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스토커]소녀... 나쁜 여자가 되다! 헐리웃에서도 박찬욱은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까?

송씨네 2013. 3. 1. 03:55

 

※스포일러를 최대한 줄이려고 했지만 힘드네요.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불가피하게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140자로 말해봐

헐리웃으로 가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이어나가는 박찬욱 감독. 우울한 성인식을 향해가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막장가족의 무서운 DNA도 숨어있고요. 늘 그렇듯 헐리웃으로 넘어가더라도 호불호는 여전할 것 같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은 항상 호불호가 갈리죠. <스토커>와 비슷하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그의 전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의 하드코어 버전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삐뚤어진 가족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캐빈에 대하여>(2011)도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누가 더 불효자고 더 하드코어의 느낌일까라고 생각이 되어집니다.

 

최근 영화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렇다보니 보고나서도 리뷰가 엄청 밀리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미 일주일 전에 그것도 관객과의 대화가 들어간 시사회로 봤음에도 이제 쓰게 된 리뷰입니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인데요.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국내외에서 모두 쓰라린 실패를 맛본 상태에서 과연 박찬욱 감독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라는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찬욱 감독은 죽어도 자기 스타일을 못버리는 똥고집(!)이라는 것입니다. 근데 그 고집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죠.

한 소녀의 특별한 성인식... 영화 <스토커>(원제 Stoker)입니다. 

 

 

 

 

열 여덞번째 생일... 사랑하던 아버지 리차드(더모트 멀로니 분)를 잃었습니다.

소녀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 분)은 자신의 생일을 챙길 시간도 없이 아버지의 장래식부터 치루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슬픔으로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삼촌이라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안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조용히 침묵을 했나 봅니다. 그렇게 삼촌 찰리(매튜 구드 분)는 그녀에게 왔습니다.

활발한 어머니 이블린(니콜 키드먼 분)과 달리 달라도 너무 다른 인디아는 찰리의 등장으로 더욱더 이상한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냉기는 아마도 인디아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찾아가던 지하실 냉장고에서부터 흘렀는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매튜의 등장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는 사건도 연이어 발생됩니다. 숙모 그웬들린(재키 위버 분)도 사라졌고 리차드와 찰리의 유모였던 믹개릭 부인(필라스 소머빌 분)도 찰리와의 말다툼 이후 사라졌고요.

더욱 더 이상한 것은 이블린과 찰리와의 관계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웬지 연인사이 같았고, 인디아는 그런 관계를 질투하고 있었고요.

그러던 와중 정체불명의 열쇠를 손에 넣게 되고 서고 책상 서랍을 여는 순간 판도라의 상자처럼 삼촌 찰리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게 되며 인디아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박찬욱 감독은 해괴한 스토리를 아름답게 풀어내는 몇 안되는 감독들 중의 하나입니다.

엽기적이고 말도 안되는 상황들의 이야기를 부드러운 영상 속에 녹아내리는 것은 박찬욱 감독이 가장 잘 하는 것들 중의 하나이지요.

외국의 감독들이나 영화인들이 <올드보이>에 놀라고 그에게 상을 수여한 것은 어쩌면 결코 우연은 아니라는 겁니다.

해괴하지만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세계의 영화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스토커>는 이 부분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인 것이죠.

더구나 이 작품은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로 알려진 웬트워스 밀러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아마도 특이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이 영화는 영상은 <친절한 금자씨>, 그리고 스토리적인 느낌으로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실제로 관객과의 대화에서 박찬욱 감독은 <스토커>의 한핏줄 영화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영군(임수정 분)이 과대망상과 집착을 낮은 수위로 표현했다면 <스토커>는 더 하드코어하게 표현을 한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박찬욱 감독님의 딸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인디아의 배역 나이와 동일하다고 하네요. 열 여덞의 나이라는 것이죠.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고 이런 것이 아마도 이 영화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의 첫장면... 마치 패션 화보에서 볼 것 같은 타이틀이 등장합니다.

한 소녀가 아스팔트 위를 지나고 바람이 불어오는 속에 빠알간 꽃이 날리고 있습니다. 동그란 바위들은 아름답게 작은 공원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상당한 함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같아서 자세한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아름답게 봤던 것이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알고보면 살벌하고 무섭다는 것인데 이런 과정은 영화의 엔딩을 향해갈수록 더욱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진실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그 아름다운 순간은 결코 우리에게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타이틀을 집중해서 보시면 영화의 엔딩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스토커>는 잘못된 가족애가 사람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가를 보여줍니다. 

하나 이야기 드릴 수 있는 것은 비밀의 열쇠로 들어가는 서랍 속에서 발견한 편지에서 잘못된 집착을 보여주는데 이미 찰리의 그릇된 모습은 어렸을 때 부터 보여진 것이라는 것입니다. 가둬놓기만 하고 소통과 화해를 시도하지 않았던 가족들에게 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모습들을 버리지 못했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죠.

근데 재미있는 것은 찰리의 살인 DNA를 그대로 물려받게 되는 인디아의 모습입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건으로 인해 살인의 맛을 맛본(?) 인디아는 망설임 없이 찰리가 했던대로 살인자로 변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찰리가 아무 이유없이 가족들과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반면 인디아는 초반에는 정당한 이유로 사람을 죽이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삼촌 찰리의 스타일을 이어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의 가족들 중에는 아무도 사람을 해치지 않는 착한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들의 살인 DNA는 연속성이 아닌 한 집 건너 또 다른 곳으로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 영화와 관련된 부분에서 박찬욱 감독은 재미있는 일화들을 들려주었는데요.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원래 아시다시피 금발의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갈색으로 염색한 상태로 등장합니다. 이에 대해 원래는 매튜 구드를 금발로 만들어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웬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방식을 바꾸어 그녀가 갈색으로 염색한 상태로 등장시켰다고 하더군요.사실 남성 배우들이 금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가 않지요.

또한 엔딩의 부분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식을 고려했다고 전해집니다. 아무도 죽지 않고 찰리와 인디아가 뉴욕으로 도피하는 장면이라던가 인디아가 홀로 뉴욕으로 가서 조용하게 살인자라는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상황등의 다양한 방식이 고려되었다고 합니다.

 

 

클린트 만셀이 참여한 OST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필립 글래스의 음악을 사용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인물들이지만 클린트 만셀의 경우 영화 <블렉스완>의 OST로 알려진 영화음악가이며 필립 클래스의 경우 <트루먼 쇼>를 비롯한 많은 영화의 음악에 참여했으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블린과 찰리가 묘한 감정 속에서 같이 즐겨 듣던 음악이 나오던 장면이 인상적인데요. 낸시 시나트라(아버지는 그 유명한 프랭크 시나트라죠.)와 리 헤즐우드가 부른 'Summer Wine'입니다. 평소에 박찬욱 감독이 좋아했던 곡이고 어떤 영화가 되던간에 언젠가 영화에 삽입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먼저 삽입하게 된 것이죠.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이 헐리웃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헐리웃의 대표적인 미남배우이자 핫 아이콘인 웬트워스 밀러와 콜라보레이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들의 의견도 충분히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 영화가 바로 <스토커>라고 생각됩니다.

 

 

영화에서 스토커는 세 가지 의미라고 보여집니다. 바로 이 가문의 이름이 '스토커' 인것이 첫번째, 두번째는 사냥을 의미하는 용어라는 것, 그리고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쫓아다니며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라는 의미죠.

리차드가 인디아에게 '때로는 나쁜짓을 해야 더 나쁜짓을 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냥도중에 나온 이야기였지요.

악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착하게 산다는 것이 오히려 바보같은 것이 되어버리는 세상.

우리는 괴물이 되어버렸고 뱀파이어가 되어 버린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