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킬링 소프틀리]경제와 나라가 어려워도 결론은 돈! 우리가 '쇼 미더 머니'를 외치는 까닭?

송씨네 2013. 4. 2. 16:03

 

140자로 말해봐! 

액션영화로 과대포장이 되어있네요. 강한 액션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쁜 녀석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죠.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가 힘들어도 돈이 최고라는 의식에 대한 비틀기죠. 미국이야기인데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죠!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미국의 경제 불황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국의 불황에 대한 원인을 다룬 영화도 많고 대부분은 다큐입니다.

하지만 다큐가 싫으시다면 이런 작품을 권하게 되는데요. 2001년 미국의 경제불황과 엔론 사태를 재미있게 풍자한 짐 케리 주연의 <뻔뻔한 딕 & 제인>(2005)이 아마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굳이 다큐를 보시겠다면 마이클 무어의 2009년 작품인 <자본주의: 러브스토리>(Capitalism: A Love Story)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니면 착한 거짓말(?)로 미국의 정부와 기업들을 엿먹인(!) <예스맨 프로젝트>(The Yes Men Fix the World)도 인상적인, 재미있는, 그리고 많은 것을 생각하는 다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역시 2009년 작품입니다.

 

미국 경제 불황의 끝이 안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오바마 정권 이후 조금은 나아졌을지도 모르겠네요.

개혁과 변화를 이야기하던 오바마가 메케인이 후보였던 공화당을 물리치고 대통령이 된 것은 미국 새정치의 염원이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은 행복할까요? 그 답을 브레드 피트가 대신 해주겠답니다.

브레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 <킬링 소프틀리>(원제 Killing Them Softly)입니다.

 

 

 

 

두 명의 사내가 보입니다. 두 사람은 웬지 모를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람쥐라 불리우는 조니(빈센트 큐라톨라 분)의 지시로 도박장을 털러 왔습니다.

도박장을 털러온 이들은 프랭키(스쿠트 멕네이어리 분)와 러셀(벤 맨델존 분)으로 러셀은 웬지 모를 초짜 느낌이 나지만 프랭키는 여러번 해봤다는 티를 내는 느낌입니다.

러셀은 개도둑과 더불어 마약을 판매하고 있으며 프랭키는 조니 밑에서 일을 하고 있지요.

도박장을 운영하는 마키(레이 리오타 분)은 손버릇이 좀 심해 이미 자신의 도박장을 턴 경험이 있습니다.

손님들의 돈을 강도로 위장해서 터는 자작극을 벌였던 것인데 이번 사건으로 마키가 누명을 씌게 될 상황입니다.

한편 정체불명의 의뢰인(리차드 젠킨스 분)으로 부터 이 사건의 해결을 요청받은 잭(브레드 피트)는 모든 상황을 전달받게 됩니다.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의심은 들기에 마키를 두들겨 팼고 마약에 찌든 러셀은 결국 경찰에 붙잡힙니다.

남은 인물들을 처단하기 위해 잭은 미키(제임스 갠들피니 분)라는 이름의 중년의 킬러를 고용하지만 배불뚝이에 부인과는 별거상태, 술에 찌들고 여자에 환장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상황에 잭은 곤란하기만 합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껴지는 순간... 정산의 시간이 왔습니다.

잭은 의뢰인으로부터 제대로 돈을 챙겨받을 수 있을까요? 

 

 

 

 

 

 

우선 실망스러운 점과 더불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배급사와 홍보대행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를 절대로 과대포장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예고편을 보셨더라면 브레드 피트의 현란한 총질을 기대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그런 장면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영화는 액션영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액션은 하나의 소품이고 이 영화의 주제를 간단히 표현한다면 '얼뜨기들과 똘아이들이 모여 만드는 막장 블랙 코미디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도 상당히 간단합니다. 도박장을 털었던 애송이들과 그 주위의 인물들을 처단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 과정이 단순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조직의 위계질서를 어지럽힌 조직원을 두들겨 패는 것도 모자라 처단을 하고 있으며 채찍과 당근으로 구슬린 다음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가차없이 죽여버리는 행위들을 보여줍니다. 그 속에 오바마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연설문들이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이 영화는 앞에서도 이야기 드렸듯이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그저 액션의 탈을 쓴 블랙코미디입니다.

하나같이 나사가 빠져 있는 인물 투성이고 그 허점은 결국 잭의 먹잇감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마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던 도박장 강도 사건을 훗날 자신이 했다고 말한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으며, 마약에 찌든 러셀은 잭에게 아무런 생각없이 도박장 사건을 줄줄히 말해버렸습니다. 더구나 마약에 찌들어 동료인 프랭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못알아먹습니다.

거기에 킬러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볼품없는 모습을 자랑하는 미키의 경우도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여 결국 작전에도 이용도 못해보고 돈만 날리는 역효과를 보여주지요.

그나마 나았던 것이 프랭키였죠. 세탁소를 운영하는 척 하며 모든 권력을 짊어진 그는 두 얼뜨기들을 잘 이용하는 듯 하지만 두 사람의 치명적인 실수들로 인해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미국도 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함을 보여줍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은 마치 희망전도사처럼 잘 될꺼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말은 희망고문처럼 들려오는 것이나 다름 없었지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에서 들려오는 상당히 직설적인 대사들은 마치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처럼 들려오기도 합니다. '무도'의 노긍정 선생님께서 이렇게 이야기하셨죠.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라고 말이죠.

 

 

이 영화는 번역이 상당히 직설적입니다. 아시다시피 번역을 잘못하면 욕을 먹는 상황까지 오게되는데 이미도 씨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요즘 들어 대부분의 영화 번역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실명이 아닌 이니셜이나 닉네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대표적인 것이 '개나리 십장생'같은 욕인데 욕같지만 욕이라고 보기 힘든 것들이죠. 거기에 직설적인 한국적인 욕이나 비속어 등이 영화에서 자유롭게 등장한다는게 오히려 신기했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은 아마 이런 직역에 가까운 번역들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수긍이 가는 번역이었으니 그 정도는 충분히 인정이 되는 대목이지요.

 

 

<킬링 소프틀리>의 음악들은 상당히 올드합니다. 마치 오래된 자동차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고리타분한 음악들 같죠.

하지만 이런 클레식한 느낌이 이 영화의 재미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자동차가 이 영화에 의외로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이들이 삶은 구닥다리에 올드한 상황이라는 것이죠. 오래전 전세게의 불어닥친 경재 불황시기와 지금의 상황은 마치 평행이론과 같으니깐요.

아마도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음악이라면 케티 레스터(Ketty Lester)의 'Love Letters'일 것입니다. 이런 잔잔한 음악은 의외의 장면에 등장하여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KBS <스펀지>에서 보여주던 초고속 카메라의 느낌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고스란히 전달되는가 궁금하시다면 이 음악이 등장하는 장면을 주위깊게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킬링 소프틀리>를 미리 보고 오신 분들의 평이 의외로 좋지 않습니다.

미친듯 뿜어져 나오는 자동차 엔진과 총격씬을 기대하신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준 것일지도...

근데 이건 관객의 잘못도 크며 이 영화를 홍보하신 분들의 잘못도 큽니다.

브레드 피트가 단순히 액션씬이 많고 돈이 되는 영화들만 제작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최근 헐리웃 배우들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거나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들의 경우 저예산 영화가 많습니다.

더구나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당당히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이들도 많지요.

물론 사전적인 지식을 관객들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배우들의 정치관을 우리가 알 필요는 없으니깐요.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상업영화에만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상업영화나 오락적인 영화로 포장하는 수입,배급사와 홍보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킬링 소프틀리>는 돈에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경제가 어렵건 좋건 간에, 나라의 대표가 바뀌던 간에 우선은 자기가 먹고 사는게 가장 큰 문제이니깐요.

영화 속 잭이 이야기하는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우리나라의 어느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적용을 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영화죠.

 

"미국은 국가가 아니야. 그냥 하나의 사업이지. 그러니까 니미럴 내 돈이나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