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티노의 여전한 퓨전정신! 흑인 영웅도 모자라 서부극에 힙합음악까지... 피범벅 난장판에 타란티노 자신도 망가져 주는 센스도 여전합니다. 고정관념을 깨도 괴상하게 깨는지라 호불호가 갈릴수 밖에 없는 이야기죠.
이 영화,이렇게 보세요
타란티노 영화의 비교 대상은 역시 타란티노 영화죠. 서부극 영화는 많지만 타란티노처럼 이른바 총을 갈겨대는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그 비교 대상은 <킬 빌>시리즈나 <바스터즈> 같은 작품이 될 수 있겠지요. <바스터즈>에서 보여지는 시대적 상황과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시대적 상황을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재미가 있을 듯. 또한 <장고>라는 제목의 영화가 상당히 많은데요. 구하실 수 있다면 1966년 원작을 보시는 것도 좋겠죠.
얼마전 초대를 받았습니다. 초대를 하신 홍보사 관계자 분이 조금은 애매하게 초대를 하시는 바람에 가야하나 의심이 들었을 정도이죠.
해외 스타와 배우들의 내한 상영은 흔치 않은 일이죠. 그러나 요즘은 그만큼 한국을 찾는 일이 당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니깐요.
아직 봄이라고 하기에는 추위가 물러나가지 않던 시점... 그 분이 오셨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디카프리오가 함께 했던 그 날...
수다쟁이 감독이자 피범벅은 기본에 특유의 유머 스타일을 잊어먹지 않은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찾아왔습니다.
영화 <장고 : 분노의 추격자>(원제 Django Unchained/이하 <장고>)입니다.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2년 전... 흑인 노예들이 끝도 알 수 없는 어디론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날은 어두어지고 그 가운데 이빨 모양의 간판이 마차 위를 왔다갔다 지나갑니다. 마차의 주인은 닥터 킹 슐츠(크리스토프 왈츠 분)...
닥터는 마차에서 내려 노예 중 한 명을 데려갔다고 말하죠. 저항하는 이들을 향해 총을 난사한 닥터는 결국 장고(제이미 폭스 분)라는 이름의 노예를 거두어 들입니다.
사실 닥터는 치과의사라기 보다는 현상금이 걸린 범법자들을 사살하고 돈을 챙겨가는 현상금 사냥꾼이죠.
이렇게 닥터와 장고는 하나의 파트너가 되어 온 마을을 돌며 범법자들을 처단하기에 이릅니다.
장고는 닥터에게 자신의 부인 브룸힐다(캐리 워싱턴)을 구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는데요. 노예로 팔려나갔다가 지금은 칼빈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농장 경영주이자 노예들의 격투 게임인 '만딩고'의 선수들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던 것이죠. 말이 격투 게임이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그야말로 개싸움이죠.
닥터와 장고는 만딩고를 후원하는 스폰서로 자처하고 이로 위장해 캔디가 운영하는 농장으로 들어섭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브룸힐다를 만나는 장고... 하지만 캔디의 충직한 부하인 스티븐(사무엘 L. 잭슨 분)이 장고와 닥터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위기에 몰린 닥터와 장고... 과연 장고는 브룸힐다를 구해내고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타란티노의 서부극입니다. 그런데 평범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우리가 그렇게 알고 있던 '장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장고'는 만화로 익숙한 <우주보안관 장고>였던게 분명합니다. 1987년 작품이죠.
하지만 '장고'에 대한 이야기는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르지오 코부치 감독의 1966년 작으로 생각해야 맞다는 것이죠.
그런데 타란티노는 많은 변화를 시도합니다. 총잡이를 백인이 아닌 흑인으로 바꾸고 이야기의 구조를 완전히 해체하지요.
따라서 이 영화 <장고>는 1966년의 <장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리메이크가 아닌 단지 제목만 차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1966년 원작의 영향을 안받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총 한방에 먼지처럼 사라지는 악당들과 복수를 위해 칼날을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타란티노에게는 딱 맞았던 영화이죠. 타란티노가 최근 우연치 않게 복수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장고> 역시 복수라는 부분에서 영화가 진행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킬 빌> 시리즈에서는 브라이드(우마 서먼 분)라 불리우는 정체불명의 여인이 자신을 불구로 만들뻔 했던 빌을 죽이고 딸을 구해내는 것이 복수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바스터즈>는 나치에 의해 가족들이 몰살되고 극장업자로 성장한 쇼샤나(멜라니 로랑 분)는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 인물들을 일망타진 하기 위해 복수전을 꾸미는 모습이 등장하죠. 이렇게 타란티노의 영화에서는 복수는 하나의 장르이자 꼭 필요한 소재로 등장한 것이죠.
<장고>의 복수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인질처럼 잡아가둔 농장주 캔디에게 복수하고 아울러 불평등한 노예제도를 타파시키려고 복수 아닌 복수를 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그 복수극들은 하나같이 피범벅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복수극의 서막을 알리고 있는 것이죠.
타란티노의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관객들에게 숨돌릴 시간을 보여주지 않고 흐르는 B급 액션, B급 유머일 것입니다.
가령 장고가 자신의 이름의 D는 묵음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라던가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자신일 것입니다.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에 까메오 출연하는 것을 즐겨하는데요. 하지만 본인 자신도 평범하게 퇴장하는 것을 원치 않았나 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죽거나 사라지는 방법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의외의 장면에서 등장하고 빠지는 모습을 보게 되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영화에 직접 출연도 하고 때로는 저급할 수 있는 유머를 집어넣어 싼티가 나지만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영화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지요.
출연진 정말 화려하죠. 타란티노 영화에 도무지 맞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니 말이죠.
<바스터즈>에서 악날한 나치군으로 등장했던 크리스토퍼 왈츠는 이번에는 선한 치과의사 킹 슐츠로 등장하여 장고를 도와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악덕 업자 캔디로 등장하여 이름과는 달리 전혀 달콤하지 않은 까칠한 인물로 등장하여 관객들의 눈을 집중시키게 합니다. 디카프리오는 나이들어도 꽃미남의 외모는 절대 변하지 않지요.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흑인 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타란티노 영화를 포함해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흑인 히어로로 등장한 제이미 폭스라던가 그와 대결을 펼쳤던 사무엘 L. 잭슨도 인상적이죠. 그런데 솔직히 아쉬운 것은 스티븐은 왜 같은 흑인인데도 악인이 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그렇게 자세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지요. 하지만 사무엘 L. 잭슨의 악역은 소름이 끼쳤지요.
이 영화의 음악도 화려합니다. 더구나 재미있는 것은 서부극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힙합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것이 힙합의 전설로 통하는 투팍(1971~1996)과 소울 음악의 전설인 제임스 브라운(1933~2006)이 같이 불렀던 'Unchained'을 제이미 폭스의 대사 속에 삽입시켜 새로운 곡으로 탄생시켰다는 것이죠. 전설과 전설의 만남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던게 당시 공연을 담은 화면을 보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모였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충분했으니깐요.
개인적으로는 '장고의 테마'처럼 들렸던 영화의 오프닝에 해당되었던 리키 로버츠(Rocky Roberts)의 노래입니다. 서부 영화 느낌의 제대로 된 주제가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장고>는 타란티노 스타일의 전형적인 마초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불쾌하지 않은 것은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액션을 많이 넣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성관객들에게는 디카프리오를 보는 재미도 충분하리라 봅니다.
타란티노의 영화에 굳이 메시지는 찾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작들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죠.
물론 역사적 배경속에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지만 타란티노는 그런 부분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으니깐요.
다만 노예 해방이라는 부분을 흑인의 관점에서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메시지라면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죠.
음악도 액션 스타일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드는 만큼 그에게서 서부극이 뭐가 중요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PS. 디카프리오 봤나고요? 네, 실물로 봤습니다.
상영관에 들어와서 (홍보사가 준비한 듯한... 짜고치는 것 다 보입니다. ^^; ) 꽃다발 받아가고 미소 지으며 돌아가셨으니깐요.
홍보사 측에서는 재미있는 기념품을 주었는데요. 영화속 배우들이 들어간 트럼프 카드입니다.
서부영화에서 트럼프 카드로 노는 장면들 많이 보게 되죠. 아마 그런부분을 기념품으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제가 봤던 상영관은 영사사고가 있었던 곳인데 처음에는 화면의 포커스가 안맞길래 타란티노 영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죠.
근데 진짜 영사사고가 맞더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타란티노의 영화는 일부러 장면을 점프 시키는 듯한 기법을 사용하거나(필름으로 가위질 했다는 느낌이 나게하는 것이죠.) 스크레치를 준 효과, 심지어는 필름이 불타서 훼손되는 효과를 넣어 마치 오래된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지요. 또한 노란바탕, 빨강바탕의 대문짝만한 자막을 쓰는 것도 타란티노 영화의 특징이죠.
<장고>에서도 그런 방식이 연출되긴 했지만 화면이 그을리는 기법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영사사고를 만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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