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남쪽으로 튀어]나쁜남자? 바로 진정한 甲(갑)은 바로 이 사람이지! 생활형 슈퍼히어로는 이런 것?

송씨네 2013. 2. 4. 04:45

 


 

140자로 말해봐 @songcine81 (http://twitter.com/songcine81) 

멋지게, 자유롭게 사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다소 어려운 질문을 쿨한척, 쉬운척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풀이방식이 너무 유쾌합니다. 이게 희망사항이라는 것이 아쉬운 점!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닮은꼴 영화는 특별히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보니 그런 점도 있겠죠. 굳이 뽑으라면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루었던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이 가깝겠네요. 영화의 실존인물이었던 김명호 전 교수는 돈키호테 같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놔두지 않고 헌법소원을 내는 등의 노력을 하기도 했지요. 최근에는 '진짜 보수'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표창원 전 교수도 떠오르게 만듭니다. 아무래도 두 분은<남쪽으로 튀어>의 해갑과 약간 닮은 인물이 아닐까 싶네요.

 

세상에 불만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화가 난다고 하더라도 참는게 우리들의 모습이지요.

또한 말도 안되는 세상의 부조리에 우리가 맞써 싸우기에는 우리는 너무 연약한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정말 겁없이 세상과 전면전을 선포한 남자가 있습니다. 진정한 '갑'인 남자... 해갑을 만나러 가볼까요?

영화 <남쪽으로 튀어>입니다.

 

 

 

 

어느 자그마한 찻집...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아담한 찻집이 보입니다. 아니... 식당인지도 모르겠네요.

장사가 안되다보니 여기는 식당인지 찻집인지는 모르습니다. 아무튼 이 곳에는 별난 가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가족들에게 나타난 이 집안의 가장인 해갑(김윤석 분)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영화를 만들었던 다큐 감독입니다.

말이 다큐 감독이지 경찰서와 유치장을 밥먹듯이 다니며 사실상 놀고 있는 백수이지요.

그의 아내인 봉희(오연수 분)은 젊었을 때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해갑 만큼이나 불의를 보면 못참습니다.

자녀들도 만만치 않지요. 패션디자이너가 꿈인 첫째 민주(한예리 분)는 그나마 얌전한 편이지만 성격은 아버지와 비슷한 편, 둘째 나라(백승환 분)은 친구를 도와 빼앗긴 돈도 같이 찾아줄 정도의 의리파입니다. 막내 나래(박사랑 분)은 가장 어리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신념을 나름 이해하는 편이고요.

불순한 인물로 의심되었던지라 국정원 쪽으로 의심되는 요원(주진모 분, 정문성 분)들이 나타나 감찰은 물론 도청도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한편 과거 살던 섬마을 출신의 고향 후배로 자주 해갑의 집으로 찾아오는 만덕(김성균 분)은 해갑 가족들에게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런 만덕에게 고민이 생겼으니 자신이 사는 마을에 리조트가 건설된다는 것이고 그 배후 인물에 국회의원 김하수(이도경 분)가 있음을 알게되고 그의 저택을 찾아가려고 하지만 쉽지만 않습니다. 결국 만덕은 하수의 경호원들에게 붙잡히게 되고 말지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민연금 미납, TV 수신료를 포함한 전기세 미납 등으로 차압딱지가 붙게 되자 해갑 가족들은 정든 마을을 떠나기로 합니다. 해갑과 만덕이 살던 고향 섬마을로 말입니다. 전기도 안들어오고 휴대전화도 잘 안터지는 마을이지만 자급자족 하면서 마을사람들과 친해지고 만덕의 고향친구이자 이 마을의 유일한 경찰인 권 순경(송삼동 분)의 도움으로 위기도 벗어납니다.

그러나 이 행복도 잠시... 깡패를 이끌고 해갑이 사는 곳을 부셔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포크레인이 동원되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김하수 의원이 직접 현장에 나타나면서 해갑과 그의 가족들은 최후의 결전을 벌일 준비를 하게 됩니다.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는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을 일삼는 가족들이거나 막장으로 사는 가족들이 그런 인물들이죠.

그런데 해갑의 가족들은 기존 콩가루 집안과는 조금은 다릅니다. 아니, 많이 다르다고 하는게 맞겠네요.

불의를 보면 못참고 이 사회에 해야할 말은 꼭 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해갑의 성격을 보면 그야말로 아웃사이더(반항아)의 어른 버전을 보게 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앞에도 이야기 했듯이 TV를 보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수신료는 내지 않으며, 나라가 제대로 의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은 절대 못내겠다고 합니다.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월드컵에는 4년에 한번씩 애국심이 생기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아이들 급식도우미에는 맘대로 살찐다며 인스턴트 음식을 빼버립니다.

이외에도 나열하기 힘든 만큼의 별난 성격과 별난 기행을 하고 있는 해갑의 모습은 어떤 관객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만큼 사회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주었는가, 과연 이 사회는 정당하게 돌아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사실 그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남쪽으로 튀어>는 아시다시피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습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저로써는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일본쪽에서도 이 작품이 한국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만큼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이죠. 소설 속 '지로'(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나라'에 해당되는)의 아버지는 콜라와 캔커피가 미국의 음모가 있는 물건이라면서 입에도 대지 않는다는 상황도 등장하니 어쩌면 원작이 더 만만치 않은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게 되네요.

 

이 작품이 묘하게 맞는 점은 아마도 현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거의 일치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로 옮기면서 일본 원작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지만 운동권 출신이라는 이유로 감시당하고 도청당하는 현실은 현재 우리가 당하고 있는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하며 고향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장면은 성미산 살리기 운동이나 제주 강정마을 사태를 떠오르기 충분합니다. 자신의 터전을 지키는 싸움이자 자연을 지키는 의미의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싸움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 싸움들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에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해갑을 비롯한 사람들이 주민등록을 찢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에 해갑이 만들었다는 가상의 다큐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라는 실제로 있는 작품입니다. 2001년 이마리오 감독의 영화로 <KBS 열린채널>에 방송이 거부되었다가 어렵게 방송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이 다큐에 나왔던 장면이 삽입이 되기도 했다는 군요. (비슷한 경우로 쌍용자동차 노조의 이야기를 담은 태준식 감독의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도 <KBS 열린채널>에 무기한 방송연기 판정을 받다가 어렵게 방송이 되었지요.)

 

해갑의 화끈한 성격답게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도 유쾌하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미완성적인 결말이라는 것입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마을에 평화는 찾아왔지만 완전한 평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며 해갑의 가족들도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으니깐요. 이런 불편한 상황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열린 결말식으로 성급히 결론을 지은 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작들의 경우를 봤을 때 임순례 감독 님은 이럴 분이 아니신데 말이죠.

 

이 영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 임순례 감독이 촬영 현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이야기부터 스텝과 주연이자 각색에 참여한 김윤석 씨와 마찰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을 정도이니 안타까운 점도 많았죠. 더구나 하필이면 이 때 당시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 K> 하차 사건이 더해지면서 영화계의 불협화음이 계속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오해도 풀렸고 여러 문제가 해결되어 지금 이렇게 영화로 만나게 된 것이죠.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김윤석 씨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속 해갑의 캐릭터를 나타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흔적이 보입니다. 영화에는 아주 과감한 장면들도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니깐요. 그리고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한 오연수 씨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중년의 배우이지만 정말로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 손지창 씨가 많이 도와주시나 봅니다. ^^; )

또한 이 영화는 독립영화에서 활약을 보였던 배우들도 대거 출연했는데 <코리아>의 한예리 씨, <REC>의 송삼동 씨, <점쟁이들>의 김태훈 씨 등이 출연하여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공안 커플로 등장한 주진모 씨와 정문성 씨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등장해 웃음을 주었습니다. (이들이 악한 인물에서 선한 인물로 변화되는 과정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물론, 여러작품에서 인정받고 있는 김성균 씨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반갑고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매우 불편한 해피엔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화는 찾아왔지만 그 평화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저는 생각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과도 별 차이가 없지요.

여전히 사람들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 때문에, 직장 때문에, 먹거리 때문에 말이지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해갑이 우리에게 나타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게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문제는 거꾸로 이 사회가 그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죠. 해갑과 같은 인물은 아웃사이더 이전에 돈키호테 혹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또라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런 아웃사이더가 필요합니다. 이런 또라이가 필요합니다.

혹시 모르죠. 이런 말도 안되는 싸움이 진짜 혁명의 바람을 일으킬지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