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공정사회]누가 아줌마를 화나게 했는가? 짧고 강한 저예산 영화의 가능성!

송씨네 2013. 4. 9. 14:37

 

 

 

140자로 말해봐!

'또 아동학대 영화야?'라고 되물으시겠지만 주제의식 없이 끝나는 영화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짧은 러닝타임에 주제의식과 복수극이 절대 따로 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영문 원제인 '아줌마'가 더 원제로 어울린다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납치극, 그리고 엄마의 복수극... 최근들어 좀 많아졌지요. 방은진 감독의 <오로라 공주>(2005), 원신연 감독의 <세븐데이즈>(2007)... 그리고 최근의 <돈 크라이 마미> 까지 엄마의 복수극은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엄마의 복수를 넘어 가족들의 복수가 등장하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를 뺀다면 매우 섭섭하지 않을까 싶네요.

 

 

요즘 저는 '앵그리버드'에 빠져 있습니다.

유행지난 이 게임에 요즘 흥미를 가졌는데 특히 요즘은 애니메이션 <리오>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버전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앵그리버드'는 어떤 게임인지 아실껍니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돼지들이 이들의 알을 훔쳐가면서 화가난 새들이 돼지 군단을 무찌르러 가는 것이 기본적인 이 게임의 내용입니다.

억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앵그리버드'는 일종의 납치극입니다. 자신의 가족을 데려갔으니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그런데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납치되고 그것도 모자라 크나큰 상처를 남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짧지만 강한 독립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화 <공정사회>(영문원제 Azooma)입니다.

 

 

 

 

 

그녀(장영남 분)는 오늘도 보험을 팔고 있습니다. 치과 의사인 남편(배성우 분)과는 이혼을 하고 딸 연주(이재희 분)을 홀로 키우고 있지요.

당연히 방과후 연주를 데려가는 일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주에게 의문의 남자(황태광 분)이 나타났고 차를 태우고 어디론가 데려갑니다.

몇 시간 후 그녀는 아이를 찾으러 다녔고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분노한 그녀... 하지만 남편은 자신이 유명한 의사이기 때문에 딸의 성폭행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죠.

엎친데 덮친격으로 파파라치 기자에게 남편과 같은 치과의 간호사와의 불륜이 알려지면서 자신의 이혼과 외도도 밝혀지는 날에는 의사생활이 끝장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마 형사(마동석 분)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기자... 마 형사와 남편은 그렇게 만났고 사건을 대충 덮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불성실한 수사에 더욱더 분노하게 되지요.

그러는 사이 연주가 귀중한 단서를 이야합니다. 자신이 낯선 남자의 차를 타면서 보았던 간판과 사물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녀의 추적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의문의 남자를 잡게 되지만 자신은 아니라고 발뺌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그녀를 희롱하는 대범함도 보입니다,

과연 그녀는 연주를 슬프게 만든 그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요? 

 

 

 

 

재미있게도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2003년 5월 한 신문에는 이런 이야기가 올라왔는데요,

경찰의 무성의 수사에 광분한 한 여성이 결국 자신의 힘으로 범인들을 잡았다는 이야기죠.

이 어머니는 40일 동안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홀로 돌며 성폭행 피의자가 사는 곳을 확인하여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피해자였던 열 두살 여자 아이이는 아파트의 이름이나 인근 상점 광고전단지 등을 기억하고 있었음에도 경찰들이 뒷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죠.

 

 

영화는 실제 사건과 달리 다양한 상황을 더 첨가시켜 놓게 되는데요.

실제 사건에서 남편과 부인은 영화와 달리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사건에 비 협조적인 경찰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고 하는 군요.

또한 영화에서는 남편이 불륜으로 인해 모함을 당할 위기였고 비리 경찰을 만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 부분 역시 비리 경찰로 스토리가 변화되면서 마 형사 캐릭터가 탄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도대체 본 것은 무엇일까요?

실제 간판이라던가 언덕 너머의 마트를 차래대로 보았다고 하는데요,

영화에서 연주는 왕관모양의 간판, 이발소 간판, 그리고 그네(어린이집)를 그림에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비협조적인 남편과 경찰을 대신해 홀로 그곳들을 찾았던 것이죠.

영화는 이런 내용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마치 유리조각의 파편처럼 엉망진창, 그리고 날카롭게 순서를 배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실제 사건에서는 없었던 여인의 복수극이 더해지면서 스릴넘치는 복수극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지요,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큰 활약을 보여준 사람은 장영남 씨 입니다,

장진 감독의 영화에서 정체불명의 여인 혹은 다양한 직종의 인물로 등장했던 그녀는 드라마와 타 감독과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짧게는 단명하는 사극의 여인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결정적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도 등장합니다.

차태현 씨가 출연했던 <핼로우 고스트> 같은 경우에서도 눈물많은 여인으로 등장하지만 뒷부분에서 무릎을 치고 공감하게 만드는 역할로 객석을 눈물바다로 이루에 만들었던 것도 바로 장영남 씨 입니다. 최근에는 드라마 <7급 공무원>에 출연했는데 영화버전과 드라마버전에 모두 같은 배역으로 출연하는 이들 중에는 그가 유일하기도 했지요. 그런 그녀에게 이런 역할을 뒤늦게 맡겼다는 것이 솔직히 아쉽긴 합니다. 이런 보물같은 배우를 이제야 주인공을 시키다니 말이죠.

 

 

 

 

 

 

 

장영남 씨는 이 작품에서는 무명(이름 없음)으로 등장하지만 모성애와 복수심으로 활활 타오르는 여성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반부가 범인을 찾는 무서운 모습이었다면 후반부에는 치밀한 복수극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악날하고 독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의 복수극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마동석 씨의 경우 악날한 경찰로 등장하는데요.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노리개>에서는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기자 역할을 맡아 극과 극의 역할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배우가 등장하는데 의문의 남자(사실상 범인)으로 열연한 황태광 씨의 경우 여러 드라마나 영화에서 단역으로 활약하였으며 남편 역의 배성우 씨의 경우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최근작 중에는 이시영 씨가 출연한 <남자 사용 설명서>가 있네요.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지승 감독은 첫 감독 데뷔이지만 영화 프로듀서로 많은 이름을 날렸던 감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서 치고, 어디서 들어가야하는지의 부분을 잘 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구나 이 영화의 제작비는 5천만원에 단 9회차만에 끝냈다는 점은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이죠.

또한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범인 역의 황태광 씨와 연주 역의 이재희 양의 만남을 최소화 시켰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범죄를 다룬 영화들이 대부분이 노골적이거나 노출이 많은 장면이 많은데 미성년자인 아역배우들의 경우 부모님이 보는 가운데 연기를 한다고 하지만 불쾌한 기억을 남길 소지가 높다는 것이죠, 그런점에서 눈을 가리고 황태광 씨 장면을 따로 찍고 이재희 양 장면을 따로 찍었다고 합니다. 영리하면서도 아역배우들에 대한 배려도 최고였다는 것이죠.

 

 

 

 

 

 

<공정사회>는 이 제목보다도 영문 제목인 '아줌마'가 더 임팩트가 있는 제목이었는데 이 제목을 포기한 것이 좀 아쉽습니다.

또한 러닝타임이 74분으로 매우 짧은데 이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를 최근에 많이 본 탓인지 몰라도 영화의 러닝타임이 너무 짧은 것도 이야기를 대충 만들었다는 오해를 사기 충분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가 볼 때는 이 정도면 충분히 메시지 전달은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정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마 여러분은 '또 성범죄 이야기야?', '또 아동학대 이야기야?'라고 하실 것입니다.

물론 요즘 새로운 소재가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과 짧은 러닝타임에도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 중요한 것은 성범죄 예방은 수십번 이야기해도 잔소리로 들을 소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들 범법자들에 대한 응징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성범죄와 아동학대가 사라질 때까지 이런 잔소리는 우리가 계속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리고 우리는 분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그리버드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