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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면회]응답하시지 말입니까! 남자라면 공감할 1999년, 그리고 군대 외박 이야기!

송씨네 2013. 2. 27. 00:06

 

140자로 말해봐

나의 군시절... 손꼽아 기다렸지만 위병소로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발이 떨어지지 않던 추억들... 군대에 대한 이야기지만 면회라는 경험을 해보셨다면 모두 공감하실듯! 디테일한 구성과 고증도 좋았습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군대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너무 많죠. 영화로는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자>, 드라마로는 최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푸른 거탑>정도... 하지만 1999년을 소환한다는 의미에서 1997년부터 2000년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영향도 무시 못하죠. 1999년 대표곡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남자들이 되지도 않은 임재범 씨의 '고해'를 불러댔다면 여성들이 그렇게 불렀던 에코의 '행복한 나를'(1997년 발표)을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군대 이야기 정말 자주합니다. 영화에서도 군대 이야기를 지겹게 하고 드라마도 최근에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 생겨났고요.

저는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면제가 아니라서... 하지만 한편으로는 군대를 왜 갔는가, 왜 나라에서는 나 같은 놈을 보냈는가라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군대 복무기간은 점점 짧아졌습니다. 제가 입대하기 몇 년전에는 '2년 2개월'이라는 노래도 나왔으니깐요.

군 복무에서 가장 기다리는 것들이 몇가지 있을 것입니다. 전역이 첫번째일테고 두번째는 휴가, 세번째는 외출, 외박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 면회 온 두 남자와 외박을 기다리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들에 1박 2일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영화 <1999, 면회>(영문원제 The Sunshine Boys)입니다.

 

 

 

 

 

1999년 겨울... 두 남자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군인인 친구 민욱(김창환 분)을 만나러가기 위해서입니다.

재수생 승준(안재홍 분)과 대학생 상원(심희섭 분)은 도시락과 정체불명의 봉투를 들고 강원도 철원으로 갑니다.

백골부대... 근데 여기도 백골, 저기도 백골이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웬지 승준의 표정도 어딘가 이상해 보입니다. 알고 보니 그 정체불명의 봉투는 민욱의 여자친구 에스더(이남옥 분/목소리)의 편지였던 것이죠.

뻔하잖아요. 바로 헤어지자는 편지... 그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민욱은 에스더에게 전화만 걸어대고 있습니다.

드디어 어렵게 민욱을 만났습니다. 이등병이던 민욱은 바로 사제 군장판매소(총이나 군장구류를 제외한 군용품등을 파는 곳)에서 일병으로 오바로크도 치고 처음으로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자유도 잠시... 같이 외박나온 상병 선임(최형선 분)에게 걸려 심하게 혼나게 됩니다.

상원은 다방 아가씨인 미연(김꽃비 분)을 만나 갑작스러운 단체 데이트 받게 되었고 그렇게 삼총사는 다방으로 향합니다.

주인 포스를 지닌 보희(황미영 분)가 그들을 맞이했고 미연과 삼총사는 술로 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세 사람의 추억을 담던 필름 카메라도 사라지고 다음날 다방에서 맥주값을 계산하던 상원은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에스더의 편지를 아직도 전달 못한 상태... 민욱은 위병소로 들어가 복귀를 해야하는데 아무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과연 이들 1박 2일의 최후는 어떤 모습일까요?

 

 

 

 

 

 

 

 

군대에 있을 때 남자들은 휴가를 나가고 외박을 나가면서 위병소(군부대 입구, 민간인과 군인 모두 이 곳에서는 검문검색이 이루어지는 곳이죠.)를 통과하는 그 순간이 아마 가장 짜릿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부대로 복귀하는 시간은 웬지 가슴이 두근거렸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큰일날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던 곳이 바로 위병소입니다. <1999, 면회>는 바로 위병소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참 묘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이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로 가득찼다는 것이 특징이죠. 가령 아직 진급도 안했는데 몰래 사재 군장판매소에서 일병으로 오바로크를 쳤다가 선임에게 혼나 무진장 혼났던 일이라던가 여자를 보지 못해 할머니만 봐도 두군거렸다는 대사들만 봐도 이 감옥같은 군대에서 살아가는 것이란 만만치 않은 일임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1박 2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에서 이야기가 구성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짧은 시간동안에 뭘 할 수 있겠냐고 여성분들은 물으시겠지만 의외로 할 것은 많습니다. 다만 그 군부대 주위가 나름 번화가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영화에서는 다방도 가고 치킨 먹고, 자장면 먹고, 고기 먹고... 결국엔 먹고 또 먹었지만 일부 번화가의 경우 PC 방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더 나갈 수 있다면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경우도 있었지요. 저 역시도 선임 혹은 군대 간부들과 우연치 않게 만나 식사를 해결한 적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단순히 먹는 것으로 끝났다면 참으로 지루한 영화가 되겠지만 영화는 의외로 크고 작은 장치들을 집어넣어 1박 2일의 쉽지 않은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길도 제대로 못찾고, 카메라도 잊어먹고, 편지도 잊어먹는 등의 사건들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과정들이 결코 억지스럽지가 않습니다.

너무 자연스럽다는 것이죠. 그런데에는 이 작품이 김태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상원과 승준, 민욱 모두 김태곤 감독의 친구들을 모델로 한 것인데 여기서 김태곤 감독은 바로 상원에 해당되는 것이죠. 실제로 승준 역과 민욱 역의 실제 모델을 이 역할을 맡은 안재홍 씨와 김창환 씨가 만났는데 싱크로율에 놀랐다고 하는 군요.

 

 

 

 

 

 

이 영화는 다양한 사건 외에도 다방에서의 수다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많은 것을 잃었던 세 사람 만큼이나 다방에서의 보희와 미연 역시 많은 사연을 지닌 인물들로 생각이 되어집니다. 미연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손가락을 잃었고 자신은 대학교를 휴학한 상태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보희 역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들의 추억에 관해 공유를 하지요. 그들은 나름 진실 게임과 이미지 게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지만 하룻밤 지나면 다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과연 그들의 이야기는 어디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상원과 승준, 민욱의 이야기는 진짜였다는 것이죠.

 

 

 

상원은 불안한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속이 상하고 민욱은 어딘가 완벽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를 슬픔이 보입니다. 승준은 자신의 꿈에 희망을 갖지 못해 갈팡질팡합니다. 사진작가도 되고 싶고 가수도 되고 싶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것이 진실일지 거짓일지도 모르지만 의상을 공부하고 있는 미연에게 부럽다고 이야기합니다.

졸업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이들 세 사람은 사춘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도기의 시기를 겪은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 영화는 초반 1999 년이라는 상황 설정에 맞게 1990년대의 인기가요들이 흘러나옵니다. SES의 'I'm your girl', 핑클의 '내 남자 친구에게', 벅의 '맨발의 청춘', 코요태의 '순정' 등이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이 많은 곡의 저작권 허락은 어떻게 받으셨을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보희와 미연이 듀엣으로 부른 에코의 '행복한 나를'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밑에 영상은 MBC의 '인기가요 베스트 50'이란 프로그램의 영상입니다. MBC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귀중한 자료입니다.)

 

 

 

 

 

 

 

 

익숙한 배우들은 아닙니다. 그나마 알려진 배우라면 김꽃비 씨 정도이며 심희섭 씨는 최근 드라마 <학교 2013>에 출연하였습니다.

안재홍 씨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조연급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배우이고요. 알려진 배우들은 아니지만 맡은 바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활약했던 배우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보희 역의 황미영 씨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분 역시 오디션으로 선정된 배우로 연극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셨다고 하네요.

 

 

 

이 영화는 김태곤 감독 본인이 직접 말할 정도로 하늘이 도운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철원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지나다니는 철새라던가 탱크가 지나가는 장면, 눈이 내리는 고요한 밤의 마을 등의 모습은 독립영화에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장면이죠. 상업영화에서는 CG나 특수효과로 해결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독립영화에서 이런 장면은 쉽게 나올 수 없는 장면이죠. 이 영화는 이제 관객들에 관객들의 냉정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역시도 많이 봐주신다면 하늘의 뜻이겠지요.

 

 

 

 

 

 

여러분에게 군대는 어떤 추억이신가요?

철렁거리는 가슴으로 인해 그 고통이 대뇌 전두엽까지 파고드시나요?

<1999, 면회>는 <응답하라 1997>의 감성과 <푸른거탑>의 추억이 결합된 작품입니다.

군대를 나오셨다면 꼭 보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많은 공감을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PS. 이 영화의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다양한 상품이 등장합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백골 부대 출신의 대대장이 쓴 책과 최신형 전투식량을 준다고 하네요.

실제로 요즘 전투식량을 먹어봤는데 찬물만으로 비빔밥을 데워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는...

아울러 이 영화의 앤딩크레딧 후에는 뜬금없는 영화 예고편이 등장합니다. 이 영화를 만든 광화문 시네마의 차기작은 <족구왕>이라는 제목인데요.

황당무게한 예고편이지만 아주 재미있습니다. 실제 제작예정이라고 하는 군요.

<불청객>의 이응일 감독에 이어 괴짜 감독과 괴짜 영화사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