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라이프 오브 파이]무한정 등장하는 CG... 그럼에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

송씨네 2013. 1. 4. 04:54

 

140자로 말해봐 @songcine81(http://twitter.com/songcine81 

세상 모든 것이 끝났다고 보지는 말아라... 우리에게는 그래도 희망이라는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신을 여러명 믿는 것은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아시아 감독 이안이 세상에 돌직구를 날리는 방법은 이런 방식이군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호랑이와 하이에나 등이 등장하지만 결코 잔인한 영화는 아닙니다. 약간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봅니다. 원작이 존재하니 읽어보시고 보시면 더 좋겠죠. 동물원이 등장했던 또 다른 헐리웃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와 비교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세상에는 수 많은 신(神)이 있다고 합니다. 고무신, 나막신 등의 그런 신(?) 말고요.

저는 종교관이 좀 독특한데요. 나름 카톨릭 신자이지만 다른 종교를 비하하거나 비난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모두 나름대로의 가르침이 있고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사이비 종교는 여전히 비난받아야 마땅한 존재이지만요.

여기 여러 신을 믿는 남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그가 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이안 감독이 선사하는 삶의 지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원제 Life of Pi)입니다.

 

 

 

캐나다의 어느 한 마을... 한 남자가 무작정 누군가의 집에 찾아옵니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중인 작가(라프 스펠 분)는 어느 노인의 추천으로 파텔이라는 남자의 집으로 오게 된 것이죠.

반갑게 맞이하는 한 인도 사람... 파이 파텔(이르판 칸 분) 바로 그 사람입니다.

파텔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동물원을 운영하던 아버지 산토쉬(아딜 후세인 분)가 있었고 어머니 지타(타부 분)와 형이 있었던 그는 수영장을 좋아했던 마마지 삼촌(엘리 알루프 분) 덕분에 이런 이름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파리의 멋진 수영장 이름이 한순간 오줌싸게를 의미하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니 그의 마음이 좋을리가 없지요.

그는 새학기 수업시간마다 원주율을 나타내는 '파이'를 이야기하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름만큼이나 3.14 뒤에 올라올 소수점자리를 모두 적어내는 영특함도 보여주지요.

흰두교를 믿어야 하는 상황에서 형의 장난으로 무작정 성당에 들어가고 거기서 파이는 예수의 가르침에 감동을 받고 카톨릭을 믿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슬람 성전에서는 알라의 가르침에 이슬람교 역시 믿게 됩니다. 세 개의 종교... 하지만 그는 개종이 아닌 모두 이것을 믿기로 합니다.

몇 년이 흐르고 청년이 된 파이(수라즈 샤르마 분)에게도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아난디(사라반디 세이난드 분)라는 소녀에 반해버린 파이...

하지만 인도의 정권이 불안정하면서 파이 가족은 캐나다로 이주 결정을 하고 동물들도 팔기로 합니다

어린 시절 만났던 뱅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도 이 여정에 함께하게 되지요.

일본의 대형 선박을 타고 기약없는 여행을 떠나던 어느 날... 배가 폭풍우를 만나 침몰되는 사고가 발생됩니다.

파이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부모님과 형은 실종상태...

그리고 아주 작고 구명보트에 노아의 방주처럼 호랑이, 오랑우탄, 하이에나, 얼룩말이 파이의 여정에 합류합니다.

하지만 먹히고 먹히는 상황이 발생되고 이제 남은 것은 리차드 파커와 파이 단 둘 뿐입니다.

비상식량과 물고기에 의존해야 하는 파이는 과연 이 외로운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우선 여러분은 몇가지에 놀라셨을 겁니다.

주인공이라곤 호랑이와 청년 밖에 없는데 이야기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고 이안이 감독을 맡았다는 소식에 <와호장룡> 같은 스펙타클일까? 아니면 <색,계>나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애잔함일까? 라는 의문이 드실겁니다. 더구나 이 영화를 3D로 만들겠다는 것은 조금 걱정반, 기대반인 상황이지요.

아무리 헐리웃과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이안 감독이지만 <헐크>처럼 작품성과 오락성 모두 실패한 쓰라린 경험도 지닌 이 사람에게 기대를 거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테이킹 우드스탁>처럼 마니아들만 좋아할 것 같은 음악영화를 만들기도 했으니 정말 종잡을 수가 없는 감독이죠.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안은 관객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주된 이야기는 바로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리차드라는 이름의 호랑이와 원주율을 뜻하는 파이라는 청년의 사투가 주된 내용이니깐요,

<베리드>의 관에서 계속 되는 이야기나 얼마전 소개한 <남영동 1985>의 고문만 계속 되풀이되는 이야기처럼 어떻게 러닝타임을 맞춰나가느냐가 문제였을 겁니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의 대결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보여주어 보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날치 떼와의 대결이라던가 참치로 허기도 달래고 리차드 파커도 길들이는 이야기도 등장하며, 해파리로 가득한 곳에서 고래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장면등은 경이롭고 멋진 장면으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약간 호불호가 갈리는 장면도 있는데요. 파이가 이름 모를 섬에 도착해 수많은 미어캣과 지내는 장면에서는 멋있다는 감탄사가 나오지만 그게 떼로 나오다보니 징그럽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그렇게 따지면 해파리 장면도 떼로 등장하는 해파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야광처럼 나오고 밤하늘에 등장하니 멋져보일지 몰라도 그게 독성을 지닌 동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면 이 장면이 꼭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이 영화는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메세지는 '딱 이거다!'라고 이야기하기는 조금은 힘든 영화입니다.

오프닝에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하고 바다에서 보여지는 경이로운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지요. 또한 파이가 여러 종교를 믿는 부분에서는 제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종교로 싸우기 보다는 그 가치관이나 철학은 비슷하기 때문에 모두 존중해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속 파이가 그랬고 파이의 부모님들도 걱정어린 모습으로 바라보긴 했어도 야단은 치지는 않았으니깐요. (인도가 계급사회이다 보니 폐쇄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영화속 파이의 부모님들은 생각보다 개방적인 삶을 살고 있었지요.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것도 어쩌면 같은 맥락일지도...)

 

또 하나는 인간은 모두 소중하고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반 일본 선박에서 요리사(제라르 디빠르디유 분)과 충돌하는 부분이 대표적인 예이죠.

채식주의자인 파이의 어머니와 매뉴는 모두 동물성 음식이니 잔말 말고 먹으라면서 그들을 무시하는 파이가족들과 요리사간의 설전은 한편으로는 다양성의 인종이 차별받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격이 무시당하는 나쁜 예를 보여준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것은 파이가 나중에 생존해서 그를 하이에나라고 표현하는 대목과도 상당히 일맥상통하다는 것입니다. 힘없는 어머니와 불교를 믿는 아시아인 선원을 오랑우탄와 얼룩말로 표현한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지금도 약간 의문이 가는 것이 바로 호랑이 리차드 파커입니다. 생존 후 그는 사건을 조사하러 온 관계자들에게 앞의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들을 모두 말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정작 필요했던 것은 사건의 본질(왜 선박이 침몰했는가?) 이니깐요. 그러다보니 사실같은 거짓말을 지어내게 되고 호랑이와 얼룩말과 원숭이와 하이에나는 각각 사람으로 변형되어 버리게 되지요.

근데 왜 하필이면 파이는 자기 자신을 호랑이 리차드 파커에 대입했는가 입니다. 물론 직접적으로는 '파이=호랑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만 파이가 들려주는 신비한 이야기와 그가 이어서 꾸며낸 이야기를 자세히 귀기울여 들으면 '오랑우탄=파이의 어머니', '얼룩말=불교를 믿었던 선원', '하이에나=요리사'라는 공식이 성립이 되기 때문이지요. 하나 남은 것이 바로 파이와 호랑이입니다. 물론 굶주렸다는 점에서 파이와 호랑이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고의 현장을 외면했다는 자책감에서 그는 자신을 방황하는 호랑이로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쩌면 그가 들려준 판타지 이야기가 거짓이고 그가 뒤에 이야기한 거짓말이 진실일지도 모를 일이죠.

 

 

 

 

 

 

이 영화에서 익숙한 배우는 요리사로 등장한 제라드 드빠르디유일 것입니다.(카메오급 단역으로 등장했죠.)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민배우입니다만 최근 뉴스를 접하셔서 아시겠지만 최근 프랑스 국적을 포기한 소식 때문에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영화에서 메인이 아닙니다.

진짜 메인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바로 청년 파이를 연기한 수라즈 샤르마입니다. (물론 중년의 파이를 연기한 이르판 칸도 인도에서 인지도 있는 배우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죠.) 쉽지 않은 첫 연기를 했다는 것이 인상적인데요. 무엇보다도 그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연기를 해야했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마른 몸으로 등장해야 하는 파이의 캐릭터 때문에 그는 체중 감량도 해야만 했으니깐요. 하지만 이안 감독과의 믿음과 신뢰 덕분인지는 몰라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좋게 말하면 아름다운 CG의 향연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영화의 도입부와 후반부를 제외하면 CG로 그야말로 떡칠(!)을 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CG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영화의 경쟁력도 커지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는 이미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를 통해 그것을 느꼈고 이후 몇 작품들이 CG의 과잉으로 욕을 먹었지만 때로는 좋은 평을 받은 영화들도 있었지요. 그런점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 CG를 어느 부분에서 적절한 부분에 사용했는가에 대한 좋은 예라고 생각이 됩니다. 잘 만든 영화는 CG라도 관객이 인정해주고 용서가 되니깐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 속에 인간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간은 얼마나 상처받고 있는 동물인가라는 점도 이 영화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짓말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삼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것 같은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 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정말 판타지 같은 허구라도 그게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거기서는 전쟁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평화만 가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이거야 말로 유토피아가 따로 없겠죠.

 

 

PS. 아참... 이 영화에 토비 맥과이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IMDB로 확인해본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일부 포탈에서는 버젓이 올라와 있네요.

포털들이나 일부 영화불로거들... 확실히 크레딧 정보는 확인하는 것이 좋을듯 싶습니다.(물론 저도 실수하지 말아야죠!)

아... 그리고 바나나가 물에 뜨지 않는다는 것... 이것 하나로도 판타지가 될 수 있다는게 희안한 영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