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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진은 예쁘다]'거지의 품격'에서 '가족의 품격'으로... 가족의 구성에 대해 되묻다!

송씨네 2013. 3. 16. 17:25

 

140자로 말해봐!

진정한 '거지의 품격'이란 이런 것! 악역도 없고 이야기 전개속도도 상당히 느리지만 노숙자와 평범한 사람들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욱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거지 혹은 노숙자들의 삶은 개그로 희화시키는 모습들이 강하죠. 다양한 노숙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개그콘서트>의 '거지의 품격'이 떠오르기도 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피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는 점에서는 안슬기 감독의 <다섯은 너무 많아>(2005)도 떠오르게 만듭니다. 아울러 이 영화는 악당이 없습니다. 큰 위기도 없고요.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본의 여성 감독인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들이 떠오르기 마련이죠. 공통적으로 이들 역시 각기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들이 임시적으로 하나의 팀을 이루거나 가족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죠.

 

이제 어느 덧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셨겠지만 노숙자 분들도 추운 겨울 지내느리라 고생하신 것 같네요.

여전히 우리 눈에는 노숙자를 보는 시선이 좋지 않습니다. 더럽고 냄새나는 사람들이죠.

이해갑니다. 하물며 전철이나 버스 같은 곳에서도 그런 분들 너무 많이 보죠.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적어도 사연은 있겠지만 우리가 그냥 그 사람들을 불길하게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에 이들도 평범했던 사람들인데 말이죠.

부산의 어느 작은 간이역에서 벌어지는 노숙자들의 유쾌한 소동극...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원제 Beautiful, Miss Jin)입니다.

 

 

 

 

 

부산의 간이역 중 하나인 동래역... 손님하나 찾아보기 힘든 역이지만 의외로 넒은 광장을 자랑하는 곳이지요.

여기에 한 여성이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아무도 모릅니다.

아줌마라고 부르면 바로 성질을 부리는 그녀를 사람들은 그냥 미스 진(진선미 분)이라고 부를 뿐입니다.

그리고 그녀 옆에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꼬마 아이가 보입니다. 꽃돼지라 불리우는 이 여자아이(박나경 분)는 식탐만큼은 최고지요.

동래역 근처에는 철도 건널목이 하나 있습니다. 이 곳을 지키는 수동(하현관 분)은 늘 지루한 일상 속에서 건널목 옆의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던 그에게 한 남자가 말을 겁니다. 주머니에는 동전만 가득 들었는지 짤랑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커피에 소주를 타먹는 괴상한 취미도 갖았습니다.

이 사내의 이름은 동진(최웅 분)... 일정한 주거지도 없고 병이나 박스를 모아 술을 사먹는데 돈을 씁니다.

한편 동래역이 역사로 리모델링이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 곳의 역장(박호천 분)은 미스 진을 비롯한 사람들이 여간 신경 쓰이지만 "우린 요래 가마이 있을 기라서 피해 안줍니다"라는 미스 진의 말처럼 한번도 큰 피해를 준 적은 없으니 내쫓을 수도 없는 상황이죠.

역사로 리모델링 하기 위한 사전조사 팀이 방문하던 날... 의외의 복병이 등장하면서 역장은 근거지가 불분명한 꼬맹이를 내쫓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수동도 서먹서먹하던 관계에서 미스 진과 꼬맹이, 동진과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들에게 찾아온 위기... 과연 그들은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까요?

 

 

 

 

 

 

'개콘'의 '거지의 품격'은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패러디한 제목이지만 드라마의 내용과 달리 이 꽁트에서는 당당하게 사는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노숙자들이 부산에서 살았다면 아마도 미스 진이나 동진처럼 살아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노숙자이지만 절대 남에게 기죽지 않으며 청결할 줄 알며, 남에게 도움을 받게 되면 어떻게든지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그들이 고작 피해를 입힌 것은 역 안의 TV를 아줌마들과 즐겨본 죄와 휴식과 취침을 하기 위해 돗자리와 이부자리를 깔아놓은 죄 밖에 없으니깐요. 오히려 담배피는 불량 청소년도 몰아냈으니 전혀 해를 끼친 것은 아니지요.

바로 이렇게 이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는 비록 노숙자이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유쾌함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우리에게 노숙자라는 느낌은 앞에 이야기했듯이 지저분하고, 냄새나며 심지어는 싸움을 부추기는 이들도 있는데요.

영화는 그렇지만은 않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저 역시도 이런 노숙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뵌적이 있고 노숙자에서 일반인의 삶으로 되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그들의 모습도 많이 지켜보았기에 노숙자들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우리는 노숙자에 대한 인식들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초반부의 수동의 불쾌한 표정은 이들 노숙자를 우리가 처음 대했을 때의 표정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보고 사연을 들어보면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미스진은 예쁘다>는 동진을 제외하고는 미스 진과 꼬맹이가 왜 노숙 생활을 하였는가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동진 역시 자신이 과거 잘나가던 기업체의 사장이었고 골프를 좋아할 정도로 잘나갔던 사람이라는 부분을 수동에게 들려주는데요.

그 이상은 동진도 말하지 않으며 수동도 묻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궁금증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들에게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지요. 하물며 이들 네 명중에서 가장 멀쩡한 수동 조차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족들과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그 사연 역시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서로 다른 네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외롭고 사연이 있는 사람들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영화의 전개는 상당히 느리게 진행됩니다. 특이한 사건 하나 없으며 다만 네 명의 캐릭터를 이해시킬 수 있는 그냥 작은 소소한 애피소드만 등장할 뿐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는 부분은 다름아닌 꼬맹이의 거취문제를 두고 벌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역사 리모델링 사전조사 팀이 동진에 의해 망치게 되자 역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꼬맹이를 내쫓기로 한 것이지요.

그러나 제가 볼 때 역장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닌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노숙자인 미스 진과 동진이 꼬맹이를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든 꼬맹이에게 집을 마련하고 학교를 보내주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미스 진과 동진, 수동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었지요.

그들이 여행을 떠나고 마을의 학교에서 벌이는 숨바꼭질은 슬픈 복선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오히려 이 슬픈 복선은 복선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탈바꿈 됩니다.

 

 

 

 

 

이 영화에서 느꼈던 것은 오래간만에 한국영화에서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영화에는 가족영화들이 많이 실종되었고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영화들이 주종을 이루었습니다. 물론 가족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공감할만한 연소자 관람가 혹은 12세 관람가의 가족영화가 국내에서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그런점에서 이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은 오래간만에 보는 착한영화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른 비슷한 작품이 있었는데 앞에 이야기한 <다섯은 너무 많아>라는 작품입니다. <미스진은 예쁘다>와 마찬가지로 혈연관계가 전혀없는 다섯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가족을 이룬다는 내용의 영화인데 <미스진은 예쁘다>는 바로 이런 유사점이 많이 보이는 영화라는 것이죠.

다만 다른 점이라면 노숙자 셋, 기러기 아빠 한 명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죠. 이런 특별한 가족의 탄생은 핵가족화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족과의 인연, 우애, 사랑 등을 다시한번 생각해게 해보는 대목입니다.

 

이 영화는 묘한 구석이 많은 영화입니다. 미스 진 역을 맡은 진선미 씨를 비롯해 알려진 배우가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묘하게 특정 배우들의 얼굴이 생각나는 모습들이죠. 가령 하현관 씨의 모습에서는 개그맨 한민관 씨의 모습이, 역장 역의 박호천 씨는 배우 유해진 씨를 떠오르게 하는 얼굴들이죠. 그런데 더 재미있는 부분은 꼬맹이 역을 맡은 박나경 양인데요. 알고보니 박호천 씨의 딸이었던 것이죠. '유해진 씨를 닮은 여자아이가 있다더라'라는 소문을 들은 스텝들이 박나경 양을 만났고 거기에 연극배우 출신의 박호천 씨까지 같이 캐스팅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인연들이 모여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를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을 향하는 부분...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마다 그들은 자신의 새로운 목표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꼬맹이는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동진은 배달일을 나가면서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이 행복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열심히 사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다시 깊은 끝도 안보이는 절벽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하니깐요.

노숙자들을 비롯해 저소득층에게 관심을 갖자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어떻게 보면 지겹게 듣는 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게 있습니다. 그들도 우리의 아버지였고, 형이였고 누나였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 역시 과거에는 멋진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는데 잠시 숨고르기를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이죠.

이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미스진은 예쁘다>는 '거지의 품격'에서 '가족의 품격'으로 변화되는 부분의 시발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