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로마 위드 러브]우디 앨런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로마로 떠나는 뒤죽박죽 타임머신....

송씨네 2013. 4. 15. 19:37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우디 앨런의 영화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각 지방과 나라를 돌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는 것이죠. 그의 영화들은 하나하나가 관광지가 됩니다. 더구나 그가 연출한 영화중에 도시를 나열하지 않은 영화를 오히려 이야기하는게 더 쉬울 영화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당연히 홍상수 감독이죠. 홍상수 감독을 한국의 우디 앨런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140자로 말해봐!

시간경과 무시, 전개방식 무시, 거기에 등장인물 많음... 최악의 구성요소를 지녔음에도 이야기가 되는 묘한 영화! 우디 앨런의 마법에 빠졌거나 로마의 매력에 빠졌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는 긴장감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장정믈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다닌다는 느낌이 강해 영화 요금으로 저렴하게 세계 일주하는 느낌도 들지요.

그는 이번에는 로마를 선택했습니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맛나게 즐기던 그 아이스크림이나 진실의 벽만 그동안 생각하셨다면 이번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그가 로마를 소개하는 방법을 같이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요? 영화 <로마 위드 러브>(원제 To Rome with Love)입니다.

 

 

 

 

 

로마에서 만난 사람들 1. 유명한 건축가인 존(알렉 볼드윈 분)은 오랜만에 로마를 찾습니다. 젊었을 때 공부를 했던 그 곳을 찾으니 감회가 새롭죠.

그러던 중 한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잭(제시 아이젠버그 분)이란 청년으로 역시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존은 잭의 여자친구인 샐리(그레타 거윅 분)도 만나게 되는데 샐리의 친구인 모니카(엘렌 페이지 분)가 로마에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지요.

배우 지망생인 그녀를 두고 처음에 잭은 그냥 평범한 애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그녀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모니카는 샐리와 잭이 소개시켜준 남자 레오나르도(리노 관시알레 분)과 잭을 두고 약간 저울질 하기 시작하지요.

 

로마에서 만난 사람들 2.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 분)와 소피아(모니카 나포 분) 부부는 평범한 로마의 중산층입니다.

평범한 회사에 그럭저럭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출근을 앞둔 집앞에 수많은 취재진이 그를 취재하기 시작합니다. 영문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는 스타가 되어버렸고 밥먹고 사람 만나는 것, 심지어는 이발에 면도하는 것도 생중계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단지 특이하고 특별해 보이는 것이 그 이유...

영문을 모르는 그는 취재진을 피해 도망가지만 파파라치처럼 따르는 취재진들에 레오폴도는 괴롭기만 합니다.

 

로마에서 만난 사람들 3. 안토니오(알렉산드로 티베리 분)와 밀리(알렉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 분) 부부는 신혼여행 겸 로마로 정착하길 꿈꾸며 이 곳에 오게 됩니다.

안토니오의 친척들이 오기로 약속이 잡힌 상태에서 밀리는 머리를 다듬으로 미용실을 찾게 되지만 찾는 도중 길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한편 노크도 없이 안토니오에게 찾아온 여인이 있었으니 콜걸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 분)...

자신은 돈은 지불받았으니 안토니오에게 자신을 이용하라고 부탁을 하게 되지만 때마침 안토니오의 친척들이 들어오게 되지요.

졸지에 안나는 안토니오의 신부가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여전히 길을 헤메고 있는 밀리는 길을 가던 중 인기배우인 루카 살타(안토니오 알바네시 분)을 만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졸지에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나게 된 이들 부부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로마에서 만난 사람들 4. 헤일리(알리슨 필 분)와 미켈란젤로(플라비오 파렌티 분)은 연인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교제사실을 알릴 예정입니다.

헤일리의 부모님이 로마로 올 예정인데 왕년에 잘나가던 무대 연출가였던 제리(우디 앨런 분)와 정신과 의사인 필리스(주디 데이비스 분)가 이 곳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제리 부부가 향한 곳은 미켈란젤로의 아버지인 장까를로(파비오 아르밀리아토 분)가 운영하는 가게입니다. 그는 장의사이고요.

찝찝한 마음 금할 길없는 제리는 욕실에서 그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성악가의 기질이 보였다고 느낀 제리는 미켈란젤로의 아버지를 성악가로 키우기로 합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 포함해서 가족들은 '이 양반을 믿을 수 있나'라는 눈치입니다.

결국 보기좋게 오디션에서는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그러나 제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장까를로를 다른 방법을 이용해 성악가로 데뷔시키게 됩니다.

 

 

 

 

 

 

 

 

 

네가지의 이야기에 주요 등장인물이 열 여섯명... 참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옴니버스 영화 같지만 이 영화는 옴니버스 스타일을 취하지 않았으며 아무 연관이 없는 네가지 이야기는 순서 없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시간경과나 전개방식도 알 수가 없습니다. 시간 경과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가령 첫번째 이야기가 아침 모습인데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밤을 보여주는 방식이죠. 순차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단편으로 이 네가지 이야기를 따로 만드는게 어울릴 정도이지요.

그렇다면 왜 우디 앨런은 이런 복잡한 방법을 사용했을까요? 어쩌면 이런 복잡해보이는 이야기 속에 결론은 '로마는 멋진 도시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영화의 나레이션... 우디 앨런 영화에서 나레이션이 빠지면 어색하죠.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독특합니다.

화자가 로마의 교통순경의 눈으로 그려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해설자는 기존의 우디 앨런 영화에서 보였던 것과 달리 자주 등장하거나 자주 독백을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죠.

 

자, 그렇다면 이 복잡해 보이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볼까요?

첫번째는 남녀 사이를 코치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고개를 갸우뚱 하셨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왜냐하면 영화에서 존의 존재는 도대체 뭔가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 뻔하니깐요.

우리나라 영화 중에도 <러브픽션>이나 <이웃사람>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치 먼지같은 역할을 하는 이들이 등장해 주인공을 괴롭히거나 반대로 주인공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점에서 존은 잭에게 어떤 역할이었는가 싶다는 것이죠. 조용히 모니카와 잭이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어느 사이 그가 끼어들어 두 사람의 대화를 돕는데요. 그러나 잭에게만 존이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생각했던 초반과 달리 후반에는 모니카도 존이 대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이상했었죠.

더구나 몇 주를 그들과 함께 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존은 유령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잭과 모니카를 돕는 수호천사였는가라는 의문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의 끝에 잭과 존은 다시 처음 만났던 곳에서 아무일 없다는 듯이 헤어집니다. 영혼은 아니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죠.

시간의 경과를 무시하는 듯한 이런 판타지는 전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를 다시 떠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하죠,

 

두번째 이야기는 판타지의 극을 보여주는 상황인데요. 그 말로만 듣던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되어 있었어요!'라는 이야기입니다.

레오폴도는 그냥 평범한 중산층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고 회사에서도 그럭저럭 잘 일하고 있지요.

그러나 마치 납치되듯 방송국에서 자신의 일과를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들은 생중계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인상적인 부분인데요. 식당에 예약을 했음에도 레오폴도 때문에 쫓겨나는 손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VIP보다는 PVIP, PVIP보다는 VVIP로 구분되어지는 상황에 대한 조롱같아 보였습니다.

레오폴도는 끝까지 자신이 왜 유명해졌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 이유를 관객에게 들려주지만요.

그는 결국 그 파파라치에서 빠져나왔지만 그 인기의 맛을 잊지 못하고 이른바 '연예인 병'에 여전히 중독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번째의 안토니오와 밀리 부부의 이야기는 하룻동안의 헤프닝을 벌여놓은 상황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그 상황들이나 이야기가 방대했다는 것이죠.

밀리는 단지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휴대폰을 분실하면서 그녀의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안토니오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안나와는 많은 헤프닝과 소동을 벌이게 됩니다.

안토니오의 친척들에게 오해를 받게 되고 박물관을 같이 가게 되며 파티에 초대되어 과거 안나의 손님들(?)을 만나게 되고 심지어는 그 짧은 시간동안 부적절한 관계도 맺게 되지요. 세번째 이야기는 하룻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못박고 있지만 저는 이 상황이 하루에 다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야말로 우디 앨런 스타일의 판타지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죠.

 

마지막은 성악가가 된 장의사 이야기입니다.

오지랖이 넓은 은퇴한 무대 연출가 제리는 예비 사위의 아버지의 노래 실력에 반해버리고 그를 어떻게든 케스팅하려고 합니다.

단지 노래 부르는게 좋아서 샤워를 하며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그런 그의 실력에 반해 어떻게든 키워보려고 애를 쓰지요.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샤워할 때만 노래가 잘 불러진다는 것이죠.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제리는 포기할만도 한데 황당한 제안을 이들에게 하게 됩니다.

움직이는 유리 샤워대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엇지요. 아마 이 많은 애피소드들 중에서 관객들이 가장 포복절도 했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억지로 스타 만들기에 집중하는 현 상황을 비꼬는 이야기인데 최근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오디션 열풍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웃고만 있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두번째와 네번째 이야기는 스타 마케팅의 조롱과 풍자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인데요.

저는 이런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어느 업체에서 발행한 스타카드에 관한 이야기이죠.

한 업체가 스타나 명사들에게 발행하는 스타카드는 매일 영화 두 편이 공짜고 계열사 가게 제품을 50% 할인 구입하는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였죠.

그 카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일반인들은 비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권층에게만 그런 대접을 받는 부분이 비상식적이고 불공평하다는 것이죠.

특권층, 스타만들기에 대한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결코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기에 참으로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우디 앨런은 이번 작품에서는 로마에 보여지는 아름다움 속에서 여러 인간들의 모습들의 유형을 들려주며 진정한 희노애락은 무엇일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을 열거하기가 힘든 영화입니다. <인셉션>의 엘렌 페이지, <소셜 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 <30 ROCK>의 알렉 볼드윈,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 <뉴스 룸>의 알리슨 필,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의 페넬로페 크루즈 등등의 배우들이 등장하여 연기를 펼쳤고요. 개인적으로는 밀리 역을 맡은 알렉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세상의 모든 것을 모르는 듯한 순진한 눈빛을 하고 있는 배우죠.)

아울러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장의사로 나온 그 양반은 정말 배우일까라는 의문을 하시게 될텐데 이 역할을 맡은 파비오 아르밀리아토는 실제 성악가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테너라고 합니다. 유튜브 영상을 잘 뒤적거리시면 그가 샤워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노래를 잘부르는 모습을 보게 되실껍니다. (심지어 그는 세종문화회관에서도 물없이도 노래했다고 합니다.  ^^; )

 

이 영화의 OST는 의외로 작년에 음원으로 나왔습니다. 영화보다 빨리 영화음악을 알게 된 경우이죠. 

우리나라 영화 <파파로티>에서 들었던 'Nessun Dorma'(넬슨도르마)도 파비오 아르밀리아토 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심심치 않게 CF로 많이 들어봤던 'Nel Blu Dipinto Di Blu'도 조금은 특별한 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는 이 곡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시점이 바뀔 때마다 흘러나오던 이 곡... 'Amada Mia, Amore Mio'라는 곡입니다.

우디 앨런의 선곡 센스를 볼 수 있는 대목이죠.

 

 

 

 

 

 

 

 

 

우디 앨런의 영화는 마치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의 느낌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홍상수 감독이 전국을 돌며 이야기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지요.

세상의 모든 찌질하고 바보들은 다모아놓은, 그리고 희노애락이 모여있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우디 앨런도 풍자라는 것을 영화에서 활용한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제가 과거 그의 영화들을 보지 않았으니 그가 어떤 메시지들을 들려주고 싶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로마 위드 러브>에서 레오폴도의 운전기사였던 사내가 얘기했던 대사가 우리에게 느끼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어요.

 

"삶은 누구에게나 고통을 안겨준다"

그게 곧 희노애락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