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다이하드:굿데이 투다이]'다이하드' 시리즈라고 불리우기에는 민망한... 그냥 개별적인 작품?

송씨네 2013. 2. 6. 07:33

 

140자로 말해봐 @songcine81 (http://twitter.com/songcine81)

이건 '다이하드' 시리즈가 아니네요. 외전도 아닌 전편의 연결성도 상당히 떨어지는 부분이 많네요. 시리즈의 이름을 붙이지 않고 개별적인 다른 영화였다면 재미있는 영화이겠지만 '다이하드' 시리즈에 심각한 데미지를 주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물론 이 영화를 보시려면 '다이하드' 시리즈를 보시는 것은 필수죠. 얼마전 한 캐이블 채널에서 1편부터 4편까지 방송을 했습니다만 또 방송하는 경우는 드물겠죠. 하지만 이해를 하고 싶으시다면 1, 2편은 꼭 보시길 권합니다. 3, 4편은 건너뛰시더라도 맥클레인 형사의 탄생과정을 이해하는데는 1편과 2편은 필수관람이죠. 아울러 이 작품과 비슷한 작품은... 없습니다. 다만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점에서 <개그콘서트>의 '아빠와 아들' 코너를 떠오르게 만드네요. 비슷한 성격의 부자지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보이니깐요. 

 

 

시리즈가 장수하는 이유라면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올드팬들이 과거의 향수를 잊지 못해서 그러는 경우가 있으며 영화를 만드는 쪽에서는 1편이 대박나고 다른 시리즈도 대박났으니 돈벌이가 되겠다는 생각에 시리즈를 만듭니다. 우리는 수많은 액션물을 보았고 시리즈를 보았습니다. '본'시리즈, '007', '터미네이터', '람보' 등등...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시리즈도 있고 사골 곰탕 끓이듯 어렵게 시리즈를 연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하나를 이야기 안했네요. 바로 맥클레인 형사의 수난기를 다룬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입니다.

온갖 욕이라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항상 불만은 많은, 그러나 나름 정의를 위해 아무때나 오지랖을 펼치는 사나이...

그가 다섯번째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영화 <다이하드:굿 데이 투 다이>(원제 A Good Day to Die Hard, 이하 <다이하드 5>) 입니다.

 

 

 

 

 

오바마가 터잡으신 미국의 뉴욕...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남자가 보입니다.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분) 형사는 소식이 끊긴 아들 잭(재이 코트니 분)에 대한 소식을 듣던 중 그가 러시아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구속이 되었다는 청천벽력의 소식... 그는 휴가라는 핑계를 대고 러시아로 무작정 가게 됩니다.

딸 루시(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분)는 아버지가 제발 러시아에서는 사고 좀 안치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합니다.

나가토이 빌딩, 댈러스 공항, 뉴욕 시내도 모자라 해커들과 싸우는 등 온갖 고생을 다 했기에 걱정이 되지요.

한편 러시아의 어느 한 감옥에서는 두 남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비밀이 담긴 파일을 달라는 정치인 콜린스(콜 하우저 분)과 절대로 쉽게 넘길 수는 없다는 코마로브(세바스티안 코치 분)의 팽팽한 대립이 계속됩니다.

잭과 코마로브가 러시아 법정에 서던 날... 갑자기 굉음과 함께 법정의 외벽이 무너지고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잭과 코마로브는 차량을 훔쳐 달아나다 아버지 존 맥클레인과 마주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잭은 전혀 아버지를 반갑게 맞이하지 않네요. 오히려 총까지 겨누고 있습니다.

미행하던 이들을 어렵게 물리친 존 맥클레인은 파일을 찾아내기 위해 같이 뭉치기로 합니다.

그런데 파일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코마로브의 딸 이리나(율리아 스니기르 분)의 움직임이 뭔가 심상치 않네요.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가운데 맥클레인 부자는 방사능으로 가득한 체르노빌로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또 다른 전쟁의 서막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다이하드' 시리즈는 나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합니다. 길고 긴 휴식기를 가졌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맥클레인이라는 고집불통 형사가 보여주는 통쾌한 액션 때문에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 <다이하드 5>는 얼마만큼의 액션으로 무장했을까요?
거의 첫장면인 폭파씬을 시작해 자동차 수백여대가 무참히 박살나는 추격전으로 초반 영화의 기대치를 높였는데요. 이후에도 많은 액션들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낡고 오래된 연회장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나 맥클레인 부자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체르노빌 발전소의 상황 역시 액션씬을 즐기기에는 부담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너무 많이 남는다는게 문제이지요. 과연 그것은 뭘까요?
우선 맥클레인을 화나게 할만한 사건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 편에서는 부인과 빌딩의 인질들을, 2 편은 부인을 포함한 비행기 탑승객들, 3 편은 뉴욕시민 모두를 지켜야 했으며, 4 편에서는 미국의 네트워크 전산망과 딸을 지켜야 했습니다. 5 편도 물론 약하지는 않습니다. 아들을 지켜야 하고 핵분쟁의 위협으로부터 전세계를 지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생깁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들은 빨리 만났고 인질도 보이지 않으며, 존 맥클레인을 분노하게 만들 뭔가가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문제라는 것이죠.

 

1 편에서 4 편을 유심히 보면 가족과 더불어 뭔가를 확실히 지켜야 할 임무가 맥클레인에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희생자와 더불어 더 큰 악당들의 과제가 등장하면서 맥클레인을 화나게 만들었지요. 하지만 이번 5 편에서는 그럴만한 동기가 상당히 약해보인다는 것이죠. 산 넘어 산을 넘듯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 또 다른 골칫덩어리가 등장하면서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전작들의 공통점이었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는 수수께끼를 내는 악당도 없고 그렇다고 폐쇄된 공간도 아니라서 그런지 긴장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액션은 상당히 강하지만 그에 비해 속도는 상당히 느리다는 것이죠.

 

결정적으로 존 맥클레인의 개성을 볼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적었죠. 욕을 시원하게 내뱉는 부분(특히 맥클레인 형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Yippee-Ki-Yay, motherfucker'같은...)도 아들과 분량을 나눠서 내야하는 상황까지 되어버렸으니깐요. 그리고 아무리 죽지 않는 '다이하드'이지만 맥클레인 부자가 방사능으로 가득한 곳을 방독면도 없이 가서 싸운다는 것은 영화적 상상이라고 하지만 너무 심각한 옥의 티가 아닐까 싶어요. 체르노빌 사건을 검색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직도 방사능이 남아 있어서 쉽게 접근을 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하니깐요.

 

 

 

 

 

 

일각에서는 '다이하드'의 새로운 시리즈를 잭 맥클레인으로 자연스럽게 변경하기 위한 방안, 즉 세대교체를 위해 등장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러기에 관객들은 아직 존 맥클레인을 놓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비슷한 경우로 얼마전 개봉한 <007 스카이폴>은 나름 충분한 시간을 주고 MI6의 수장인 M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교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과 '007'의 M은 주연과 조연의 차이라 같은 부분으로 규정짓는 것은 조금은 말도 안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만큼이나 불사조의 존재로 살아가던 것이 M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역시 제임스 본드 만큼이나 쉽게 바꿀 수 없는 대상이죠. 영국 드라마 <닥터 후>처럼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바꾸는 장치도 있지만 '007'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도 그렇고 M도 쉽게 바꿀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인물들이니깐요.

그렇듯 '다이하드' 시리즈의 주인공이 만약 갑자기 바뀐다는 것도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될 것입니다.

 

(쓸대없는 억지일지도 모르겠지만) 불편한 진실은 1 편에서 4 편의 러닝타임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국내 개봉 기준으로) 1 편은 131 분, 2 편 124 분, 3 편 128 분, 4 편 128 분입니다. 그에 비해 이번 작품은 96 분의 러닝타임입니다. 통상적으로 1시간 30분(90분)의 러닝타임이 관객이 영화를 집중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라고 하지만 두 시간을 넘겼던 러닝타임에 비해 30 여분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결정적으로 러닝타임을 증가시킬만한 인상적인 장면이나 사건이 없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소재의 개발이 그만큼 소홀했다는 것이죠.

혹시나 해서 다른 영화의 러닝타임도 비교해보았는데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경우도 러닝타임이 비슷했고, '본' 시리즈의 경우 4편에 해당하는 <본 레거시>는 오히려 1 ~3 편보다 더 러닝타임이 길었습니다. 소재 개발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지요.

 

물론 앞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액션은 화려하고 볼꺼리도 많습니다. 하지만 '다이하드' 시리즈로 규정짓기에는 너무나도 헛점도 많고 아쉬움이 많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이 작품을 '다이하드 4.5'나 '다이하드 4-1'로 규정짓는 것이 오히려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강철중:공공의 적 1-1>처럼 차라리 외전(스핀오프)로 만드는 시리즈가 더 어울린다는 것이죠.

이것을 '다이하드' 시리즈로 인정하기에는 이야기의 구조나 방식이 전편의 4개의 시리즈와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그냥 브루스 윌리스와 재이 코트니가 부자 관계로 나오는 액션영화로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굳이 맥클레인이라는 이름을 써가며 <다이하드 5>라고 제목을 붙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나 홍보사 분들이 보면 불쾌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그냥 <개그 콘서트>의 '아빠와 아들' 코너를 그냥 액션으로 옮겨놓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뚜비뚜바, 뚜비뚜바... 아빠와~ 아~들!' 하고 음악이라도 틀어주고 싶은 느낌입니다.

어느 기자의 말처럼 이 영화의 감독인 존 무어는 '다이하드' 시리즈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화끈한 액션도 좋지만 일관성 있는 스토리를 보여주려면 '다이하드'의 이번 시리즈는 다시 처음부터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PS. 아울러 수입사와 제작사 모두는 쓴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쓴소리는 영화 홍보에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참고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쓰레기로 규정하고 반대입장을 갖는 사람들은 상대도 안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외국 영화의 경우 이런 쓴소리를 한국지사에서 듣고 외국 영화사의 본사로 반영시키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아참, 이 영화는 15세 등급을 받기 위해, 1 분을 삭제했다는 부분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실제로는 3초 정도라고 합니다.

다행인지도 모르겠지만 삭제된 부분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편집이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또한 '다이하드' 시리즈의 OS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중 '환의의 송가'는 이번에는 잠시 등장하는데요. 너무 잠깐 등장해서 아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