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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로티]조폭 코드와 실화는 어떻게 조화롭게 할 수 있을까? 큰맘먹고 오락영화 도전한 윤종찬 감독!

송씨네 2013. 4. 8. 18:38

 

140자로 말해봐!

영리하게 조폭코드를 피해 감동적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히 조폭코드에서 탈피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단점. 그리고 후반부가 너무 쓸대없이 길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점만 아니라면 윤종찬 감독의 오락영화 도전은 성공한 것 같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숨겨진 재능을 끄집어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아마도 <빌리 앨리어트>(2000)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탄광촌 소년이 훌룽한 발레리노가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니깐요. 음악하는 사람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라면 일본 영화중에는 <스윙걸즈>(2004)가 있겠고, 우리나라 영화중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류장하 감독의 <꽃피는 봄이 오면>(2004)가 떠오르네요. 역시 배경은 탄광촌에 중학교 관현악부의 탄생과정을 다룬 영화였죠.

 

제가 영화를 보는 습관 중에 못된 습관이 있는데요. 땡기는 영화만 본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세인 영화들을 몇 편 보는 경우도 있지만 제가 싫어하는 장르는 죽어도 개봉 끝날때까지 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해서 놓친 영화도 몇 편 되지요. 사람의 고집이라는게 무서운게 아마 이래서 그렇겠죠.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개봉한지 보름 정도 지난 영화입니다.

<청연>, <소름>등의 작품을 통해 진지하고 웬지 모를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먼 영화들을 만들어온(다시말해 흥행이 도움이 되지 않았던) 윤종찬 감독의 신작입니다.

조폭소년과 괴짜선생의 만남... 감동 실화라서 더 인상적인 작품... 영화 <파파로티>(영문원제 My Paparotti)입니다.

 

 

 

 

김천의 어느 예술고등학교... 수염이 덮수룩한 사내가 당황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사복에 염색까지... 껄렁껄렁한 동작이며...

그렇게 상진(한석규 분)와 장호(이제훈 분)은 만났습니다.

건달인 장호에게 음악적인 재능이 있으니 한번 가르쳐보라는 이 학교 교장인 덕생(오달수 분)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앞전에 작은 차량 접촉사고로 서로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진의 집에서 노래를 시키게 되고 상진은 그의 음악적 재능에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장호가 아직 조직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것.

조직의 넘버 투인 창수(조진웅 분)은 그를 격려하고 지원하고 있지만 보스(이재용 분)의 눈에는 건달이 노래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죠.

한편 이 학교의 여학생인 숙희(강소라 분)은 노래부르기 전의 자세는 참 좋은데 입만 열면 거의 깨는 발성을 가지고 있는 소녀입니다.

하지만 이론적인 실력은 장호보다 한 수 위... 장호의 도우미로 자처한 숙희 덕분에 장호의 실력도 날로 향상됩니다.

큰 대회를 앞둔 날... 조직을 어렵게 탈퇴한 장호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옵니다.

과연 장호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파파로티>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한 작품입니다.

김천예술고 출신의 성악가 김호중 씨의 자전적 이야기가 어느 정도 영화에 반영되었습니다.

이 역할을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에 출연한 이제훈 씨가 맡았으며 한석규 씨가 맡은 상진 역은 이 학교의 교사인 서수용 씨를 모델로 했습니다.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김호중 씨는 어두웠던 과거를 가지고 있었지만 서수용 선생님의 격려로 훌륭한 성악가가 되었습니다. SBS  예능 프로그램인 <스타킹>에 출연한 것도 그가 마음잡고 성악가가 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고요.

 

 

영화는 장호가 조폭에서 성악가가 되는 과정을 진솔하고도 재미있게 그려냈는데요. 앞에서도 이야기드렸듯이 이 영화의 감독은 윤종찬 감독입니다.

스릴러 <소름>으로 데뷔한 그는 국내의 민간 여자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룬 <청연>으로 관객에게 다가갔지만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박경원의 친일 논란으로 인해 크게 빛을 보지 못합니다. 故 장진영 씨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고요. 그러다가 주제가인 '서쪽 하늘에'가 울랄라세션이 <슈퍼스타 K>를 통해 리메이크 되면서 다시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기도 했지요.

이렇듯 윤종찬 감독은 상업적인 영화, 혹은 오락영화와 거리가 먼 사람으로 분류되는 감독으로 인식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점에서 이 작품 <파파로티>를 보신 관객들은 이게 윤종찬 감독의 작품이 맞는가라는 의문도 있으시리라 봅니다.

그 역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신의 한수'가 드디어 통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요.

 

 

그렇듯 이 영화는 오락영화의 장점들을 잘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이제는 없으면 섭섭해지는(?) 조폭 코드가 영화에 등장하는데요. 조폭 코드의 영화가 위험한 것은 전에도 이야기드렸지만 건달을 너무 희화시킨다는 점이 그 문제이지요. 무서운 존재이며 악의 존재인 건달을 너무 과장된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것인데 반대로 르와르나 액션영화로 넘어가면 이들의 폭력을 미화시킨다는 점에서 다시한번 직격탄을 받는다는 것이죠. <신세계> 같은 작품들이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조폭 영화라는 장르는 다른 이들이 이야기하는 르와르와는 또 따른 관점에서의 장르로 구분되는 이상한 현상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파파로티>는 그 부분을 실화 키워드로 살짝 벗겨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조폭 코드를 유머로 활용하는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폭을 멋지게 포장하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다만 극중 조폭인 창수가 퇴장하는 과정에서는 조폭영화들의 뻔한 공식인 의리를 강조했다는 것이 아쉬움이 남지요.

 

 

 

 

 

 

 

조폭 코드를 커버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기자기한 장호의 학교생활과 주위의 케릭터를 잘 활용한 것은 그나마 현명했던 방법이라고 보여집니다.

자칫 남자이야기로만 싱거워질 수 있는 부분을 강소라 씨가 연기한 숙희 케릭터로 잡아준다거나 묘한 교사 커플로 등장하는 이상훈 씨나 이도연 씨를 기용한 것도 의외의 재미였지요. 성우이자 배우로 사랑받고 있는 이상훈 씨는 그렇다치더라도 모델 장윤주 씨를 연상케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던 이도연 씨도 인상적인 배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분도 연극배우로 알려진 분이라고 하네요.) <최고의 사랑>의 띵동 양한열 군도 반갑네요.

 

 

이 영화의 음악들이야 당연히 성악에서 자주 활용되는 음악들로 등장했는데요.

상진에게 무조건 부르겠다고 떼를 쓰던 그 성악곡인 'Nessun Dorma'(네순 도르마)나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등이 등장합니다.

이제훈 씨가 전문적인 가수가 아니기에 성악가 강요셉 씨가 이제훈 씨의 목소리 대역으로 등장했지요.

이외에도 이 영화는 <국가대표>의 OST로 알려진 이재학 씨가 OST 전체를 담당했으며 클래지콰이의 알렉스가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에 엔딩을 자랑하던 해바라기의 명곡 '행복을 주는 사람'도 각각 두가지 버전(한석규 & 이제훈, 한석규 & 강요셉)으로 나뉘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을 열심히 보신 분이라면(이 영화는 특이하게 한국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문 크레딧도 같이 올라옵니다.) 루치아노 파파로티의 명곡인 'La Donna E Mobile'(여자의 마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우리에게는 모 가전제품 업체의 CM송으로 유명한 곡이죠. 

 

 

 

 

 

<파파로티>는 어쩌면 당사자인 김호중 씨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은 해피엔딩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시 자신의 아픈 과거일지라도 자신의 이런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들려줌으로써 희망이 된다면 그것 또한 멋진 희생이라고 봅니다.

얼마전인가 <도전 골든벨> 출신의 김수영 씨의 이야기를 TV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 김호중 씨처럼 어두운 과거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세계를 돌며 여행을 하고, 자신의 불운했던 과거를 이겨내고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김호중 씨나 김수영 씨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점에서 <파파로티>는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삶의 지혜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조폭은 우리가 절대 배워서는 안되는 것을 명심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