중학교 동창생 시게루는 그녀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드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물론 이것은 그가 호감이라서 마음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남의 힐링만 챙겨주던 자신에서 자신의 고민까지 스스로 힐링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죠.

그는 뻥쟁이였지만 그녀와의 만남에서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도둑이고 어디론가의 도피를 준비중인 사람이라는 점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깐요.

도피 생활이 외로웠고 사요코가 되었던 아니면 고양이가 되었던 자신을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죠.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외로운 동물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상당히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는데요.

일본식 원제 'レンタネコ'는 말그대로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입니다만 영문원제는 'Rent-A-Cat'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에서는 렌터카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요코의 꿈속에서 등장한 고양이 렌터 센터였고 또 하나는 실제로 만나게 되는 렌터카 센터라는 것입니다. 사요코가 데자뷰라고 이야기하던 그 장면이죠.

'Rent-A-Cat'와 'Rent-A-Car'... 그러니깐 'C'와 'R'의 차이에서 볼 수 있는 재치 넘치는 뉘양스가 여기에 숨어있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더 인상적인 부분은 차를 등급으로 나누고 고양이를 등급으로 나뉘는 부분이죠. 이 이야기는 사람을 등급으로 나뉘는 결혼 정보회사를 비롯한 단체나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C급 자동차를 A급 가격에 렌트하는 사요코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죠.

 

 

<고양이를 들려드립니다>는 이렇게 매력적인 영화입니다만 기존의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와 다른 점도 있습니다.

음식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안경>에서 보여주던 팥빙수, <카모메 식당>의 커피와 오니기리(삼각김밥)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는 눈에 띄는 음식이 없지요. 또한 오기가미 나오코 영화의 단골배우 중 한 명인 모타이 마사코가 없다는 사실... (깨알같은 개그를 보여주었던 이 분... 다음 작품에는 볼 수 있겠죠?)

그러나 모타이 마사코를 대신해 비장의 무기(배우)가 등장하는데 사요코의 옆집에 살면서 사사건건 테클을 거는 아줌마 역의 코바야시 카츠야입니다. (그러나 이 분의 프로필을 보는 순간 놀랍니다. 성별이...)

 

 

 

 

이 리뷰가 작성이 끝날 쯤에는 크리스마스도 끝나가는 시점이 되겠네요.

자칫 외로웠던 저는 홀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뻔 했지만 저처럼 마음 한구석이 뻥뚫린 분들이 모여서 작은 파티를 하게 되었고 행사를 참여하게 되니 저절로 힐링이 되더군요. 힐링이라는게 딴게 있나 싶더군요.

인간은 정말 외로운 동물입니다. 12 월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의 짝을 찾는다는 것은 힘들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솔'로대첩이 '남자'대첩으로... 그리고 '술'로대첩으로 바뀌는 한이 있어도 말이죠.

자... 뻥뚫린 구멍 메꾸러 나가볼까요? 거리가 되었던 어디가 되었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