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차이니즈 조디악]성룡, 그는 여전히 날고 있었다. 그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이유.

송씨네 2013. 3. 6. 19:22

 

 

140자로 말해봐!

성룡 영화의 팬이라고 자부했지만 그의 팬이었는가라는 미안함이 남는 영화네요. 세상을 누비며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는 진정한 광대입니다. 액션이 많이 약해졌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것 같고 약탈 문화재에 대한 뼈있는 메시지도 숨어 있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용형호제> 시리즈입니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가슴아픈 사연으로 이 제목을 쓸 수가 없었지요. <용형호제> 시리즈 모두 보시는 것도 좋겠고요. 유튜브 등에는 그의 촬영작들의 뒷이야기와 NG 퍼레이드만 모아놓은 것이 수두룩 합니다. 이들 영상도 감상하시면서 이 영화를 보시면 좋겠네요. 아울러 이 영화는 4D버전 상영관들도 몇 곳 있습니다. 그냥 보셔도, 4D로 보셔도 재미있습니다. 

 

저는 성룡의 팬이라 자부 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저 역시도 성룡영화를 멀리하더군요.

명절 날이면 스크린으로 어김없이 돌아오던 그였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의 영화들이 명절에도 보기 힘들어지면서 그의 영화를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 와중에도 그는 한국 팬들을 찾아오고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며 그렇게 우리들과 알게 모르게 함께 했던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그가 이번에 다시 새로운 신작을 들고 왔을 때, 다른 때 처럼 그냥 잠깐 오는 사람, 그냥 그런 영화로 생각하고 보지 않을 뻔 했는지도 모릅니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우리가 그의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거창하게 서두를 시작했지만 그 정도로 찬사를 보내도 아깝지 않은 배우... 성룡의 신작 <차이니즈 조디악>(원제 十二生肖 / Chinese Zodiac)입니다.

 

 

 

 

보물을 찾아 그것들을 팔아넘기는 전문 사냥꾼 JC(성룡 분)는 늘 그렇듯 진기한 보물들을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그러던 와중 1860 년 프랑스가 중국을 침략하는 것도 모자라 많은 유물이 잠들어 있는 원명원의 보물들을 약탈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중에는 12 지신의 동물들을 청동으로 만든 것들도 있었지요. 이 유물을 비롯해 많은 유물들을 경매로 파는 일을 하고 있는 로렌스(올리버 플랫 분)는 진품이 아닌 짝퉁을 경매에 올려서라도 부당이익을 챙기려는 악덕 경매회사 업체 대표입니다. 그러던 와중 JC에게 12 지신의 청동유물들을 찾아오라는 미션을 받게 되지요.

동료인 데이비드(요범 분)과 부부였으나 관계가 소원해진 사이먼(권상우 분)와 보니(장람심 분)도 합류해 프랑스로 향하게 됩니다.

마침 유물들이 경매에 올라오는 것을 반대하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단체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코코(요성동 분)를 만나게 되면서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되지요.

이들 중에는 많은 보물들을 약탈해간 후손들인 피에르(로사리오 아메데오 분) 일당도 있었고 얼떨껼에 증조 할아버지가 약탈해간 것들을 지니고 있는 후손 까뜨린느(로라 웨이스베커 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JC 일행은 피에르가 가지고 있는 유물들을 가져가는데 성공하지만 까뜨린느의 경우 약탈이냐,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냐라는 문제를 놓고 코코와 다툼을 벌이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서로간의 의견이 합의를 보게 되고 까뜨린느의 증조 할아버지가 실종되었다는 보물선이 침몰된 지역으로 JC 일행은 이동을 시작합니다.

보물선의 발견도 잠시... 피에르 일당이 그들을 괴롭히고 설상가상으로 해적도 나타나 이들을 괴롭힙니다.

설상가상에 첩첩산중으로 JC가 그렇게 믿고 따랐던 로렌스가 평화시위를 했던 젊은이들을 폭행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JC는 분노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의 JC는 유물들을 되찾고 평화도 되찾게 될까요?

 

 

 

 

 

 

성룡 영화의 마니아라면 이 작품이 결코 낯설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되실 겁니다. 바로 이 작품은 <용형호제>(飛鷹計劃) 시리즈의 속편인 것이죠.

참으로 속편치고는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근데 왜 <용형호제 3>가 아닌가라는 의문부터 생기실 것 같은데요. 사실 <용형호제>의 1편과 2편의 판권은 워너 브라더스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뭐... 이런 경우는 얼마전에도 이야기 드렸던 <어벤저스>에 스파이더 맨이 없는 이유와도 같지요. 따라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부르는' 괴이한 속편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러나 크게는 연속성이 없는 것으로도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편에 대한 연속성은 딱 하나 JC(성룡의 영문이름인 재키 찬의 이니셜인 'JC')가 등장한다는 것 외에는 없다는 것이죠.

 

 

이 작품을 중국(홍콩)판 <인디아나 존스>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성룡 스타일로 유물을 찾아내고 코미디가 더 가미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나름 차별성을 지니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액션을 잘 버무리는 배우와 감독들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점에서 <차이니즈 조디악>은 얼마만큼 재미있어 졌는가라는 의문이 드시리라 봅니다. 저도 어렸을적 TV로 본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룡은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그의 액션과 코미디는 살아 있다는 것이죠.

 

 

여전히 와이어와 CG를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와 다른 부분이라면 생각보다 많은 CG와 특수효과가 사용되었다는 것인데 여전한 것은 자신이 액션을 취하는 장면에서는 절대 와이어와 CG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가령 화산폭발 장면이 대표적인데 이 경우는 아무리 성룡이라도 위험천만한 곳에서는 실제 다이빙을 할 수 없지요. 그래서 대형 강풍기와 크로마키 화면을 적절히 이용해 성룡이 날아오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였던 것이고 화산 폭발 장면의 경우 그나마 화산지대 중에서는 안전한 장소에서 영상등을 담아낸 뒤 액션 장면에 합성시켜서 장면을 연출한 것이죠. 시대는 변했고 성룡도 나이가 들었으니 이런 장면은 팬들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겁니다. 반대로 오프닝에 해당되는 인간 로켓 장면은 상당이 인상적이죠. 롤러를 부착한 옷을 입고 자유롭게 다니는 장면은 성룡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는 한 토크쇼에서도 밝혔지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에 있어서는 까다롭다는 것이죠. 피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것과 더불어 온가족들이 볼만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액션에만 치중하던 그의 영화들이 점차 가족애를 강조하는 소재들의 영화들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도 잠시 등장하는 사이먼과 보니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 대목도 그렇고 마지막에 성룡의 실제 아내인 임봉교를 출연시켜 가족애를 강화시킨 점은 단순히 성룡 영화를 오락 영화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온가족이 봐도 무방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로 보여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영화의 필모그레피 중에 청불 영화(국내 등급 기준으로)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죠.

 

 

 

 

 

또한 이 영화는 문화제 약탈에 대한 부분을 영화 속 소재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영화에 등장했던 원명원 사건의 경우에도 성룡이 뉴스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고 실제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유물이 제대로 반환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동기는 그가 세계 평화를 강조하는 얘기가 단순한 농담으로 이야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죠. 영화의 말미에 JC가 중국 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의 문화제를 돌려주는 이야기가 등장하고 거기에 일본이 약탈해간 한국의 문화제를 돌려주었다는 이야기는 영화이긴 하더라도 한국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유쾌한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 영화에는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데요. 무엇보다도 권상우 씨의 얼굴이 눈에 띄실 겁니다. 최민수, 김민, 김희선 등의 국내 배우들과 자주 작업을 해왔던 성룡은 이번에는 권상우 씨를 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물론 몇 년전 <대병소장>의 유승준 씨도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는 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흥행면에서나 이미지 면에서나 모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요. 그런점에서 권상우 씨를 이번 영화에서 선택한 것은 괜찮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연급으로 비중은 적었지만 나름 극의 흐름에 방해는 되지는 않았기에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이외에도 앞에 언급한 유승준 씨가 짧막하게 등장하며 섹스폰 연주가인 캐니 지도 의외의 장면에 숨어 있습니다. 성룡의 의외의 인맥들을 볼 수 있는 대목이죠.

 

 

<차이니즈 조디악>에서도 그의 전매특허인 NG 퍼레이드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은 다릅니다.

그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레이션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그가 영화에서 엔딩크레딧에는 항상 주제가를 부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주제가를 부르는 것이 아닌 배우 성룡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준다는 점인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연기를 한다는 자신의 연기 철학을 관객들에게 들려주는데 듣고 있는 제 가슴이 찡하더군요.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보셔야 성룡의 진심을 아실 수 있는데 대부분은 그의 NG 장면만 보고 자리를 뜬다는 점이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또한 이 영화의 크레딧에서는 <성룡의 C.I.A>(원제 Who Am I? / 1998)의 OST에서 들려주었던 주화건이 부른 '我是誰'(나는 누구인가?/이 영화의 원제인 'Who Am I'와 같은 의미입니다.)이 다시 흘러나오는데 어쩌면 배우인 성룡 '나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되물음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이 리뷰의 끝맺음은 아까 이야기드렸던 성룡이 엔딩크레딧 속 관객에게 들려준 독백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성룡이 당신에게 드리는 메시지이자, 성룡 팬이라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성룡입니다. 우리들은 당신의 팬인게 자랑스럽고요.

 

위험한 액션씬을 찍을 때마다 두렵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든다. 이게 마지막 액션씬이 되진 않을까, 내 생애 마지막 씬이 되진 않을까?
팬들이 보내주신 호평과 혹평을 통해 참 많이 배우고 느꼈으며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전 성룡입니다.

 

 

 

PS. 저처럼 엔딩크레딧을 유심히 보셨다면 이 영회에 크레딧에 '돌비 애트모스'의 로고를 보셨을 겁니다. <호빗>을 비롯해 <다이하드 5>도 일부 극장에서 이 버전으로 상영이 되기도 했지요.

혹시나 해서 돌비 코리아 페이스북에 문의해본 결과 <차이니즈 조디악>은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한 영화가 맞지만 사정상 국내에서는 이 버전으로 상영되지 못했다는 군요.

이 영화의 국내 배급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맡았는데요.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중국영화는 돌비 애트모스로 못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요?

돌비 코리아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임해주셨더라면 성룡 영화를 돌비 애트모스로 감상해보는 재미도 특별났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