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전설의 주먹]'17대 1'의 이야기는 왜 허풍일까? 팔각의 링에서 벌어지는 격투액션!

송씨네 2013. 4. 5. 01:48

 

 

140자로 말해봐!

남자의 본능이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격투기라는 이야기와 가족애 모두 놓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남자판 '써니'라고 봐도 무방할 듯! 강우석 감독도 주인공들처럼 여러번 쓰러졌다 다시 기운을 낸 것 같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이 작품의 원작은 아시다시피 이윤균 작가의 만화죠. '다음 만화속 세상'에 연재가 완료되었으며 맛보기로 일부를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몇 년전 XTM에서 방송된 <주먹이 운다>라는 프로그램이죠. 시즌 2까지 방송되었는데 영화 <전설의 주먹>속의 경기 룰이 바로 이 프로그램과 흡사하죠. 실제로 이 영화에는 XTM의 방송국 로고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가족애와 격투기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록키> 시리즈가 대표적일테고요. 미키 루크가 프로레슬러로 등장하는 <더 레슬러>(2008)도 단순이 격투기 이야기만이 아닌 가족애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작품입니다.

 

저도 남자입니다만 남자들의 허풍 심하다고 느끼는 것은 저 역시도 공감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전해 내려오는 남자들만의 전설중의 하나가 자신이 오래전 젊었을 때 몸을 날렸다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놈의 '17 대 1'은 주요 단골 레파토리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전설로 불리워지는 것들이 실제 이야기라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죠.

강우석 감독이 들고온 이야기는 이윤균 작가의 원작 만화입니다.

과연 여러분들... 특히 남성분들에게 추억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시나요? 영화 <전설의 주먹>입니다.

 

 

 

 

 

한 방송국의 세트장...

매트 몇 장 깔려있는 곳에서 두 남자가 격투기를 벌입니다. 예전에 싸움 좀 했다는 사람들은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예선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죠.

예선에 통과하면 그 주의 전설로 선정되며 지난 우승자와 싸워야 합니다. 1승을 할 때 마다 상금은 2000 만원... 귀가 솔깃해지죠.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규민(이요원 분)은 여자 PD이지만 겁없이 격투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전설의 주먹'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왕년의 전설로 불리우던 덕규(황정민 분)을 찾아나섭니다.

왕년에 복서였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어이없는 판정패로 복서의 꿈을 포기했지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지금은 평범한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적자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딸 수빈(지우 분)에게도 무시당하는 초라한 아버지입니다.

수빈이 사고를 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돈을 마련해야 하는 심정으로 규민의 출연 제의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같이 싸우려는 지난 챔피언이 덕규 학교 근처 다른 학교에서 싸움짱이었던 재석(윤제문 분)이었습니다.

물론 이들은 그렇게 싸우다가 친해진 사이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상훈(유준상 분)도 있었는데 지금은 동창이자 재벌그릅 회장인 진호(정웅인 분)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상훈 역시 회사 홍보를 이유로 얼떨결에 '전설의 주먹'에 참여하게 됩니다.

몇 달 후 규민은 왕중왕전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2 억원의 상금을 걸고 왕중왕전을 하겠다는 것이죠.

한편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는 조직으로 부터 경기에 져달라는 제의를 받은 덕규는 그 조건으로 2 억원을 받게 되지만 양심이냐 돈이냐의 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상훈 역시 진호와의 불화로 회사를 나와버리고 유학간 자식의 학비를 벌기 위해 경기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왕중왕전 당일... 세 명의 친구들은 적이 되어 팔각의 링에 오르게 됩니다.

 

 

 

 

 

 

남자들의 허풍과 무용담 중 많이 올라오는 것이 학창시절 이야기와 군대 이야기입니다.

동창들이나 군대 동기들 혹은 선임이나 후임이 없다면 절대로 자신의 허풍은 전설이 되어 끝까지 남겨질 가능성이 높지요.

그런점에서 이 영화 <전설의 주먹>은 허풍일 수도 있는 남자의 이야기인 싸움을 스포츠로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때마침 타이밍도 좋은 편입니다. 현재 UFC 같은 격투기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에 대한 소재는 잘만 활용하면 괜찮은 영화가 될 것이니깐요. 또한 <록키> 시리즈라던가 <챔프>, <파이터>(2010) 등의 권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반면 격투기를 다루는 소재의 영화들도 끊임 없이 만들어지는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 <전설의 주먹>은 어떨까요?

 

 

사실 원작이 궁금해서 자료를 뒤져봤지만 유료 결제라는 높은 벽 때문에 자세한 부분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원작과 영화화가 다른 점이 있다면 격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세 친구에 대한 이야기라는 설정은 동일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거의 내용을 거의 해체시겼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원작이 친구의 죽음으로 세 친구가 격투 서바이벌 출연을 결심했던 반면 영화로 옮기면서는 각자의 사정에 의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애를 강화시켰다는 것이 원작과 매우 틀린 점이지요.

 

 

캐릭터의 직업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는데 원작의 덕규는 막노동을 하던 일꾼에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인물로 바뀌었으며 아내와 이혼을 한 것으로 처리되었던 원작과 달리 아내와 사별한 것으로 바뀌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게 바로 그의 딸로 등장하는 수빈인데 원작의 수빈은 거의 비행청소년에 가까운 모습으로 묘사되었다면 영화버전에서는 여전히 반항끼는 있지만 아버지 덕규와 소통하려는 마음이 있는 착한 딸로 등장하게 됩니다.

재석의 경우 원작에서는 주점의 평범한 청소원으로 등장하는데 비해 영화에서는 건달의 삶을 버리지 못하고 전자 도박장(바다 이야기 같은)을 운영하는 인물로 많이 신분 상승되어 그려지고 있습니다. 상훈의 경우가 그나마 원작과 비슷한 경우이지만 다른 점이라면 영화버전의 상훈은 기러기 아빠로 묘사되었다는 점이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인물들의 이름이나 가족들의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 대신 주요 인물들이나 상황을 변화시켜 다른 성격의 영화로 탈바꿈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그들이 상금을 노리는 이유와 가족애가 더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충분히 영화에서는 드러나게 되지요.

비극적인 결말의 원작과는 달리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지은 점도 영화와 원작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크게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학창시절과 현재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그들이 '전설의 주먹'에 출연하는 계기를 잘 설명하고 있다면 후반부는 그들이 운명이 갈라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와 더불어 왕중왕전을 통해 다시 만나야 되는 운명적인 상황을 보여주며 후반부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인 역할의 네 배우와 학생 역할의 네 배우의 부분은 분명히 선을 그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마치 영화 <써니>의 스토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죠. 곰돌이가 그려진 OB 맥주라던가 88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 경양식집 간판, 전기통닭 등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아자기한 소품들이 등장해 옛 기억을 떠오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 덕규 역할에는 성인은 황정민 씨, 소년 덕규 역할은 박정민 씨가 맡았습니다. <댄싱퀸>에 출연했던 경력이 있는 박정민 씨는 어쩌면 이게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덕규는 아시다시피 프로 권투선수를 꿈꾸다가 좌절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한순간에 스타에서 타락하고 방황하는 꿈나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석 역은 윤제문 씨와 박두식 씨가 맡았는데 박두식 씨의 경우 오디션으로 데뷔한 신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속의 재석의 모습이 마치 자신의 끼였던 것처럼 보여주며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윤제문 씨의 경우 세 친구(진호를 제외한) 중에서는 가장 비중은 적은 편이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역할입니다. 이는 소년 재석역을 맡은 박두식 씨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기 충분합니다.

상훈 역은 유준상 씨와 구원 씨가 맡았는데 구원 씨의 경우 <청담동 앨리스>를 통해 주목을 받은 배우죠. 유준상 씨의 경우 쉴틈없이 작품들을 논스톱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보고 있는 사이 뮤지컬 <레베카>에서 활약을 하시더니 지금은 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故 김광석 씨의 대표곡들로 만들어진 뮤지컬 <그날들>에 출연하고 계시죠.

마지막으로 진호 역은 정웅인 씨와 이정혁 씨가 맡았는데요, 네 친구들 중 가장 캐릭터의 변화가 큰 인물이죠. 아버지의 후광에 살아가던 예비 재벌 2세로 등장했다가 성인이 되어서는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철없는 재벌 그룹 회장으로 등장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자르기나 조인트 까기 등등 요즘 재벌회장이나 우두머리들의 캐릭터들을 모두 합쳐놓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등장인물 수 만큼이나 조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주연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요원 씨는 여자 PD 규민으로 등장해 세 친구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요. 장내 아나운서이자 캐스터로 등장하는 강성진 씨, 이제는 개그맨보다는 배우로 더 익숙해진 위양호 씨의 모습도 보입니다. 특히나 국정원 요원 강국으로 등장한 성지루 씨는 영화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부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역할로 등장하기도 했지요. 이외에도 덕규의 장모로 등장한 김영옥 씨나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강신일 씨의 모습도 볼 수 있지요.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따질때는 잔인한 장면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격투기라는 소재상 폭령성의 우려에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은게 아닌가 싶네요. (비슷한 소재의 영화 <더 레슬러>도 가족애를 다룬 영화임에도 프로레슬링의 폭력성 때문에 역시 청불 등급을 받았지요.)

강우석 감독은 <이끼> 이후 두번째 웹툰이 원작인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자칫 <투캅스> 시리즈나 <강철중> 시리즈를 생각하기 쉽지만 그 역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등과 같은 하이틴 물이나 가족물을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가 이야기하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괜한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의 필모그레피의 첫(?) 가족 영화(물론 <미스터 맘마>(1992)나 <글러브>(2011)를 생각하시겠지만...)이자 그 가족 영화가 청불 등급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도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전설의 주먹>을 단순 남자들의 이야기로만 그렸다면 이 영화는 기존 남성 관객들은 확실히 잡을지는 몰라도 젊은 층이나 가족층을 잡는데는 실패했을 것입니다.

그가 원작에 큰 비중을 차지 않았던 가족애를 강화시킨 것도 어쩌면 오락적인 부분과 더불어 가족들이 같이 봐도 무방할 영화를 만들겠다는 나름의 의지로도 생각됩니다.

이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분명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