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놈, 이상한 놈, 그리고 이상한 놈...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세 사람 몫을 해도 결론은 같을 듯. 김지운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는 것도 고집인듯! 헐리웃은 모르겠지만 한국은 너무나도 익숙한 액션 스타일입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서부 영화에서 영감을 받는 현대극도 많지만 서부극 느김이 나지 않는게 또한 아이러니한 점이지요. 오동진 평론가는 서부 영화 <하이눈>(1952)를 떠올랐다고 하는데요. 서부극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준 그의 전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은 변형된 서부극의 좋은 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현대극인 <라스트 스탠드>는 자동차가 의외로 많이 등장하죠. 이 영화는 폭주하는 운전자를 처단한다는 점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2007)와도 닮아 있으며 B급 느낌의 액션, 마초를 등장시키는 점에서 <마셰티>(2010)도 떠오릅니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마초 느낌의 대사를 듣고 있다면 이들 영화가 더 생각나실지도...
복귀를 준비중인 사람과 진출을 준비중인 사람... 두 사람이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복귀를 준비중인 사람은 과거 자신의 흥했던 과거를 잊지 못해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고 진출을 준비중인 사람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다보니 다른 곳에서도 그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의견충돌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방금 전 제가 가르키는 두 사람은 바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 김지운 감독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임기를 마치고 스크린으로 복귀했고 운운 감독은 헐리웃으로 첫 진출을 시도합니다.
어쩌면 잘 맞을 수도, 반대로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두 사람... 과연 헐리웃에서 두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김지운 식 웨스턴 무비... 영화 <라스트 스탠드>(원제 The Last Stand)입니다.
캐나다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미국의 작은 마을 섬머튼...
범죄가 몇 년동안 없던 마을이라 상당히 지루한 일상이 계속되는 곳이지요.
그러던 이 곳에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우유배달을 맡던 노인이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져 있던 것이죠.
한편 미국의 어느 대도시에서는 악질 죄수 코르테즈(에두아르도 노리에가 분)를 다른 교도소로 이송시키는 중입니다.
그러나 절묘한 타이밍에 탈출에 성공하고 준비한 스포츠카를 타고 달아나게 됩니다.
코르테즈의 목표는 하나... 돈새탁 후 캐나다 국경으로 넘어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섬머튼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야 하며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없는 지역이라 아예 다리를 만들기로 한 것...
코르테즈의 이송작전에 실패한 FBI 요원 베니스터(포레스트 휘태커 분)은 특공대를 이끌며 코르테즈 검거작전에 나서지만 영리한 이들 조직에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섬머튼의 보안관 오웬스(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분)는 자신의 동료 제리(자크 길포드 분)가 코르테즈의 부하들에게 당하게 되자 더욱 더 이 마을을 지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같이 일하는 여자 보안관인 토랜스(제이미 알랙산더 분)와 겁이 많아보이는 동료 보안관 피기(루이스 구즈만)과 합심하기로 하지요. 거기에 토랜스의 망나니 남자친구 프랭크(로드리고 산토로 분)와 정체불명의 무기 박물관을 운영하는 딩컴(조니 녹스빌 분)이 더해져 최강의 맴버로 구성이 됩니다.
코르테즈의 스포츠카 콜벳 ZR1이 서서히 마을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과연 오웬스는 마을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요?
'I'll be back'...
어쩌면 이 대사는 <터미네이터 2>의 T 1000이 사라코너 모자에게만 했던 말은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그의 컴백이 반가울 수도 있겠지요.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영화에 잠시나마 카메오로 등장해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임기가 끝나고 많은 구설수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의 나이가 예순이 넘어갔습니다. 아... 정말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지요. 보디빌더 선수 출신답게 자기 관리는 잘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그럴까요? 그의 액션이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왕년의 액션스타들이 예전같이 않다는 것은 그들의 나이와 체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지요.
'다이하드'의 다섯번째 시리즈를 들고 온 브루스 윌리스도, 그리고 '용형호제'의 새로운 시리즈인 <차이니즈 조디악>의 성룡도 나이만큼 체력도 예전같지 않음을 느끼게 되시리라 봅니다. 이럴때 가장 좋은 방법은 마초의 느낌을 내게 만드는 허세 가득한 조크(유머)가 첫번째 좋은 방법이고, 두번째는 조력자의 비율을 늘리는 방식이죠.
척 노리스와 더불어(?) 허세 멘트의 정점을 찍었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에게 이것은 어렵지 않지만 조력자와 함께하는 연기는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가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에서는 네 명이나 그를 돕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성별과 성격을 지닌 동료 보안관 둘과 솜씨 뛰어난 여자 동료의 남자친구, 그리고 무기 전문가이자 많은 골동품에 가까운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지인을 만난 덕에 영화는 유쾌하고 통쾌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어떻게 다루냐는 것인데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스타일로 풀이를 하자면 그는 '이상한 놈, 이상한 놈, 이상한 놈'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마초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그 멘트 속에서는 허세도 있고, 마을을 지켜야 겠다는 정의감도 들어 있으니 그는 <놈놈놈>의 세 사람 분량을 합쳐도 결국에는 이상한 놈이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게 그리 나쁘지 않고, 어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의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도 국내에서는 김지운 감독의 첫 헐리웃 진출작이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곧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이보다 더 많은 연령과 인종과 나라의 배우들이 총출동한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하고 있고요. 그런점에서 헐리웃으로 간 삼총사 감독들의 흥행성적이 궁금해질만도 합니다. (아쉽게도 <라스트 스탠드>의 헐리웃 성적은 좋지 않았다고 하죠. ^^; )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는 기존의 자신의 스타일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헐리웃으로 넘어오면서는 그 느낌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에서 모든 관객들의 입맛에 맞추어야 한다는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더구나 주연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니깐요.
서부영화의 스타일을 빌려왔다고 하지만 오히려 서부영화의 느낌이 안난다는게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다만 B급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잔재미를 영화에 숨겨놓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죠. 이런 부분은 실제 김지운 감독의 장기이기도 합니다. 가령 할머니 연기자를 영화에 집어넣는 고집도 그의 방식 중 하나인데 힘 한번 못쓸 것 같같은 공예품점 주인 할머니가 악당을 응징하는 장면은 상당히 재미있는 장면에 속합니다.
김지운 감독을 관객과의 대화에서 만났는데 관객들도 <장화, 홍련>이나 <달콤한 인생>의 스타일러시한 방향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분명 그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그 역시 이런 오락적인 영화에서는 스타일을 생각하기보다는 B급적인 요소를 넣어 재미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했던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은 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의 음악은 '모그'(이성현)가 참여했는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한국영화의 영화음악에 있어서 많은 활약을 보여주는 분이죠. (<도가니>, <광해>, <악마를 보았다> 등등이 그의 작품이죠.) 이 영화에서는 철저하게 헐리웃 스타일로, 웨스턴 무비 스타일로 가야했기 때문에 기존의 '모그'의 음악 스타일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김지운 감독은 기존의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려하다보니 많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점에서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 뮤지션이 만들었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음악이라는 부분에서는 크게 반대 의견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영화에서의 다니엘 헤니의 활약상입니다. 그를 왜 출연시켰는가 의문이 드는 대목이더군요. <액스맨 탄생:울버린>에서도 자세히 못찾으면 모를 정도로 너무 잠시 등장하여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의 활약상은 미비합니다.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이니 한국계 미국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요? 그런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적어도 그에 대한 분량이 좀 많아져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FBI 요원으로 등장한 포레스트 휘테커 경우 생각보다 비중이 많이 않음에도 일부 포탈에서는 주연으로 표기한 것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이 영화의 크레딧 정보에 없던 콧수염 보안관 피기 역의 루이스 구즈만의 비중이 더 컸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김지운 감독의 헐리웃 진출작 치고는 합격점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비록 헐리웃에서는 큰 반항을 일으키지는 못했더라도 아놀드와 같이 영화를 만들고 그의 스타일과 자신의 스타일에서 나름 합의점을 찾았다는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헐리웃 진출은 곧 개봉을 준비하는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치리라 봅니다.
아울러 반대로 한국에서 헐리웃 자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나 배급을 준비하는 배급사에도 또 다른 한류문화를 알리는데 좋은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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