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평범한 아동영화가 될 뻔했으나 3D기술로는 '아바타' 이후 본전 제대로 뽑는 영화라 생각됩니다. 팀버튼에 이어 샘 레이미의 콜라보레이션 시도한 디즈니의 노력이 엿보이네요. 다만 2D로 보면 평범한 영화가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단점입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오즈의 마법사'는 드라마와 영화 다양한 방면으로 리메이크 되고 패러디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미국 SNL에서도 앤 해서웨이가 출연해 심하게 원작을 비틀었고요. 원작은 아시다시피 1925년 작이 원작이지만 우리에게는 1939년 빅터 플레밍의 작품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주디 갈란드가 부른 노래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최근에는 뮤지컬 <위키드>로 인해 <오즈의 마법사>를 다시보는 분들이 많아졌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오래전 회오리 바람으로 얼떨결에 오즈라는 왕국으로 들어간 도로시를 기억합니다.
주디 갈란드가 부른 노래를 기억하거나 혹은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들 중 한 명 일수도 있지요.
세상은 변했고 <오즈의 마법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되었지요. 앞에 이야기했던 뮤지컬 <위키드>처럼 말이죠.
몇 년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로 팀 버튼과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디즈니가 이번에는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샘 레이미 감독과 함께 했습니다.
어두운 호러나 스릴러 혹은 액션을 만들던 이 아저씨가 과연 이런 아름다운 동화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요?
허당 마술사 오즈의 마법사 성장기... 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원제 Oz: The Great and Powerful/이하 <오즈>)입니다.
캔사스의 어느 조그마한 공터... 나름 성대한 서커스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곳에는 자칭 위대한 마법사라 불리우는 오즈(제임스 프랭코 분)가 있지요. 말이 마법사이지 싸구려 마술을 구사하는 그냥 평범한 마술사입니다.
공연으로 허탕친 것도 모자라 여성들에게 양다리, 문어발 다리로 여성들을 꼬시던 것이 들통나 도망을 쳐아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와중 열기구를 타고 도주하게 되고 심한 회오리 바람에 그가 타던 열기구도 어디론가 휩쓸리게 됩니다.
눈을 떠보니 거대한 왕국과 꽃과 나무들, 호수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오즈라는 왕국입니다.
친절한 마녀 테오도라(밀라 쿠니스 분)를 만난 오즈는 그녀의 도움으로 오즈의 에메랄드 성에 들어서게 되고 테오도라의 언니이자 역시 마녀인 에바노라(레이첼 와이즈 분)의 호위 속에 행복한 한 때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쁜 마녀 글린다(미셀 윌리엄스 분)을 물리쳐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웬걸... 정말 나쁜 마녀는 에메랄드 성을 가로채고 도자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테오도라와 에바노라 자매였던 것이죠.
오즈는 여정 중에 만난 날개달린 원숭이 핀리(잭 프라프 분/목소리 출연)와 갸날픈 도자기 소녀(조이 킹 분/목소리 출연)과 함께 힘을 모아 에메랄드 성을 되찾기로 마음 먹습니다.
<오즈>는 보시다시피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와 다른 이야기입니다. 뮤지컬이자 소설로 알려진 <위키드>와도 딴판이고요.
이 영화는 마술사 오즈(혹은 오스카)가 어떻게 오즈 왕국의 마법사가 되었는가를 이야기하는 프리퀄 형식의 영화입니다.
원작에서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머리를 굴려야 하는 작품이라는 것이죠.
더구나 판권을 사놓고도 제대로 못써먹은 디즈니는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을 완전히 차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지라 상당히 고심을 하게 되었고 보시다시피 세 명의 마녀와 한 명의 마법사가 벌이는 이야기로 탈바꿈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 영화는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평을 얻었습니다. 프랭크 봄의 원작도 아니고 <위키드>의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작품도 아닌 상당히 어정쩡한 경우라는 것이죠. 심지어는 샘 레이미가 아동용 영화를 만들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하는 분들까지 생겨났지요. 사실 샘 레이미는 <스파이더 맨> 시리즈 연출 이전에 <이블데드> 같은 스릴러나 호러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왔기 때문에 관객들이나 '오즈의 마법사'를 좋아하던 팬들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 충분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일단 제가 볼 때는 나름 연출력은 뛰어났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뭐가 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더군요.
재미있게도 이런 어정쩡함을 극복시켜준 것은 다름 아닌 3D 기술이었다는 것입니다.
이게 뭔소리냐고요? 최근 저는 많은 영화를 리뷰하면서 3D용으로 개봉된 영화는 돈이 많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조조로 어떻게든 3D버전을 보아가며 과연 그 영화들이 3D 입체감이 느껴지도록 제대로 구현된 것이 맞는가를 확인하고 영화를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제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이 별로 없었던 것이죠.
<아바타> 이후로 인상적인 3D 작품을 찾기 힘들어졌고, 그나마 제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중에는 <업>이나 <슈퍼 베드>정도가 제대로, 그나마 3D 느낌을 잘 구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사와 3D가 더해진 영화중에서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미이죠. 그런점에서 <오즈>의 3D 기술은 의외의 만족감을 보이기 충분했습니다.
<오즈>의 3D 구현은 오프닝에서도 잘 보여지는데요. 클레식한 스타일로 등장하는 오프닝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이후 아예 흑백화면에 그것도 모자라 아주 좁아터진 화면으로 영화가 진행이 됩니다. 그런 화면들은 마술사 오즈가 오즈 왕국으로 들어서면서 컬러로 변하고 이 화면 역시 와이드로 변하면서 3D 기술의 효과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3D 효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총동원 된 것이죠. 돌이 튀어나가던가 괴물에 가까운 물의 요정들이 물을 튀기는 장면들에서 그 입체감은 더 극대화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이후 글린다와 오즈가 에메랄드 성으로의 반격을 준비하는 중반부터는 이런 3D 장면들이 많이 나타나지 않거나 그 효과가 미비한 부분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실사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3D 기술이 제대로 구현된 작품이 <오즈>가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갖아봅니다. 어쩌면 이 작품은 2D로 보면 상당히 재미없고 평범한 영화라는 것이죠.
영화적 이야기를 하자면 이 영화는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오즈가 마법사가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 영화입니다.
(스포일러이겠지만) 유일하게 악역 포함 모든 주인공들이 모두 죽지 않는 영화이고요. 이 부분으로 살펴볼 때는 속편으로는 우리가 정말 기다리던 도로시를 비롯한 그녀의 친구들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살짝 해보게 되는 대목인데요.
오즈를 바람둥이 마술사로 표현한 부분은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유품이라면서 똑같은 오르골 수 십개가 등장해 여성들을 유혹할 때마다 그 오르골을 주던 장면은 상당히 코믹했던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마녀들에게 보여주었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장면이었지요.
또한 영화에서는 세 명의 마녀가 등장합니다만 각기 다른 케릭터로 등장합니다. 특히나 밀라 쿠니스가 연기한 빨간 마녀 테오도라가 감정의 기폭이 가장 심한 캐릭터로 등장을 하지요. 초반 오스카에게 호위를 배풀고 사랑을 나누었던 그녀가 글린다와 오스카가 한 편이 되는 것을 보고 화가 난 나머지 질투의 화신으로 변모하는 과정인데요. 거기에 언니 에바노라가 그것을 더 부추기면서 캐릭터의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인상적인 부분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악한 마녀... 즉, 꼬부라진 검정 모자와 마법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등의 따위를 보여주는 '마녀의 정석'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여기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왜 데오도라가 나쁜 마녀가 된 것도 모자라 외모와 이미지도 바뀌었는가를 설명해주는 아주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캐릭터 면에서는 그렇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면이 강했던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가령 날으는 원숭이 핀리라던가 도자기 소녀 캐릭터는 이 영화의 동화적인 느낌을 살리는데 아주 큰 공을 세운 캐릭터인데요. 특히나 도자기 소녀 캐릭터는 너무 귀여워서 실제 피규어로 소장하고 싶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두 역할을 해낸 잭 브라프와 조이 킹의 공이 매우 컸다고 볼 수 있지요. 특히 조이 킹이라는 아역 배우는 의외로 위키백과에 아주 길게 프로필이 널려 있을 정도로 적은 나이에도 다작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소녀이더군요.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오즈>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팀 버튼에 이어 디즈니가 고전 작품을 리메이크(혹은 프리퀄)로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극과 극의 만남이 또 다른 화학작용을 한다는 것이 인상적인데요. 문제는 이런 콜라보레이션이 장점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죠.
서로의 개성을 양보하다 보니 자신의 스타일을 밀고 나갈 수 없다는 단점이 그것인데요.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의견을 중요시 하여 작품의 재미를 이루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남들은 이상하게 보겠지만 다른 이들이 이 영화는 실패했다, 작품성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더라도 저에게는 소중하고 인상적이며 재미있는 영화였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디즈니의 묘한 행보가 기대되고 디즈니와 다른 감독들과의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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