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성폭행이나 성폭력을 이야가하는 영화에서 피해자는 미성년자로 그려진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성인들은 합의하에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들은 피해를 입어도 정작 신고라던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적었던 것이죠. 이 작품을 보시면 지금은 고인이 故 장자연 씨의 사건이, 그리고 이상호 기자의 '고발 뉴스'가 떠오르시지 않을까 싶네요.
140자로 말해봐!
아주 독한 법정영화가 나왔습니다. 여성은 물론 남성도 분노하게 만드는 이야기... 연예계의 풍문으로만 돌던 성상납 부분을 전면적으로 다루었네요.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지요.
2009년 3월 7일... 한 배우가 세상을 떠납니다.
유서에 가까운 노트가 발견되고 이 사건에 연류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법정으로 소환됩니다.
일부는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아직도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조금은 특별한 방식으로 영화화 되었습니다.
과연 정의란 있는 것일까요? 영화 <노리개>입니다.
신인 배우 정지희(민지현 분)가 자살한 사건이 보도됩니다. 뉴스는 이 소식을 급박하게 전하고 있고 사건에 연류된 이들을 하나하나 법정으로 불러모으게 됩니다.
지희의 소속사 대표인 정혁(황태광 분)과, 영화감독 철수(장혁진 분), 신문사 회장 현봉(기주봉 분) 등이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피고측 변호인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젊은 변호사 기석(김광영 분)과 사실상 이 사건을 담당하는 기남(박용수 분)이 유리하게 재판을 이끄는 중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원고도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습니다. 재판관의 딸로 유명세를 치룬 검사 미현(이승연 분)이 정지희 사건을 파해치기 위해 발벗고 나섰으니깐요.
한편 법정 밖에서도 이 사건을 파해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해직기자 출신의 장호(마동석 분)은 처남 진태(송삼동 분)을 이끌고 홀로 1인 미디어인 '맨땅 뉴스'를 통해 이 사건의 비밀을 파해치려고 하기 때문이죠.
지희의 전 매니저인 지훈(변요한 분)과 지희의 친오빠인 진석(서호철 분)을 통해 조금씩 진실의 한 발자국씩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결정적인 증언을 해줄 정혁 소속사 배우인 다령(이도아 분)과 지희가 썼던 수첩입니다. 거기에 진실이 있기 때문이죠.
다령은 원고 측의 잇다른 증인신청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사건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됩니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여성연기자의 45.3%가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60.2%는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 인사에 대한 성 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실태조사’(2010) 중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불편한 진실입니다. 흔히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일부 연예인들이 성접대로 이용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것에 관한 구체적인 진실은 확인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동안 쉬쉬하던 이야기에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거기에 앞에 이야기한 故 장자연 씨의 사건으로 성접대 루머가 거짓이 아님이 드러나게 됩니다.
영화 <노리개>는 이런 풍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부류의 인간들이 등장합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 그리고 그 진실을 감춘채 세상을 떠난 여인이 있는 것이죠.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들이 진실을 입에 여는 순간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게 되는 것인데요.
이런 상황을 법정영화라는 스타일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아울러 진실을 밝히려는 검사와 기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아직 정의가 남아 있음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지희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신인 배우입니다. 뜨고 싶었고 어려움에 처한 집안을 일으키고 싶었던 딸의 모습이기도 하죠.
그러나 권력의 노리개로 이용된 지희는 원치 않는 성접대를 통해 점차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되묻습니다.
쉬고 싶은데 쉴 수 없으며 반강제적으로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골적인 장면의 영화에도 출연해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하지만 거부할 수가 없었죠. 바로 그만두는 순간 족쇄같은 계약서에 명시된대로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니깐요.
인간이 마치 물건 취급을 받는 것처럼 이렇게 비참할 밖에 없는 노릇이죠.
영화는 故 장자연 씨에 대한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허구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리얼한 상황들은 이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진짜라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솔직히 알려진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것들이 장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신선한 얼굴들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사람은 장호 역의 마동석 씨인데요. MBC 해직기자인 이상호 기자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의를 위해 싸우는 열혈 기자로 등장합니다. 실제로 이상호 기자는 1인 미디어인 '고발 뉴스'로 출발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커진 상태에서 운영이 되고 있지요.
하지만 영화 속 장호의 모습도 그렇고 실제 이상호 기자 역시 취재에 많은 어려움도 겪고 있고, 홀로 돈을 들여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지요. 영화 속 장호가 부인에게 온 전화를 받으면서 난감해하는 모습은 많은 공감을 받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노리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을 보자면 바로 검사 미현 역의 이승연 씨와 억울하게 죽음을 선택한 지희 역에 민지현 씨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승연 씨의 경우 그렇게 큰 역할이 아니라서 어느 영화에 나왔는지가 생각이 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많은 작품에 출연해 주연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해온 배우입니다. 사건을 파해치는 냉정한 검사이면서 자신 스스로도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인물로 등장해 많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생각됩니다.
민지현 씨의 경우 채널 CGV 드라마인 <TV 방자전>의 향단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로 모든 사건의 열쇠를 지니고 있는 지희 역으로 등장해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서태화 씨가 권력과 진실 사이에서 판결을 내려야 하는 재판관 성렬로 등장하며 악덕 신문사 사주로 등장한 기주봉 씨와 장호를 돕는 조력자로 등장하는 송삼동 씨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였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이 영화 개봉을 앞둔 몇 주 전 최승호 감독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른 기자 분과 우연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적지 않은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영화인 만큼 많은 부담감과 걱정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가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영화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이 영화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영관 잡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영화를 상업영화로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다양성 영화나 저예산 영화로 분류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적은 상영관으로 출발하는 부분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칫 교차상영이나 축소상영으로 상영횟수가 줄어들어 관객들이 볼 기회가 적어진다면 이것이야 말로 진실이 숨어버리는 악순환이 재연되는 것이겠지요.
남성과 여성은 평등해야 합니다. 약하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성의 노리개로 이용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일부 남자들은 그런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초근성도 아닌 정말로 생각이 없는 무뇌아들이라는 것이죠.
남성분들이 아셔야 하는 것이 우리는 여성의 몸에서 나온 생명체였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어머니도 당신을 낳으면서 고생했던 것을 생각해보라는 것이죠.
여성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행위나 변태적인 행위를 정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런 <노리개>를 통해 남성과 여성 모두 성에 대한 가치관을 생각해보고 성접대 같은 문제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 바람직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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