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신세계]비리와 복수로 가득찬 종합 백화점... 한국형 르와르는 진화한다!

송씨네 2013. 3. 1. 02:06

 

 

140자로 말해봐!

온갖 추악한 인간의 모습들을 볼 수 있는 비리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점점 진화하고 있는데 이 작품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이 영화는 상당히 닮은 영화가 많습니다. 데자뷰 느낌이 난다고 해야할까요? 특히나 황정민 씨는 이런 영화들에 많이 출연했죠. <부당거래>나 <사생결단> 역시 비슷한 느낌의 르와르였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세계>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느끼는 작품은 '무간도' 시리즈와 '대부' 시리즈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조직간의 의리와 배신을 그렸던 '무간도' 시리즈나 범죄의 대물림을 이야기한 '대부' 모두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지요.

 

한국형 르와르 혹은 갱스터 영화는 어디까지 발전했을까요?

사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이들 장르의 영화들은 조폭 코미디와 많이 비교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조폭이 나오면 코미디로 연결되는 괴이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르와르 혹은 갱스터 장르가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영웅본색>이나 <무간도> 혹은 <대부> 같은 작품은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요.

남자들의 의리, 그리고 비리와 복수로 가득찬 종합 백화점... <신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어두 컴컴한 어느 날... 골드문 그룹의 실세인 석 회장(이경영 분)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건은 생각보다 빨리 수습되었지만 차기 회장자리를 놓고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 와중에 자성(이정재 분)과 화교 출신의 정청(황정민 분)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골드문의 또 다른 차기 실세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가 있으니 중구(박성웅 분)는 정청의 모든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하기만 합니다.

한편 아무도 오지 않는 오래된 실내 낚시터에는 또 다른 인물이 보이는데요. 바로 강 과장(최민식 분)입니다.

그는 골드문 그룹의 비리를 파해치기 위해 조사중인 경찰로 고 국장(주진모 분)과 몰래 '신세계 프로젝트'를 준비중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낚시터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오네요. 바로 자성입니다. 바로 경찰이 심어놓은 이중첩자인 것이지요.

하지만 석 회장이 죽으면서 빠른시일안에 자신은 이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더 오랫동안 있어야 한다는 부분에 자성은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성은 정체불명의 여인인 신우(송지효 분)에게 골드문 그룹의 실제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지만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 과장은 정청과 중구 모두에게 골드문의 핵심자료를 넘겨달라는 부탁을 하게되고 서로 이간질을 시키는 작업에 돌입합니다.

그러는 사이 정청은 강 과장에 관한 자료를 입수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정체도 알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성 역시 안전할 수 없는 상황...

서로 다른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그들만의 유토피아, 신세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첫 장면부터 강렬했습니다. 심하게 얻어맞는 누군가가 있고 가차없이 조직원들은 드럼통에 사람을 가두고 그것을 바다로 던져버리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조직의 살벌함과 악날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죠.

<신세계>는 조직원들의 배신과 우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살벌한 갱스터 무비이자 르와르 장르의 영화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멀쩡해보이는 재벌그룹이지만 알고보면 깡패들이 일구어낸 진짜 조직형 그룹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은 사람을 위협하며 부당이익을 챙기고 그것은 서로 보이지 않은 암투와 배신과 배반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누구도 내 편이 될 수 없고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네 남자 자성, 강 과장, 정청, 그리고 중구의 서로 다른 생각 속의 감추었던 비밀들을 보게 되는 것이죠.

 

 

앞에도 한국형 르와르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만 이제는 하나의 제대로 된 장르가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구나 이런 작품들은 점차 하나의 제대로 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죠. 과거 조폭 코미디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죠.

조폭 코미디가 욕을 먹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폭력을 정당화하고 그것을 코미디로 희화화 시겼다는 것이죠. 진지한 순간과 상황을 너무 우습게 포장한 것이 조폭 코미디들의 문제점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점을 생각한다면 요즘 한국형 르와르나 갱스터 무비에는 그 폭력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그 배신의 끝은 어디인가를 확실히 관객에게 보여주어 제대로 된 충격요법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면 특징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달콤한 인생>, <사생결단>, <우아한 세계>, <범죄와의 전쟁>, <부당거래> 등의 작품이 성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영화는 기존의 갱스터 무비나 르와르와 무엇이 다를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크게 다른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르다고 한다면 기업형 조폭의 이야기라는 것이죠. 우리가 그동안 보던 영화에서는 나이트클럽이나 성인 오락실 등을 거느린 조폭 우두머리들을 많이 보아왔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판이 커진 하나의 계열사라은 점이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직장생활에서나 볼 수 있는 서로에게 굽신거리고 아부를 떠는 모습들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영화에 등장하는 양 이사(장광  분), 박 이사(권태원 분), 김 이사(김홍파 분) 등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이죠. 그리고 이어서 이야기할 장 이사(최일화 분)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는데 장 이사는 앞의 세 사람과 달리 약간 다른 노선에서 활동하게 되는데 바로 강 과장의 계략에 걸려든 것이죠.

 

 

영화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악날한 사람은 자성이나 정청, 중구도 아닌 강 과장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청과 중구, 장 이사 등에게 접근해 이간질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었으니깐요. 이런 이간질은 결국은 이 그룹(조직)을 와해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서로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사실상 정직하지 않은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적어도 자성과 정청, 중구는 악날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거짓과 가식적인 짓은 하지 않았으니깐요. 어쩌면 이 영화  <신세계>는 배신과 배반을 넘어선 이간질로 모든 것이 파탄하고 파괴되는 무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민식 씨는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밖에 없지요.

 

 

 

 

 

 

이 영화에는 크고 작은 액션들이 등장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셨듯이 정청이 중구의 부하들과 엘리베이터에서 싸우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합이 원래 이루어지던 장면인데 그것이 실패한 것이 오히려 명장면으로 나왔다고 하더군요. 폐쇄된 공간에서의 그야말로 개싸움 장면인데 오히려 제한된 공간에서 서로 피를 보며 일당백으로 싸우는 장면이 오히려 멋있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올드보이>의 복도에서의 액션 장면과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쉬움 점이 있습니다. 스타일은 좋고 영화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는데 왜 배우들은 한정되어 있는가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최민식 씨를 보더라도 유사한 스타일의 갱스터 무비인 <범죄와의 전쟁>에 출연했으며, 황정민 씨는 <부당거래>와 <사생결단>에 출연하였습니다. 그나마 갱스터 무비의 출연 경력이 적은 이정재 씨는 나은 편이라고 생각하셨을지 모르지만 마지막 엔딩을 향해가는 장면에서 황정민 씨와 같이 걸어가는 장면은 영락없는 <태양은 없다>가 떠오르더군요. (비판한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좀 아쉽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장르에는 그 배우'라는 공식도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새로운 유형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스타일의 배우를 발굴하는 것이 제작사와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이 이런 르와르나 갱스터 장르의 대본을 많이 썼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이 아닌가도 싶어요.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그리고 이 작품 <신세계> 모두 그의 시나리오로 만든 작품입니다. 데뷔작 역시 그의 시나리오로 만든 사극 <혈투>이고요.)

 

 

배우들의 활용도(특히 홍보 마케팅)에서도 아쉬움이 보였는데요. 이 영화 <신세계>는 이정재 씨, 최민식 씨, 황정민 씨 주연의 영화이지만 저는 박성웅 씨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주연이 세 명이 아니라는 것이죠.

뭐... 앞에 세 분은 워낙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니깐 말씀 안드려도 되겠지만 박성웅 씨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틀린말이 아닌 정도로 차기 실세를 노리는 중구 역할을 멋지게 소화한 그가 영화 홍보에는 너무 많이 소외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영화에서 신우 역할의 송지효 씨의 분량이 너무 생각보다 작았다는 것도 아쉽고요. 이 영화에서는 여성들의 분량이 좀 적었는데 딱 두 명만 보였습니다. 바로 신우 역의 송지효 씨와 자성의 아내인 주경으로 등장한 박서연 씨 외에는 여성들의 활약이 적었던 것이죠. 남자들의 영화들에서 여성들의 분량이 적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웬지 모를 아쉬움이 드는 것은 저만 그랬던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세계>는 <무간도>나 <대부>와 비교가 많이 되는 작품입니다.

<무간도> 시리즈를 보지 않아서 제대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신세계>는 갱스터나 르와르 장르에서는 새로운 방식은 아니더라도 기본은 잘 지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당히 치고 들어갈 줄 안다는 영화이지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한 눈을 팔 수 없게 만든 엔딩도 탁월한 연출이 돋보였다고 생각됩니다.

한국형 르와르의 발전... 다음에는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은근히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