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새 구두를 사야 해]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과의 낯선 사랑... 일본 감성 멜로의 힘!

송씨네 2013. 4. 22. 03:11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일본영화에서는 낯선 땅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가 의외로 많습니다. 가장 큰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아마도 <냉정과 열정사이>(2001)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피렌체에서 밀라노를 넘나들며 벌이는 사랑이야기가 이 영화의 특징이죠. 로드무비처럼 낯선 땅에서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는 '비포'시리즈가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셋>(2004)에 이어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을 준비중이지요. 또한 우디엘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보여주는 파리의 모습과는 또 다른 파리를 비교해보시는 것도...

 

140자로 말해봐!

다른 행성으로 떨어진 남과 여의 사랑법 혹은 적응기.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영화의 공통적인 특징 같습니다. 낯선 환경에서도 사랑을 하고 이별하는 청춘이라는 점에서 포근하고 따뜻한 영화입니다. 파리의 아름다움은 덤!

 

 

 

일본 영화는 둘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상당히 감성적이거나 상당히 엽기적이거나...

물론 일본 영화에는 코믹한 장르도 있지만 코믹영화라는 것이 소시민들의 모습을 과장되게 그린 영화가 없다는 것이죠,

오히려 과장보다는 엽기에 가까운 영화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일본 영화의 특징은 생각하기 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 못하는 관점의 이야기도 많다는 것인데요. 일본의 멜로 영화는 참으로 잔잔하고 감성을 긁어모으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감성영화 하면 바로 이 사람... 이와이 슌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래전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를 혼자 보고 막차가 끊겨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으며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이 아름다웠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이와이 슌지는 직접 영화를 만들거나 수제자들을 두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수제자 중 한 명... 기타가와 에리코라는 여성 감독의 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낯선 땅 파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영화 <새 구두를 사야 해>(원제 新しい靴を買わなくちゃ / I Have to Buy New Shoes)입니다.

 

 

 

 

 

 

파리... 검정 택시가 어디론가 도착을 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처럼 기쁜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이 보입니다.

사진작가인 센(무카이 오사무 분)과 그의 여동생인 스즈메(키리타니 미레이 분)은 이 곳에 왔는데요, 갑지가 스즈메는 센을 버리고 도망을 갑니다.

스즈메가 예약했다는 숙소가 어딘지 몰랐던 센은 길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러던 와중 프랑스에서 프리렌서 기자로 활동중인 아오이(나까야마 미호 분)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센은 여권이 찢어졌고 아오이는 구두 굽이 부러졌습니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고 잠시 헤어진 두 사람은 스즈메가 잡은 호텔의 이름을 아오이를 통해 알게 되고 아오기가 사는 집에 얼덜결에 방문하게 됩니다.

한편 스즈메는 자신의 남자친구인 캉고(아야노 고 분)를 만나러 갔는데 사실 스즈메가 파리를 방문한 목적이자 오빠 센을 데려가면 일이 잘 풀릴 것 같아서 그를 데려온 것이죠.

짧은 시간 센은 아오이의 집에 머물기도 하고 파리의 여러 곳들을 다니게 되고 더불어 아오이의 슬픈 과거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 사랑의 감정이 살짝 싹트게 되지요. 하지만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고 곧 파리를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새 구두를 사야 해>는 파리에서 벌어지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짧은 2박 3일 정도의 기간에 담은 이야기입니다.

낯선 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과 더불어 특별히 이 영화에서는 절정이나 위기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떻게 보면 파리를 여행하는 수많은 방법 중의 하나를 이야기한 작품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껍니다.

 

이 영화는 짧은 기간이지만 배경이 되는 시점도 정확히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바로 부활절이죠.

아오이가 취재를 하러 나선 도중 센을 만났고 작은 접촉사고로 구두 파손, 여권 파손의 문제를 겪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짧은 시간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일을 도와주는 상황에 들어갑니다.

 

쿨하게 만난 두 사람은 아오이의 집에 들어서면서 그 인연이 극대화되는데요. 술에 취한 아오이를 데려다주다가 호텔 이름을 까먹어(드 라 푸셀도레안느... 이거 일반인도 기억하기 좀 힘든 이름이죠.) 아무것도 묻지 못한 상태에서 센은 얼떨결에 1박을 하게 됩니다. 쿨할 뿐더러 매너가 좋았던 두 남녀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들의 만남은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였습니다.

아오이의 이웃집 아줌마이자 디자이너인 여인이 아오이의 비밀을 이야기하게 되고 이것은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게 됩니다. 아오이는 결혼도 했었고 자녀도 있었고, 고양이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다 잃은 상태에서 살고 있는 여인이었지요. 하지만 그 슬픔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살게 되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센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지요.

 

그에 반면 스즈메와 캉고의 사랑은 철부지들의 사랑처럼 보입니다. 아오이와 센 커플이 서로 경계를 하면서 남에게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랑과는 좀 다른 스타일이죠.

해바라기처럼 끊임없이 스즈메는 캉고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사랑에 용기가 없던 캉고는 스즈메의 프로포즈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어쩌면 스즈메가 철부지처럼 느껴지는 부분은 앞에 오빠인 센을 버리면서(?) 살짝 예상이 되긴 했습니다.

더구나 스즈메라는 이름이 '참새'는 뜻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활발한 아이이지만 여린 아이이기에 보호되어야 할 동생이라는 점을 아오이에게도 이야기를 했던 것이죠.

 

앞에도 이야기드렸지만 <새 구두를 사야 해>는 전체적으로 너무 심심한 느낌이 드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절정이나 위기가 없이 물흐르듯 조용히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오버스러운 사건들을 나열하는 이야기 보다는 천천히 이야기를 전개시킴으로써 부담없이 영화를 보고 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천천히 파리를 여행하는 느낌이었기에 마치 즐거운 관광을 하고 나온 느낌이었다는 것이죠.

 

 

 

 

오버스럽지 않은 전개방식과 섬세한 연출 방식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제작자인 이와이 슌지와 감독인 기타가와 에리코는 역할이 컸는데요. 이와이 슌지의 수제자답게 감성적인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왔습니다. 2009년 <하프웨이>란 작품을 들고 나오기도 했고 국내 한일 합작영화인 <천국의 우편배달부>에서는 각본을 맡기도 했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드를 많이 보신 분들에게는 각본가로써 그녀의 이름을 많이 들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영화의 영화음악은 루이치 사카모토가 맡았습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뮤지션이죠. 그래서 그런지 잔잔한 음악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극중 아오이가 피아노로 연주하던 모차르트의 '미뉴엣과 트리오'는 메인테마처럼 흘러나와 영화의 감성적인 느낌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중년의 나까야마 미호를 만난게 반가웠습니다.

앞에도 <러브레터>이야기를 드렸지만 제가 생각했던 그녀는 귀여움보다는 청순함이 돋보인 여신 중의 여신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배우들이 관리를 참으로 못한다는 느낌이 강한데 나까야마 미호는 여전한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실제로 나까야마 미호는 결혼 후 파리에서 살았던 덕택인지 몰라도 불어라던가 마치 여기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처럼 보여진다는 점에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지요.

그 외에도 이 영화에는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한 무카이 오사무도 볼 수 있으며 커플로 등장하는 키리타니 미레이, 아야노 고의 경우 <버니드롭> 이후 두번째 만남입니다.

 

 

 

 

 

 

늘상 우리가 만나면서 보아오던 것들...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순간 감격하게 되지요.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을 매일 보는 사람들은 그것이 놀랍지 않은 것이겠지만 관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롭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랑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랑도 첫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지만 그 사랑이 지속되면 웬지 모를 지루함에 질려버릴지도 모르죠.

매일매일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힘든 것 같아요. 어쩌면 이 영화의 두 커플이 사랑을 포기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것은 한편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새 구두를 사야 해>는 그냥 평범한 멜로 영화이지만 사랑에 대한 감성을 다시 깨워주게 한다는 점에서 멋진 영화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서 새 구두를 선물 받은 아오이의 모습을 보시겠지만...

아오이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처럼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나름 자신의 삶에 행복과 보람을 느끼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멋진 사랑이 다시 자신에 찾아오길 기다리는 행복한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기대... 사치는 아니겠죠?

 

PS. 영화에서는 마카롱을 찬양하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저는 마카롱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더군요.

맛이 없는 집의 마카롱을 제가 먹어서 그랬던 것일까요? 마카롱이 왜 맛있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네요. 저만 그런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