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디테일스]너구리, 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대책없이 불행한 사나이의 슬픈 이야기!

송씨네 2013. 4. 12. 18:43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평범한 미국 중산층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다룬 영화라면 <아매리칸 뷰티>(1999)가 어울릴지도 모르겠고요, 1970년대의 한 유태인 남성을 통해 꼬여버린 삶을 이야기하는 <시리어스 맨>(2009)도 슬픈 남자들의 이야기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여집니다.

 

140자로 말해봐! 

나비효과이거나 머피의 법칙이거나... 꼬여도 너무 꼬이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쫄쫄이를 벗은 피터 파커가 잘나가는 중산층이 되어도 결국은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신경쇠약 직전이라는게 아마 이런 상황이 아닐까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사람들 중에는 저게 정상적인가 의심스러운 경우의 이야기를 토픽이나 보도로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미국 중산층의 특징이라면 한 가구에 둘러싸인 정원이나 마당들이죠. 미국인들은 그렇고 보면 정원이나 마당에 상당히 목숨거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보이거든요.

여기 정원에 목숨건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일이 꼬일대로 꼬여버린...

그 놈의 너구리가 문제가 문제입니다. 자... 너구리 한마리 몰고 가실래요? 영화 <디테일스>(원제 The Details)입니다.

 

 

 

 

 

아주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 마을...

산부인과 의사 제프(토비 맥과이어 분)와 그의 아내 닐리(엘리자베스 뱅크스 분)은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관계를 갖지 않은게 좀 오래되었다는 것이죠.

관계 없는 하루가 지나갈 쯤 제프가 할 수 일이라고는 야동 사이트에 들어가 미지의 여인들에게 이 메일로 대화를 나누는게 전부입니다.

제프와 닐리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한 명 있는데 닐리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좁은 집을 늘려야 하는 형편이기에 확장 공사를 해야하는 상황이죠. 또한 마당에 잔디도 깔아 대대적인 공사에 돌입하였습니다.

근데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옆집의 괴팍한 여인인 라일라(로라 린니 분)가 테클을 걸지 모른다는 것이고, 둘째는 하루 지나면 뭔가가 잔디를 망쳐놓고 간다는 것입니다.

일단 라일라에게는 꽃 선물과 잠이 잘오도록 하는 수면제 등으로 뇌물을 주었고 문제는 정체불명의 녀석인데 알고 보니 그 주인공은 너구리입니다.

너구리 퇴치를 위해 별 쌩쇼를 해보았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제프는 독약을 탄 통조림으로 너구리를 유인할 예정입니다.

근데 죽으라는 너구리는 안죽고 가출한 라일라의 애지중지한 고양이만 죽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덮어주는 조건으로 라일라는 제프를 유혹하게 됩니다.

거기에 이런 저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던 동료이자 정신과 의사인 레베카(케리 워싱턴 분)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그녀의 남편인 피터(레이 리오타 분)에게도 들켜버린 상황입니다.

그러나 제프가 항상 괴로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죠. 퇴근 후 농구운동 모임으로 만난 링컨(데니스 헤이스버트 분)을 만나 그의 딱한 사연을 듣고 일자리도 구해주고 심지어 자신의 신장도 이식해주는 좋은 일도 하게 되었으니깐요.

하지만 이래저래 걱정인 제프... 두 건의 부적절한 관계와 너구리 때문에 때려박은 돈, 거기에 피터에게 전달한 피해 보상금까지...

조용할 날이 없는 그에게 과연 희망은 찾아올까요? 

 

 

 

 

 

<스파이더 맨>의 피터 파커가 거미에게 물리지 않은 상태에서 만약 가난에서 벗어나 나름 잘 사는 중산층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이 영화의 제프처럼 되어 있지 않을까요? 물질적으로는 부자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마 죽을 맛을 경험하고 있겠지요.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로 도저히 검색이 안되는 '지옥'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말입니다.

 

 

이 영화는 확인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원인이 뭔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야동사이트, 화분, 수면제, 이식수술 등등... 그런데 정작 그 주된 원인인 마당 공사와 너구리가 빠져있었지요. 

어쩌면 부인의 말대로 그냥 잔디를 치워버리고 화분이나 심었다면 너구리가 나타나 훼방을 놓지는 않았을테니깐요.

<디테일스>는 일상이 꼬여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비효과와 머피의 법칙의 제대로 된 예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죠. 죽어도 절대 일이 안풀리는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환경이 안받쳐주거나 정말 더럽게 운이 나쁘거나의 상황이죠. 이런 복합적인 과정을 지닌 것이 이 영화속의 제프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들이 영화에 등장하면서 점점 이 사건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앞에 제가 잠시 언급한 링컨이라는 인물이 제프에게 나타나게 되어버린 것이죠.

그러나 진짜 구세주라고 느낀 것은 자신에게 일자리와 신장을 내어준 제프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프를 위해 교회에서 찬양도 하고 위험한 복수(!)를 감행하기도 하는 것이죠.

어쩌면 그 사건으로 인해 제프는 앓던 이를 쏙~ 뽑아버리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이 있지요. 자신이 한 것도 아닌데 마치 링컨에게 동기부여를 하게 만들었으니 자신도 죄인이라는 것이죠.

이미 제프는 두 건의 잘못을 저지릅니다. 그리고 그것이 부인인 닐리에게 절대 알려져서는 안되는 것들이죠.

마리화나를 피고 남의 아내와 관계를 맺고, 이웃집 고양이를 죽인 것도 모자라 그 꾀임에 넘어가서 또 관계를 맺어버렸으니깐요.

원인을 보여주지 않고 결과만 보여주었더라면 제프는 쓰레기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은 안되도 너무 안되는 운이 더럽게 나쁜 사나이였다는 것이죠.

아내의 신임도 잃고, 이웃도 잃고, 돈도 잃어버렸으니 말이죠.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던 링컨이라는 인물은 그에게 구세주이자 그를 힘들게 만드는 인물로 등장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어쩌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잔디와 너구리는 매우 큰 연관성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사건을 덮는게 잔디라면 그 사건을 일부러 파해치는 것은 너구리라는 것이죠. 그러고보면 우리는 무조건 덮고 사는 잔디형 인간과 남의 사생활을 파해치는 너구리형 인간으로 나뉘는게 아닌가 생각도 됩니다.

 

 

등장인물이 참 화려하죠?  <스파이더 맨> 쫄쫄이를 벗고 이제 인간답게 살아가는 토비 맥과이어나 <힝거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를 보여준 헬리자베스 뱅크를 한 쌍의 부부로 본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또한 <러브 액츄얼리>의 로라 린니가 개와 고양이를 사랑하지만 어딘가의 똘끼로 가득차 있는 이웃집 여자도 등장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지요. 거기에 최근 <킬링 소프틀리>에서 신나게 두들겨 맞았던 도박장 주인으로 등장했던 레이 리오타는 이 영화에서는 광끼로 제프를 못살게 구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는 케리 워싱턴도 등장하는데 <장고>의 아름다운 여인 브룸힐다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상반된 연기를 보여줍니다.

<디테일스>에서 그나마 제프를 도와주었던 링컨으로 등장한 데니스 헤이스버트의 경우에도 미드 <24>의 대통령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죠.

어느 주연, 조연 하나 버릴게 없는 연기를 보여주는 인물들이라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려지만 이 영화는 해피엔딩입니다.

이렇게 꼬였는데 어떻게 해피엔딩이냐고 물으시겠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물론 제프는 무덤까지 들고가야 할 비밀들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수많은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분명 우리는 그것들을 이겨낼 자신은 없는 무기력한 인간들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하시나요? 하지만 우리가 겪어야 할 세상은 욕이 절로 나오는 그야말로 엿같은 세상이 계속 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자기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테일스>의 제프처럼 우리는 일이 꼬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라면 차라리 번개를 맞으러 가시거나 로또를 사러 복권방에 가시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니깐요.

그 정도로 행운의 여신은 생각보다 공평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