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콰르텟]그들만의 열정의 무대... 하지만 열정만 있지 않았다면?

송씨네 2013. 5. 2. 18:46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얼마전 개봉한 <송 포 유>의 고급 버전이라고 해도 이 작품은 틀린 말은 아닐텐데요. 그들이 처한 상황과 배경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음악에 대한 애정은 똑같겠지요. 공교롭게도 최근 클레식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많아졌습니다. 심지어는 '네순도르마'라는 곡을 여러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요. 클레식에 관한 영화들을 많이 살펴보는 것도 아마도 큰 재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140자로 말해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들의 노래, 그들의 연주...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억지 감동보다는 최선의 엔딩을 선택한 것도 이 영화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여집니다.

 

전주에 다녀와서 나름 힐링이 되었다고 느꼈는데요.

사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가 않더군요. 아직 백수이고 꿈은 없고 말이죠.

취업 박람회장을 둘러보다가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도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그들도 저렇게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 나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나서 극장으로 무작정 향했습니다. 지금 소개할 영화가 아마 앞의 부분과 상당히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노년의 음악가들... 그들의 홀로서기, 영화 <콰르텟>(원제 Quartet)입니다.

 

 

 

 

 

영국의 어느 큼지막한 저택이 보입니다. 이 곳의 이름은 '비첨 하우스'로 과거 찬란한 과거를 지닌 음악가들이 사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금물입니다.

이들은 몸이 불편한 상황일지 몰라도 매일 매일을 노래하며 연주합니다.

사실상 이 곳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시드릭(마이클 갬본 분)은 이곳 비첨 하우스의 운영비 마련을 목적으로 공연을 하기로 마음 먹는데요.

분명 열심히 공연하고 잘 하고 있음에도 시드릭의 마음에는 불만 투성입니다.

한편 이 곳에는 왕년의 잘나가던 오페라 가수들이 있는데요.

테너인 레지(톰 커트니 분)는 젊은 친구들을 가르치는 일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는 쓸쓸함이 보입니다.

당당한 베이스 파트의 월프(빌리 코널리 분)은 노년이지만 젊은 주치의 루시(셰리던 스미스 분)에게 추파를 보내는 등의 개구쟁이 같은 행동도 보여줍니다.

알토 파트로 사랑받았던 씨씨(폴린 콜린스 분)는 약간 치매 증상과 가방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은 그 누구보다 강하지요.

그러던 이들에게 새로운 파트너가 나타났습니다. 과거 레지를 사랑했지만 지금은 남남이 되어버린 소프라노 파트의 진(매기 스미스 분)이 오게 되면서 비첨 하우스는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진은 어렵게 레지에게 사과했지만 그것도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고요.

그런 서로간의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콰르텟(네 명의 가수가 각각 다른 높이의 목소리로 하는 중창)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근데 이번에는 진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니 골치입니다. 남은 세 명이 진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과연 이들의 공연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얼마전 <송 포 유>를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노인들이 펼치는 합창단 공연 무대도 감동적이었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그들이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지요.

<콰르텟>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는데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송 포 유>속의 노인들은 그냥 평범한 노인들이었고 그냥 노래하는 것이 좋았던 사람들이었지요. 그에 반해 <콰르텟>에 등장하는 이들은 전문적인 음악가들이었고 과거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요양을 하며 하루하루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죠. 비슷해 보이지만 어딘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두 영화의 인물들 중 누가 더 열정적일까라는 우열도 가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들이 살아온 배경만 다를 뿐이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았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콰르텟>은 전문가 집단의 이야기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기 시작합니다.

각각 왕년에 잘나갔던 오페라 가수였지만 자신들의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던 사람들이었지요.

영화에서 진이 자신의 자존심을 의외로 굽히지 않았던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찬란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음악을 들어보려고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남들에게 발견되면 소위 말해 정말 '쪽팔림'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그런 자존심을 마음 속에 갖고 살기에는 그들이 처한 상황이 생각보다는 절박했음을 이 영화에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다른 영화에서들과 달리 그 절박함 마져도 우아하게 포장된 것이 좀 다른 점이죠.) 

 

영화는 외외로 노년의 사랑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진과 레지의 사랑부분이 특히 부각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진이 내세운 자존심은 사실 음악에 대한 자존심만은 아니었지요.

분명 과거 레지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았던 것은 반성하지만 그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고 그 못난 자존심은 공연에 쉽게 나서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으로까지 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의외로 다른 부분이엇지요. 바로 씨씨가 단호하게 거부하는 진의 행동에 놀라며 결국에는 쓰러지게 되었고 치매 증상이 살짝 재발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죠. 진은 결국 자신의 못난 자존심을 버리고 오페라 공연에 다시 열을 올리게 됩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묘하게도 공연을 준비하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지만 네 명의 오페라 가수들이 공연을 하는 장면에서는 비첨 하우스를 멀리 비춰주며 끝이 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콰르텟>은 음악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음악이라는 것은 단지 소재해 불과하고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네 명의 남녀가 사랑과 우정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이 영화의 중요한 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영화 속의 네 명은 프로였기 때문에 굳이 이들이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내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 영화의 감독을 보면 놀라실텐데요. 바로 더스틴 호프먼입니다.

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배우가 맞습니다.

<졸업>(1967)을 통해 청춘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아시다시피 더스틴 호프먼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점에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그런 그가 만드는 영화도 마치 숙성된 음식들을 차분히 꺼내어 손님에게 대접하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도한 설정 없이 천천히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것은 그동안 그가 연기를 통해 보여주는 내공과도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겠죠.

 

이 영화에서는 다섯 명의 배우의 역할이 클 수 밖에 없는데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매기 스미스와 마이클 갬본, <걸리버 여행기>(2010)과 <호빗>(2012)의 빌리 코널리, <닥터 지바고>(1965)와 <황금 나침반>(2007)  톰 커트니... 그리고 <환상의 그대>(2010)의 폴린 콜린스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대표 배우들이 출연하여 열연을 하였습니다. 유일하게 젊은이로 등장해 많은 활약을 보였던 셰리던 스미스도 눈에 띄는데요. <히스테리아>(2011)에서 19세기에 살던 콜걸로 등장하여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콰르텟>은 음악 자체가 클레식을 연주하는 악단의 모습도 등장한다는 점과 오폐라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많은 클레식 음악들이 등장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비발디의 'La Traviata'(축배의 노래)를 비롯해 'Rigoletto'(여자의 마음) 등이 등장하는데요. 최근 <로마 위드 러브>, <파파로티>등의 클레식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많다보니 이제는 이들 제목만 봐도 어떤 음악인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어버렸지요.

 

 

 

 

 

이 영화의 엔딩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어쩌면 이 영화의 엔딩이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대신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실제 영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음악가들의 과거와 현재의 사진을 같이 나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엔딩에는 이 영화에 출연했던 마이클 갬본의 과거 모습도 들어가 있습니다. (마이클 갬본은 실제 연극 무대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이미 오래전에는 기사작위까지 받은 인물입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이들 음악가들이 그냥 잊혀지는 것이 아닌 찬란한 과거를 기억해달라는 의미로 이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나열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왜 음악가나 영화인 등의 문화인들에 대한 홀대가 왜 이리도 심할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군요.

심지어 이들 중에는 정치 탄압의 희생양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꿈꿔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콰르텟>은 단순한 음악 영화라기 보다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문화 혁명의 결정적인 인물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