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연애의 온도]밀당과 찌질함의 종합 선물세트... 사랑과 애증의 롤러코스터가 지금 출발합니다!

송씨네 2013. 3. 24. 16:43

 

140자로 말해봐!

사랑은 항상 밀당이거나 누군가가 찌질하거나의 문제인 것 같은데 그 모든게 들어가 있습니다. 초반 무릎을 치게 만드는 공감유머가 이 영화의 주무기입니다. 사랑에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 입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영화속에서 인터뷰가 등장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관객을 바라보며 자신의 억울함이나 일상을 들려주는 방식은 언제부터인가는 익숙한 방식이 되었지요. 미국의 시트콤인 <오피스>나 우리나라에서는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작품에서 이런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영화들도 없지는 않지만 영화보다는 언제부터 TV가 익숙한 장르가 되어버렸죠. 우리나라 영화중에는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2009)이 이런 모습을 띄고 있죠. 

 

 

사랑 영화, 연애 영화...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보기 거북한 영화들입니다.

연애를 해봤어야 자세한 느낌을 이야기 할텐데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런 영화들을 보고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것도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연애를 안해본 사람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이 있다면 그 영화는 성공한 작품이겠지요.

'연애...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라고 질문하는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하는 이 영화... <연애의 온도>(영문원제 Very Ordinary Couple)입니다.

 

 

 

 

 

 

 

동희(이민기 분)와 영(김민희 분)은 같은 은행의 은행원입니다. 더구나 그 이름도 위대한 '사내 커플'이고요.

하지만 이들은 얼마전 헤어졌습니다. 서로의 과실을 다른 이에게 돌리고 있는 이 두 사람...

헤어져서 속편하다고 말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마침 영은 해외지사로 일을 하고 싶었고 이를 담당하는 민 차장(박병은 분)에게 접근해 그와 친하게 지내기로 합니다.

이것을 수상히 여기던 동희는 당연 영의 과거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떠들며 두 사람의 관개를 찢어놓으려고 합니다.

거기에 동희는 영이 빌려간 노트북을 되돌려 달라고 말을 하게 되었지요. 바로 이것이 이들 전쟁의 시작이었습니다.

택배 착불도 모자라 완전히 분해가 되어 가루가 되어버린 노트북을 받고 분노한 동희는 계산착오로 영을 야근을 하게 만들어버립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영은 동희의 새 여자친구인 효선(하연수 분)의 뒷조사까지 시작했으니깐요.

그러던 어느 날 민 차장이 장난삼아 저지른 일이 은행 워크샵 행사를 통해 알게 되면서 동희는 분노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다시 커풀이 되어버린 동희와 영... 다시 커플이 되었지만 뭔가 찝찝한 구석이 남습니다.

놀이공원에서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과연 이들의 만남은 이것으로 끝이 날까요? 아직 그들에게는 3%의 희망이 남아 있는데 말이죠.

 

 

 

 

 

 

 

 

 

 

현실적인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들이 처해있는 위치와 그 배경일 것입니다.

조폭영화 지겹고, 재벌 2세의 돈타령도 지겨운 요즘에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영화의 배경은 의외로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바로 은행이죠.

더구나 직장에서 허락하지 않는, 허락한 곳도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그 것... 사내 커플이 이들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사내커플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요. 헤어졌어도 보기 싫은 얼굴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사표를 내거나 혹은 인사이동으로 다른 부서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저~멀리 다른 부서도 모자라 다른 지역의 사무실로 발령을 받는게 최선의 방법이죠.

그렇기에 이들 동희와 영의 전쟁아닌 전쟁은 그들은 헤어졌을지 몰라도 사랑과 정에 대한 부스러기는 어느 정도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그 부스러기들이 결합되어 다시 사랑을 이룰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다는 것이죠.

 

영화는 그런 점에서 이들 은행원 커플의 일상을 감시하는 듯한 느낌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방식은 은행원들의 리얼한 일상을 찍는다른 리얼 다큐를 찍는다는 명목으로 등장하는 모습들에서 볼 수 있는데요. 헤어지는 커플을 뒤로하고 전봇대와 카페, 주인공들이 사는 집안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지듯 영화가 진행되는 방식은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커플이 헤어지고 나서의 방법이죠. 더 악날하게 간접적으로 괴롭히거나 티 안나게 뒷조사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지요.

집착을 넘어 스토커의 방향으로 변하는데 자칫 잘못되면 범죄가 되는 상황을 이 영화는 유쾌하게, 코믹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보이스 피싱처럼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며 남자친구의 새 여자친구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내는 것은 물론 그들이 다니는 동선까지 파악하는 여자나 자신이 과거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의 노리개로 희생되는 것이 싫었기에 신혼여행 중인 상사에게 욕설과 반말을 써가며 협박적으로 구체적으로 모든 것을 알고 싶어했던 남자 역시 똑같은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뽑으시라면 아마도 놀이공원에서 서로의 사랑을 다시 재확인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민 차장과 관련한 사건으로 더욱 더 사랑에 대한 관계가 깊어진 두 사람이지만 의외로 무미건조한 그들의 일상으로 인해 사랑 역시 다시한번 위기를 맞게 되는데요. 놀이공원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 같은 이들 커플은 비가 내린다는 부분부터 사실 불안한 징조를 보여주기 시작하지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받은 놀이공원 티켓은 유효기간이 지나버렸고 탈 수 있는 놀이공원 기구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우중충한 상태에서 먹는 도시락이 맛이 있을리가 없지요.

더구나 효선과의 관계가 완벽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동희의 불안감까지 겹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고요. 헤어지는 원인의 발단을 누구라고 하기 애매한 것은 두 사람의 관계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불안함의 징조가 알게 모르게 있었을 것이고 조금만 방심한다면 그것이 큰 비극으로 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죠.

 

남녀의 세심한 심리를 보는데에는 아마도 남성 감독보다는 여성 감독이 더 유리한 부분이 많겠죠.

그래서 그럴까요? 이 영화의 감독은 노덕이라는 이름은 신인 감독입니다. 물론 단편영화 제작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고요, 결정적인 것은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사람이 한재림 감독입니다. 연애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으로 이슈 몰이를 했던 영화 <연애의 목적>(2005)을 만들었던 경력이 있지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 영화 <연애의 온도>는 <연애의 목적>과 유사한 점이 많고 주인공만 다를 뿐이지 마치 속편처럼 이야기가 만들어진 느낌마져도 듭니다. 젊은 두 감독이 참여해서 그런지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리얼하고 재미있고 공감가는 부분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의 큰 재미는 의외의 상황에서 오는 잔재미인데요. 동희와 영 커플의 사이를 지켜보고 있는 세 사람의 역할이 매우 이 영화에서는 중요했던 것이죠.

라미란 씨가 맡았던 손 차장, 최무성 씨가 맡았던 김 과장 역할이 바로 그것인데요. 더구나 두 사람은 이 두 사람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 부적절한 관계들로 인해 동희와 영 커플과 더불어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발견한 씬 스틸러라고 한다면 박 계장 역의 김강현 씨입니다. 뿔테 안경의 이미지 때문인지 몰라도 케틱터도 어리숙하며 동희와 영 커플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과 더불어 이들 커플의 상황으로 인해 항상 희생(?)되는 불운한 인물로도 등장합니다. 특히 동희가 심한 몸살로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벌이는 애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지요. 그러나 어리숙한 외모와는 달리 연극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베테랑 연기자라고 하는 군요.

 

 

 

 

 

 

 

사실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사랑이 무슨 찍찍이(벨크로)로 아니고 붙었다, 뜯어졌다, 다시 붙었다를 반복하는게 가능한가라는 점이 그것이죠.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날 확률은 82%, 그 연인들이 또 헤어질 확률은 97%. 결국, 다시 만난 연인이 잘될 확률은 3%밖에 되지 않아...'라는 대사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이 운영이며 정이며 인연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시 만날 운명이 아니라면 그것은 인연이 아니고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죠. 인간은 정(情)으로만 사랑을 나눌 수는 없기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정으로 만날 확률은 높지 않겠지요. 하지만 사랑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다면 그것도 정이라고 보여집니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면 그것은 정이 아닐테고 다시 만날 확률도 그만큼 적어지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헤어지다 다시 사랑하시는 분은 최고의 로또를 갖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 여러분은 지금 사랑과 애증으로 가득찬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마치 동희와 영 커플처럼 말이죠.

힘든 언덕길도 보이고 급경사도 보이고 갑작스럽게 속이 뒤집히는 현상도 겪으실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롤러코스터의 좋은 점은 한 번 탔던 사람은 또타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저요? 아직 롤러코스터를 안 타봐서 모르겠네요. 사랑도 롤러코스터도 겁이 많아서 말이죠.

겁쟁이는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롤러코스터를 타보는 연습도 조금씩 해봐야 겠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PS. 이 영화를 보고 나올 쯤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의 부적절한 스켄들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분은 이 영화 속의 민 차장을 떠오르게 만들더군요. 몇 년전에는 모 영화평론가의 부적절한 관계에 관한 소식도 있었고요.

그 사랑이 일방적인 변태가 되느냐, 진정한 사랑으로 발전하느냐의 문제는 관계를 허락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합의된 사랑이며 섹스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죠.

그냥 예뻐서 잠자는 너의 모습을 찍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정상적일지는 몰라도 그것이 벗은 몸이라면 문제가 있었겠지요.

더구나 이런 상황이 자신에게 벌어진 것임을 알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영의 모습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합의하지 않고 사진을 찍은 민 차장이나 이번 사건의 그 분과 뭐가 다를까 싶었습니다.

같은 남자이지만 챙피한 이야기들이 현재진행형이 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