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링컨]국민을 위한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스필버그의 깊이 있는 느림...

송씨네 2013. 3. 21. 05:19

 

140자로 말해봐!

고속열차 대신 일반열차로 갈아탄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왜 갑자기 스필버그가 느리게 이야기를 진행하는가에 의문점이 생겨버리는데요. 느리게 가는만큼 깊이는 있어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젊은층에게 어필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링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많습니다. 오죽하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인물로도 그려지는 상황까지 나왔을까요? 재미있는 관점으로 나온 영화들이 있는데요. 링컨이 세상을 뜨고 나서의 이야기들이 궁금하시다면 로버트 레드포드의 <음모자>(2009)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링컨이 죽고나서 링컨의 암살범과 살인에 주도한 것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반대로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2년전 상황을 그린 <장고:분노의 추격자>는 최근 개봉된 작품인데 특이한 관점으로 영화를 보신다면 <장고>-<링컨>-<음모자> 순으로 본다면 링컨에 대한 이야기를 아마 재미있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미국의 16대 대통령... 수염이 덮수룩한 그는 대통령이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리뷰를 쓰기 두려웠습니다. 러닝타임도 길고 사람도 많고 특별한 절정과 위기도 잘 보이지 않은...

근데 이 영화의 감독이 스필버그라니... 스필버그의 느려진 영화에 너무나 당황을 해서 이 영화의 리뷰를 쓰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이야기하고는 최근 이슈들이나 상황들을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과감히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링컨은 어떤 사람인가요?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원제 Lincoln)입니다.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으로 인해 많은 병사들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사상자가 발생합니다.

북부의 병사들은 링컨(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에게 전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링컨 역시 병사들의 하소연에 난처하기만 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링컨은 꿈을 꿉니다. 웬지 좋은 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의 아내인 메리(샐리 필드 분) 그의 운명을  마치 알고 있는 듯 쉽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노예 해방 관련 법률안 13조의 수정안에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 다가오는데 이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찬성표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매수를 하느냐 아니면 설득을 해야하느냐의 난감한 상황...

이런 가운데 링컨의 첫째 아들 로버트(조셉 고든 레빗 분)이 찾아오고 그는 전쟁에 참전하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한편 찬성표를 얻기 위한 로비들은 계속되고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우체국장으로 협상을 보는 등의 대책을 강구합니다.

그리고 스티븐스(토미 리 존스 분) 같은 공화당 의원들이 노예제 폐지에 동조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바뀌게 됩니다.

법안 통과 D-day... 남부연맹과 북부연맹의 비밀접촉 소식이 들려오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투표 거부 의사를 밝히게 됩니다.

과연 링컨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모두 설득하여 노예제 폐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영화는 세가지 사건에 집중합니다.

하나는 링컨의 가족들 이야기인데 참전하겠다고 첫째 아들이 폭탄 선언을 하는 부분이 그 첫번째이며, 또 하나는 이 영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 13조를 손보기 위한 로비 전쟁과 투표 전쟁을 하는 부분이며, 세번째는 남북의 대표들이 몰래 만나 휴전에 대해 논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번째의 참전하려는 아들 로버트의 이야기를 보자면 실제 로버트 토드 링컨은 참전하려고 실제 시도를 하였지만 링컨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은 모두 반대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둘째와 셋째를 전쟁으로 잃고 다른 병질환으로 잃었기 때문이지요. 영화에서 링컨의 부인인 메리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며 링컨에게도 아들의 군입대를 반대했지요. 그것은 링컨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팔다리가 잘려나간 사체가 암매장되는 상황을 보면서 그의 신념은 오히려 더 확고해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서 어린 넷째 아들로 등장한 테드(걸리버 맥그레이스 분)인데요. 어린 나이인데 전투복장을 입으며 살아가고 있었지요. 링컨의 아들들이 운이 없게도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넷째 테드 역시 아버지 링컨이 죽고 어머니도 정신병에 시달리면서 역시 큰 고통을 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링컨을 나라의 대표자로만 그린 것이 아닌 평범한 가장이고 싶은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사실 어느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싶었을까요? 이런 애잔함을 애써 숨기려는 링컨의 모습이 이 영화에 담겨져 있지 않았나 싶어요.

 

 

두번째는 이 영화의 중심인 헌법 13조의 이야기인데 가장 비중이 많은 부분이고 영화에서는 긴박한 상황들이 연출되지요.

링컨의 절친이자 국무장관인 윌리암 슈어드(데이빗 스트리탄 분)은 한 표라도 더 얻고 싶었던 마음을 누구만큼이나 이해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영화에서는 로비스트 3인방이 민주당의 표를 잡으려고 기상천외의 로비를 벌이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링컨은 애초 로비보다는 설득하는 방식으로 표를 모으려고 했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고 로비스트 3인방의 존재를 인정해주기도 하였지요. 한 표를 넣어주면 높은 자리에 넣어주겠다는 방식은 어쩌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고전처럼 쓰여지는 대표적인 로비 방법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로비가 투표당일까지 먹히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그것을 거부하는 의원도 있었고 로비와 상관없이 마음이 변한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세번째는 휴전 협상을 벌이는 상황입니다. 최악의 상황이었던 북부진영은 남부진영과 비밀 접촉을 통해 휴전을 하려고 했지만 이 휴전 협상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더구나 휴전 협상을 벌이러 남부연맹 사람들이 올라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의원들은 투표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그러자 링컨 쪽 인사들은 순간 대통령에게 달려가 그들이 올라왔음을 부정해달라는 서명을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고 링컨은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투표도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며 휴전 협상도 진통이 더욱 커졌을 것이 분명하죠.

물론 휴전 협상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별 소득이 없이 끝납니다. 하지만 훗날 링컨은 재선에도 성공하며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끕니다.

좋지 않아았던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 결국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지요.

 

 

이 영화는 남북전쟁에 관한 이야기이자 노예정책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담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흑인 배우들이 거의 없습니다.

흑인 노예를 이야기한 영화인데 흑인이 별로 없다는 것에 의외성을 갖은 분들이 많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흑인들도 많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테드에게 노예시절 심하게 구박받던 시절을 이야기했던 엘리자베스 케틀리(글로리아 루벤 분)의 경우 실제 링컨 부인의 전속 재단사였는데요. 흑인 노예에서 제대로 인생역전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죠. 그리고 스티븐스의 노예(가정부)로 등장한 리디아 해밀턴 스미스(S. 이페서 메커슨 분)의 경우에도 영화의 내용처럼 실제는 스티븐스의 아내였지만 노예라는 신분 때문에 아내라고 소개하지도 못하고 가정부로 지내야만 했던 안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스티븐스가 리디아에게 헌법 공포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가 아내에게 가져다주는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죠.

 

 

 

 

 

 

 

러닝타임이 총 2시간 30분입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심지어는 제가 매모로 다시 옮겨 적을 정도인데 크고 작은 인물들을 포함하면 스무 명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의 초반은 쉽게 몰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요즘 헐리웃 영화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러닝타임은 너무 길고 초반은 너무 질질 끈다는 부분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을 스필버그가 만들고 있다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과거의 작품을 생각한다면 너무 더딘 속도로 영화가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깊이는 매우 깊어졌습니다. 이는 스필버그가 단순히 오락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았음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죠. 그를 <ET>나 <죠스> 시리즈를 만든 감독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가 만든 영화중에는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구하기>, <워 호스> 같은 드라마적인 작품들도 꽤나 많았던 것이죠.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링컨에 대한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풀기보다는 이게 최선책이라고 그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치밀하게 그 일화를 소개하고 실존 인물을 실제에 가깝게 분장하고 비슷한 배우들을 캐스팅한다는 점인데요.

그 예로 영화 <링컨>의 출연자와 실제 링컨이 활약하던 남북전쟁 시대의 인물들을 비교한 블로거의 글(이글루스 블로거 '3월의 토끼집' http://kalnaf.egloos.com/3392204)을  봤을 때에도 스필버그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동안의 영화들이 CG로 공을 들이는데 집착한다면 이 영화는 특수분장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배우들의 경우도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이 많은 배우들을 어떻게 모았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죠. <나의 왼발>의 다니엘 데니 루이스는 링컨 역으로 등장해 고뇌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조셉 고든 레빗, 샐리 필드, 데이빗 스트리탄, 리 페이스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작은 역할임에도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름만 열거하면 잘 모르시겠지만 검색해보고 나면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을 고루 캐스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링컨 만큼이나 싱크로율이 높았던 또 한 명의 배우라면 바로 스티븐스로 열연한 토미 리 존스인데요. 신경질적인 모습과 온화한 모습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이번에는 나라를 걱정하는 인물로 그려져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시사회도 놓치고 공식 상영도 놓친 상태에서 특이한 상영회로 보게 되었는데요.

마치 블라인드 시사를 보는 기분으로 누가 주최한 특별 상영인지는 초반에는 알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SNS를 뒤적거려보니 이 행사가 안철수 씨의 팬클럽에서 주최한 특별상영이었다고 하더군요.

이 영화가 안철수 씨를 비롯한 많은 명사들이 지지를 한 이유는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바른 정치인의 표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아마도 링컨이 그에 대표되는 인물이 아니냐는 것이죠.

 

 

물론 링컨 역시 정당한 방법으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로비를 눈감아주는 모습도 보였으니깐요.

그러나 올바른 정치, 모든이가 평등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이 불가피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로비를 정당화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로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돈으로 거래를 하고 높은 지위로 출세를 시켜주겠다는 사탕발림의 약속들 때문일 것입니다.

착한 로비란 있을까요? (그게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정치는 무엇일까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을 외치던 링컨... 우리에게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긴 한데 아마 당분간은 그런 지도자를 찾긴 힘들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