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가족의 나라]북에서 온 사나이... 그는 왜 가족이 되지 못하고 이방인이 되었나?

송씨네 2013. 3. 13. 02:34

 

 

 

140자로 말해봐!

왜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들은 갈등하는가? 이데올로기와 이념에 아직도 갇혀사는 북한의 모습을 재일동포 가족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양영희 감독의 뚝심과 진심이 모두 담겨져 있습니다. 분노하게 되나 분노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영화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우선 양영희 감독의 전작인 <굿바이, 평양>(2009), <디어 평양>(2006)년을 보시는게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생각되고요. 조총련 재일동포들의 생활이 궁금하시다면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2006)를 보시기 권합니다. 그것도 아닌 정말 북한은 뭐하고, 뭐먹고 사는 것일까 궁금하시다면 영국인 다큐 감독 다니엘 고든의 눈으로 본 북한의 이야기를 담은 <어떤나라>(2004)와 <푸른 눈의 평양 시민>(2006)을 보시기 바랍니다. 근데 이들 작품을 봐도 결론은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남한이건 북한이건 사는건 다 똑같다고 말이죠.

 

 

참으로 나라가 뒤숭숭합니다. 이 리뷰를 올린 시점이 하필 좀 정신이 없는 시기인데요.

그런데 말이지요. 도발을 하는 북한 주민들을 우리는 동포로 인정을 해아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얼마만큼 그들을 알고 있을까요?

참으로 뚱딴지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동포들에게 똑같은 질문이 등장한다면 아마도 바로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편의 다큐로 국내에 알려진 재일동포 출신의 양영희 감독이 그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 <가족의 나라>(원제 かぞくのくに / Our Homeland)입니다.

 

 

 

 

 

 

도쿄의 어느 지역... 작은 찻집이 보입니다. 이 곳의 가족들로 보이는 이들은 무언가를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고요.

잠시후 소식이 들려옵니다. 성호(이우라 아라타 분)가 일본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말이지요.

치료의 목적으로 일본을 찾은 성오는 태어난 것은 일본이지만 어린나이에 북한으로 건너갔습니다.

북송사업의 명목으로 북한에서 일본에 사는 동포들을 상대로 북한 시민으로의 유치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죠.

여동생 리애(안도 사쿠라 분)가 따듯하게 그를 맞이하고 어머니(미야자키 요시코 분)과 아버지(츠카야마 마사네 분)과 함께 3개월 동안 여기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물론 이 곳에 머무는 것은 성호 뿐만이 아닙니다. 북에서 성호를 감시하러 양 동지(양익준 분)라고 불리우는 사내가 그들을 감시하기 때문이죠.

병원에서의 진단은 뇌종양으로 의심... 하지만 수술 경과를 살펴보려면 3개월 이상은 일본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북한을 오고가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힘들며 북측 병원과의 연결도 힘듭니다.

성호는 학창시절 동창들을 만나게 되고 첫사랑이었던 순이(쿄노 코토미 분)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 노래는 함부로 부를 수 없고 북에 관한 어느 사항도 이들 동창들에게 설명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전화가 찾아옵니다. 복귀... 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리애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한평생을 당을 위해 충성했다고 자부하는 성호의 아버지도 좌절합니다.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는 상황... 그들에게 이별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북송사업이라는 건 뭐고 성호는 왜 저항도 못해보고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배경을 아시려면 양영희 감독의 전작 다큐들을 보셔야 합니다. 하지만 저도 앞의 그녀의 전작들인 <굿바이, 평양>, <디어 평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이 영화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의 전작들이 다큐였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앞의 두 다큐를 영화로 옮겼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먼저 북송사업에 대한 정의부터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1959년부터 북한은 '지상의 낙원'이라며 자신의 나라를 홍보하였고 이 홍보를 보게 된 많은 조총련 재일동포는 북으로 가게 됩니다. 사실 말이 '사업'이지 납치나 다름없는 협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젊은이들은 선택할 권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군요.

이 영화를 만든 양영희 감독도 북에 세 명의 오빠가 이 북송사업으로 인해 북한으로 송환되었고 이 중 두 명만 생존한 상태입니다.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것이 그녀의 전작이었던 <굿바이, 평양>과 <디어 평양>이었습니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북한의 인권에 대해 고발하였지만 그 고발의 댓가는 입국금지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사랑하는 오빠를 만날 수 없게 됩니다. 어쩌면 이 영화인 <가족의 나라>는 양영희 감독의 상황을 성호라는 인물에 투영 시킨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당연히 이 영화에서 리애의 역할이 양영희 감독 본인의 모습일테고요.

 

성호는 두 가지 목적으로 일본 땅을 밟습니다. 하나는 치료의 목적이었지만 또 하나는 동생을 공작원으로 포섭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물론 성호 역시 고통스러웠고 동생을 공작원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당이 시키는 일이고 당은 다시 양 동지에게 지령을 내려버렸으니 거역할 수 없는 일이죠. 자칫 거절하거나 반항한다면 북측의 성호 가족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고 성호 역시 제대로 수술도 받지 못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지도 모를테니깐요.

 

그런데 그 입장이 재미있습니다. 중립적인 입장의 성호 어머니와 북한의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리애, 그리고 북한의 사회주의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성호의 아버지... 각각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죠. 거기에 성호의 삼촌(스와 타로 분)은 성호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돈을 북에 후원금을 송금하는 것은 물론이요, 성호의 아버지(그러니깐 형이죠)와는 다른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다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성호의 복귀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이성을 잃게 됩니다. 사회주의를 받들고 다녔던 성호의 아버지마저도 자신의 아들이 수술도 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어 합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당(혹은 북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오라고 하면 그들은 와야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북한에게 융통성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것으로 인해 정작 가족들과 수술을 받아야하는 당사자들은 또 한번 실망감과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가장 난감한 것은 아마 성호일 것입니다. 무려 25년만에 만난 가족과 동창들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다는 괴로움일 것입니다.

당에 일일히 만난사람과 대화내용을 보고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그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죠.

어릴 적 동무들과 즐겨부르던 노래조차 소리내어 불러보지 못하는 슬픔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는 사랑했지만 북의 부름으로 헤어져야 했던 순이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사랑한다 고백 못해보고 떠났고 23년만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자신의 심정을 전하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괴로움은 이런 말도 안되는 법칙과 규정과 이데올로기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품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여행가방이죠.

성호는 리애에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정도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여행가방을 둘러보던 가게에서는 자유롭게 여행도 다녀보라는 충고를 합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가 있어 보입니다. 영화에서 리애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인데 동료가 서울로 간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녀에게 서울행을 제안하지만 거절을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전히 사회주의에 관심이 있는 아버지의 반대가 있을 것이라는 부분과 리애 역시 아주 약간정도의 사회주의에 대한 이념이 남아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한국에서의 정착이나 생활이 오빠인 성호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두려움이 그녀를 일본을 떠나지 못하게 만든 이유였는데 성호는 아마도 그런 리애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생각이 드네요.

 

이 영화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골고루 출연했는데요,

이우라 아라타의 경우는 <핑퐁>, <20세기 소년> 시리즈, 그리고 배두나 씨와 함께한 <공기인형>등을 통해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었는데요 주인공 성호 역할을 통해 일본인이 아닌 재일동포의 느낌은 어떠했는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또한 리애 역의 안도 사쿠라의 경우에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알려진 배우인데요, 일본인의 느낌과 재일동포의 이미지, 동남아 적인 이미지를 모두 지니고 있는 얼굴이라 연기를 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어색하지 않음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 그리고 우리나라 배우 한 명이 등장하죠. 바로 양익준 씨 입니다. 뭐... 이분은 영화 <똥파리>와 드라마 <착한남자>를 통해 건달 이미지가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배우자 감독이죠. 영화에서는 상당히 냉정한 양 동지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약간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될테니 지켜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리애는 결국 가방을 구입합니다. 오빠를 떠나보내고 말이죠.

서울로 가기 위한 준비인지, 아니면 다른 여행을 하려고 여행가방을 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빠 성호는 자신처럼 꿈을 포기하기 보다는 새로운 꿈을 지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일탈을 꿈꿉니다.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지요. 하지만 진짜 자유를 누릴 수 없는 북한 동포의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들은 핵전쟁에 있어서도,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있어서도 아무 이유가 없다고 떠들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시켜서 하겠고 그렇지 않으면 큰 피해를 겪을지도 모를 일이 될테니깐요.

우리는 그들의 야심에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적어도 과거에는 반공 서적이니 <똘이 장군>같은 작품으로 그들에게 관심을 보였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같은 땅덩어리에 살고 있지만 남의 미사일 발포보다는 먹고 사는데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유없는(물론 속뜻은 있겠지만) 공격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느리 평화를 위해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한도 막장드라마를 즐겨 만든다지만 그들 역시도 삶은 막장 그자체니깐요.

북측에 계신 분들에게 평화에 대하여 다시 묻고 싶어지는 요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