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송 포 유]음악이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해답을 주는 영화!

송씨네 2013. 4. 17. 03:50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합창단을 다루는 영화는 많습니다. 수녀원 합창단의 이야기를 다룬 <시스터 액트>(1992/1993)시리즈, 교도소 합창단인 <하모니>(2009), 말썽쟁들이 모인 학교에서 벌어진 기적같은 이야기 <코러스>(2004) 등이 있지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점에서는 최근 작품인 <아무르>(2012)나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2011)이 딱맞는 작품이 될 수도 있겠네요.

 

140자로 말해봐!

늙는다는 것과 죽음을 맞이하는 것의 단순한 슬픔이 아닌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도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족영화로 손색이 없습니다. 합창대회라는 소재는 그저 거들뿐! 세대공감을 느끼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드리고 싶네요!

 

악만큼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으로 인해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깐요. 여러분에게 있어서 음악은 어떤 존재인가요?

노인으로만 구성된 합창단... 어쩌면 자신의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은 이들에게 음악은 새로운 도전인지도 모릅니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확실한 대답은 아니지만 이 영화로 그 대답을 대신 해보기로 합니다.

영화 <송 포 유>(원제 Song for Marion)입니다.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와 마리온(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 부부는 자그마한 집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신세이지만 마리온은 마을 자치센터에서 합창단 활동에 열심히 입니다.

매사에 짜증과 불만을 동반하고 다니는 아서이지만 그는 부인 마리온과 손녀인 제니퍼(오를 힐 분)만큼은 애지중지하는 부인 바보, 손녀 바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아서도 유독 이해 못하는 것이 바로 이 때 입니다. 더구나 마리온의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죠.

한편 '연금술사' 합창단을 담당하는 엘리자베스(젬마 아터튼 분)는 음악교사로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이들 어르신들을 가르치고 있지요.

 

그렇게 인정못하던 아서이지만 합창단 전국대회 오디션을 앞둔 지역 예선을 본 아서는 합창단과 마리온의 열정에 감동하게 됩니다.

그러나 마리온은 결국 이 마지막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남자친구에게 퇴짜맞은 엘리자베스와 아내를 잃은 아서는 서로의 삶에 공유를 하고 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인이 했던대로 연금술사 합창단에 합류하기로 합니다.

더불어 사이가 멀어졌던 아들 제임스(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분)과의 극적 화해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경연대회 본선... 아서는 자포자기 하고 본선 경연장 집합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과연 이들 합창단은 그들의 노래, 그들의 이야기들을 만천하에 들려줄 수 있을까요?

아서와 제임스는 이대로 사이가 멀어지는 것일까요? 

 

 

 

 

 

 

 

노인들이 합창단을 만들고 노래하며 본선에 진출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 이 영화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스포일러 같죠? 하지만 결과는 이 부분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합창단이라는 소재는 그저 소재일 뿐이라는 점이죠.

이런 이야기는 실생활에서도 많이 접한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KBS <남자의 자격-청춘 합창단>처럼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라는 것이죠. 어쩌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아내를 잃은 고집불통 노인 아서가 합창단에 합류하고 멀어졌던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단계가 바로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영화에서 위기 부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옵니다.

보통 중간에 나오거나 중간도 아니면 후반에 좀 한 번 비틀어주면서 위기를 고조시키게 만드는데 이 영화는 애초부터 위기를 보여주고 시작하지요.

마리온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통보하고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요'라는 말보다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많이 드세요'라고 말합니다.

아시다시피 의사들이 할 이야기는 아니죠.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노인들에게는 오히려 더 몸에 안좋을테니깐요.

그것을 권한다는 것은 정말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대사와도 크게 다를바는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마리온은 오히려 자신의 죽음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더 합창단 활동에 열을 올립니다.

심지어는 솔로로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노래를 부르게 되지요.

아서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것이 어쩌면 그것이 오히려 마리온이 자신이 살고 싶은 의지를 이야기하려고 더욱 더 열심히 움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죽하면 주민센터에 안데려가고 합창단원에게 무례하게 한 점을 사과하지 않으면 말한마디 하지 않겠다고 묵언시위를 할 정도 였으니 그녀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마리온의 죽음... 그리고 홀로 남아 외로워진 아서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괴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아들과의 사이는 멀어졌으니 상황은 점점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가온 엘리자베스는 아서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지요.

엘리자베스는 의외의 아서가 노래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합창단 합류와 더불어 아들 제임스와의 화해를 제의합니다.

 

뒷부분은 일반 영화와 다를바가 없습니다. 새로울 것이 없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요.

가족들은 화해하고 합창단은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1등 아닙니다.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하지만 아서는 합창단의 입상 만큼이나 가장 중요한 가족과의 화해를 하게 되고 그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음악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고 화해의 수단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 영화는 노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답게 배우들의 연령층도 상당히 높습니다. 아서 역의 테렌스 스탬프나 마리온 역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만 해도 그렇죠.

까칠한 아서로 등장한 테렌스 스탬프는 <작전명 발키리>나 <예스 맨>등의 작품을 통해 친숙한 배우지만 <슈퍼맨> 시리즈로도 얼굴을 각인 시킨 대표적인 인물이죠. 상냥한 마리온으로 등장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만은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 사랑의 추억을 지니고 있는 노인 클레어로 열연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로 등장한 젬마 아터튼는 이 영화에서는 맨얼굴로 등장해 못알아보시겠지만 얼마전 동화를 화끈하게 비튼 영화 <헨젤과 그레텔:마녀 사냥꾼>에서 그레텔로 나온 그 배우입니다. 딴 사람 같죠?

 

합창이 등장하는 영화답게 정말 우리에게는 익숙한 음악들이 등장하는데요.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Crazy', 모터헤드(Motorhead)의 'Ace Of Spades',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등의 상상을 뛰어넘는 곡들이 합창단 버전으로 재창조 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합창단은 영화를 위해 조직된 팀이 아니라 영국에서 실제 '히튼 보이스(Heaton Voices)'라는 팀으로 운영되고 있는 합창단이라고 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사실 이들 합창단만은 아닙니다. 두 주연 배우 역시 노래를 부르는데요. 신디 로퍼(Cyndi Lauper)의 'True Colours'는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만의 목소리로, 빌리 조엘(Billy Joel)의 'Lullabye (Goodnight, My Angel)'는 테렌스 스탬프가 직접 불러 다시한번 감동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상을 깨는 음악이라면 아마 이 음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솔트 앤 페파(Salt N Pepa)의 'Let's Talk About Sex'라는 노래죠.

'우리 섹스에 대해 말해볼까?'라는 직설적인 제목이지만 알고보면 가사내용은 전혀 야하지 않는 곡이죠. 이 곡을 통해 이들 합창단이 젊음을 유지하고 젊은이들과 당당히 맞써 기죽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괜찮은 선곡이었다고 봅니다.

 

 

 

 

 

 

 

 

 

 

얼마전 봤던 <아무르>는 참 슬픈 영화였습니다. 단 둘이 사는 노부부에게 시련이 찾아왔고 그들은 극단적인 행위를 하게 됩니다.

이들도 음악을 하는 부부였는데 만약 <송 포 유>처럼 자신들의 실력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또래를 만났더라면 그들은 어느 정도 행복하지 않았을까는 생각을 해봅니다.

늙으면 서글프다는 말은 참으로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적어도 이렇게 우리는 멋지게 늙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나이 들어 주책이라고요? 그래도 홀로 벽만 쳐다보면서 살아가는 백수들보다는 이들 어르신들이 더 멋지고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심지어는 '억지 감동에 짜증난다'라고 하는 댓글도 봤습니다. 아마도 세상을 덜 살은 젊은 친구의 얘기겠죠.

적어도 철이 든다면, 나이를 든다면 이 영화를 보고 이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든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들의 슬픈 현실이니깐요.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린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S. 이 영화는 국민연금공단이 후원하는 영화입니다. 한국영화도 아니면서 외국영화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합창단의 이름이 '연금술사'인 이유가 '연금으로 술술 사는 사람들'의 줄임말이라고 하네요.(물론 한국식 번역이겠지만요.)

국민연금의 우수성을 이런 방식으로 홍보하실 것이라면 우리나라 영화에 후원하시는 것이 어떨런지...

더구나 국민연금에 대한 말이 많은 이상 후원하실 여력이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국민연금을 홍보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