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우리나라는 오디션 영화라는게 없죠. 외국도 마찬가지고요. 더구나 한국의 <슈퍼스타 K>나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영국의 <브리턴스 갓 텔런트>처럼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경우도 없었으니깐요.그리고 알아두어야 할 것이 <전국 노래자랑>은 앞에 열거한 세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거대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도 다른 점이죠. 일본에도 물론 NHK <노도지망>(노래자랑)이라는 동명의 프로그램이 있고 영화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습니다만 조금은 다른 경우죠.
140자로 말해봐!
전설인 프로를 어떻게 얘기하느냐가 관건. 그런점에서 KBS의 대표 프로 '전국 노래자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괜찮았던 방법이라 봅니다. 아울러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자로 자신을 어떻게 낮출것인가를 잘 알고 있는 듯.
Mnet에서 시즌 5까지 준비하고 있는 <슈퍼스타 K>의 슬로건은 아시다시피 '기적을 노래하라'입니다.
수많은 사연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3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를 합니다.
불합격을 받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하며 합격되면 슈퍼위크로 가는 티셔츠를 전달받게 됩니다.
그리고 생방송 진출을 위해 수 많은 인원이 탈락하게 되죠. 참으로 복잡한 방식입니다.
근데 이런 '슈스케'보다 아주 간단한 방식의 프로그램이 하나 있지요. 예선은 한 번만 진행되고 거기서 방송에 나갈 팀이 결정됩니다.
수상을 하게 되면 연말결선에 나가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KBS <전국 노래자랑>입니다.
1980년대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참가자와 방청객과 우승자를 낳았고 송해 선생님은 북한 포함 전국 팔도 대부분을 돌아다니셨으며 심지어 동포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하셨지요.
1 절만 부르며 그 안에 '딩동댕'과 '땡'으로 갈리는 비정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영화 <전국 노래자랑>입니다.
한 남자가 대리운전을 마치고 힙겹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볼일을 잘못 보는 바람에 조금 지저분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운수좋은 날에 속합니다.
현수막의 송해 선생님은 봉남(김인권 분)을 그렇게 이끌었고 그는 출연신청 결심 합니다.
봉남의 아내 미애(류현경 분)은 미장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건물 주인이 돈을 더 받으려고 합니다.
이제 남은 희망은 봉남도 미애처럼 미용사가 되는 것인데 과거 꿈이 가수였던 봉남에게 마누라의 말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습니다.
한편 미애의 동생이자 건강식품 '여심'을 만드는 회사의 직원인 현자(이초희 분)는 억지로 전국 노래자랑에 떠밀려 출전하게 되는데요.
산딸기 건강식품 '여심'이 잘 안팔리면서 홍 사장(김용건 분)이 고심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그리고 그는 영업팀의 동수(유연석 분)을 끌어다가 현자를 연습시키게 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 웬지 호감이 가는 군요.
한 쪽에서는 오붓한 이들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홀로 살고 있는 오 영감(오현경 분)과 그의 손녀 보리(김환희 분)은 보리 엄마(신은경 분)가 돌아올 때까지 당분간 같이 지내기로 한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국 노래자랑 예심 소식을 듣게 되고 오 영감은 손녀의 성화에 못이겨 대회에 나가게 됩니다.
자... 그리고 여기 또 다른 이도 보이네요. 여성 시장인 하나(김수미 분)는 다음 선거를 위해, 그리고 시 홍보를 위해 대회에 나가게 되는데 시장이라고 전혀 가산점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노래는 그럭저럭 잘 부르는데 박치라서 말이죠. 맹 과장(오광록 분)의 얼굴에 그늘이 보입니다.
전국 노래자랑 본선 당일... 각자의 사연을 갖은 이들이 대회 무대 앞에 서 있습니다.
그들의 운명은 '딩동댕'일까요? '땡'일까요?
'이 이야기는 실제 사연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실화를 다루는 영화에서 흔히 써먹는 방법이죠.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실화는 과연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이 영화의 실존 인물은 '자옥아'와 '황진이'로 알려진 가수 박상철 씨 입니다.
실제 그는 영화 속 봉남처럼 미용사 출신이었는데요. 하루 아침에 인생역전을 한 경우이죠. 바로 전국 노래자랑에 출전을 하면서부터 말이죠.
이 영화의 제작자인 이경규 씨가 그렇게 <남자의 자격>에서 '황진이'를 애창곡으로 부르던 것도 아마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이 영화는 봉남이라는 인물을 통해 평범한 소시민이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시장 하나, 제품 홍보로 나온 현자, 할아버지를 대신해 출전하는 보리, 그리고 건강원 주인(정석용 분), 중국집 배달원 종대(김중기 분) 등을 등장시켜 '전국 노래자랑'이 단순히 오락프로그램이 아닌 소시민의 애환을 담긴 서민형 오디션 프로그램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땡'을 경험하기도, '딩동댕'으로 인생역전을 하게 되는 인물들도 등장합니다.
이것이 전국 노래자랑을 만드는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는데요. 그 모든 사연의 대부분이 실화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감독을 포함해 세번째 영화제작에 도전하는 이경규 씨는 이번에도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이종필이라는 신인 감독을 내세워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자칫 이런 영화에서 보여질 수 있는 신파조의 스타일이나 많은 사건들을 불러내어 이야기를 어지럽히는 방식을 선택한 대신 봉남이라는 인물의 중심에 다양한 인물들을 나열하고 크게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억제하여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쉬운 점도 많이 남는데요. 우선 너무 봉남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김인권 씨나 제작자인 이경규 씨가 같은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작용하는 것도 크지만 다양한 인물들을 나열했다면 그들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비슷한 비율로 들려주는 것이 옮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아쉬움을 나타내는 장면이 바로 그가 영화에서 싸이의 '챔피언'과 부활의 '친구야 너는 아니'를 부르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은 정확히 따지면 옥의 티입니다.
한 출연자에게 인터뷰는 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한 출연자에게 1 절 이상 노래를 부르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도전 1000곡>이 1절을 완곡해서 부르는 절대 규칙이 있듯 이것은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절대 규칙인 것이죠. 그런데 영화는 그에게 무려 두 곡을 부르게 합니다. 극적인 재미를 위한 불가피한 장면이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죠. (영화 속에서 보리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어렵게 본선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역시 실제로 따지면 규정 위반이지요. 이 장면은 그렇다치더라도 말입니다.)
이 영화에는 정말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데요. 아무래도 이경규 씨의 인맥이 크게 작용한 배우들이 많지요.
김용건 씨나 신은경 씨, 김수미 씨가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지네요. (그리고 후반에는 김태원 씨를 포함한 부활 맴버가 몽땅 출연하기도 하죠.)
김인권 씨와 류현경 씨, 그리고 유연석 씨(이 분은 드디어 악역에서 벗어나셨네요.)의 연기도 좋았지만 현자 역을 맡은 이초희 씨는 아마 이 영화에서 새로운 발견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이초희 씨의 경우 윤성현 감독의 영화 <파수꾼>(2010)을 통해 데뷔를 했던 배우인데요. 당당했던 소녀로 등장했던 당시 작품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정반대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가씨로 등장해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류현경 씨와 같은 소속사의 배우입니다만 적어도 이른바 1+1으로 배우를 출연시키는 관행은 아닌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을 뽑으라면 오현경 씨와 송해 선생님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현경 씨의 경우 저에게는 <TV 손자병법>의 이장수 과장으로 열연하셨을 때가 떠오르는데요. 병마와 싸워 이기셔서 지금도 왕성하게 작품에 임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더 완벽하게 완쾌하셨으면 하는 바램도 갖아봅니다.
아울러 이 영화의 제목이 <전국 노래자랑>인 만큼 송해 선생님이 실명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앙꼬없는 찐빵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의 등장은 반갑기만 합니다. 송해 선생님 역시 여전히 많은 도시를 다니면서 방송을 임하고 계시고 꾸준히 음반활동과 콘서트를 하신다는 점에서도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디션 영화답게 많은 가요들이 총출동하였지요.
실제로 영화 속에 등장한 음악들은 <전국 노래자랑>에서 예심 때 참가자들이 주로 부르는 애창곡들이라고 하는데요.
싸이의 '챔피언'이나 윤희상 씨의 '카스바의 여인', 장윤정 씨의 '어머나', 김광진 씨의 '편지', 홍민 씨의 '부모' 등의 곡들이 등장했습니다.
특히나 아마도 많은 분들이 보리로 등장한 김환희 양이 '부모'를 불렀을 때 많이 눈물들을 흘리지 않으셨을까 싶네요. (이 친구는 이 노래의 가사를 잘 이해했을까요?)
<전국 노래자랑>은 전형적인 가족 영화입니다.
이경규 씨가 전작인 <복면 달호>의 성공 포인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아마도 안전한 방법을 선택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또한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알고 그것에 맞게 자신을 낮춘 부분도 괜찮은 방법이었다고 봅니다.
(에필로그에 해당되는 부분에 직접 나와 이 영화의 대박을 기원하는 자화차찬 퍼포먼스를 펼린게 약간은 오버스럽긴 했지만요.)
그가 이 영화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힐링에 성공한 것이겠지만 만약 실패하더라도 그 꿈은 잊지 않으셨으면 하는 생각을 갖아봅니다.
어쩌면 <슈퍼스타 K>의 '기적을 노래하라'라는 슬로건은 바로 이 프로그램인 <전국 노래자랑>에 더 어울리지 않나 싶네요.
PS. 아참...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우리 동네에도 KBS <전국 노래자랑>의 예선이 있다고 하네요. (5월 14일이랍니다. 부천시민들은 참고하시길...)
최근 <전국 노래자랑>이 불명예를 얻은 적도 있었죠. 나이를 속여 대회에 나와 노래를 부른 어느 한 사내의 이야기도 있엇고요.
일본의 '전국 노래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도지망>에서는 폭탄테러 협박 사건도 있었다고 하니 이제는 이 프로그램도 편히 보긴 힘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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