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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즈 킹덤]12살 소년 소녀의 불장난 사랑... 웨스 앤더슨이라면 로멘틱 코미디가 된다!

송씨네 2013. 2. 1. 21:29

 

140자로 말해봐 @songcine81 (http://twitter.com/songcine81)

로멘틱한 보이스카웃은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군요. 다소 예상을 뒤엎는 로멘스는 아마도 웨스 앤더슨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민망하다는 단점도 있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는 특이한 공통점이 있는데요. 하나같이 재정신인 가족들이 없다는 것이죠. 사회적으로 뭔가 약간씩은 문제가 있는 가족들인데 이것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나중에는 하나가 된다는 점이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로얄 테넌바움>, <다즐링 주식회사>와 더불어 심지어는 스톱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판타스틱 Mr, 폭스>에서도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범상치 않은 아이들의 유년시절을 다룬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가스 제닝스 감독의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2007)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그러고 보니 가스 제닝스 감독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판타스틱 Mr, 폭스> 목소리 출연을 하기도 했군요.

 

 

청소년들의 로멘스를 다룬 영화들은 참 많습니다.

샤방샤방한 꽃미남과 꽃미녀가 등장하여 연애를 하는 것을 보면 마치 별나라 이야기처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이 사람이 만드는 청춘물은 어떨까요? 괴짜스러운 외모에 독특한 코미디와 독특한 가족물을 만들었던 감독이 있습니다.

바로 웨스 앤더슨입니다. 그가 보여주는 어리숙한 12살 소년 소녀의 로멘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영화 <문라이즈 킹덤>(원제 Moonrise Kingdom)입니다.

 

 

 

 

1965년 뉴 펜잔스라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어느 섬...

어느 한 가정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옵니다.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이라는 레코드 소리에 맞춰 고리타분한 한 중산층의 일과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수지(카라 헤이워드 분)는 이 곳에 살고 있습니다. 세 명의 남동생들이 있지만 누나 취급을 받는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변호사 부부인 미스터 비숍(빌 머레이 분)과 미스 비숍(프란시스 맥도먼드 분)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고 수지를 비롯한 가족 챙기기 보다는 딴 살림에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비숍 부인은 이 마을의 유일한 경찰인 샤프 소장(브루스 윌리스 분)과 아슬아슬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중이지요.

한편 넓은 들판에 세워진 캠프장에는 수학교사 워드(에드워드 노튼 분)가 지휘하는 스카우트 야영장이 보입니다. 너구리 모양이 그려진 카키 스카우트가 바로 그곳이죠.

그런데 완벽해 보이는 이 스카우트 캠프장에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말썽꾸러기로 낙인이 찍히던 샘(자레드 길먼 분)이 보이스카웃을 못해먹겠다며 탈출을 한 것이죠. 일찍 부모님을 잃은 상태에서 임시로 샘을 맡게된 위탁가정 부모들도 이미 샘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샘의 탈출은 계획적이었습니다. 바로 수지가 곧 그에게로 올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 마을 교회에서 열렸던 연극 '노아의 방주'를 통해 샘과 수지는 만나게 되었는데 말썽을 부리다 까마귀 역할로 강등된 수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것이죠.

무작정, 기약도 없는 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 수지는 도서관에서 가져온 소설책과 동생이 아끼던 휴대용 레코드 플레이어, 그리고 고양이 통조림이 전부이며 나름 보이스카웃 출신답게 샘은 많은 물건을 준비하여 도피 캠프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탈출은 오래가지 못하게 되죠.

하지만 샘을 못살게 굴었던 보이스카웃 단원들은 샘을 도와주기로 방침을 바꿉니다.

다시 기약없는 여행이 시작되는 상황... 이 상황에서 샘을 청소년 보호소로 보내기로 사회복지사(틸다 스윈튼 분) 정하게 되고 이들 커풀의 위기도 찾아오게 됩니다.

 

 

 

 

 

 

 

 

 

영화는 자로 잰듯한 완벽해 보이는 하나의 가정집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삐뚤어진 것이 없이 하나의 완벽한 세트가 보여지는데 너무 완벽하다 못해 결벽증에 걸린 사람들처럼 보이는 모습들이라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첫장면이야 말로 정형화된 사회속(물론 배경은 1965년이지만요.)에 삐딱하게 살아가는 수지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아주 적합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악은 고리타분한 클레식에 부모님도 완벽한 직업을 지니고 있으니 모든게 완벽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웬지 모를 보이지 않는 벽을 쌓으며 살아가는 수지에게는 일탈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샘이 동참을 한 것이지요.

순전히 줄거리만 보자면 어린 아이들의 불장난 같은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담함은 어른을 능가합니다. 밀회에 가까운 도피에 이들은 어른들의 사랑을 능가하는 찐한 키스와 스킨쉽을 하고 있으니깐요. 심지어는 약간은 벗은 상태에서 수영을 즐기는 장면도 등장하니 웬만한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 웨스 앤더슨이라는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어긋난 그들의 일탈을 자극적이지 않고 재미있게 구성한다는 것은 오히려 이 영화를 재미있게 영화를 집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니깐요.

수지와 샘이 편지를 주고 받는 장면을 마치 탁구 경기를 보는 것처럼 빠르게 편집되고 있으며 중간 중간 이들 커플에 대한 상황이라던가 섬의 날씨, 자연환경을 뜬금없이 소개하는 빨간 스웨터 아저씨(밥 발라만 분)의 해설도 이 영화를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대목 중 하나였습니다.

 

 

이 영화는 많은 배우들이 총출동하는데요, 그러나 아역으로 등장하는 두 배우을 받쳐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빌 머레이, 에드워드 노튼, 프란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튼 같은 이 배우들을 이렇게 한 공간에서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깐요.

더구나 액션스타의 이미지가 강한 브루스 윌리스는 오버스럽지 않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심지어는 그의 액션씬은 마지막에 단 한 컷만 등장할 정도입니다.

수지 역을 맡은 카라 헤이워드는 어린 나이지만 상당히 사람의 마음을 끌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아역 배우입니다. (어린 나이에 왜 이리도 입술이 색시하던지...) 아마도 이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미쓰에이의 수지 만큼이나 또 한 명의 사랑스러운 수지를 만나게 되실지도 모르겠네요.

 

 

 

 

 

 

 

뭐니 뭐니해도 이 영화는 음악이 최고였습니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을 영화에 삽입하여 중산층 집안의 모습을 비춰주면서 잔잔한 이 집안에 곧 돌풍이 올라올 것이라는 일종의 복선 아닌 복선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브리튼은 영국 출신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데요. 악기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대목이 상당히 인상적인 특이한 형태의 음악입니다. 이 영화의 OST에는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한 음악들이 들어있으며 엔딩크레딧에서는 수지의 목소리로 편곡된 'The Heroic Weather-Conditions of the Universe, Part 7'을 들려주는데 듣고 있으면 은근히 웃음이 터져 나오는 묘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의 대표적인 컨츄리 가수인 행크 윌리암스(Hank Williams)의 음악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당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두 주인공 수지와 샘이 바다에서 춤을 추던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샹송 가수인 프랑스와즈 아르디(Francoise Hardy)의 'Le Temps De L'amour'(사랑의 시간)도 인상적인 장면의 인상적인 음악이었습니다. 마치 1960년대의 촌스러운 느낌의 전자음악을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우리나라로 치자면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했던 '함중아와 양키즈'의 음악들이라고 해야할까요?

 

 

 

 

 

 

 

영화의 OST 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www.moonrisekingdom.com)입니다.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을 비튼 것 같은 매뉴소개가 인상적인데 스피커 볼륨을 켜셔야 자세한 안내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해 만든 홈페이지가 아닐까라는 착각도 들게 만듭니다.

아울러 이 영화의 홈페이지는 출연자들이 직접 이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하는 영상도 들어있습니다. 특히 빌 머레이가 영화 속 자신들의 집을 배경으로 하면서 영화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은 마치 미타니 코키의 감독의 영화 <매직아워>의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만들었으니깐요. (실제로도 <매직아워>의 경우도 미타니 코키 감독이 영화 속 세트 앞에서 태연스럽게 영화에 대해 소개하는 부가 영상들이 있습니다. 한번 찾아보시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라이즈 킹덤>은 쓸대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영화는 아닙니다. 제가 볼 때는 웨스 앤더슨 감독이 그럴 양반도 아닌것 같고요.

다만 붕괴된 가족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어린 커플들을 보면서 사랑에 대한 참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런 모습은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서 살짝 숨겨져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보이스카웃 단원인 벤(제이슨 슈왈츠먼 분)이 수지와 샘의 결혼식을 뚝딱 해치우는 장면은 인스턴트 사랑에 대한 일종의 비틀기로 생각이 되어지더군요. 금방 결혼하고 헤어지는 사람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게 되니깐요.

 

 

잘난 맛에 살던 삼형제(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도, 삶의 터전 속에서 방황하던 여우 가족들(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도 결국에는 사랑과 화합만이 이 난관을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했으니깐요. <문라이즈 킹덤>은 약간의 다른 사랑의 종류이긴 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하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